스크랩 백금자 일기 6월 1일 금요일- 덕분에 가진 휴가 -

[들장미]

올해 우리 청초롱은 사상 최대로 많은 꽃을 피웠다.

비가와 님에게 이 꽃을 분양 받은 것이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왜 이제야 제대로 꽃을 피웠는고하면 무엇 좋은게 있으면 나와 우리집 보다도

남에게 나누어 주고 싶은 마음이 더 먼저라서 그렇다.

누가 와서 이 꽃이 이쁘다고 하면 언제나 파서 나누어 주다 보니

간신히 명맥만 유지 했던 터

이 꽃은 씨앗으로 나눔이 되는게 아니라 분주로만 가능하다.

또한 한 자리에 2년 3년 놔 두면 이상하게 도퇴된다

나누지 않고 가만 두어도 마찬가지로 없어져 버린다.

그러니까 1년에 한번씩 뿌리를 건드려 주어야 하는 것

작년에는 겨우 두 뿌리가 남아서  이번에는 마음을 다 잡아 먹고

누구 안 주고 키웠더니 올해 드디어 20송이가 넘는 꽃을 피운 것이다.

그 보라빛이 참 찬란하다.

오늘은 마음 먹고 나물을 삶는 날로 정했다.

하루 마음 먹고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햇볕에 버쩍 말라서

상품가치도 없어지고  비루 먹은 말 같이 되기 때문에 날을 잡은 것

핑계 대기도 좋게 오늘은 마침 하와이에 사는 지인이 우리집을 온다고

하였기에 기다리면서 나물을 삶아 널면 되겠다 싶어 전날 저녁부터

삶아 널기 시작했다.

아침 저녁으로 서늘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6월이 되었다고 

해가 솟아 오르더니 뜨겁기 시작해서 머리가 벗겨질 정도로 햇볕이 따갑다.

그 뜨거운데  장작불을 때서 나물을 삶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지만

산에서 무거운 나물을 지고 산을 오르내리며 다니는 것에 비하면

이건 쉬운 일 아니 어쩌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기야 산에 가서 나물을 뜯든 쑥을 뜯든 덕분에 깊은 산에서

피고 지는 야생화들도 만나니 그것도 일이라 보기는 어렵다.

나에게 일이란 무엇일까  일과 놀이의 경계가 별로 없는 것 같다.

하는 모든일에 만족하고 기쁘게 하니 일도 놀이 같고 게임 같은 것

묵나물을 할적에는 너무 연한 것을 하면 제 맛을 못 내기도 하고

풀어져서 제 기능을 못한다.

연한 것은 생나물로 팔고 어느정도 큰 나물들을 묵나물을 해야 하는 것

또한 삶는 것도 잘 삶아야지 일반 나물 데치듯이 슬쩍 삶아서 내 놓으면

나중에 잘 불치도 않고 고사리 같은 경우에는 아무리 삶아도 물러 지질 않는 것

일전에는 일찍 나물하러 가느라고  전날 뜯어 온 고사리를

남편에게 삶아 널으라고 시켰더니 슬쩍 삶아 널었었던 모양이다.

그 고사리를 벌써 팔았는데  팔고 난 후에 먹어 보니 영 안 물러서

마음이 찜찜하다.

그 분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 보고 여차하면 바꾸어 준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좀 안 물르긴 해도 고소한 맛은 있어서 그냥 먹겠다고 했다.

묵나물을 할 적에는 물에 행구지 말아야 한다.

물에 행구면 이상하게 벌레가 잘 생긴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그래서 늘 배워야 하는 것

묵나물은 이렇게 해를 묵여 가며 먹는다고 묵나물이라 하는데

요즘 사람들은 나물의 한 종류인 줄 안다.

그나마도  어느정도 나물에 관심이 있어야 묵나물도 아는 것이지

내 나이대의 친구들도 묵나물이 뭔지 무슨나물이 뭔지 아무것도 모르는 이도 많다.

내가 하는 일이 사양산업에 속한 다는 것은 언제나 나를 아쉽게 한다.

이제 누가 이런 일을 할 것인가

나처럼 산을 헤매며 나물을 해 오지는 못할지라도 재배라 할 지라도

이런 묵나물로 해를 묵여 가며 먹는 사람들이 쭉 이어졌으면 좋겠다.

나물을 널어 놓고는 두어시간에 한번정도 이렇게 모두 거두어서

빨래 치대듯이 치대서 다시 널어야 나물이 더 맛있고 부드러워진다.

머리도 뜨겁고 발바닥도 뜨거워 결국은 실내화를 가져다 신고 했다.

내가 그 아침 시간에 집에서 일을 하니 고양이들도 좋은가 보았다.

발에 갈그럭 거리지도 않고 편히 누워 낮잠 삼매경~

카메라를 들여 대니 귀찮은 듯 눈을 떠 본다.

남편은 오늘도 새벽부터 나가 작물들 영양제와 효소를 주고 와서

곧바로 앞뒤뜰에 풀을 깍았다.

아무리 바깥농사를 잘 해도 집 오랖들이 풀천지로 있으니 동네사람들

보기가 민망하더니 반시간도 안되어 깨끗이 정리했다.

웽웽 예초기 돌리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아직 가르지 못한

장가르기를 했다.

올해 세번에 걸쳐 장을 담았는데 이제 마저 갈라 치대 넣었다.

장독이 있는 담 너머로 남편이 풀베기 작업을 끝내고 지나 가고 있다.

<여보 !>

큰 소리로 불러 보았다.

<왜 ? >

<그냥......>

<싱겁기는 ......>

사실은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불러 놓고

목구멍에서  나오지 않았다.

뒤꼍에 버섯은 아직도 열심히 나오고 있다.

좋은 것은 따서 햇볕에 널고 덜 좋은 것으로 바구니에 담아

점심 초대를 해 준 앞집언니네로 향했다.

올들어 처음 앞집언니네에 왔다.

여주에서 오자마자 산으로 밭으로 일하러 다니느라  와 볼 새가 없었다.

언니도 혼자 일을 하다가 동네 형님 두어분과 우리를 초대한 것

이 사진은 내가 찍은 것이 아니라 카메라 혼자 찍은 것이다.

고기를 구어 먹다 이 순간을 간직하고 싶어 사진 하나 찍어 달랬더니

사진 싫어하는 형님들은 저만치 도망을 가시고 우리내외만 찍혔다.

나도 사실은 점점 사진찍기가 싫어진다.

늙어 가는 내 모습이 그렇게 이쁘지는 않은 까닭이다.

오랜만에 느긋한 점심시간을 가졌다.

뻐꾹이가 탁란했던 제 새끼에게 뻐꾹 뻐꾹 제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그에게도 치열했던 순간이 다 지나고 무사히 알을 부화한

제 새끼를 딱새나 뱁새에게서 돌아 오게 하기 위함이리라~

그 소리를 듣고 동네 형님들은 이렇게 말했다.

<뻐꾹이가 들깨씨 뿌리라고 뻐꾹 뻐꾹 하는구나>

귀촌해 농사를 지으면서 보람되고 즐거운 것 중에 하나는

선배 농부님들로부터 바로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대추나무 잎이 참새 혓바닥만큼 올라 오면 감자 싹이 올라 올 때

아카시꽃이 피면 녹두를 심어야 할 때

밤나무꽃 냄새가 진동하면 마늘쫑 뽑아 주어야 할 때 등등등~

주위의 환경에 맞추어 피고 지는 꽃의 시기에 맞춘 이 구전 농사법은

얼마나 현명한 일인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지금 생각해도  저 남쪽과 우리쪽이 한달은 차이가 나는데

일반 농사달력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은데

이런 꽃 피는 시기를 가늠하여 씨를 뿌리고  적과를 하는 법이야말로

실제 농사 짓는 것에서 얼마나 필요한 일인가 말이지......

앞집언니는 뜰 안에다 해마다  벼를 심는다.

농사하는 형님께 모판 하나를 얻어서 화분에도 심고

작은 연못에도 심는데  거기에 올챙이도 같이 자란다.

조금 있다가 논농사 하는 형님이 우렁이를 사 넣을적에 우렁이도 같이 넣는다.

가을이면 벼가 누렇게 익어 있는 모습이 재미있어 올해도 모를 심고 있었다.

초보농부 앞집언니가 늘 서툴러서 형님들과 우리내외 신세를 지더니

드디어 우리보다 더 잘한 농사가 있다.

바로 집 딸기 농사이다.

이것 좀 보라구~

한 바구니 따다가 후식으로 먹고  나에게 또 따 가라고 해서

한 바가지 따는 중이다.

얼마나 대견한지  마구마구 칭찬해 드렸다.

두시가 넘을 때까지 언니네서 좀 놀다가 집으로 돌아와

어느정도 마른 나물들을 걷어서 다시 한번 비벼 한곳으로 모았다.

이렇게 점점 부피는 줄여 가고 모양도 예뻐진다.

일하기 나른한 시간

뒷쪽 골짜기에 작년에 귀촌해서 수도원을 운영하시는

맑은그대님댁에  토종옥수수 모종이 좀 남아서 가져다 드리면서

아예 심는 법까지 가르쳐 드리는 중이다.

이 분을 보면서 많이 배운다.

농사며 시골일을 전혀 모르셔서  정말 이것도 모를까 싶은 일

그러니까 시골에서 산 우리들은 다섯살 아이도 알 일을 모를 때가 있으신데

그것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안 배우고 못 보았으면 그럴수도 있겠구나 싶은 것

사람 사귀기를 잘 못하는 내가 거의 1년이 다 되어 맑은그대님과 친해져서

요즘은 서로간에 좋은 친구가 되었다.

귀촌하여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상처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점점 사람 사귀는 일이 힘들게 된다.

먼저 그 사람이 나에게 친절히 다가와도 저 사람이 왜그럴까

의심부터 하게 되고 마음의 문을 닫아 거는 것

맑은그대님도 무엇 나누기를 좋아해서 올라가며 내려 가며

자주 무엇을 가져다 주셨는데  간단히 인사만 하고 지내던 중

얼마전 비 많이 오던 날 아침 일찍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맑은그대 님이었다.

서울에 강의하러 가셨는데  밤새 비가 많이 와서 처마밑에 있는 새 집이 걱정된다며

미안 하지만 좀 가 보아 달라는 것이었다.

남편이 갔다 오더니 딱새인데 알을 일곱개나 낳았고 곧 부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비 오는 것은 임시조처를 취했는데  고양이가 언제 잡아 먹을지 모른다고

기대를 않는게 좋을 것이라나 ~

새를 좋아하기야 남편만 할까

그리하여 서로 새의 안부를 물어 보다가 드디어 마음문이 열려서

오늘은 새가 한마리 태어 났네  하면서 안부와 더불어 왕래가 시작 된 것이다.

새는 딱새로 나도 잘 아는 새인데 어찌 된 일인지

한마리가 태어 나고 일주일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 더 새끼가 태어나질 않고 있다.

그 대신 오늘 보니까 알이 하나 더 늘었다.

먼저 태어난 새끼는 어느덧 털이 다 나고 혼자 잘 크고 있는 중~

아무튼지 그렇게 되어 가까이에 좋은 친구가 생겨서

맛있는 것도 나누어 먹고 의논도 하고 앞집언니와 더불어 큰 힘이 된다.

이곳에서 보이는 모습이 내 방에서 내다 보는 모습을 두배로 확대해 놓은 것 같다.

앞집언니댁에서 가져 온 딸기는 곧 손질하여 식초를 담았다.

딸기를 주물러서 조청이나 설탕을 10%정도 넣고 막걸리로 종초 만들어 둔 것을 부었다.

이렇게 해서 뚜껑을 공기만 드나들게 아주 조금  열어 놓고 어두운 곳에 두었다가

1주일쯤 마시면 된다.

색이 너무나 예뻐서  홀릴 지경이다.

이제 나물은 90%가 말랐다.

나물 종류별로 모아서 하룻밤 이슬을 맞춘 다음에 바싹 말려서

들여 놓으면 묵나물하기 끝~

오늘 하루 이래저래 놀면서 숙제 하나 잘 해결 했다.

기왕 오늘을 노는 날로 정했으니  저녁 외식을 하러 가는 중이다.

지금 이야기 할 수는 없고 남편과 내가 결혼하고 처음으로 무엇이 생겼다.

자축해도 되지만 형님들과 같이 하고파서 저녁을 내기로 한 것

남편이 운전을 하고  옆에 제일 큰 형님이 타고 좀 멀리 드라이브도 했다.

식당 옆에 작약밭이 엄청 큰게 있어서

졸지에 꽃구경 중~

형님들은 마치 놀이동산이나 오신 듯 환호성을 지르며 야단이 났다.

작약 꽃이 몇천평은 되겠다.

그 만큼은 아니더라도 보기에 그 정도로 많아 보인다.

향기도 너무나 좋아서 모두들 밥 먹으러 가던 것도 잊고

구경 하느라 바쁘다.

나도 남편을 졸라 이전에 찍던 포즈로 사진 하나 찍어 둔다.

<여보 내가 더 이뻐? 작약이 더 이뻐?>

남편 대답도 안해 준다.

큰 맘 먹고 물어 보았는데 말이다.

저녁메뉴로 하얀색 두부찌게가 나왔다.

이런 두부찌게는 처음 본다.

그런데 이게 맛이 장난이 아니다.

이 하얀 것이 잣을 갈은 것이란다.

그 고소함이라니 ~

다른 말 다 필요 없고  이 냄비를 보면 맛이 어땠는지 짐작이 갈터~

 돌아 오는 길에는 앞집언니가 한턱 내서

지인의 찻집에 가서  차도 한잔했다.

오지도 않는 하와이 손님 덕분에 하루를 휴가를 얻은 듯

잘 지냈다.

손님은  그 때 비행기를 타고 오는 중으로

오늘 우리집을 오는게 아니라 한국에 오겠다는 것 

아무튼지 덕분에 일도 잘하고 놀기도 잘 한 오늘이었다.

인생은 즐거운 것~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선물 같은 삶이다.

[들장미]

묵나물은
물에 헹구지 말아야 하네요.
벌레가 생기니까.
금자님의 부지런함,
긍정적인 삶의 자세가
보기 좋습니다.

[凡草]

일도 놀이처럼 생각하니 시골살이가 힘들지 않겠네요.
새가 부화하는 모습을 도시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요?
뭐든 선물로 생각하며 살아가면 기쁜 나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