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저, 해성이 좋아해요. 그래서 보낼수가 없어요."
당돌한 내 말에..그분은 잠시 당황한듯 눈을 깜박거렸다.
그러다 결국 얼굴이 굳어지셨다.
"수아 너, 그렇게 안봤는데 아주 당돌하구나.
너 지안이 여자친구라고 들은것 같은데..아니니?"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속에 괴로운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거기에 굽히지 않았다.
"지금은..아닙니다."
"그럼 그때는 지안이 여자친구였는데, 지금은 해성이가 좋다고?
요즘 애들 무섭긴 무섭구나. 그때가 얼마전이라고..."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말씀을 드릴때가 아닌것 같아요.
해성이..정말 가야하나요?"
"이미 결정된 일이라 어쩔수가 없구나. 그럼 이만."
차갑게 말하고 뒤돌아서시는 그분을 나는 황급히 막아섰다.
그리고는 급하게 말했다.
"해성이 의사는 생각해보셨어요?"
"뭐?"
"해성이 의견을..존중해주신적이 있냐구요. 해성이는 가고싶어하나요?"
"가고싶고 안가고싶고가 중요한게 아냐."
"그런게 어디있나요. 본인의 의사는 관계없이 부모가 보낸다고 가는게 유학인가요?
해성이가 어떻게 생각할지 한번이라도 고려해보셨어요?"
"난 그애 부모야."
"아무리 부모라도 자식의 인생을 마음대로 뒤흔드실 권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해성이도 분명히 그렇게 생각할거에요."
갑자기 화가난듯 굳어있던 그분의 눈동자가 슬픈빛을 띠었다.
"..해성이가..그렇게 생각한다구?"
"해성인 아직..가게 되는걸 모르는것 같던데요.
하지만 알게되면 분명히..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 자식은 없단다."
"..네?"
"언젠가 너희들도 부모가 되면 알게 될 날이 오겠지.."
깊은 한숨과 함께 말씀을 맺은 후, 해성이 어머니는 발길을 돌리셨다.
나는 다시 그분을 잡으려 했지만..더이상은 잡을수가 없었다.
지안이 집에서 뵈었던 그 날처럼..슬픈 눈을 하고 계셨기 때문이었다.
돌아서는 그분을 보면서 나는 멍하니 생각했다.
지금 눈에 언뜻 비치신건..눈물이었을까.
***
방과후, 결국 이리로 오고 말았다.
몇번을 망설인 끝에 나는 이윽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초인종을 눌렀다.
곧 안에서 "누구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수아에요."
곧이어 문이 열리고 나온 사람은 지안이 어머니였다.
나를 보시더니 놀란듯 웃으셨다.
"어머, 수아야 왠일이야."
"안녕하셨어요."
"그래. 어서 들어와라. 지안이 보러 왔구나? 아직 안왔는데.."
활짝 웃으시며 나를 반겨주시는 지안이 어머니를 보니 왠지 죄책감이 들었다.
그렇지만 어쩔수 없었다.
어떻게든 그분을 뵙고 설득을 해야만 했다.
"저..."
"나한테 뭐 할말 있나부네. 무슨일이니?"
소파에 앉은채 내 얼굴을 바라보는 지안이 어머니를 보며 나는 다시한번 마음을 굳게 먹었다.
천천히 어렵게 입을 떼었다.
"저번에..뵈었던 아주머니 친구분이요."
"저번에? 아, 해숙이 말이구나. 해숙이는 왜?"
"그분 연락처좀..알수 있을까요?"
"응? 해숙이 연락처를? 무슨일인데 그러니."
지안이 어머니는 의외라는 듯이 물으셨고,
나는 어쩔수 없이 해성이의 이름을 꺼냈다.
"해성이..때문에요."
"해성이랑 원래 아는 사이였니?"
"네.."
"혹시..지안이랑 해성이때문에 헤어진거 아니니?"
지안이 어머니 말씀에, 나는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모든게 짐작이 간다는 표정으로 지안이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랬구나..어쩐지 요즘 지안이가 평소답지 않게 풀이 죽어있다 했어."
"죄송합니다.."
"아니야. 수아 니가 죄송할게 뭐가 있니. 만나다가 헤어질수도 있는거지..
그건 니가 알아서 할일이고 다른 사람이 끼어들일이 아니야.
설령 내가 지안이 엄마라고 해도 말이야."
"...그래도 죄송해요. 저한테 잘해주셨는데.."
"헤어졌다고 지안이랑 아예 모른척하는건 아니겠지?
젊은애들이 쿨하지 못하게 그럼 쓰나. 예전처럼 잘 지내렴. 그러면 돼.^-^"
"네.."
"음..근데 해숙이 연락처는 왜."
"해성이가..곧 유학간대요."
"아..결국 가는구나. 그것때문에 고민하더니..쯧쯧.."
지안이 어머니는 착잡한 표정을 지으시더니,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셨다.
그리고 물기전에 내게 양해를 구했다.
"미안하지만 한대만 피워도 될까?"
"아, 네.."
"고마워. 요즘 나두 마음이 착잡해서.."
담배불을 붙이고는 그분은 잠시 생각에 잠기셨다.
그러더니 이윽고 나에게 혼잣말하듯 물으셨다.
"수아 너도..걱정이다. 왜 하필 해성이를.."
"무슨..말씀이세요?"
"니가 힘든 길로 가고 있으니까..걱정이 되는구나.
해성이 많이 좋아하지?"
"예.."
"그럼..해성이 왜 가는지도 알고 있니?"
"집에서.. 해성이를 다들 싫어하니까.."
지안이 어머니는 내말을 듣고 피식 웃으셨다.
그러더니 이내 말씀하셨다.
"세상에 자식을 싫어하는 부모는 없어.
해성이 아버지는 친아버지는 아니라 그다지 사이가 좋지는 않지만..
그래서 가는건 아니란다."
"그럼 왜.."
"해성이..꼭 가지 않으면 안돼."
나는 고개를 들어 지안이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나를 바라보는 그분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좋아한다면, 너도 알아야 되니까 말해줄께."
"................."
"해성이가..많이 아파."
"아프..다구요?"
"중학교때부터 여기서 치료를 받았는데..본인은 아마 다 치료가 된줄 아는 모양일거야.
해숙이가 해성이한테는 일부러 자세히 말을 안한 모양이니까.
이제 수술을 해야하는데 여기서는 할 수가 없대. 그래서 가는거란다."
"무슨 병인데요?"
"성상세포종이라고..알고 있니?"
"그게..뭐에요?"
"..뇌에 생기는 악성 종양이란다."
순간 나는 숨이 턱 막혀왔다.
내가 지금 들은 말이 무슨말인지 이해할수도 없는데 자꾸만 머릿속에서 꽝꽝 울려대고 있었다.
"최대로 가능한 범위에서 종양을 제거한 경우일수록 생존기간이 길어진단다.
하지만 종양을 전부 적출하면 정상적인 뇌의 기능이 손상될 수도 있어.
굉장히 정교한 수술이 필요하기 때문에..해성이를 미국으로 보내려는거야."
"말도 안되요..이럴수는 없어요....어떻게......."
"수아야. 해성이 많이 좋아한다면 마음 굳게 먹어야 해.
수술이 잘 되면..해성이는 돌아올거야.
그렇지만 잘 되지 않으면..일어나지 못하거나 뇌 기능이 손상되버려.
그런걸 니가..다 감수할수 있겠니.."
말을 잇다 말고 안쓰러운 표정으로 지안이 어머니는 나를 바라보셨다.
후들후들 떨고 있는 나를 보며 그분은 목이 메이는지 말을 천천히 이으셨다.
"해숙이가 해성이 친아버지가 죽고나서 재혼했던 건..
해성이 때문이란다."
".................."
"해성이를 좋은 환경에서 치료받게 하고싶어서 지금의 남편과 재혼한거야.
해성이는 그걸 모르겠지만..부모의 마음이란게 그래.
본인은 자신이 얼마나 심각한지도 모르겠지만..해숙이 혼자 그동안 마음고생이 정말 심했어.
그걸 아는 사람은 나뿐이란다."
그제서야 오늘 낮에 보았던 그분의 슬픈 눈이 떠올랐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무슨 말을 지껄여댔던 걸까.
바보 멍청이 민수아...바보 멍청이....
해성이가 아프다...
해성이가..많이 아프다...
참을수 없이 눈물이 쏟아져버리면서 나는 마음속에서 들고 있는 무시무시한 생각을
한참만에야 말로 겨우 꺼내놓고 말았다.
"..해성이..죽을수도 있나요?"
".................."
지안이 어머니는 안쓰러운 듯이 나를 바라보셨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재차 물었다.
"대답해..주세요..해성이..죽을수도..있나요?"
"..수술이 잘 되지 못하면..그럴수도 있단다."
겨우 말을 꺼내시는 지안이 어머니의 눈가도 붉어졌다.
눈물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는데도..
해성이의 얼굴이 눈앞에서 아른거리면서 나는 참을수 없이 해성이가 보고싶었다.
지금 보지 못하면 죽어버릴것 같았다.
해성아..
해성아..
꺽꺽 울면서 핸드폰을 꺼내어 문자를 찍었다.
지금 내 머릿속에는..그녀석밖에 들어있지 않았다.
문자를 한자씩 찍어나가면서도..글자 하나하나가 울음이 되어 내 가슴속에 박혔다.
마음이 찢어질것처럼 아프고 쓰라렸다.
[해성아 보고싶어. 지금 어디 있니..]
-To be continued-
#52.
택시 안에서 퉁퉁 부은 눈을 가라앉히며 나는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해성이에게서 온 문자를 보면서 계속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다시 녀석에게서 온 문자를 차례로 들여다보았다.
[나좀전에녹음끝나고지금이카로스]
[하핫...그렇게보고싶냐?]
[너도드디어내얼굴에중독됐구나진작그럴것이지..]
[그럼지금이리로와앞에서전화하면내가나갈께]
[나도보고싶어.빨리와]
슬픔이 마음 밑바닥으로부터 차올라서 목까지 잠겨있는것 같았다.
가라앉지 않는 아픈 마음때문에 나는 자꾸만 눈물이 나려는 자신을 다잡았다.
이윽고 택시에서 내리고 해성이에게 도착했다는 문자를 날린후.
나는 전철 역 앞에 앉아 해성이를 기다렸다.
길거리에서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걷고 있는 연인들을 보면서..
가슴이 저리도록 그 사람들이 부러워왔다.
해성이와 나는..아직 못한게 많은데..
저렇게 다정하게 손잡고 걸어본적도..아직 없는데..
우린 언제나.
늘 틱틱거렸고. 싸웠고. 오해하고. 다투기만 했는데..
아직 제대로 된 연애도 못했는데..
홍대의 밤거리 불빛들이 머리위로 마구 쏟아져 내려왔다.
그리고..저만치서 달려오는 해성이의 모습이 보였다.
언젠가 사라져버릴지도 모르는 저 모습을.
나는 망막에 새겨버리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해성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모습이 점점 나에게로 가까워졌다.
"수아야!"
어느새 내 앞에 달려와 서 있는 해성이.
숨이 차서 약간 몰아쉬면서..녀석이 내 앞에 다리를 구부리고 앉았다.
나와 같은 눈높이에서 그 녀석이 웃고 있었다.
"서방님 오셨다."
"..............."
"너무 보고싶어서 말도 안나오냐?"
대답대신에 나는 녀석의 목을 와락 끌어안아버렸다.
갑작스런 포옹에 해성이가 잠시 당황했지만 곧 팔을 둘러 나를 안았다.
"와. 민수아 정말 용감무쌍하다.
이제 대로변에서까지.."
"나..안보고 싶었어?"
"그걸 말이라고 하냐. 당근 보고싶었지.
근데 이 아가씨가 오늘 왜 이러실까..평소에는 보고싶단 말도 인색하던 게."
해성이의 가슴에 안겨서 나는 얼굴을 묻었다.
그냥 이렇게 안겨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수아야."
"응."
"수아야."
"왜.."
"우리 수아 얼굴좀 보자."
"쳇..또 보면 쏠린다 그럴려구."
"쪼잔하긴..너 그말듣고 아직도 삐져있냐?"
이윽고 내 어깨를 붙들고 해성이가 내 얼굴을 보았다.
한참동안 보던 해성이의 표정이 이내 흐려졌다.
"너..눈이 왜 이래. 울었어?"
".................."
"또 무슨일이야. 말해."
"..해성아."
"응."
"너..나랑 떨어져있어야 되면 어떡할거야?"
"약먹었냐? 내가 너랑 왜 떨어져 있어?"
"만약에 그래야 된다면."
"아, 너 또 나 가수되면 바빠져서 못만날까봐 그러냐?
별걱정을 다해요 나참..야 걱정하지마.
인기 급상승해도 내가 너 안버리고 만나줄께."
장난기 어린 얼굴로 씨익 웃는 해성이를 보면서..
나도 마주 웃어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녀석의 표정..
그 웃음 하나하나까지 잘 간직하고 싶어서.
"너 약속한거야."
"뭘?"
"나..안버리겠다고."
"야야. 너 버리면 돈줘야돼. 웃돈 얹어서 버려야지 누가 집어가지도 않을거.."
"내 옆으로..다시 돌아온다고..너 약속한거다."
해성이의 얼굴에 웃음기가 가시더니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러더니 심각한 얼굴이 되어 묻는다.
"너 진짜 무슨일 있지."
"응."
"무슨일인데."
"..우리..당분간 못보게 될것 같아."
"뭐? 너 어디가?"
"아니..내가 아니라 니가."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 보고 있는 해성이를 보며 나는 웃었다.
웃는 얼굴로 말하고 싶었다.
울고싶지 않았다..
"너 왜 나한테 말 안했어."
"뭘?"
"너..아팠던거."
"무슨소리야. 그걸 니가 어떻게 알어?"
"그리구..너 아직도 아픈거."
순간 내 어깨를 잡고 있던 녀석의 손이 툭-하고 아래로 떨어졌다.
나는 녀석의 손을 끌어당겨 꽉 잡았다.
"너..성 뭐더라..아이씨..이름도 희귀해서 안외워지네.
암튼..종양있다며. 머리에.."
"..그거..어디서 들었어."
"..암튼..그거때문에 너 미국가야된대.
수술 받아서 건강해지러..^-^"
해성이의 얼굴이 멍한 표정으로 바뀌어갔다.
그러더니 갑자기 화가 난 표정으로 소리쳤다.
"너 지금 무슨말 하는거야!! 그건 벌써 예전에 다 나았어!!!
어디서 잘못듣고 와가지고 이상한 소리나 하고.."
"너..다 나은거 아냐. 너희 엄마가 너한테 그동안 숨기셨던거야.
너 걱정할까봐..근데 이제 가야된대.
그래야 건강해진대.."
그래야 살수 있대- 라는 말을 삼키며 나는 또한번 웃었다.
그러나 해성이는 화가 많이 난것 같았다.
"집어쳐. 그 할망구 어떻게든 나 치워버리려고 하는거야.
남편이란 작자가 날 싫어하니까.
그래서 멀리 보내버리려고 하는거란 말야!"
"..해성아."
"쓸데없이 그런말 믿지마! 난 아무데도 안가!!"
갑자기 해성이가 내 어깨를 거칠게 잡아당겨서 안아버렸다.
내 머리위로 그녀석의 숨결이 와 닿고 있었다.
"너 바보같이 그런 말 믿고 오늘 또 하루종일 울었지.
이제 쓸데없는 생각 안하기로 해놓고 또 하루종일 했지.
난 너 다 알아. 또 그러면서 어디론가 가버리려고.."
"...아니야. 해성아. 나 아무데도 안가.
..너 갔다가 꼭 돌아올거잖아."
"안가..
안간다니까....."
"엄마가.. 널 많이 걱정하시더라.
그동안 너 몰래 마음고생 많으셨을거야.."
".................."
내 머리위로 뭔가 뜨거운것이 툭-하고 떨어졌다.
해성이의 눈물을 맞으면서도 나는 애써 또박또박 말했다.
"우리..그동안 참 많이 힘들었어.
오해도 많았고..힘든일도 많았는데..그래도 지금 여기 같이 있잖아.
그래서 난 이제 널 믿어. 내가 너밖에 없는 것처럼..넌 나밖에 없다는걸."
".............."
"나..아무데도 안가고 너 기다릴거야.
여기서 니가 돌아올때까지 움직이지 않고..그렇게 기다리고 있을께."
나는 고개를 들어 해성이의 얼굴을 보았다.
눈물어린 그 녀석의 눈을 보면서 나는..내 생애 최초의 고백을 꺼내놓았다.
그동안 한번도 말하지 못했던 부끄러운 내 진심을.
이제 마주보며 말할 수 있어.
이제..피하거나 괴로워 하지 않을거야.
"해성아. 사랑해.."
-To be continued-
#53.
[An approach to the special sensibility, 그들만의 감성에 접근하다.]
지난 16일 발매된 4인조 펑크락 밴드 이카로스의 앨범이 예사롭지 않다.
언더생활로 다져진 탄탄한 기본기 외에도 특별한 부분을 간직하고 있는 한편의 이야기.
그들은 데뷔와 동시에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감수성으로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Q : 첫 앨범이 감성적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다.
데뷔 음반이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는 기분이 어떤가?
A : 껄끄럽지 않으면서도 우리만의 감성을 간직한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어렵지 않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으면서도 특별한 느낌의 음악을 하려던 우리의 시도가
어느정도 인정받고 있는것 같아 기쁘다. 그리고 대중에게 감사한다.
Q : 멤버 구성원들이 모두 싱어송 라이터로서의 재능이 다채롭다.
앨범 전곡을 각각 직접 작사, 작곡했다는데 그러한 과정이 어렵지는 않았나.
A : 언더 시절부터 멤버 각자가 계속해서 곡을 만들어왔고, 이번 앨범은 그 결과물이다.
우리는 뛰어난 작곡가는 아니지만 각자의 느낌을 살려 작업할 수 있어 재미있다.
Q : 보컬인 신윤주씨가 모든 곡을 부른게 아니라,
멤버들의 자작곡을 각자 작곡한 사람이 보컬을 맡아
특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그점에 문제는 없었나.
A : (웃음) 우리는 R&B 가수가 아니다.
물론 가창력은 중요하지만 특별한 기교가 필요한게 아닌 이상
곡을 쓴 사람이 가장 그 느낌을 잘 살려 부를수 있다고 생각한다.
뭐, 그것도 우리만의 스타일이다.
메인보컬은 신윤주씨이지만, 신윤주씨를 염두에 두고 만든게 아닌 곡은 모두 각자가 부른다.
Q : 그런데 음반 발매후 타이틀곡인 『My little crush』가 아니라
각 방송사에서 밀고 있는 곡은 다른 곡이라던데.
그것도 메인보컬이 아닌..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A : 그 곡을 만든 친구의 건강이 지금 좋지 않다.
치료차 이번달 20일 출국하게 되는데..그 곡은 그 친구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곡이다.
그래서 처음으로 우리의 노래가 공중파를 타는 19일날,
그 곡의 뮤비를 내보내기로 멤버 전원이 합의했다.
Q : 그 멤버가 이해성군이라던데, 드럼파트 없이 활동을 하는데 무리가 없겠나.
A : 해성이는 우리 멤버다. 치료를 마치고 돌아올때까지는 객원 드러머를 쓸 생각이다.
언제든지 돌아오면 맞아줄수 있도록 우리는 이곳에서 우리대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겠다.
그 친구는 언제까지나 이카로스의 멤버이고, 우리의 소중한 동료이다.
(중략...)
-월간 뮤직클럽 인터뷰 中.
***
"수아야."
독서실에 앉아 있던 내 어깨를 민영이가 툭- 하고 건드렸다.
밖으로 나가자는 눈짓을 하는 민영이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있는 자판기에서 콜라를 뽑아 마시면서
위로 올라와 우리는 나란히 앉았다.
먼저 말을 조심스럽게 꺼낸건 민영이였다.
"해성이..내일 출국한다며?"
"응."
"내일 아침에 공항은 나가기로 했어?"
"어..해성인 나오지 말랬는데.
희민오빠가 안된다고 벅벅 우겨서..이카로스 멤버들하고 같이 나갈거야."
"그렇구나.."
민영이가 가만히 내 손을 당겨 잡았다.
"많이 힘들지."
"괜찮아. 나 이제 힘들지 않아.
해성이 돌아올거니까.^-^"
"그래..꼭 돌아올거야. 해성인 강하잖아.
니가 강한만큼..해성이도 강해. 너희둘은 잘해낼거야."
우린 서로를 마주보면서 웃어보였다.
어느덧 가을로 접어든것처럼 선선한 저녁하늘에 노을이 지고 있었다.
"민영아."
"응."
"해성이 돌아올때면..난 대학생이 되어 있겠지."
"그렇지..너도 나도."
"20대가 되면..우리가 가졌던 그런 불안한 마음이나 서투른 부분들이 없어질까?
우린 사람을 좋아하는게 너무 서툴러."
"..그건 없어지는게 아니라 무뎌지는게 아닐까.
나이가 든다고 해서 그런 부분들이 없어지는건 아닐거야.
반복되고 또 반복되면서 익숙해지는 거겠지."
"..그래."
"해성이가 돌아올때쯤이면..
너도..해성이도 그만큼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될거야.
민영이의 말에 나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한없이 서투르고 엇갈렸던 우리들도..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좀더 자라서 익숙해져 있겠지.
우리의 마음도 생각도..지금보다는 더 커져있겠지.
"그만 가자. 너 오늘은 일찍 간다며.
오늘 저녁에 이카로스 첫 뮤비 방송 뜬다는데, 늦기전에 얼른 가서 봐야지."
"응. 나 먼저 갈께."
"그래..내일 배웅 잘하고. 화이팅, 민수아!"
"고마워.^-^"
민영이에게 웃어 보이고는 나는 옥상 계단을 뛰어내려왔다.
내 자리에서 가방을 집어들고는 시계를 들여다본다.
벌써 일곱시 사십분이었다.
독서실에서 나와 골목길을 가볍게 뛰어갔다.
이윽고 큰도로로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멈추어섰다.
횡단보도 앞에 서서 숨을 잠시 고르고, 나는 신호등을 쳐다보았다.
신호가 바뀔때까지 기다리고 있는데, 건녀편 백화점앞에 걸린 전광판에 무언가가 반짝거린다.
그리고..
그 위에 "Icarus" 의 이름이 하얀 글씨로 떠오른다.
나는 신호가 바뀐것도 모른채 전광판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까만 화면에 천천히 이카로스의 이름이 사라지면서..
해성이의 얼굴이 그 위로 오버랩된다.
드럼 스틱을 잡고 있는 녀석의 눈동자가 나를 향하고 있다.
그리고..
해성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Stay, 내 눈물이 마를 때까지
Stay, 내가 나를 모를 때까지
Stay, 아주 조금만 기다려.
약간 잠긴듯한 녀석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오는것처럼
그렇게 속삭이듯이 울리고 있었다.
화면 안에서..녀석은 더욱 애절한 눈을 하고 있었다.
Stay, 내 기억의 주인은 나야
Stay, 내가 널 보내줄 때까지
Stay, 내 기억 속에서라도-
조금의, 조금의, 따뜻함, 따뜻함 이라도, 이라도
간직할 수 있게 해줘
난 이미 얼어버릴 듯 한없이 차가워-
너마저, 너마저, 떠나면, 떠나면, 나에겐, 나에겐
이제 아름다움이 없어
난 이미 버려져 있고 한없이 더러워-
드럼 스틱을 잡은 녀석의 손이 움직이고,
카메라 앵글이 돌아가면서 이카로스 멤버들의 모습이 시작한다.
베이스를 치고 있는 희민오빠와 고개를 숙이고 기타를 연주하는 윤주언니,
그리고 건반을 두드리고 있는 지안이의 모습도..
카메라는 다시 돌아 해성이의 얼굴을 잡아낸다.
Hey 이미 꽤 오랜 시간동안
내 안에 머물러 있었잖아
이제 그냥 집이라고 생각해
조금의, 조금의, 따뜻함, 따뜻함 이라도, 이라도
간직할 수 있게 해줘
난 이미 얼어버릴 듯 한없이 차가워-
너마저, 너마저, 떠나면, 떠나면, 나에겐, 나에겐
이제 아름다움이 없어
난 이미 버려져 있고 한없이 더러워-
Stay inside my dear-
Don't you come out my dear-
기타소리가 쏟아져 내렸다.
어느새 어두워진 하늘에 떠오른 별빛처럼, 음표들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그리고 해성이의 마음도 나에게로 쏟아져 내린다.
나는 그만 눈을 감아버리고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도 못한채, 나는 고스란히 쏟아지는 녀석의 마음을 받아내었다.
어느새 내 눈에 맺힌 눈물이 소리없이 흘러 내린다.
내 마음속에 박힌 해성이의 고백을 들으면서..
나는 그 녀석의 아픔까지 모두 감싸안을 수 있는 내가 되길 바랬다.
널 기다릴거야.
니 말처럼..니 곁에 머무를 테니까.
속삭이듯 잦아드는 녀석의 목소리를 들으면서..나는 마음속으로 말하고 또 말했다.
그러겠다고, 그러겠다고..
Stay, my dear-
Stay, my dear-
-To be continued-
#54. (The End, And..)
"수아야, 일어나. 공항간다며."
엄마가 다른때와 달리 아래층에서 일어나라고 소리치는게 어렴풋이 들려왔다.
눈을 떠서 시계를 보니 벌써 7시다.
오늘 해성이가 떠난다.
드디어..가는구나.
세수를 하고 옷을 입으면서 나는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절대로 우는 얼굴로 보내지 말아야지.
웃는 얼굴로 잘 다녀오라고..그렇게 보내줘야지..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려대고 있는걸 보니 희민오빠가 벌써 집앞에 와있나보다.
"다녀오겠습니다-"를 외치고 집앞으로 뛰어나갔더니 역시나 희민오빠 차가 앞에 서 있다.
"오늘같은 날에 지각할려구?"
"미안미안. 차 안막히겠지?"
"출근시간인데 안막히겠냐? 암튼 머리나쁘면 몸이 고생이라니까..-_-"
뒷자석에 타고 있던 지안이가 툭-하고 내뱉는다.
앞에 있던 윤주언니가 뒤를 돌아보며 또 이상한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었다.
"한지안 너, 그래도 해성이 배웅은 나가네? 안나간다며? 깔깔깔~"
"내가 언제!"
"싸우면서 정드는게 맞긴 맞나봐. 해성이 아프다는거 듣고 제일 먼저 울던 사람이 누굴까나~ 겔겔겔~"
"우, 울긴 누가 울어! 누나 아침부터 미친거 아냐!-0-
에이씨, 형 얼른 출발해 뭐해!!!!!!"
지안이의 뺵-소리를 뒤로하고 희민오빠는 황급히 차를 출발시켰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우리는 내내 말이 없었다.
"뭐 이리 썰렁해. 음악 들을까?"
"뭐?"
"불후의 명작."
그리고..
..윤주언니가 카오디오에 밀어넣은 씨디는 이카로스 1집이었다.-_-
"자기들 앨범보고 불후의 명작이래, 내가 미쳐."
"시꺼! 명작은 명작이지."
"무슨 가수가 자기 앨범을 차에서 듣고 다녀? 사이비들.."
음악이 흐르고 트랙이 바뀐다.
밝은 목소리의 윤주언니..희민오빠..지안이.
그리고 Stay가 흘러나오면서 해성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민슝."
"..응?"
잠자코 있던 지안이가 나를 불렀다.
고개는 창밖으로 돌린채였지만, 녀석의 손이 이윽고 내 손을 감싸쥐었다.
"그 새낀 꼭 돌아와. 알지?"
"응."
"질긴놈이잖아. 이 한지안이랑 붙어서 이긴..아니 뭐, 이겼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살아남은 놈은 그놈뿐이라구.
꼭 돌아올거니까 너 혼자 병신같이 질질짜고 그러면 안돼."
내 손을 토닥여주고 있는 지안이에게 나는 아무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차들이 밀리는 구간이 빠져나오고..
창밖으로 인천공항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내려서 우리는 공항안으로 바쁘게 걸어들어갔다.
그리고..
에스컬레이터가 끝나는 곳에..저편에서 해성이의 모습이 보인다.
많은 사람들 한가운데 서 있어도 금방 내 눈에 들어오고야 마는 녀석.
나는 해성이를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사랑하는 그 녀석에게로.
그리고..해성이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본다.
"왔어?"
이윽고 나를 본 해성이는 싱긋 웃어보인다.
언젠가 봤던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영화처럼, 우리는 공항 한가운데서 서로를 마주보고 서 있었다.
그리고..우리는 이윽고 서로를 마주보고 웃는다.
"오늘 같은 날 지각할 뻔 했네."
"미안. 차가 밀려서.."
"못보고 가는 줄 알았어."
"못보긴.."
우리가 마주보고 웃는 사이에, 희민오빠와 윤주언니, 그리고 지안이가 천천히 걸어왔다.
윤주언니가 해성이를 보며 웃는다.
"요, 해성군. 오늘따라 더 쌈박한데. 미국가서 바람피지 마. 수아 울어."
"누난 별걱정을 다하시네요. 희민형이나 잘 챙기세요."
"희민오빠는 내가 꽉 잡고 있잖아. 겔겔겔~"
"그렇지? 겔겔겔~"
..둘이 똑같이 웃고 있는 희민오빠와 윤주언니. 바보같다..;;
어떻게 저런걸 똑같이 소리낼수 있는지..정말 Power of love다..-_-;;
"..가면 언제 오냐?"
가만히 있던 지안이가 해성이를 보고 이윽고 입을 열었다.
해성이는 잠시후에 대답했다.
"..2년 뒤에."
"약속하고 가. 2년뒤에도 안돌아오면..
그땐 수아는 내꺼다."
"걱정마. 그럴 일 죽어도 없을거다."
"새끼..암튼 큰소리는..열라 질겨."
"너도 만만치 않아. 이제 나가 떨어질때도 됐는데."
딱딱했던 지안이의 표정이 풀리면서 이윽고 얼굴에 웃음이 떠오른다.
그리고 해성이도 따라 웃었다.
둘의 눈시울이 어느새 붉어진 것이 보인다.
이윽고 둘은 잠시 서로를 끌어안고 지안이가 해성이의 어깨를 툭- 쳤다.
"잘 다녀와라. 질긴놈."
"나 없다고 수아 건들 생각하지 마."
"2년 넘기지 말고 오기나해, 새꺄."
"..I'll be back."
브이자를 그려보이며..이윽고 지안이에게서 떨어진 해성이가 나를 보았다.
나는 말없이 해성이를 바라보았다.
해성이가 다가와 내 어깨를 안았고..귓가에 대고 속삭이는 녀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언제나 널 기다렸어."
"응."
"그러니까..나 기다려줘."
대답대신 나는 힘주어 해성이를 꽉 끌어안았다.
우리는 잠시 말없이 서로를 끌어안고 있다가, 이윽고 천천히 떨어졌다.
"그럼, 이제 가봐야겠다."
저쪽에서 해성이 어머니가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하고 계셨다.
그쪽을 흘끗 쳐다보고 나서 해성이는 우리를 바라보았다.
"다녀올께."
마지막 말을 남기고, 해성이가 출구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녀석의 뒷모습을 나는 언제까지고 볼것처럼 멍하니 지켜보고 서 있었다.
그러다 해성이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민수아, 사랑해!
난 지금 모습 그대로 돌아올거다!"
내가 언제나 좋아했던, 해성이의 환한 웃음..
그 웃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언제고 눈을 뗄수 없었던 얼굴..
녀석은 그런 얼굴로 나에게 사랑한다고 소리치고는..이내 뛰어가 버렸다.
"..바보. 난 벌써부터 알고 있는데."
혼잣말로 소리내어 중얼거리면서, 나는 웃는얼굴에 고였던 눈물을 닦아내었다.
그리고 작아지는 해성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웃었다.
처음 만났을때부터 지금까지의 우리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꼭 오래된 흑백영화 필름처럼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그 녀석과 나...
운동장에서 녀석의 운동화를 맞고 기절했던 일..
녀석에게 사귀자는 말을 들었던 그날..
녀석의 오토바이 위에서 흥얼거렸던 노래..
처음으로..녀석이 나를 "수아야-"라고 불렀던 날..
내 생일, 이카로스 좁은 계단에서의 첫키스..
그리고..바닷가에서 들었던 녀석의 사랑한다는 고백...
나는 이윽고 눈을 감았다.
우리의 추억이..함께 했던 시간들이.
아직도 내 안에 살아 숨쉬고 있는걸 느끼며.
이건..끝이 아니야.
영화에서 보면 이런 신은 엔딩신이지?
우린..아직 엔딩이 아니야. 아직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
그래서,
The End..가 아닌, The And인거야.
-The End,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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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또와-유나연재
[연애소설연재]
★ 그 녀석과 나 #51. - #54.(The End, And.....) ★
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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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2.11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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