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오타쿠(Otaku)로 오인받다. ㅡ
밤늦은 시간에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삼촌 부탁이 있어요 성수동 한화 갤러리아 포래 전시장 가시면 명탐정 코난 굿즈샾이 있는데 그곳에서 명탐정코난 기념품을 한정판매하는데 오늘까지만 팔아요 그것좀 사주세요"
목소리에서는 절박함과 간절함이 묻어났다.
얼마나 고민고민하다 행사 마지막 전날밤에
나에게 부탁전화를 했을까싶다.
아이의 목소리는 마치
뚜뚜뚜 뚜우~ 뚜우~ 뚜우~ 뚜뚜뚜 신호처럼 들려온다.
짧게 세번 길게 세번 다시 짧게 세번
( · · · — — — · · ·)
뚜뚜뚜 뚜우~ 뚜우~ 뚜우~ 뚜뚜뚜는 세계공통으로 쓰이는 SOS 모스신호로 긴급구조를 바랄때 쓰인다.
친구의 아들이지만 친조카로 여기고 사는 관계라
흔쾌히 그렇게 하마 약속을 하고 다음날 바쁜일과를 조정한 후
서울숲 가까이에 있는 갤러리아 포래를 방문했다.
그곳에서는 상설전시회가 열리는데 명탐정 코난 굿즈샾에 들어서니 분위기가 이상하다.
아이들 손에 이끌려서 따라나선 젊은 부부를 제외하곤
단 한사람의 어른도 없었다.
관람객 대부분은 명탐정 코난을 따라서 코스프레를 하고 온 청소년들로 매장을 채우고 있었다.
명탐정 코난은 일본 에니메이션의 거장 타치카와 유즈르 감독의 작품으로 엄청난 매니아층을 만들어낸 영화다.
위치추적 안경을 끼고 손목시계형 마취총 등 다양한 최첨단 장비를 이용해사건을 풀어나가는 코난은
그야말로 청소년들의 영웅이 되어 있었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나이지긋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야말로 명탐정 코난에 빠져사는 오타쿠로 바라보는 듯 하다.
한정판을 판매하는 마지막날이어서인지 매장 선반은
빈곳이 많았다.
조카 준수가 부탁한 열가지 품목중 여섯개가 매진되고 겨우 네개를 손에 넣었다.
그중에 마지막 남은 코난뱃지를 손에 넣었는데
이때부터 그것을 구입하지못한 여학생이 내뒤를 졸졸따라다니며 뱃지를 자신에게 팔라고 애걸복걸하기 시작한다.
집요한 공세에 흔들리면 준수가 실망할 것 같아
여학생을 피해 잠시 자리를 옮겼지만 이내 어디서 소문을 듣고 왔는지 한무리의 여학생이 나를 애워싸며 아이템을 교환하잔다.
허참 난감허시~~
아이들이 관심갖지않는 르노와르 작품전시장으로 피해 들어가 작품관람을 마친후에 나와보니 다행히 학생들도 떠나고 없어 피신하듯 갤러리아 포래를 빠져나왔다.
마침 서울숲위로 뭉개구름이 그림처럼 걸려있는 풍경을 마주했다.
차마 그냥 갈 수 없어 바로근처 카페 앤 아더
(& other 성동구 성수동 1가 668-104)에 들러
이곳 시그니쳐 메뉴인 블루크림소다 한잔을 하며
오타쿠로 오인받아 뻘쭘해진 기분을 달래보았다.
카페 앤 아더는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카페로 마당에는 조그마한 수영장이 있어 요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곳이다.
1층과 2층 각 방마다 인테리어가 개성이 넘치고 옥상에는 투명한 이글루가놓여있다.
가을날 서울숲에 단풍이 들고 기러기 날아들면 친구들과 함께 이곳 카페 앤 아더에서 차를 마시고
장미식탁에서 아보카도 명란 비빔밥을 먹어야겠다.
조카 준수 덕분에 덕후로 취급받았지만 반면에
멋진 앤 아더 카페를 구경할 수 있어 행복한 오후였다.
#갤러리아포래
#서울숲맛집
#카페앤아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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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따라
성수동 서울숲 카페 앤 아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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