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장수의 가위소리는 애들 마음을 뒤집어 놓았습니다. “철커덕 척척 철커덕 척척척척…” 엿장수 아저씨의 가위 치는 소리에 동네 조무래기들이 다 나와 뒤를 따릅니다. 그러면 엿장수 아저씨는 더 흥이 나서 가위를 칩니다. 엿이 먹고 싶어서 입에서는 침이 꼴깍꼴깍 넘어가고 무얼 가지고 엿을 바꿔먹나 온통 그 생각뿐입니다.
엿장수 아저씨가 엿 장단으로 분위기를 띄운 다음 소리를 지릅니다. “엿이 왔어요.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르는 울릉도 호박엿이 왔어요. 헌 고무신이나 빈 병삽니다. 고철도 삽니다.” 엿장수 아저씨가 구수한 목소리로 흥을 돋우는 소리를 지르면, 사람들이 별의 별 것을 다 갖고 나옵니다. 놋그릇 깨진 것, 요강, 뚫어져서 못 쓰게 된 양은 냄비, 헌 고무신, 막 소주 됫병. 머리카락, 산에서 주운 탄피…. 그러면 엿장수 아저씨는 끌날 같이 생긴 도구를 대고 가위로 톡톡 치면서 엿판에서 엿을 끊어냅니다. 사람들이 ‘이게 뭐냐’고 더 달라고 하면 ‘에라 인심이다’ 하고 조금 더 떼 줍니다. 완전 엿장수 마음대로 입니다.
엿장수타령
엿을 자르고 있는 사람을 힐껏 지나쳐도 그 모양새가 이국적이다. 어느 새 엿장수도다국적화 되고 있는 모양이다. 구성원도 제각각 다양하기만 하다.
구성진 노랫가락과 예사롭지 않은 폼새에 어르신들이 한 자리들 차지하고 있다.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면서 엿까지 파는 게 아니라, 마치 공연장을 착각하게끔 한바탕 판을 벌리고 있는 엿장수들의 무대가 눈길을 끌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