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아주 가끔 자녀의 죽음을 목격해야만 하는 부모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접하게 됩니다.
이런 때에는 그 슬픔이 산처럼 덮쳐 우리를 집어삼키기 때문에, 어떤 말도 귀에 들리지 않습니다.
저 또한 이런 분들께 어떤 말씀도 해 드릴 수가 없더군요.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여기 대혜서장에 비슷한 일에 처하셨을 때 대혜스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어, 함께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편지를 받아보고 5째 아드님이 병으로 죽었음을 알았습니다.
부자의 정은 무한 세월 윤회하는 동안 은혜롭고 자애로운 습기가 흘러든 것입니다.
이런 안타까운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오탁악세 속의 여러가지 헛된 환상들은 어느 하나 진실한 것이 없습니다.
부디 가고 머물고 앉고 눕는 생활 가운데 늘 이와 같이 비추어 보십시오.
그러면 날이 가고 달이 갈수록 점점 녹아 떨어질 것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진실은 이러하기에,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 이런 말을 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 세상사의 모든 일들은 생겨나고 사라지는 허망한 것들일 뿐입니다.
그것이 내 가족의 죽음일지라도, 그 어떤 절망일지라도, 심지어 내가 죽는 일일지라도 마찬가지로 허망한 일일 뿐입니다.
헛된 환상일 뿐입니다.
이와 같이 보는 것만이 우리를 진실로 데려가 줄 수 있습니다.
내가 실재한다는 생각이야말로 가장 큰 착각입니다.
무아, 무상, 고, 공, 연기, 여몽환포영, 무집착, 무소득, 이런 모든 가르침이 바로 이것을 설하고 있습니다.
어차리 우리는 모두 헤어져야 하고, 죽어야 합니다.
그것은 분명하고 확실하게 우리 앞에 언젠가는 올 현실입니다.
갑자기 죽음을 만나면 두렵기에, 미리 이 허망성을 자각함으로써 그 모든 것이 헛되다는 것을 이와 같이 보는 마음공부가 필요한 것입니다.
🩸글쓴이: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