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음악 8월 25일 (금)*
▲추억의 밴드를 만나다.②
◾다섯 손가락
-다시 뭉친 낭만 밴드
◀풍선
◀새벽 기차
◀모나리자
◼다섯 손가락✕신효범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
◼보컬:이두헌
◀이층에서 본 거리
◼보컬:이두헌
◀이별을 느낄 때
◼보컬:임형순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꽃밭 가득 예쁘게 피었습니다.
누나는 과꽃을 좋아했지요.
꽃이 피면 꽃밭에서 아주 살았죠.’
동요 ‘과꽃’의 노랫말처럼
올해도 과꽃이
장마와 무더위를 이기고
꽃밭 여기저기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수더분한 모양의 과꽃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친근한 모습으로 이때쯤 나타나
인사를 건넵니다.
처서 비에 물기를 머금고
더욱 생기 있는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과꽃은 성격도
그리 까탈스럽지 않습니다.
한해살이 식물이지만
봄에 씨를 뿌리지 않아도
지난해 꽃 피웠던 그 자리에
어김없이 다시 등장합니다.
한련화 등 다른 한해살이
식물은 씨앗을 받아서
봄에 다시 씨를 뿌려야 합니다.
하지만 과꽃은 안 그래도 됩니다.
몇 년 전 뿌린 씨앗으로
매년 풍성한 꽃을 보고 있습니다.
그래도 자리를 옮겨
돌려 심으며 더 좋은 꽃을
볼 수는 있다고 합니다.
어쨌든 노래 가사에 나타나듯이
시집간 누나처럼 친근하고
푸근한 꽃이 맞습니다.
◉‘과꽃’은 어효선의 동시(童詩)에
권길상이 곡을 붙여
1957년에 만든 동요입니다.
1953년 동요 ‘꽃밭에서’를
선보였던 콤비입니다.
‘꽃밭에서’에는 꽃밭에
새끼 줄을 매어놓고
전쟁터로 나가
돌아오지 않는 아빠를
그리워하는 아이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과꽃’은 시집간 지 3년 되는
누나를 그리워하면서
이 가을에 오지 않을까 하는
아이의 기대를 담았습니다.
그래서 ‘과꽃’에서는 더 희망적인
그리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과꽃은 세계에서
아시아지역에 단 한 종밖에
없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귀한 꽃입니다.
백두산 고산지대와 만주에
자생했던 식물입니다.
크고 곧은 꽃대에
보라색, 분홍색, 붉은색,
흰색 등 여러 색의 꽃을
매달고 나타나서 자금은
화단용으로 인기 있는
꽃이 됐습니다.
◉이름이 왜 과꽃이 됐을까?
그럴듯하게 설명해주는
자료는 없습니다.
국화과의 이 꽃을 국화의
다른 이름으로 ‘과’라는 말을
붙인 게 아닐까 추정해 봅니다.
국어사전에 보면
‘국화 모양의 물건을
찍어내는 쇠나 나무로 된 판’을
‘과판’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즐겨 먹었던 국화빵의
틀도 과판 입니다.
‘여자 머리에 꽂는 국화 모양의
장식이 달린 뒤꽂이’도
‘과판’이라고 부릅니다.
비녀 이외의 머리 장식품입니다.
그렇다고 보면 ‘과’는 바로
국화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모양도 바로 국화과의
꽃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가운데 노란 통꽃을 두고
여러 색의 혀꽃들이
둘러싸는 모양입니다.
대부분 꽃잎이 한 겹인
홑꽃이지만
여러 겹인 겹꽃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과꽃을 추목단(秋牧丹)
이라고 불렀습니다.
바로 가을을 상장하는 꽃입니다.
추사 김정희는 ‘모란 잎에
국화 꽃봉오리를 한 추목단은
가을에 가장 부귀한 꽃’이라고
시에서 그려내기도 했습니다.
아직 피지 않은 꽃망울이
꽃잎을 열어가면서
초가을 분위기가 점차
더 번져갈 것 같습니다.
10월 한창의 가을까지
함께 갈 과꽃입니다.
◉시집갔다가 3년 만에
친정집에 다니러 온
과꽃 닮은 누님처럼
반가운 밴드
‘다섯 손가락’입니다.
실제로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사실상 휴면상태의 밴드라서
더 반갑습니다.
이번에 ‘불꽃 밴드’ 방송을 위해
다시 뭉쳤습니다.
◉한 손에 붙어 있는
다섯 손가락처럼 헤어지지 말고
오래 같이 활동하자는
의미에서 ‘다섯 손가락’이란
밴드 이름을 걸고 대학생 때
활동을 시작한 고교 동창
다섯 명입니다.
발라드 분위기의 소프트 록
음악으로 인기를 끌었던 이들에게
M-net 레전드 아티스트 100은
‘순수와 낭만을 노래한 밴드’라는
설명을 붙여 놓았습니다.
실제로 이들은 ‘풍선’, ‘새벽 기차’,
‘회상’,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같은 발라드 록으로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캠퍼스 축제 단골손님으로
바쁘게 불려 다닐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다섯 명이 함께 한
기간은 그리 길지 못했습니다.
멤버 교체가 자주 일어났고
어떤 때는 네 손가락을 잃고
홀로 남은 보컬이자 기타리스트인
이두헌이 1인 밴드로
운영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2007년 잠시 재결성됐고
데뷔 30주년인 2015년부터
이벤트성 행사를 위해 간혹
다시 모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방송 출연을 위해
다섯 손가락은 초창기 멤버인
보컬 임창순,
보컬이자 기타리스트 이두헌,
키보드 채태완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세 사람 모두 대학 실용음악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들입니다.
조용필의 ‘위대한 탄생’ 등에서
활동해온 베이스 이태윤과
드럼 장혁도 여기에 합류해
다섯 손가락을 이루었습니다.
◉다섯 손가락의 대표곡이자
동요 같은 국민가요 ‘풍선’이
첫 무대에 오른 노래입니다.
최근 잼버리 K-pop Super
Live 콘서트에서
피날레 곡으로 등장할 정도로
사랑받아온 노래입니다.
다만 잼버리 콘서트에서
원곡자를 2006년
리메이크했던 동방신기로
잘못 표기하는 바람에
다섯 손가락이 항의하며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1986년 2집 앨범에 담은 노래로
당시 인기 있었던 만화
‘요정 핑크’가 이 노래의
모티브가 됐다고 합니다.
◉영상에서 백발의 머리로
멋진 연주를 보여주는
기타리스트 이두헌이 만든
노래입니다.
송 라이터 이두헌의 진가가
빛났던 2집 앨범입니다.
이 노래로 다섯 손가락은
1986년 KBS 가요대상에서
록 그룹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중간에 셰션별 연주가
추가 되기는 했지만
예전의 감성을 느끼는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50대 후반 아티스트들의
반가운 무대 ‘풍선’입니다.
https://youtu.be/IX1sJsnt5W8
◉두 번째 노래는 데뷔곡
‘새벽 기차’입니다.
1985년 데뷔 앨범에 담긴
이 노래는 1986년 KBS와 MBC
라디오 방송 횟수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사랑받았습니다.
당시 멜론 6주 1위로
이 노래 때문에 새벽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두헌이 작사 작곡한 이 노래는
피아노 치고 노래하며
앨범 작업에 참여했던
여자 보컬의 얘기를
노래에 담았습니다.
그녀를 짝사랑하던
남자 친구가 세상을 떠나고
그의 편지가 뒤늦게 도착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두헌이
커피숍에 앉아 노랫말을
적었다고 합니다.
◉세상을 떠난
연인을 잃은 허전함에
무작정 새벽 기차를 타고
낯선 곳에 내려
혼자 서 있는 모습을 통해
이 세상에 혼자 남은 슬픔을
나타냈습니다.
맑고 담백한 임형순의
목소리가 여전히
노래 속에 녹아들고
원곡자의 기타와 베이스의
연주가 노래의 맛을 살려줍니다.
중간에 살짝 들어간
‘호텔 캘리포니아’의 연주가
우울한 분위기의 감칠맛을
더해주기도 합니다.
다섯 손가락의 ‘새벽 기차’를
타고 떠나봅니다.
https://youtu.be/hETn7zngFsw
◉다섯 손가락과 컬래버할
여성 보컬은 신효범입니다.
이들이 골라 나온 노래는
조용필의 ‘모나리자’입니다.
조용필의 위대한 탄생에서
활동해온 독보적인 베이스 연주자
이태윤이 신효범을 적극 추천해
이루어진 조합이라고 합니다.
뛰어난 가창력의 소유자
신효범과 멋진 조합을 이룬
50대 후반 임형순의 열창도
박수를 보낼 만합니다.
밴드는 이두헌의 건치 연주
퍼포먼스를 비롯한 다양한 연주로
신나는 무대를 만들어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았습니다.
https://youtu.be/_DVwJhLQsLk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린
다섯 손가락의 히트곡으로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을
들 수 있습니다.
이 노래 땜에 당대 청춘들은
비 오는 수요일이면
빨간 장미를 사서 연인에게
바쳐야 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수요일은 일주일 가운데
가장 우울한 날이고
비 오는 날이면 장미향이
더욱 진하게 느껴져
프러포즈가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노래를 만든
이두헌은 실연의 아픔을
담아 만든 노래라고 합니다.
같은 대학 여학생에게
프러포즈했다가 딱지를 맞고
명동 근처에서 할머니가 파는
빨간 장미를 떠올리며
만든 노래라고 합니다.
◉대학방송국에서 후배가
이 노래를 틀면서
이두헌이 어느 과 어느 여학생을
위해 만든 노래라고
소개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여학생에게
연락이 와서 기대를 안고
만났더니 오히려 질책만 받고
두 번째 딱지를 맞았다고 합니다.
동국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했지만
버클리에서 음악 공부를 하고
서던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실력파 아티스트 이두헌입니다.
매력적인 저음으로 자신의
경험이 얽힌 노래를 부릅니다.
‘EBS 스페이스 공감’입니다.
https://youtu.be/EJ919YqGUsY
◉모두가 떠나고
이두헌이 One Man 밴드로
활동하던 때에 나온
그의 노래를 한 곡 들어봅니다.
1987년에 나온
‘이층에서 본 거리’입니다.
2층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한층 아래 거리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다른 세상의
일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창문을 닫으면 소리 없이
펼쳐지는 무언극 같기도 합니다.
여기에 착안해 노래를 만든
이두헌의 감각이 놀랍습니다.
낯선 그리움과
해묵은 그리움까지 담아
추억에 잠기게 만드는 노래입니다.
홀로 불렀던 노래지만
2년 전 다섯 손가락과
합을 맞춰 방송에서 부르는
노래로 들어 봅니다.
연륜이 쌓인 이두헌의 노래와
그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멋지게 어울리는 무대입니다.
https://youtu.be/3tl7is522SA
◉보컬 임형순은
또 다른 보컬인 이두헌과
추구하는 음악 방향이 달라
1987년 다섯 손가락을 떠나
솔로로 활동하게 됩니다.
그때 1집 솔로 앨범에
타이틀로 내세운 발라드곡이
‘이별을 느낄 때’입니다.
변진섭의 ‘홀로된다는 것’을
작사했던 당시 명품 작사가
지예가 노랫말을 쓰고
김지환이 작곡한 노래입니다.
지금은 대학 실용 음악과 교수로
후배를 가르치며
교수 동아리 밴드에서
활동하기도 하는 임형순입니다.
그도 역시 2년 전 방송에서
다섯 손가락 옛 동지들을 만나
솔로로 불렀던 노래를
이들과 합을 맞췄습니다.
https://youtu.be/sc4pR7-mxGw
◉기억 속의 밴드를
다시 만나
추억의 옛 노래를 듣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방송사야 추억의 밴드들을
경쟁시켜 놓고 불꽃 튀는
경연을 벌인다는 의미로
‘불꽃 밴드’란 이름을
붙인 모양입니다.
하지만 ‘불꽃’은
오랜 세월 음악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버리지 않고
여전히 활기가 넘치는
노장들의 모습 자체가
‘불꽃’인 듯합니다.
◉주말에 다시
막바지 무더위가
찾아온다고 합니다.
어떤 곳은 폭염특보가
내려지는 곳도 있겠다고 합니다.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2023년 여름 더위입니다.
주말 동안 그 무더위와
헤어짐의 아쉬움을 나눠보는
시간도 괜찮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