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전에 몽유도사 님께서 쓰셨던 '누가 덕만공주의 알몸을 보았나'를 허락을 받고 패러디 한 것입니다.
7세 이상 관람 불가 이옵니다.
그 점을 유의하시고, 부디 제게 돌을 던지지 말아 주세요! ㅎㅎ
(과자를 던져 주시면 코로 받지요!)
누가 덕만공주의 복숭아를 훔쳐 먹었을까. -추리 편
“왠 밟아 죽일 놈이야!”
맑고 화창한 아침에 덕만공주의 분노에 찬 고함이 궁궐안을 쩌렁 울렸다.
심성이 곱고 순박하며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많고 얼굴까지 어여쁜 신국의 덕만 공주.
매 해마다 자신의 자비를 털어 구휼미를 베풀어 주는 이 마음 따스한 공주님을 칭송하는 백성들의 말은 날마다 높다란 궁궐의 담을 넘어 공주님 본인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허나 이 공주에게는 한가지 아주 꽁하고 안아무인한 점이 있었으니…
바로
복숭아.
본디 복숭아라 함은 ‘신선의 과일’ 이라고 불릴 만큼 삼한을 불문하고 귀하디 귀했던 과일이다. 또한 오랫동안 낭도 생활을 했던 덕만이 공주로 즉위하기 전, 그 귀한 복숭아 맛을 보았을 리가 만무하다. 공주로 인정받고 한 신하가 선물로 보낸 복숭아를 한 입 베어 먹었을 때, 밋밋하게 잠이 덜 깬 눈과 나른한 자세로 자리에 기대어 앉아있던 덕만공주의 눈은 번쩍 뜨였다. 난생 먹어보는 이 복숭아 라는 것은, 마치 아이의 엉덩이와도 같이 뽀얀 속살은 부드럽기 그지 없고, 첫맛은 새초롬히 아삭하고, 한입 더 베어 물면 단맛과 신맛이 동시에 나는 것이 실로 천신의 과일이라고 할 만 했다.
그 이후로 덕이 많고 자비롭기로 소문난 덕만공주에게 모두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을 만큼 한 가지 꼬장꼬장한 면이 생겼으니,
언니인 천명이 놀러 와도 물론이요, 잘 생긴 화랑들이 찾아 와도 덕만은 당과나 떡 같은 다른 음식을 내어줄 수는 있어도, 귀한 복숭아는 감히 누가 조금 맛보여 달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게 하였다.
저번에만 해도 수을부 공이 저쪽 지방에 내려 갔다가 가져온 복숭아 두 개를 방에 몰래 숨켜 놓았다가 천명언니와 마야황후가 돌아간뒤 으슥한 밤중에 혼자 몰래 까서 야금야금 먹은 덕만이다.
헌데 이번에는 더더욱이, 그냥 복숭아도 아닌 천도 복숭아 두 알이 덕만에게 들어왔다.
마치 순결한 처녀처럼 수줍고도 요녀처럼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빤질빤질한 복숭아를 본 덕만의 입이 귀에까지 올라갔음은 물론이다. (이 모습을 본 한 시녀의 이야기는 두고 두고 전해져, 후세에 ‘붉은 마스크’라는 전설의 시조가 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해서 덕만은 저 쪽 구석에 있는 반고리 장 안에 몰래 숨켜 두었다가 내일 아침 일찍 먹어야지… 했는데 그만 그 애지중지하던 복숭아 두 개가 사라지고 만 것이다.
황금보다도 귀한 복숭아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안 덕만공주가 버선발로 공주궁 앞까지 뛰어 나왔다.
“내 이 놈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네 놈이 잡히기만 해 봐라.. 거기가 복숭아 색깔이 될 때까지 매우 때릴 것이다. 하여 비석도 없이!
무덤도 없이!
후세에 네 도둑놈의 이름은 단 한 글자도 남지 않으리라!”
발악에 가까운 덕만의 절규가 얼굴 모를 상대에게 퍼부어 졌다. 공주를 지켜보던 시녀들은 공주궁 위에 펼처진 마른 하늘에 순간 날벼락이 번쩍! 하는 환영을 본 듯 했다.
화랑들과 궁 안 사람들이 모두 수군거렸다.
사시에 궁궐 안 구석 구석에 덕만공주의 방이 나 붙었기 때문이다.
‘내 복숭아를 훔쳐먹은 새끼 자는 속히 자수해서 광명 찾으라. 숨기다 걸리면 즉참임. – 덕만공주 ’
“자네 먹었나?”
“이 사람아, 그걸 내가 무슨 수로 먹나?”
“자네, 아까 낮에 귀한 약재로 지었다는 보약을 갖다 드리러 덕만공주님 방에 들어가지 않았나?”
“예끼, 무슨 큰일 날 소릴 하는가. 그 때는 공주님도 계셨고, 내 뒤에 시녀들도 서 있었네.”
‘걸리면 즉참’ 이라는 서릿발같은 말에 괜스레 오금이 저린 사람들은 그날 내내 서넛이서 만나기만 하면 이 간 큰 도둑이 누구일지를 저마다 추측해보고, 그 담대함에 남몰래 감탄도 하였다.
방을 붙이고 두 시진이 지날 때 까지 범인이 나타나지 않자 고요히 기다리고 있던 덕만공주의 이미에 푸른 힘줄이 하나 돋았다.
그래, 참을 만큼 참았다. 내 마지막 자비가 끝났다.
모조리… 죽여주마.
“다음.”
덕만이 꼬장 꼬장한 얼굴로 오전에 그녀의 방에 들어갔던 사람들은 하나씩 문책하는 덕에 공주궁 앞에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은 하나같이 간이 오그라 드는 것을 느꼈다.
금일 아침 묘시에 일어나 복숭아가 안전히 있는 것부터 확인하고 다시 미시에 반고리 함을 확인하여 복숭아가 없어진 사실을 알기 까지. 사이의 시각은 대략 반나절.
그 중에,
아침 묘시 경에 일어난 덕만공주는 궁녀가 데워준 물로 소세를 했고, 몸 단장을 마친 후에, 아침 문안을 드리기 위해 황제와 마야 황후가 있는 인강전에 잠시 다녀왔다. 그녀가 자리를 비운 사이 그녀의 방에 들어왔던 것은 몇 시진 후 십화랑 회의에서 있을 급한 안건을 전해주러 온 알천랑 한 명 뿐.
공주궁에 돌아온 그녀가 홀로 식사를 마칠 때 쯤 귀한 약재로 지은 탕약을 가지고 의관과 의녀 두 명이 들어 왔었다. 하지만 그 때에는 덕만 공주가 방에 있는 도중이였고, 의관은 덕만이 잔을 비우는 것을 보고 빈 잔과 함꼐 돌아갔으니, 그나 의녀들이 범인일 확률은 미비했다.
얼마 전에 임신한 천명 언니를 대신해 덕만은 공주로서 혼자 십화랑 회의를 주관하기 위해 십화랑 회의장에 들어갔고, 꼬박 한 시진이 걸려 회의를 마친 덕만은 다시 알천랑, 월야랑, 비담랑, 유신랑과 공주궁으로 돌아와 함꼐 조금 더 담소를 나눴다.
점심 때가 가까워 오자 알천랑과 유신랑, 월야랑이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났으나, 비담랑은 뒤가 급하다며 조금 더 늦게 공주궁을 나왔다. 이 때, 덕만이 알천과 유신, 월야를 배웅하러 대청 마루 앞까지만 걸어나왔으므로 그녀가 방을 비운 시각은 불과 몇 분이 되지 않는다. 그 바로 직후에 뒷간을 다녀 왔다는 비담랑이 또한 공주에게 인사를 하고 공주궁을 떠났다.
화랑들이 돌아간 뒤 잠시 혼자 시간을 보내던 덕만은 점심 때가 되자 천명이 놀러 와서 함께 덕만의 장신구도 구경하고 담소를 나누며 함께 놀았다. 천명이 방에 머무는 내내 덕만은 그녀와 함께 있었다. 덕만이 천명과 장신구를 구경하는 중에 고할 것이 있다며 잡도둑으로 소문난 낭도 죽방이 잠시 덕만 공주를 찾았지만, 덕만은 방문 앞에서 그를 만나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를 돌려 보냈으므로, 죽방이 덕만의 눈을 돌린 사이에 그와 콤보로 다니는 고도가 몰래 들어와 복숭아를 빼내지 않았던 이상, 그들이 범인일 가능성도 극히 적었다. 게다가 방 안에는 천명 공주도 있었을 뿐더러, 고도의 몸이 몰래 움직이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은가.
물론 덕만이 방을 비운 도중에 그녀 방문 앞을 지키던 시녀들 중 하나가 들어와서 복숭아를 뺴 내 갔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방 앞은 덕만이 유일하게 완전히 믿는 단 한 명의 존재, 소화 유모가 함께 지키고 있었으므로, 공주 방 궁녀들이 범인일 가능성은 과감하게 배제한다.
아무에게도 정확한 증좌가 발견되지 않는 오리무중의 상황에서, 두 개의 복숭아가 실종된 고리짝을 다시 확인하던 덕만은 그 앞에서 연무장에서나 있을 법한 작은 돌, 하지만 조금 기괴하게 생겨서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한 모양의 자그마한 돌을 찾았다.
돌을 주워든 덕만의 얼굴에 악의적인 미소가 짙어졌다.
-------------------------------
명색이 추리 물이니 가장 먼저 범인을 맞춰 주시는 분께는 상품으로 저도 단편 리퀘를 받겠습니다. ^^ (제가 해 드릴 게 그것밖에 없어요. ^_T)
첫댓글 혹시 비담이 몰래 들어가 훔쳐 먹은것은 아닐까요 만약 비담이 범인이라면 덕만이한테 맞아 죽을일만 남았네요
안녕하세요, 이기성 님. :)
과연 범인은 비담일까요? ㅎㅎ
천명이 아닐까요-.-;; 임신해서... 급 복숭아가 땡겨서-.-;;;
화이트타마 님! 오랫만 이에요. :)
천명이 과연 범인이 맞을 지는, 흐흐. 담편에서 공개하겠습니다!
알천 아닐까요??? 아니면 비담이거나...
lye74님은 알천 주장!
의외로 반듯해 보이는 알천이 몰래 복숭아를 훔쳐갔을지도 모르곘네요. ㅎㅎ ^^
천명이 임신을 했다고 하니..천명일지도..아님 유신![?](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
선악 님도 천명을 의심하시는군요. :)
확실히 얌전한 공주가 뒤에서 호박씨를 까면 더 무섭겠지요? ㅎㅎ
전 소화유모가 범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돌맹이 두개는 트릭일 확률이 .....
돌맹이가 함정이긴 합니다! :)
만약 소화 유모가 진짜 범인이라면 집에 가서 칠숙과 같이 까 먹을 것 같지 않나요? ^^ ㅎㅎ
덕만의 복숭아를 누가 훔쳐 먹었는지 궁금하네요~ㅋㅋ
댓글 감사해요. 신화만을사랑할래 님. :) ㅎㅎ
어쩌면 덕만이 자기가 먹고서, 까먹었는지도 모르곘습니다. ㅋㅋㅋ
아니면 그 소설처럼 유신이 범인인데 유신이 비담과함께 짜서 알천에게 덮어 씰수도..........
앗. 그 소설을 기억하고 계셨군요. :) 저도 꽤 재미나게 봤어요. ㅋㅋㅋ
그럼 불쌍한 알천랑은 두 번이나 당하는게 되겠네요. ^_ㅠ
처음 읽자마자의 느낌은 임신한 천명이 복숭아에서 솔솔 풍기는 냄새를 맡고....할 수없이 손이갔다였는데
위에 쓰신분이 있네요...그래서 어차피 일등이 안되니 패쓰~
그다음은 비담이 뒷간갔다 늦게 온게 너무나 수상하여 비담이라 하려하였으나 비담도 떡하니 있으니 패쓰~
연무장에서 나온 돌이 키포인트인데....
유신 알천 위에 다~있으니 어차피 제가 일등을 할 확률은 제로...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아무도 안찍은 죽방과 고도의 합작으로 가야하겠네요
다음엔 몇시에 추리물을 올리겠다고 꼭 ~ 꼬옥~예고를 올려주시와요~
학실한건... 혼자있을 틈이 있었던건 알천과 비담, 천명 뿐이었고....
연무장의 돌로봐선 알천과 비담으로 좁혀지는 분위기?
근데 분명 미루나무님이 힌트를 곳곳에 뿌리셨을텐데도 못찾고 있는 저의
두뇌의 심각함을 절절히 깨닫고 있는중.....
곳곳에 품는 장면이 나와 추린지 코믹물인지 모르겠사와요~~
아이고오~ 시카님.
저는 제 두뇌의 심각함에 얼굴이 확확 타오르고 있어요. (..) ㅋㅋㅋ
본래 의도는 아~주 치밀하고 섬세한 두뇌 추리극을 만들자는 거였는데, 제가 쓴 글은 그냥 선착순으로 찍기 랍니다. ㅎㅎ
제 글을 부여잡고 저는 엉엉 웁니다~
아니면 자기가 모르고 먹은거 아닐까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
![ㅋ](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5.gif)
![ㅋ](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5.gif)
![ㅋ](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5.gif)
![하하](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46.gif)
하
그러고서 기억을 못하는 걸수도
말이 안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귀염더블 님의 말을 듣고 뿜었어요.
진짜 그랬더라면 허를 찌르는 결말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ㅎㅎ
ㅎㅎ 신선한데요~ 다들 거의다 예상을 하신듯 하니 저는 추리는 패스~ 하지만 재미있게 넙죽 잘 받아 먹었습니다^^
저도 감읍한 늦바람님의 댓글 넙죽 잘 받았습니다~ ^^
제목에는 추리라고 써 있는데, 추리도 없이, 사실 저건 찍기 입니다. ㅎㅎ
꺄~ 간만의 추리물이군요~~~ 저는 우리 비담이가 훔쳤다에 1표 걸겠습니다. 우리 덕만이가 마치 비담이가 영계비닭으로 불릴만큼 자기 닭을 짓이긴 사람을 모조리 죽여주마 했던 것과 장면이 곂쳐보는군요~ㅎㅎㅎ 복숭덕만이는 이미 범인을 알고 있는 것 같은데요.ㅎㅎㅎ 범인이 누군지 정말 기대됩니다>ㅁ<
블루문아쿠아 님의 복숭덕만이란 말이 너무 귀여워요. ㅎㅎ
복숭덕만이 범인을 알고 나면 과연 가만히 둘지 모르겠습니닷. :) ㅋㅋㅋ
크하핫. 이제 쓰셨군요ㅋㅋㅋ 제것과 달리 추리물냄새가 솔솔 풍겨서 재밌었어요.
덕만이 십화랑 회의에 갔을때 그자리에 없던 누군가가 훔쳐먹은거 같아요. 누구일지 궁금하네요?_?
다음편보러 휘리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