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에 눈을 떴다.
예전 같으면 큰 일을 앞두고 잠이 안올텐데 하나님은 나를 지극히
사랑하시는지 내게 주신 가장 큰 복이 있다면 눈만 감으면 1~2분내에 잠든다는 사실이
이때에도 그랬다.
단잠을 자고 일어나 저녁에 준비해둔 김밥 재료로 김밥을 만들고 사다놓은 갈비탕 국물을 뎁혀
자녀들을 먹였다.
5시까지 분장하는 곳에 가야 한다는 거였으니..
사위가 우리를 데리러 왔고 우리는 같이 차를 타고 분장실로 가서 각각 부르는대로 흩어졌다.
미용실로 끌려간 나는 " 머리를 어떻게 해드릴까요" ? 하는데 아무 생각없이 알아서 맡길
생각을 하고 온 나로서는
" 한복 입을때 올리는 머리 알아서 해주세요! "하고 나니 한복 입어도 머리를 원하는대로
하는것 같은데 평소 생각을
하고 올걸 후회가 살짝 되었지만 미용사가 알아서 해주는대로 가만 앉아 있었다
머리에 후까시를 넣고 스프레이를 뿌리는데 머리가 부웅~^^ 맘이 안들지만
다 하고 나면 뭔가 달라지겠지
했는데 어쩌다보니 뒤에서 총총히 실삔을 꼽는데,,수십개가 꽂혔고...
다 하고 났을때 옛날 심사임당 사진에서
보던 그 머리형태로 나이도 들어보이고 영 아니었지만 돌이키기에는 많은 시간과
공때문에 그럴수도 없었는데 넘 붕하다고 하니 살짝 스프레이만 뿌려주었다^^
화장하는 곳으로 데려가더니 화장을 하는데는 기가 막혔다
기미, 주근깨, 잔주름등을 싹 덮고 눈썹, 눈꺼플까지 화장을 칠하는데 서랍을 보니 화장품이 색상별로
용도별로 빼곡했다.
화장하는 그런 기술을 배우는 것도 큰 기술이고 예술이겠다 싶을 정도로 아주 노련하게 내 얼굴을
완전 다른 얼굴로 만들어 버렸다.
식장 식당쯤 오니 사돈부부가 왔는데 이제는 이력이 나서 혼자도 나는 자연스럽지만
그래도 그 순간순간 이럴때는 이 혼자라는 것이 좀 씁씁했다
인사를 하고 사돈이 대여해온 한복을 받아 한복 갈아입는 곳에서 입고....
식장으로 갔더니 시댁에 형님을 제일 먼저 봤는데...한복 예쁘다고....살도 안빠지고 그대로라며...
그러더니 여동생을 만났는데 " 언니..너무 이쁘다.."
남동생은 " 누나! 아직 살아있네.!! 멋져..."
머리 때문에 붕해서 챙피해서 꼭 티비 영화에서 장모라고 나오는 꼭 그런 스타일이었는데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친구는 " 너는 어찌 주름 하나도 없냐.....그러면서 눈들이 휘둥그레 졌는데...
그날 왔다간 친구들 말에 의하면 몇년전 모습 그대로 늙지도 않고 너무도 예뻤다고 그 말을
꼭 해주고 싶었다는 친구가 인옥이와 원숙이란 친구였다 ^^
아들도 분장을 하고 나왔는데 평소에 청바지에 티셔츠 하나 입고 직장 다니는 아들이
동생 결혼을 앞두고 안되겠는지 백화점에 가서 신상품으로 양복을 거금을 주고 사 입었다는데
분장까지 하고 아들도 정말 완전 달라보여 근사한 청년이 되었다..^^
딸은 평소에도 스스로 화장도 잘 하고 예리예리 하여 이쁘게 꾸미고 다녀선지 분장을 해도
내 눈에는 눈만 더 크게 보일뿐 크게 달라져보이지 않았지만 신부 예쁘다고들 칭찬이 대단하였다.
그날 아침 버스를 타고 부여에서 오신 87세 울 엄마^^
손녀 결혼식 보겠다고 몇 일 전부터 설레여서 이 옷 입었다 저 옷 입었다 하셨다는 ~~
식장 앞에는 여기저기서 보내준 축하 화환들이 죽 놓여있고...
생각지도 않은 옛 내 직장에 계셨던 분이 직장 관련 화사 대표로 되어있고 그 분의 축하화한이 있어
순간 감동도 왔다.
반가운 얼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10여년에 다녔던 직장에서 온 분들도 넘 반갑고 고마웠다.
결혼식이 시작되었는데 신랑측 어머니와 내가 동시 입장하는 것이 첫 순서였다..
나는 앞만 보고 한복이 끌릴까 조심스러워 잡고 바로 걷기만 했는데 나와 손 잡은 신랑측 엄마는
하객들을 향해 인사를 하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걷더라고 한다..
촛불을 켜고 ,..인사를 하고....내 옆에는 내 남동생이 앉았다.
그걸 보고 식이 끝나고 옛 내 직장 다니는 분이 와서는 " 네 옆에 앉았던 분이 누구야?
" 남동생이지.." " 나는 또 누구 생긴줄 알았어...^^"
남동생이 앉아있으니 혼자 앉은것 보다 보기가 좋았다...
혼인 서약 ..주례사...축가...친구들 편지............신랑신부 인사........안아주기..사진찍기...
식은 순식간에 끝났다
친구들 사진찍는데
딸 직장 친구등이 80여명이 왔는데 젊은애들이 왁자지껄했다
사위쪽은 몇 명이 왔는지 볼 시간도 없이
피로연에 다니며 인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음식들이 맛있다고들하니 더욱 기분이 좋았고.....
시골 동창들이 부여에서 이 바쁜 농사철에 버스를 타고 올라와서..
식당의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었고
나를 초등때부터 대학때까지 나만 짝사랑했다는 동창도 왔는데...
그 친구가..." 어..예쁘네..." 이제 장모 됬네..."
" 그러게 나도 어느새 장모가 됬다...^^"
또한 나를 애들 아빠 소개시켜준 초.중 친구도 오고 그 동창의 남편(내 남편과 대학 동창)
도 함께 와서 우리 자녀들의 성장한 모습을 많이 흐뭇해하고 진심 축복해주었다..
나 혼자 되어 살아가는 동안 마음으로 가장 많이 울었을 그 친구 부부.,...
우리 집에 오고 싶어도 애들 아빠 생각날까봐 못 왔다는 그 친구...
그 친구가 축의금도 거금을 했다.
시가쪽 친정쪽..,.옛 직장 동료,.,.친구들 ..하여 나의 손님이....60여명~~
160명 식권을 준비해 두었는데....계산해보니...143명이고 아이가 3명이라 했다..
우리 세 식구까지 하면 146....
예상을 많이 빗나가지 않아서 좋았다...
식이 끝나고 계산하러 와라 하여 한복 입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평생을 뛰며 살아선지 예식장에서 한복입고도 뛰어야만 했다..
가끔씩 살아가면서 자신이 흐뭇할때가 있다..
자녀들이 성장할때마다...군대 갈때 대학갈때...취업할때...결혼할때..........
그날 눈물날까 걱정은 완전 기우였다
눈물은 커녕 사람들 만난 즐거움과 반가움에 하루종일 미소를 머금고 다녔더니 사촌오빠가
신나 보인다고 했다..
" 오빠 나는 사람만 보면 너무 좋거든..."
이 한 순간을 위해 나야 뭐 별 힘쓴것 없지만 딸 보니 그 준비과정이 너무너무 고단해 보였는데
보고 싶은 사람들 한꺼번에 이리 보니 참으로 반갑긴 하였고 고맙기도 했다..
후원과 오신 모든 사람들에게
그 관심과 사랑의 마음은 우리 가족에 큰 힘이 되었고
평생을 잊지 않고 늘 기억하며 살아가겠다고........답례 인사를 드렸다...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여기까지 오게 해준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내일은 교회가서 감사헌금좀 듬뿍 내려고요 ^^
드디어 따님결혼식해치웠군여ㆍ 축하드려요ㅎ
예행 연습이라 생각하고 상세하게 유념하며 읽었네요ㆍ
저두담달이면~^^
그러게요 해치웠어요^^
라기님은 다음달이군요...
딸이 떨린다고 우황청심환을 사와라 어쩌라 했는데
먹지도 않았는데
빨리 실수 없이 끝내야겠다는 생각뿐이고
떨릴여유도 없어요 ㅎ
라기님도 결혼식 잘 치루시길요..!!
축하드려요~~
네 감사합니다 꿈동산님..^^
축하드리며 수고하셨습니다.
손님 많이 초대해놓으니까 부담이 확 되긴 했어요 감사합니다..
수고 하셨어요~~~^^
행복하게 잘사실거에요 흐믓
시간이 지나면 그 날의 기억도 다 없어질까 하여
주저리 주저리 써놨아요 ㅎ
큰일 치루셨군요
따님 사위 모두 행복하길 바랄게요 푹 좀 쉬시구요~
월드콘님 감사해요..
큰 일이라는게 이런것이긴 하더라고요
일단 손님을 초대했으니..
그게 참 마음에 부담이 많이 되었었고요,,
그래서 이번에 생각한 것이
스몰 웨딩이 좋겠단 생각도 했어요..
단 사람을 한꺼번에 보고 싶은 사람들 다 못보긴 하지만요
부담은 없겠더라고요...
따님 결혼식 치루시느랴 애쓰셨네요.
글 읽어내려가면서 보니, 늘빛님께서 아주 훌륭하고 여유 넘치게 혼주 역할을 잘하신것 같아요.
그동안 애 많이 쓰셨습니다^^
혼주 역할 잘 못했어요^^
실수를 했거든요
뭐냐면....자녀들이 부모님들에게 인사를 할때 안아주는 장면이 있잖아요
맨 처음에 딸이 내게 다가왔는데 어떨떨하고 딸은 저 쪽에서 안아주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정쩡하니 좀 잡는 정도? 못 안아줬고요 사위만 꼭 안아줬는데요 ㅎ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면 다시 꼭 두번 세번 안아줄라고해요 ^^
축하합니다
늘 하나님의 은혜로 사시니
자녀분들도 그 은혜로 잘살겁니다
곤단했지만 자녀를 키워서 짝을 맺여보내시니
큰 기뿜을 얻으셨네요
감사합니다
그러게요
늘 하나님 은혜로 살아가니 딸도 은혜
많이 받으며 살기를 바라고 있네요
사람의 힘으로만 살기는 넘 어렵거든요
오늘에야 이제 내 곁을 떠나 딸을 사위 품으로
온전히 보냈구나 싶어요
신혼여행 다녀오구 오늘 신혼집에 들어갔거든요
살림살이 손 봐 주고 이제 내 집으로 가는
중입니다
이제. 한 시름 놓을거 같아요
부모노릇 쉽지는 않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