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13. 3:48 PM
거리 : 4.3 km
소요 시간 : 2h 8m 2s 이동 시간 : 1h 45m 12s 휴식 시간 : 22m 50s 평균 속도 : 2.4 km/h
총 획득고도 : 222 m
최고점 : 518 m
난이도 : 매우 쉬움
20년 교우의 입관예배를 인도하다.
올 겨울 다섯 번째 이별이다.
겨울에 떠나는 사람이 많으니 겨울이 싫어진다. 두려워진다.
울적한 마음에 아내와 함께 남한산성을 한바퀴 돌기로 하다
https://www.ramblr.com/web/mymap/trip/390916/5235985/
두살 아래인데 20년 넘게 한결 같았다. 나 은퇴 후엔 바둑 친구도 되었다.
며칠 후, 며칠 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80이 넘으니 며칠 후가 정말 며칠 후로 다가온다
검은 상복을 입은 미망인을 보니 나 죽은 후 일곱 아래의 아내의 모습이 겹쳐보인다
일곱 아래. 평균 수명 일곱살 차이. 열심히 걸어서 할 수 있는 한 오래 있어줘야 하겠다.
자식이 아니라 아내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으로 보면 부부는 하나임이 실감되다.
주차장. 평일 3천원. 멀리 남한산성 행궁
비석숲 혹은 비석군; 이젠 죽은 후에 비석을 기대할 수 없는 시대에
1863년에 세운 흥선대원군 영세불망비가 첫 번째라는 것이 비석군의 신뢰도를 의심케 한다.
신뢰도라기 보다는 어쩌면 주관적인 평가라고 하는 게 맞을 수도 있겠다
광주유수를 거쳐 대제학·이조판서·영의정을 지낸 조선 후기의 문신 심상규(沈象奎, 1766~1838)를 포함.
백성에게 선정을 베푼 역대 광주유수·수어사·부윤·군수 들을 기리는 송덕비들이다.
전국을 여행하면서 희한한 송덕비를 많이 보아서인지 좀 부정적 선입관이 생겼다.
그저 모든 송덕비들이 걸 맞기를 바라고 진정한 송덕비가 많이 세워지기를 기대할 뿐이다.
심상규와 추사 김정희와의 복잡미묘한 관계를 생각하면
편가르기와 독선과 논쟁과 다툼과 부귀영화가 다 부질없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공맹님보다는 노장님에게 호감이 가게된다.
지화문(남문)밖 네 그루의 신선 같은 보호수가 있었다.
올 때마다 시선이 갔었다
아마 두번째로 나이가 많을 것이다.
지화문(남문); 평화에 이르기를 바라서 지은 이름.
정조는 누구의 평안을 위해서 지화문이라고 명명했을까
첫번재로 나이가 많았던 540세 고사목이 있던 자리.
어느 때인가 부터 보이지 않는다.
밑둥만 남아 있다. 보어하니 톱으로 베어냈다.
나무무덤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다.
이제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이젠 세 그루만 남았다.
남은 나무 셋이서 눈물 흘릴 듯하다.
2020년 9월 3일 사진;
2016-8년까지는 완전히 죽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2021년 어느날 베어낸 것 같다. 왜일까. 꼭 그래야만 했나.
이곳에 있던 나무 이야기를 알리는 표시라도 남겼으면 좋았을 것을
기회가 되면 시청에 찾아가서 건의를 해야겠다.
만들어 준 철 지팡이에 의지하여 오랜동안 버텨내던 모습
내게는 늘 '마지막 잎새'처럼 느껴졌는데.
참 아쉽다. 매정하다.
좌편 길을 피하여 우편 가장 편한 산책길로 걷다
언젠가 저렇게 혼자 걷게지
생각하면 저절로 울컥해진다.
이제는 내 팔을 더욱 의지하는 아내가 짠하다.
물론 겸사겸사해서 끼는 팔짱이지만
제6암문
뿌연 하늘. 거의 언제나 뿌옇게 보이는 회색빛 롯데타워.
좀 컬럼풀하게 바꿀 수 없을까?
여기 소나무들은 언제 봐도 좋다
청량산 수어장대:
계단 오르내리는 걸 힘들어하는 아내가 날보고 올라가서 사진 찍고 오란다.
오늘만은 멀리서 한장 찍고 아내에게 맞추어 함께 걷기로 하다.
까만 점 같이 보이는 아내. 늘 마다하지 않고 포즈를 취해준다.
요즘 들어 부쩍 함께 걷자고 보챈다. 무릎도 시원치 않으면서.
54년을 함께 늙어가면서 든 정 때문일 게다
늘 고맙다.
과부의 유복자 독녀.
아껴주던 친정엄마와 시어머니가 떠나신 후엔 바라볼 사람은 나 밖에 없다.
내가 오래 곁에 있어줘야 하는데.
솔나무. 솔그늘. 솔냄새, 솔낙엽, 솔바람.
오늘은 솔바람이 차다.
주머니 속에서 마주 잡은 아내의 손이 차다
오늘은 부부 바위 같이 보인다.
내가 저렇게 믿음직스러웠을까
우익문(서문): 인조가 삼전도로 내려간 문.
좌편 오르막 성벽 모퉁이가 남한산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의 황혼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 문을 나설 당시의 인조 임금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또 화친파와 주전파 신하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인조의 우유부단함과 우왕좌왕에 속이 상하다가도 그의 일기를 보면 동정심과 측은지심이 생긴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교인인 내가 보기에도 보기 흉한 시멘트 십자가.
아마도 30여년 전 영락여자신학교 시절에 세웠을 듯하다.
하긴 저것도 백년 후에는 기념물이 될지도 모른다.
공사 중인 전승문(북문):
무지한 지휘자의 명령을 받아 떠밀리듯이 나갔던 3백여명의 조총부대가 몰살당해서 돌아오지 못한 문이 되었다.
남한산성에는 식당도 카페도 많다
졸졸졸
아말피카페: 아이스크림 5천
팔짱을 끼고 산책을 하고 나니 기분이 엎되었다
좀 쉬어가자고 하니 그러잔다.
이심전심이다.
추억의 단팥죽 7천
스마트폰으로 딸이 연주하는 피아노를 감상하며 아이스크림을 먹다.
주인장이 스피커와 연결해 주신다. 음감이 좋다.
주인장은 색연필 그림쟁이이시다, 게다가 자전거여행쟁이.
시도 쓸 것 같은 분위기의 좋은 인상이다. 모두 그의 작품이다
갤러리도 있고,
음악 감상 모임도 종종 있다고 한다.
나오니 그사이 싸늘해졌다.
다음 주 어느 날 시간이 있으니 경복궁-청와대 산책을 하잔다.
그날 약속이 있는데 어쩌지.
남한산성 공원. 딱 4km 걸었다. 아내에겐 딱 적당한 거리다.
추운지 아내가 빠른 걸음으로 주차장으로 향한다. 아내는 추위에 약한 편이다
걷는 동안에 죽음을 잊었다. 참 희한하다
첫댓글 남한산성이 그려지며 글에서 느껴지는 연민~
자주자주 좋은시간 함께 하시길.,,,
규모님 처음 뵙습니다. 반갑습니다.늘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둘다님, 노익장을 응원합니다.
https://v.daum.net/v/20230302091631160
백작님 반갑습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글이 잔잔하게 다가옵니다. 저두 어린나이지만 올해 일흔이 되니 생각이 많아집니다. 시간내어 남한산성을 조만간 둘러보고 싶습니다.
제원님 반갑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남자는 70부터 철이 들게 되는 듯합니다.ㅎㅎㅎ
행복하시기를
맑은 향기가 흐르는 글 한자한자 새겨가며 읽었습니다 ㆍ
두분 건강하십시요 ㆍ
추소리님,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둘다님
여강길에서 뵙고 오랫동안 못뵈었네요.
글로나마 뵈오니 반갑습니다.
베트남후기에선 사모님이 건재하셨던것 같은데
걱정하시는 모습에 저도
생각이 많아지네요.
두분 내내 좋은시간을 갖으시길 바랍니다.
자룡님. 반갑습니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한 지 3년이 되어 가는데 아직 불편해 합니다.
그래도 만보 걷기는 잘 감당하고 있습니다.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멋진 사진솜씨와 글 솜씨...
그리고, 역사 지식과 평가...좋아요!!
두분 건강유지 하시면서 긴 情을 나누소서~^^
철마산님 반갑습니다.
칭찬과 축복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