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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함평군 해보면 상곡리 모평마을
대숲소리와 흙돌담이 어우러지는 천년 한옥마을
환경부로부터 자연생태복원 우수마을로 지정되고 전라남도로부터 행복마을로 선정된 모평마을은 요즘 한옥 스테이로 인기가 한창이다. 조선 세조 때 윤길(尹吉)이 개촌(開村)한 함평 모평마을은 파평윤씨 집성촌이다. 해보천이 흐르고 임천산이 감싸 안는 아늑한 마을로 야생차밭과 왕대밭 사이를 훑고 지나는 바람소리가 청초하다. 흙돌담을 따라가면 100년 전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평헌과 아직도 송진이 배어나는 130년 전통의 오윤열 가옥, 귀령재(歸潁齋) 현판이 멋들어진 파평윤씨 종가를 비롯 소풍가, 풍경소리 등 현대식 시설을 갖춘 한옥까지 합세해 다양한 한옥이 오롯이 들어서 있다. 저녁이면 해보천 물안개와 더불어 방풍림으로 조성된 팽나무 느티나무 왕버들 등 수령 300년의 고목들 사이로 보이는 노을이 황홀하다. 어둠이 깊어지면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보자. 짙푸른 산야가 어스름하고 개울물 소리가 정겹다. 따끈한 아랫목에 누우면 문살 사이로 스미는 은은한 달빛에 취해 잠이 든다. 아침이면 임천산 산책로를 따라 오죽군락지-야생죽로차밭-편백나무, 왕대나무 숲-조릿대 숲을 지나 마을 뒤편 정자로 이어지는 길이 근사하다. 아이들은 시골집에 온 것처럼 체험으로 신난다. 이곳 대청마루에 앉아 천년세월 맑은 물을 솟아내는 안샘을 길어다 녹차 시루떡을 만들어도 좋고 부채에 민화를 그려도 좋고, 영양재(潁陽齋)에 올라 마을을 내려다보며 시 한수를 읊어도 좋겠다. 여기에 연하고 맛깔스런 한우요리가 더해지니 함평여행은 신명나고 황홀한 여행이 될 수밖에 없다.
경남 산청군 단성면 남사리 고가마을
봄이면 매화향기 그윽하게 퍼진다
경상남도 산청에는 남사마을이 있다고 할 정도로 남사예담촌은 양반마을, 전통 한옥마을로 통하다. 남강으로 흘러드는 사수천이 마을의 북쪽을 반쯤 휘감아 돌아가니 풍수에 문외한인 사람들이 보더라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자리에 사람들이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민들은 마을의 앞뒤에 솟은 당산과 니구산이 서로 머리와 꼬리를 무는 쌍룡교구의 형상을 하고 있어 큰 인물이 많이 나올 형국이라고 자랑. 또한 마을은 반달 모양을 하고 있어서 옛날부터 이곳 주민들은 마을 중심부를 그 무엇으로도 채우지 않고 우물을 파는 것도 금기시 했다고 한다. 남사예담촌의 ‘예담’은 옛스런 담이란 뜻을 가진 말이지만 그 안에는 담장 너머 숨어있는 우리 한옥의 아름다움, 또는 옛날 선비들의 기상과 예절을 발견해보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특히 봄날에 가면 좋은 것은 마을 안에 7백년 된 원정매의 후손 매화나무가 꽃을 피워내 여행객들을 선경으로 이끈다는 점이다. 남사예담촌이 들어선 남사마을에는 약 135 가구에 약 3백40명의 주민이 거주하며 논농사, 밭농사, 딸기재배 등으로 생활을 유지한다. 한옥은 약 30여 채 정도이다. 그러나 뜻밖에도 한옥숙박체험이 가능한 고택은 아직 그리 많지 않다. 현재 사양정사 옆의 고가집과 이씨고가에서만 여행객들의 한옥숙박체험이 가능하다. 고풍스런 한옥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단속사지의 정당매, 산천재 앞뜰의 남명매까지도 만나본 뒤 대원사, 내원사, 구형왕릉 등 문화유적지를 두루 둘러보면 산 높고 골 깊은 산청의 후덕함에 푹 젖어들고 만다.
경북 안동시 와룡면 오천1리 군자마을
600년 조상의 숨결을 느끼다
안동시 와룡면 오천1리에 위치한 군자마을은 광산김씨의 집성촌이다. 광산김씨는 전라남도 광산을 근거로 하는 거족(巨族)으로 영남에 안동권씨가 있다면, 기호에 광산김씨가 있다고 할 만큼 그 세가 대단했던 가문이다. 이는 조선시대 문과급제자 수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광산김씨 중 조선시대 문과에 급제한 이는 모두 265명. ‘인다안동(人多安東)’이라 불리는 안동 전체에서 배출한 문과급제자 수가 366명이니 한 가문으로써는 대단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오천리가 군자리라 불리게 된 것은 입향조인 김효로의 종손과 외손 7명이 ‘오천 7군자’라 불린 데서 그 연유를 찾을 수 있다. 이들 모두는 퇴계의 제자로 한강 정구선생은 오천마을을 두고 ‘오천 한 마을 군자 아닌 사람이 없다’고 감탄해마지 않았다 한다. 7군자 가운데 대표적 인물로는 김부필(1516~1577)을 꼽을 수 있다. 호는 후조당(後彫堂), 퇴계가 극진이 아꼈던 수제자로 군자마을 정면에 자리한 고택이 후조당 종택(중요민속자료 제227호)이다. 퇴계 선생은 자신이 아끼는 제자를 위해 손수 현판을 써 주었는데, 별당 대청에는 퇴계의 친필 현판이 당시 모습 그대로 아직껏 걸려있다. 큰 방과 작은 방 그리고 대청으로 구성된 후조당 종택의 별당과 사랑채는 현재 고택 체험이 가능한 열린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물론 숙박도 가능하다. 장판을 깔고 전기를 놓은 것 외에는 모든 것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어 조선시대 양반가에서 하루 밤을 보내는 멋진 경험을 해볼 수 있다. 화장실과 세면실은 건물 밖 별도의 공간에 마련돼 있다.
전남 영암군 군서면 구림마을
거대한 기덩어리인 월출산 자락 고택에서의 하루
월출산은 사방백리에 큰 산이 없어 들판에 마치 금강산을 떼어다 놓은 듯한 장대한 돌산으로 지상의 기를 모아 하늘로 솟구치는 형국이어서 흔히 영암을 ‘기의 고장’이라 부른다. 좋은 기가 모이는 곳에 인물도 많아 구림전통마을은 일본에 천자문을 전한 왕인박사와 풍수지리대가인 도선국사를 배출한 곳으로 전통 기와집과 정자, 정겨운 흙담과 가마터 등 마을 전체가 살아있는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런 월출산의 기를 제대로 느끼려면 월출산이 훤히 보이는 고택에서 뜨끈한 구들장을 지고 하루를 보낸다면 월출산의 정기를 제대로 받을 수 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되어라’란 의미의 안용당은 340년 역사를 품은 한옥민박집으로 서까래와 황토구들장을 보면 소박한 한옥의 정서에 푹 빠져들게 된다. 장독대, 산책로, 호수가 울창한 숲과 함께 어우러져 근처가 거대한 삼림욕장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450년 동안 대동계의 집회장소인 대동계사는 단정하고 규모가 커서 단체여행객이 머물기에 적합하다. 왕인박사유적지, 도갑사가 가까이 있어 답사여행지로 손색이 없으며 짱뚱어탕, 갈낙탕 등 남도별미는 영암여정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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