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하넬
메일 : hjmpshlove@hanmail.net
카페 : http://cafe.daum.net/gkspfloves
내가 사랑에 눈을 떴을때..
그땐 이미 늦어 버린건지도 모른다..
땅을 치고 후회해 봤자..
돌아오는 건 눈물뿐이라..
혈향(血香).. 31편
화가 났다..
그의 마음을 읽지 않고서도...
표정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화가났는지..
짐작할수 있었다.
물론... 성현의 마음은
읽고 싶은 생각도 없으니까...
그녀가 그를 위한 최대한의 배려임을...
갑자기 자신의 어깨를 세게 부여잡은 성현의 행동에
유화의 이마가 아픔으로 일그러졌다.
"왜..왜 이래요......"
"시끄러워."
"....성현.....!!!"
그녀가 벗어나려, 그의 손을 다소 세게 쳤지만..
그럴수록 그의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사실대로 말해봐.
왜 그동안 나에게 기다리라고 말했었는지."
그녀의 몸이 점점 작게 움츠려졌다.
"모...못해요.... 그건..."
그녀가 시선을 회피하려.. 고개를 숙였다.
"말 못합니다.."
그의 입가에 잔인할 정도로.. 차가운 웃음이 띄워졌다.
"내가 말해줄까?"
그의 말과 끝남이 동시에..
성현이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침대로 넘어뜨렸다.
"...성현!!!"
그가 점점 다가오자..그녀가 겁에 질린듯 침대시트를 세게 부여잡았다.
그런 그녀의 가녀린 손목을 단번에 낚아 채는 성현.
"아..!"
미약한 소리를 내며, 그녀가 아픔으로 인상을 구겼다.
"성현... 왜 이래요..."
"말했을텐데? 넌 언제든지 내 소유물이라고."
"기다려 준다고... 그랬잖아요..
.....성현.."
곧, 그녀의 얼굴이 울먹일듯.. 벌게졌다.
"훗.. 기다릴 이유가 이제는 없어졌으니까."
"...!!!!"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훗.. 그래서 내게 너의 몸을 내어 주기 싫다고?"
"그...그게...무슨..."
유화는 도저히 그가 무슨말을 하는지 몰라,
고개를 갸웃 거렸다.
"잡아 떼는 거야?..
내가 분명 들은게 있는데!!!"
그가 유화의 뒷 머리칼을 세게 휘어잡았다.
"읏..!!"
"너가 언제까지 떳떳할수 있는지 보자구.
또다시 사랑타령을 할수 있는지 두고 보겠어."
조금의 부드러움도 없이..
그녀의 살짝 열려진 붉은 입술 사이로..
그의 매끄러운 혀가 거침없이 들어왔다.
마치 정신을 혼미하게 빼놓는 듯한..
저만치.. 타락에 빠져버리게 만드는.. 그런 느낌..
처음 겪어보는 생소한 느낌에 그녀가 무척이나 당황한듯...
몸이 흠칫 떨렸다.
생각한것보다 더 많은 달콤함을 안겨주는 구나..
내 이토록 얼마나 갈망을 했는지..
성현은 놔주려는 생각이 없는듯 해보였다.
- 너의 몸을 지켜야만 한다.
이를 어기게 된다면.. 나는 너를 버릴것이다.
모든것을 잃을 것이다.
그를 지킬 힘이 너에게 사라질것이다.
유화는 무서움에.. 혹은.. 도저히 그를 막을수 없음에...
그의 가슴을 세게 밀쳤지만..
성현의 손에 의해 단번에 결박 당해버린다.
점점 더 거칠게 파고드는 그의 입술에 그녀가 숨이 막힌듯..
곧, 두 눈가를 타고 눈물이 흘러 내렸다.
성현은 그런 그녀의 눈물을 보며,
잠시 입술을 떼었다.
방금전의 열기로 인해..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거친 숨소리가
고요한 방안에 가득 울려퍼졌다.
"흑....흐읍......"
유화의 입에서 결국은 흐느낌이 터져버리고 말았다.
그녀의 울음에..
짜증난다는 듯이, 성현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왜...
너는 나에게 그리도 안기기 싫은 거야..
아무리 너가 약한척을 한다고 해도
난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내것이라 한번 말한건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아!!!
"그를 사랑해?"
성현의 입가에 자조섞인 웃음이 띄어졌다.
"무...무슨........"
"그래서 내게 이리도 반항을 하는 것이냐고..
잡아 뗄 생각은 추호도 하지마!!!"
성현의 큰 고함소리에 유화의 눈이 놀란듯 커졌다.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성...현...."
다정다감하기만 하던 성현이..
한순간 돌변한 태도에..
그녀가 무척이나 겁이난듯 작은 어깨가 크게 떨렸다.
"저...저는....."
"너를 놔줄 생각 없어."
"성현!!!"
"너가 말하는 사랑이 어떤건지 보여줘.
네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내가 지금 너를 원하는 만큼..
내게도 보여줘. 힘들거 없잖아?"
성현이 그녀의 가녀린 몸을 짓눌렀다.
"그에게 당당해질수 없도록 만들어 주겠어."
"....폐하...!!"
안돼.... 제발!!!
"성현이라고 불러."
"싫어요...
나빠요.....흐읍...
.......폐하는... 너무나 나쁘십니다...."
누가 나쁘다는 거야..
날 속인게 누구인데.. 지금 그런말을 하는 거지?
왜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거야?
그렇게 순수한척 하지마..
또다시 날 속아 넘어가게 하려 하지말라고!!
내가 사랑에 눈을 떴을때..
그땐 이미 늦어 버린건지도 모른다..
땅을 치고 후회해 봤자..
돌아오는 건 눈물뿐이라..
혈향(血香).. 32편
차가운 달빛이.. 창가를 넘어..
두사람의 모습을 내비췄다.
- 너의 몸을 지켜야만 한다.
이를 어기게 된다면.. 나는 너를 버릴것이다.
모든것을 잃을 것이다.
그를 지킬 힘이 너에게 사라질것이다.
나는 너를 버릴것이다.....
나는 너를 버릴것이다.......
'신이시여...'
제발.....
아무 대답이라도 해주세요....
고요한 침묵속에 그녀의 가냘픈 흐느낌만이 울려퍼졌다.
분노로 인해.. 질투심으로 인해
그녀를 한순간에 안아 버렸다.
분명히 내것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갖고 싶어하던 널 갖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달콤함을 안겨주었는데..
그런데....
이 허전한 기분은 뭐지..
뭔가 삐뚤어져가는 더러운 느낌은 뭐냐고..
..............왜........
"그에게 미안한거야?"
"......."
움직이지도 못할만큼의 고통으로.. 그녀가 침대시트만 세게 쥘뿐..
아무런 말조차 내뱉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도대체... 아까부터.....
"나에게 몸을 내주기 그렇게 싫었던 거야?"
아니예요...
성현...
내가 당신을 더 원했어...
그렇지만...
당신을 지켜드릴수가 없잖아요...
"...왜....."
말조차 제대로 내뱉지 못할만큼..
아픔으로..그녀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 왜.. 도대체..
당신은 무슨말을 하는 거예요...."
"........"
"내가 전혀 못...알아 듣는 말을... 하는 거야..."
"훗.."
그의 차가운 웃음소리에.. 그녀의 몸이 흠칫 떨리었다.
"모른척 하는 거야? 아직까지..?
그럼 현이와 대화를 나눈것은 뭐지?
나에게 몸을 줄수 없다고 말한건 뭐였느냐고!!!"
"..그...그건...."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순결을 지킨다..
헌데 이를 어쩌나.. 내가 너를 갖고야 말았으니.."
그녀의 얼굴이 당황스러움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마는 성현.
"훗.. 거짓은 아니였나보군."
"성현..!! 그것은....!!"
그것은......
"그만. 이제 그만해."
그가 왼손을 들어 올려, 유화의 다음말을 제지 시켰다.
"...성현......"
뭔가... 오해가 있는 거예요....
난 누군가를 사랑해서 몸을 내주지 못한게 아니라..
당신을 지키기 위해서...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러기에..
나를 지킨것인데...
모든것은 당신으로 인해서.... 그런것인데...
성현이 굽힌 몸을 일으켜,
문쪽으로 다가갔다.
"이만 자. 늦었어."
"성....!!"
쾅....!!!
차가울 정도로 문이 세게 닫혔다.
"성현......"
나.. 이제 당신 사랑한다 말할수 있는데...
냉정한 그의 태도에..
뭔가 단단히 오해가 깊어 버린 이유로..
그녀의 뺨을 타고.. 서글픈 눈물이 흘러 내렸다.
하지만...
이제 내겐 아무런 힘도 남아 있지 않네요..
당신 곁에 머무를 이유가.. 나에겐 남아 있지 않아요...
.
.
.
"어디 아프신겁니까..?"
"아닙니다..."
유화가 힘이 없어 보이자...
현이가 무척이나 걱정스러운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현이님...."
"예.."
유화의 감은 두눈 사이로.. 눈물이 흘러 내렸다.
"..유..유화님!!!"
그녀가 부드러운 비단 옷 소매로 유화의 눈가를 살며시 쓸었다.
"왜 또 우시는 겁니까..
무엇을 보았습니까..."
유화의 고개가.. 미약하게 내저었다.
"볼수가 없어요...
....이제 두번 다시는...."
"볼수 없다니요..."
유화의 얼굴에는 슬픈 빛이 역력했다.
"........"
"..제가......
폐하의 것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예?!!"
유화의 말에 현이가 무척이나 놀랜듯 두 눈이 크게 떠졌다.
"하...하지만... "
"이제.. 저는 평범합니다..
저에겐 그를 지킬 힘이 남아 있지 않아요..
물론 이 나라조차..."
"유화...."
"왜.... 도대체 무슨 오해가 있었던 걸까요.."
"오해라니요..."
오해..?
현이의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다.
"저도.. 모르겠어요...
다만 그가.. 무척이나 화가 났다는 것만 알아요...
폐하께서... 저에게 화가 나셨습니다..."
유화의 고개가 점점 아래로 떨구어졌다..
"제가 그를 원했어요...
그보다.. 제가 더 그를 사랑하고..
더 원했습니다..."
"..........."
"어짜피.. 신기 따위야..
오래전에 저버릴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
또다시..
그녀의 눈동자가 아픔으로 젖어 들었다..
"말도.. 못했어요...
그에게.. 사랑한단 말조차 하지 못했어요..
그게 다만...
마음이 아플 뿐이죠..."
"유화..님...."
그깟 신기 따위야.. 애초에 없었더라면..
지금 당신은 이토록 아프지 않을텐데..
한없이 아프고, 한없이 그를 지켜주고..
또.. 한없이 사랑을 주고...
헌신적입니다.. 정말..
유화 당신은... 나만큼이나..
너무나 안타까운 사랑을 하고 있군요...
사라지지 않기를...
네 기억속에서
내 이름 세글자가 지워지지 않기를....
혈향(血香).. 33편
나무잎 사이로 내비치는 약한 햇살에
그녀의 눈살이 살짝이 찌푸려진다.
곧... 비가 올것만 같아...
햇살은 내리 비쳤지만..
간간히 먹구름이 낀 하늘로 그녀가 손을 뻗었다.
"...성현........"
왜... 한번도 와주지 않아요...
성현...
너무나도 보고 싶은데...
당신이.. 너무나 그리운데.....
그녀의 눈가에 안타까운 눈물이 조금씩 스며 들었다.
그만 방으로 돌아가려 걸음을 돌리는 순간,
저 멀리서 누군가 한껏 자태를 뽐내며 걸어오는 형상이 보였다.
그 형상이 점점 그녀에게 다가오자,
유화의 안색이 굳어져 갔음이 보였다.
저절로 고개를 숙여지게 만드는 사람...
"...은휘님......."
은휘는 고개숙인 유화를 보며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어본다.
"다들 자리를 물르거라."
은휘의 말에..
시녀들이 허리를 굽히고는 발을 돌렸다.
"고개를 들어라."
뭔가 슬픈빛이 가득해 보이는 눈과
바싹 메말라가는 입술..
갸냘퍼 보이는 몸매는 어느누구로 하여금
동정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역시나..
변한게 없군...
너무나 아름다운 용모에 은휘가 잠시 숨을 멎어본다.
"유화.. 라고 했던가?"
"예..."
유화의 감은 두 눈썹이 살짝 띄여졌지만..
여전히 은휘와는 시선을 마주하지 않았다.
"성현과.. "
성현....!!
은휘의 입에서 그의 이름이 불리우자,
그녀가 놀란듯 두 눈이 크게 확대되었다.
"훗.. 뭘 그리 놀래는 것이냐?"
"아..아닙니다..."
유화의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뭐...뭐지..
뭐가 이렇게 불안한 것이냐고...
"성현과.. 잠자리를 같이 했다고 들었다."
"...!!!!!"
"벌써부터 그렇게 놀래면 내가 할말이 없지 않느냐."
잔뜩 비웃음을 가득 머금고는.. 깔보듯 유화를 쳐다보았다.
"어쩌다가 너가 신기를 가졌다는 말도 들었다.
맞느냐..?"
"........."
그걸 어찌....
아십니까...
은휘의 말은 실로 유화를 당황하게끔 만들기에 충분했다.
"내가 너의 비밀을 알아 버렸으니..
놀랄것이 당연하겠구나. 훗.."
"........"
유화의 심장이
도저히 멈추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듯 하다.
"신기를 이제 쓸수 없다고 알고 있는데.?"
그녀가 아무런 미동도 보이지 않자,
유화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렇지 않느냐?"
약간은 날카로운 그녀의 말에..
유화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불안한 듯이 떨리는 두 동공을 은휘는 놓치지 않고서..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지어졌다.
훗.. 이제 내 뜻대로 될수 있구나..
"내가 성현에게 말했다.
너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이야.
그래서 네 몸을 성현에게 내주기 싫다고..
내 그리 말했다.
그러니 폐하가 그리 화가 날만도 하겠지..훗."
"...으...은휘님....."
오해입니다...
이 모든것은... 오해였습니다..
성현....
"하지만 어찌하겠느냐?
너 또한 신기를 쓸수 없을 뿐더러..
폐하의 마음도 이미 돌아버린 것을..
너가 감히 나한테 허튼 수작을 부릴수 있을것 같으냐?"
은휘의 잔인한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그녀의 심장이 찢겨나갈듯..
고통이 찾아왔다.
은휘님....
.....은휘....님.....
어째서......
"왜...왜 그러셨습니까.....은휘님...."
유화의 감은 두 눈썹이 파르르 떨리었다.
"말했잖아. 난 내것은 빼앗기지 않는다고."
"......"
"그때 분명, 경고 했다.
나를 넘어서려는 행동은 하지 말라고!!"
그녀가 크게 소리치자.. 유화의 몸이 흠칫..
놀래서 한발 뒤로 물러섰다.
"너의 그 신기로 성현을 유혹하였느냐?"
"..아...아닙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그가 변할리가 없어!!
성현은 나를 사랑했다.
나에게 한없는 사랑을 베풀어 주었어.
오직 내 옆에서만 미소를 지어 보이고..
내게만 따뜻한 말을 건네주고.. 내게만...오직... 나에게....
그런데.. 너가 나타난후 모든게 틀어져 버리고 말았지..
왜, 왜!!! 도대체 너가 뭐길래?
그에게 어떤 존재이길래!!!!"
"....은휘...님....."
은휘님...
당신의 사랑이 너무나도 깊습니다..
툭.....투둑......
"........."
"......."
서로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히고..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그저, 어느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숨소리만이 울렸다.
"여기서 떠나."
"...!!!!"
투둑.....
....툭.........
"...은휘님!!!"
"동쪽으로 가면 궁을 빠져나갈수 있는 지름길이 나올거야.
물론 거기에 지키는 사람도 몇 안되어서 빠져나가기는 쉬울것이다."
쏴아......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를 맞으며..
두사람의 대화가 오갔다.
"너가 이제 여기에 남을 이유가 없다.
그건 너가 더 잘 알고 있지 않느냐?"
"...으..은휘님..!!!"
"너가 고집을 부려 여기에 남는다고 하면..
나는 어떠한 짓을 해서라도,너와 너의 가족을 죽이겠어.
이런 협박.. 하는 나도.. 당하는 너도 ..
서로 달갑지 않을거란걸 잘알아."
그녀가 천천히 여유를 부리며.. 유화와 점점 멀어져갔다.
저도.....
유화의 꽉 감겨진 눈가 사이로..
빗물인지..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차가운 물이 한줄기 흘러내렸다..
....저도....
그를 사랑해요......
비록.. 지킬수는 없다고 하나...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안되겠습니까...?
사라지지 않기를...
네 기억속에서
내 이름 세글자가 지워지지 않기를....
혈향(血香).. 34편
툭.......투둑.......
달렸다...
아니.. 달릴수 밖에 없었다...
강한 빗줄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그렇게 동쪽으로 뛰었다.
그렇게 내달리던 그녀의 걸음이 천천히 멈추어지고..
두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흐읍......"
- 너가 고집을 부려 여기에 남는다고 하면..
나는 어떠한 짓을 해서라도,너와 너의 가족을 죽이겠어.
유화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궁을 쳐다보았다..
"성현......."
당신을... 사랑했어요....
더이상 지켜줄수 없는 나를...
용서해 주길 바래요...
"성현......."
성현.......
아니.. 이제는.....
청하의 왕(王)이시여.......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흐느낌을 억누른채..
다시 속도를 내었다.
"거기 누구냐!!!!"
.
.
.
대신들 사이에.. 성현이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
유화가 무릎을 꿇고서 고개를 숙인채 있었다.
"어디를 바삐 가던 길이였느냐?"
"....!!!"
그의 차가운 눈빛과 음성에..
그녀의 몸이 저절로 떨리었다.
"어딜 가는 길이였느냐고 물었어!!!"
쾅..!!
그의 꽉 움켜쥔 주먹이 의자 손잡이로 내리 꽂혔다.
그러자.. 유화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던 대신들도 덩달아, 몸을 움찔 놀랜다.
"도망 간거야?
궁에서 벗어 나고 싶어서?"
"......."
"모르는 것인가?
너의 아버지가 돈을 다 갚을때까지..
넌 여기를 벗어나지 못해.
내가 누누히 말했을텐데?
감히..나의 명령을 무시하는 건가?"
차가웠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유화로 하여금.. 너무나 아픈것이였다.
"내말을 우습게 받아 들였느냐고."
"아닙니다...."
"...그래..?"
부정하는 유화의 말에..
성현은 알게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나지막히 내뱉었다..
계속...
지금처럼만... 계속 아니라고 말해...
"그렇다면 지금 이 행동은 뭐야?
무엇때문에 도망간것이지?"
- 성현은 나를 사랑했다.
나에게 한없는 사랑을 베풀어 주었어.
은휘님...
저만큼이나.. 당신도 그를 사랑하시잖아요...
- 너가 고집을 부려 여기에 남는다고 하면..
나는 어떠한 짓을 해서라도,너와 너의 가족을 죽이겠어.
사랑이 너무나 깊군요..
당신은 ... 정말....
"........"
신이시여....
제가.. 모든것을 힘들게 만들었나 봅니다..
이제는 신의 소리를 들을수도..
전할수도 없었지만..
유화는 마음속으로 연신.. 신을 불렀다.
하지만... 역시....
신은... 그녀를 떠.나.고.......
".........."
"말을 해. 도망간것이냐고 물었어."
제발 아니라고 말을 해..
...제발....유화...
".........."
그녀는 가만히 고개만 떨굴뿐..
아무런 미동조차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저만 없었으면 되었잖아요...
그러면...
모든게 다.. 행복했을텐데...
"사실을 인정하는 건가?"
"........"
유화...
너는 왜... 부정하지 않는거야...
정말.. 궁을 벗어나고 싶었을만큼...
그를 사랑했던 것이였느냐...
"여봐라!"
"예!!!"
"유화를... 감옥에 가두어라."
"....!!!!"
비참할 정도로.. 그녀를 무지막지 하게 끌고가는 병사들..
그런 유화를 보며..
성현은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해.. 고개를 돌렸다.
유화...
아니라고...
그말만 했으면 모든게 편했을것을.....
왜.......
사라지지 않기를...
네 기억속에서
내 이름 세글자가 지워지지 않기를....
혈향(血香).. 35편
"뭐?"
현이가 무척이나 놀랜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그게 사실이더냐..?"
현이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떨리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 시녀가 고개를 숙여.. 동의하는듯 끄덕였다.
순간.. 그녀의 두 다리가 휘청거리듯..
풀려버리자,
현이는 간신히 벽을 집고서... 몸을 지탱했다.
"내.. 급히 오라버니를 뵈러 가야 겠구나..."
.
.
.
"하아....
유화...어째서 넌....."
정신이 혼미해졌다..
아무것도 생각나질 않는듯..
머리를 움켜잡으며.. 그가 벽에 기대었다.
"폐하.. 비현님 드셨습니다."
"..혀..현이가?"
미쳐 성현이 허락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그녀가 방에 발을 들여 놓았다.
"오라버니...."
"너.. 내가... 근신 처분을..!!!"
"더 큰 죄라도 달게 받겠어요.
우선, 제 말을 먼저 들어 주세요."
그녀의 단호한 눈빛에.. 성현조차 흥분을 가라 앉힐수 밖에 없었다.
"유화님을... "
"현아..."
"....감옥에 가두셨다구요."
"그만.."
그가 그녀의 다음말을 제지 시키듯..
손을 올렸다.
"더이상 아무 말도..."
"그녀를 믿으셨어야지요..."
"..뭐....?"
"다른사람은 아니여도 오라버니만은 유화님을 믿으셨어야 했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그애는 나의 말을 무시했어."
"오라버니...."
"그리고 또한, 내말에 부정조차 하지 않았어.
그런데 거기서 내가 더이상 무어라 해야 하지!!"
성현이 화가 난듯..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배신감이 들어.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사랑했다는 거에 대한...
뭔지 모를 더러운 기분에.. 미칠것 같아.."
"........"
"아니라고.. 그 한마디만 하면 모든게 용서 될것을..!!"
"오라버니..."
"그 한마디였으면...."
"오해가 깊을수록... 증오로 변한다고 하더이다..."
현이의 입이.. 조용히 벌려졌다..
"뭐..?"
"오라버니는 오해를 하고 계신거예요.."
"더이상 오해라고 뭐고 할것도 없다.
이제 그 얘기는 끝났어.
그만 하고 너도 이만 돌아가."
성현이 걸음을 돌려.. 침대로 다가갔다.
"알고 계십니까..? 유화가 어떤 사람인지..?
멈칫..
현이의 말에.. 그의 걸음이 일순간 멈추어졌다.
"어떤.. 사람이냐니.? "
그녀가 긴 숨을 내쉬며..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유화님은..."
"........."
"....거짓말을 못합니다..."
"..뭐..?"
"유화님은....."
"훗.. 거짓말을 못한다니..
정말 웃기는 군..."
그의 입가에서 자조섞인 웃음이 내뱉어졌다.
"신기를 가진 자 였습니다..."
".....!!!!"
"유화는 신기를 지닌 자입니다.."
"그...그게..!!"
신기...신기라 함은..!!!
그의 두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 ....혈의 향이 느껴져요...
너무나... 진한....
- ...느껴져요...
아아....당신은 한(恨)이 많이 맺혀 있군요..
"유...유화...."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어서 가보세요...."
.
.
.
가빠른 숨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금방이라도 헐떡일것만 같았다.
이미 왕의 체신이고 뭐고간에...
조금도 그 걸음을 멈출 기미를 보이려하지 않는 듯...
그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 홍국과의 전쟁중에..
유화가 자신의 신기를 써서..
오라버니를 지키려 했던것 알고 계셨습니까..?
그때.. 유화님은 신기를 써서.. 오라버니를 돌보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하얀색 옷에는 온통 선혈이 가득 물들어 있었고..
분명 고통으로 아플법도 하건마는..
오직 유화는 오라버니 걱정만 했습니다.
- 자신의 순결을 지키면서까지.. 오라버니를 지키려 했던것...
알고 계셨는지요..
- 그런 지금은.. 아무것도 할수 없다는..
더이상 지켜드릴수 없다는 자책감에 빠져..
매일 매일을 울부짖으면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그녀를 아시는지 묻고 있습니다..
아아... 그때....
[ 전쟁중에...온통.. 하얀빛이 내 주위에 둘러 쌓였었어...
마치 나를 지켜주는 것 처럼..그게 무엇이였을까.. ]
[ 하늘이.. 폐하를 돌본 것입니다.....
믿으십시요..
누군가가 폐하를 지켜주고 있었던 거예요...
그 누군가가... 당신을.....
꼭 지켜줘야만 했을거예요.. ]
유화...
너는 어째서 이토록 바보같으냐..
왜.. 왜 말하지 않았어...
순(純)한 너를..
내가 믿었어야 했는데..
한순간의 나의 욕망으로 너를 무너뜨리고야 말았구나..
사라지지 않기를...
네 기억속에서
내 이름 세글자가 지워지지 않기를....
혈향(血香).. 36편
지하로 점점 내려갈수록..
차가운 냉기가 그의 뺨을 쓸어 지나갔다.
안그래도 텁텁한 공기가 비로 인해서 더 탁히 변하였고,
음습하고 축축한 기운때문에,
그의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문을 열어라."
삐그덕...
무거운 문소리내며 문이 열리자,
그의 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
그녀를 되찾았다는 기쁨도 잠시..
유화를 만났다는 반가움도 잠시뿐...
온통 습한 기운이 맴도는 감옥안에서..
진한 혈향이 그의 코를 괴롭혔다.
"..이게 무슨......"
순간 그의 다리에 힘이 풀려버리는듯,
휘청거림을 느꼈다.
"..폐하!!"
"괘...괜찮다..."
옆에 있던 병사가 놀래서 그의 어깨를 급히 잡자,
성현은 가볍게 그 손을 떨궈내고..
한걸음 한걸음 그녀 가까이에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 가까이에 다가갈수록..
성현의 동공이 점점 더 확대되어갔다.
"..유....유화...."
유화가 조용히 눈을 감고 누워있었다..
아무 이상도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피...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는
그녀의 입가를 타고 잔인한 피가 흘러 나왔다...
"안돼....."
이게 무슨 짓이야...
....유화......
그가 크게 고개를 가로 저으며..
떨리는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유화!! 눈떠!! 어서 눈을 떠라!!!"
성현이 그녀의 축늘어진 몸을 애써 일으키며..
뒤흔들었다.
자결..
분명 그녀는 자결을 한것이다..
하지만 고통은 커녕..
살포시 미소지으며.. 누워있는 유화..
"여봐라!!!"
자신을 향해 다급히 뛰어오는 병사를 향해 성현이 소리쳤다.
"당장 어의를 불러!! 어서!!!"
"예!!"
병사가 그에게 허리를 숙이고서는 급히 발걸음을 돌렸다.
톡...
그의 머리칼에 맺혀있던 빗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유화......"
그녀의 축 늘어진 몸을
좀더 자신에게 당겼다..
조금만 더 기다리지 그랬어..
날 조금만 더 기다려 주지 그랬어...응...?
그의 차가운 동공이 점차 흐려졌다..
"..우흑..... "
성현은 그녀를 껴안으며...
한껏 흐느낌을 토해냈다.
"내가..."
"........"
"내가 너를 이렇게 만들었니?.."
"......."
아무런 미동 없이..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그를 더 아프게 하기만 했다.
"나 좀 봐..."
"......."
"눈을 뜨고 나를 봐.. 어서..
명령이야.."
"......"
"유화야...."
- 힘든거라구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힘든게 사랑이예요...
바보같구나...
내가 너무나 바보 같아......
"제발.. 죽지만 말아다오...."
못한 말이 있어...
...너에게 꼭 해줄 말이 있는데.......
"우흑....
....제발......유화......."
너에게 꼭 해줘야만 하는 말이 있다고....
그러니 제발.....
적막함이 감도는 감옥안에서..
오직 성현의 오열만이 크게 울려 퍼졌다.
보는것 조차.. 듣는것 조차 만으로도..
너무나 안쓰러운것...
.
.
.
.
훗날.. 당신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나를 보았습니다..
제가 아파하고 있었습니다...
아무것도없이..
주위엔 온통 붉은 혈들이 가득했고..
그래도 원망 따위는 전혀 없었습니다.
다만.. 그때까지도 당신을 보고 싶어했으니까요..
크게 당신의 이름을 울부짓던 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녀가 마지막 신기를 통해서 본것..
앞으로 다가올 위험을 보여주었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사라지지 않기를...
네 기억속에서
내 이름 세글자가 지워지지 않기를....
혈향(血香).. 37편
투둑....
고요한 침묵속에서
어느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하늘에서 내리는 구슬픈 빗줄기 만큼이나..
성현의 눈에서도..
그만큼의 애처로운 눈물들이 흘러내렸다..
방안에는 그녀의 은은한 향 대신..
혈의 향만이 진하게 퍼졌다.
[상처가 깊긴 하지만.. 그래도 우선은 안심하세요.
다소 회복되는데 시간이 걸릴듯 싶지만..
다행히.. 목숨은 건졌습니다.. ]
"감사합니다...."
어느 누구에게 말을 하는건지...
성현은 그녀의 작은 손을 꼭.. 감싸쥐며..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내뱉었다..
모카빛 피부를 자랑하던.. 그녀의 얼굴이..
어느새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해있었고..
촉촉하고.. 붉은 입술은..
바싹 메말라.. 보는 이로 하여금 안쓰럽게 했다.
"유화야..."
"......"
대답대신.. 불규칙한 숨소리만이.. 방안에 울려퍼졌다..
"...내가.... 미안하구나......."
성현이 떨리는 손을.. 애써 진정시키며...
유화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 넘겼다.
또다시..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이..
유화의 손등에.. 톡... 하고 떨어지자,
성현이.. 고개를 숙여..
그녀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얼른 깨어나..
너에게... 꼭.... 해줄 말이 있어..... "
"........."
"....사랑한다....말해야 해...."
항상..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싶었어..
사랑한다..
사랑한다..
하지만.. 그럴수가 없었어..
말을 하면.. 꼭.. 그 사람이 사라졌거든...
마치 신기루처럼...
나를 떠나갔거든...
그래서 쉽게 마음을 못열었는지도 몰라..
너무 어려서..
난... 사랑을 주는것도.. 받는 것도 .. 어색했는지 몰라..
아니.. 어쩌면 까마득히 잊었는지도 모르지..
아예 몰랐던건 아닐까..?
난.. 애써 그것을 외면했을까..
너도.. 사라질까봐....
나를 떠나갈까봐...
그래서 불안했던게 아닐까....
"유화......
.....사랑한다........"
그의 어깨가 조금씩 떨리었다..
그런 성현을 뒤에서 애처롭게 바라보는 현이..
오라버니...
사랑한다... 하셨습니까...
유화님을 사랑한다고.. 말하셨어요...
현이가 글썽이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발걸음을 돌렸다.
아시겠습니까..?
사랑은 부정으로 해서 결코 지워질수 있는게 아닙니다..
그렇게 쉽게 잊혀질수 있는 거라면..
오라버니도..저도 이렇게 아파하진 않아요..
투둑.......툭...
비로 인해.. 땅이 무척이나 질퍽였다..
그런 질퍽거리는 땅을 밟으며..
현이가 어디론가 뛰어갔다..
낯이 익던 길..
이제는 이끼만이.. 잡초들만이 자리잡고 있는 그곳...
그녀가 두손으로 입을 틀어 막으며..
한없이 눈물을 흘려 보냈다.
"..흐윽...."
빗소리에.. 그녀의 흐느낌을 담아..
같이 흘려 보냈다..
다시는 볼수 없는 이..
불러도... 그 이름 안타깝게 불러도..
다시는 그 음성 들을수 없는 이...
닦아도.. 닦아도..
금새 차오르는 눈물에...
그냥.. 빗물을 맞으며...서 있었다...
"...시준..........."
말할껄 그랬어요..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그랬다면... 덜 아팠을텐데...
나.. 지금처럼 이렇게 당신 그리워 하지 않을텐데......
이렇게 후회하지 않을텐데....
그때... 말할걸 그랬어......
사라지지 않기를...
네 기억속에서
내 이름 세글자가 지워지지 않기를....
혈향(血香).. 38편 -회상편-
"아버님... 어머님...."
투둑....
...쏴아.......
비가 내렸다..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두 사람의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말씀.. 해주세요...
제발... 아무말씀...이라고 해주세요....."
조금의 핏기도 남아있지 않는 하얀 얼굴을 보며..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 사랑을 배우거라.. 사랑받기 전에.. 먼저 사랑해 주는 법을 배워..
[사랑이 뭔지...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 성현아.. 사랑은 네 목숨을 내어줄수 있을만큼의 값진것이란다..
훗날 너의 베필에게 꼭 그 말을 해주거라..
사랑한다....... 무엇이든지 간에...
그 한마디로 모든게 용서가 될거야..
솔직히 다가가거라.. 후회하기 전에...
아버님...
.......어머님...
점점 더 굵어지는 빗줄기를 맞으며..
그가 점차 뒷걸음질 쳤다..
청하(靑下)의 전왕이였던 안예조.
공교롭게도 암살사건으로 인해,
그의 첫번째 왕족인 안성현이 일찍이 17세의 어린나이에
왕좌에 오르게 된다.
어렸지만.. 혼란스러웠던 나라의 민심을 바로 잡고,
여러차례 다른 나라와의 전쟁도 성공해서 많은 사람들의 신임을 받고 있다.
성현이 왕에 오르고 얼마후..
"문판서. 거짓은 용납치 않을 것이요. 바로 고하시오!"
"폐하. 오해이십니다.
부디 통촉하여주시옵고, 다시 바로 살펴 주시옵소서."
그가 앉아있는 바로 밑에..
문판서와 그 일가가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순간, 휙- 하는 소리와, 무언가 문판서 앞에 천이 던져졌다.
" 은대감이 그것을 내게 갖고 왔오.
그게 무엇인지 아시오?"
"이..이것은...!!"
이것은 은대신이 선물로 준...
문판서가 무척이나 놀란 눈으로 그를 올려다 봤다.
"은대신에게 내 그것이 문판서의 것이라고 들었는데.
사실이오?"
"..그...그러하옵니다... 제가 잃어 버린......"
"그럼 두말 할것도 없군."
성현의 무척이나 차가운 눈빛을 맞으며..
문판서가 떨리는 손으로.. 그 천을 잡아쥐었다.
"폐하.. 이것은 제것이 분명하나..
결코 제가 암살한 것은..."
"이렇게 증거가 명백히 있는데도 잡아 뗄것이오?
그리고 또하나 은대신이 문판서를 그 주변에서 봤다고 들었오!"
문판서는 무척이나 놀란듯..
은대감을 쳐다보았다.
"예..폐하. 제가 그 암살사건이 일어난 몇시간 전에..
문판서가 그 주변을 배회하는 것을 목격했사옵니다."
"은대감!!!"
"문판서, 더이상 무얼 그리 잡아뗄것이오.
그럼 내가 본것은 대체 무엇이였지?"
"둘다 입을 다무시오!"
점점 분위기가 소란스러워지자.. 성현이 주먹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내리쳤다.
"문판서!!"
"예..폐하.."
"내 분명 거짓은 용납치 않는다고 했오.
증인, 증거가 이렇게 명백한것을 계속 잡아 뗄것이오?"
"하...지만 폐하!"
문판서가 무언가 입을 열었지만..
성현은 이내 그의 말을 제지시킨다.
"더이상 아무말 마시오.
왕을 죽인 죄, 얼마나 큰 역모인지 아실거라 믿으오.
당장.. 당신 일가를 사형에 처하겠오."
"폐.......하......."
누구든 보지 못했다..
은대감의 의미심장한 웃음을..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다..
은인명.. 은휘의 아버지로써, 권력과 부를 가지려는 자.
문판서의 세력이 점차 커지자..
이를 위험으로 느끼고서..
모든것을 계획한다.
자신의 딸인 은휘를 성현과 결혼시키고서..
자신의 세력을 점차 확장하려 꿈을 가진다.
암살은..... 인명이 그러했다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
.
.
"시준아..
너가 우리 문씨집안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아버님..."
"그자를... 미워해서는 안된다..
불쌍한 사람이다.."
"어머님..."
처참히 병사들에 의해 끌려가고 있었다..
끌려나가는 순간까지..
왕을 원망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히려....
분명 웃고 있었다..
죽음이 바로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그들은 웃고 있었다..
"나는 잘못한게 없어..
그렇기에 죽는 것도 전혀 두렵지가 않다.
내 목숨을 원한다면 내 기껏 내어 줄수 있음은 물론이고,
떳떳하게 죽음을 맞이 하겠다."
그렇게... 문판서의 목이 쳐지고..
분수처럼.. 피가 솟구쳐 올랐다..
"어..어머니...."
시준의 손이 무척이나 떨리자..
그녀는 따뜻하게 그 손을 감싸쥐었다..
"시준아.."
"....으흑.... 어머니......"
"지금 왕은.. 너무나 불쌍한 존재이니라.
원망하진 않는다...
왕(王)의 오해를 네가 풀어야 해.."
시준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눈물을 흘렸다..
"걱정마라.. 어짜피 살다가 한번은 죽을몸..
일찍 이를 버린다 생각하고..
편히 눈을 감을것이야.. 그러니.. 너무 염려치말아라.."
마지막까지도 웃음을 잃지 않으셨던..어머니..
왕(王)의 오해를 네가 풀어야 해..
왕의 오해를.......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도 잔인한 피를 내뿜었다..
마지막까지.. 오해를 풀으라는... 어머니..
그녀를 바라보며..
시준은 그 자리에서 한참을 멍하지 지켜보고 있었다..
온통 피와 그 향기가 가득했고..
붉은 핏물이 성현의 옷게 튀어.. 점점 번져지자,
그의 얼굴이 찌푸려있음을 시준은 보았다.
마치 아무렇지 않은듯.. 바라보는 그의 모습에
그때부터 복수를 다짐했는지도 모른다.
단지.. 한명으로 인해서..
엉켜진 두 사람의 운명을..
이미 깊어질대로 깊어진 오해를..
누가 알까..
과연 누가 풀을 것인지...
내것이 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부셔버릴껄 그랬어..
혈향(血香).. 39편
며칠째 밤을 샜는지..
피곤함에 잠시 꿈뻑 졸았나보다..
창가로 내비치는 햇살에 그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으음....."
살며시 눈을 떠보이고, 창가로 다가가.. 커텐을 쳤다.
그래도 전보다는 많이 나아진듯 보인다..
어느새 얼굴에도 혈색이 돌고..
거칠었던 피부도 많이 부드러워졌다.
금방이라도 눈을 뜰것 같으면서도..
자꾸만 그러지 않는건..
성현을 자꾸 불안한 절벽끝으로 몰고갔다.
혹여나.. 다시는 그 맑은 동공을 못본다면..
저 붉은 입술사이에서 나오는 부드러운 미성을 듣지 못한다면..
이대로 영영 눈을 뜨지 못한다면..
...사랑이 아니야..
....아닐꺼야.....
...아니라고 생각했어....
.
.
.
....유화를..... 사랑해......
"유화......"
"......"
"빨리 눈을 떠...."
유화는 얕은 숨만 내뱉을뿐..
아무런 미동조차 내보이지 않았다.
그냥.. 편히....잠만 잘뿐...
"나.. 언제 까지 기다리게 할꺼야....
너무 많이... 기다렸잖아....."
성현이 그녀의 힘없는 손을 꼭 잡았다.
순간..!!
성현은 그녀의 손가락이 자신의 손안에서 움직여지는 것을 느꼈다.
"..유...유화!!"
성현이 무척이나 놀란듯한 눈으로 크게 떠졌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촉촉히 젖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살짝 지어진 고운 쌍커풀이 천천히.. 떠보였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애타게 기다렸던...
너무나 간절했던...
지금 유화가 눈을 뜨고.. 그를 쳐다본다.
"..유...유화...."
어느때보다도 그의 목소리에 조심함이 담겨져있었다.
"..........."
"........."
왠지 모를 정적감이 맴돌았다..
어색할 정도의 침묵..
"유화..."
성현은 불안한 기색을 못내 감추지 못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한번 불러보았다.
그러자.. 그의 음성에..
유화의 정신이 조금씩 돌아오고..
풀려있는 동공에.. 어느새 빛을 찾아가고 있었다.
"........"
마치 신기루 같았다..
너무나 보고싶었던 사람이 바로 앞에 있다..
하지만... 믿을수가 없었다..
그는.... 나를 버렸는데....
내가.. 그를 화나게 했는데.....
난..... 죽었는데......
불러보고 싶었지만..
목구멍이 꽉 막혀버려.. 말을 할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서든.. 입을 열어야 했다..
이게 꿈이 아니길 바라면서..
"....서........."
"........"
"..성.....현..........."
제발 환상이 아니기를..
또다시 나를 벼랑끝으로 몰고가지 않기를..
"..그래......"
성현의 음성에.. 유화의 눈동자가 커다랗게 떠졌다.
그렁그렁 차오르는 눈물로..
앞이 흐렸지만.. 그의 모습이 희미했지만..
유화는 눈물을 닦지 않고 그의 모습만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참고있다...
애써 흐느낌을 참으려는 듯.. 그녀가 입술을 세게 다물었는지..
피가 날것만 같이 붉어졌다.
"울어...
참지말고.. 맘껏 울어..."
성현이 조심스레 손을 들어.. 그녀의 눈가를 살며시 쓸어준다.
".........."
"많이.... 아팠지..?"
"...성....현....
정말... 성현... 맞나요....?"
"그래.. 나야...."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유화가 힘없이 그의 품에 안겼다..
"흐윽...."
너무나도 안쓰러운 흐느낌에..
한층더 말라버린 작은어깨의 떨림에..
성현조차 마음이 찢겨질듯 아파온다.
"왜.. 그랬어....."
유화.....
다시는 못볼줄 알았어..
"왜.. 나를 두고.. 떠나려 했니....."
성현의 부드러운 음성에..
유화의 흐느낌이 점점 짙어졌다.
"나.. 너없으면... 아무것도 못할거란거.. 잘알잖아....
너가 신기를 가졌든.. 뭔지든...
난....... 너만 있으면 되는데....."
"...!!!"
유화가 무척이나 놀란듯 그를 올려다 봤다.
"제...제가 .......신기를....."
성현이 조심스레 다가가.. 그녀의 미간에 살짝이 입을 맞추었다.
"어떻게 알았든...
이제는 중요하지 않잖아.."
"서....성현......."
"오해했어...
내가.... 오해해서... 미안해..."
그녀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 넘기자,
아름다운 이목구비가 그의 동공에 들어왔다.
"유화....."
성현의 입술이.. 점점 그녀의 붉은 입술에 가까워졌을 때 쯤...
"사랑해....."
"....성....ㅎ.....읍..!"
그녀의 말을 가로채듯.. 성현의 입술이 그녀의 붉은 입술에 떨어졌다.
사랑한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
아니 어쩌면... 그가 해주길 바랬던 말...
그녀의 눈가를 타고 내리는 행복한 눈물을 흘려 보내고..
곧, 이에 순응하듯..
유화가 부드럽게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
나 죽었으면 어쩔뻔 했을까요..
나 정말... 이대로 죽었다면...
사랑해요..
당신보다.. 제가 더 많이...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것이 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부셔버릴껄 그랬어..
혈향(血香).. 40편
몇일새 그녀의 모습이 많이 좋아졌다.
얼굴빛에 혈색이 도는 것은 물론이고,
많이 밝아진 모습을 볼수 있었다.
당연히 그건 성현과의 사랑을 알고 나서 부터가 아닐까..
"성현-"
유화가 분홍빛이 도는 예쁜 꽃을 꺽어 들어 그에게 달려온다.
매일 방안에서만 지내는게 갑갑했는지..
밖에 나가고 싶다고 칭얼대는 유화의 설득에.. 성현은 앞뜰에 데리고 나왔다.
너무나도 예쁘게 웃는 모습에..
성현도 덩달아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이쁘죠?"
"그래."
소중하다는듯.. 꽃을 가슴에 품은 유화를 보며..
성현이 나지막이 입을 연다.
"하지만..."
성현이 그녀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 넘겼다..
"....너보다... 예쁘지 않아....."
유화가 빨갛게 변해버린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그만 고개를 숙였다.
"서...성현......"
이미 귀까지 빨개져버린 유화..
"그..그런말 하면... 나... 쑥스러워서.. 얼굴도......
빨개지고.. 가슴도... 막.... 두근.....거리는데...."
떠듬떠듬 말을 내뱉는 유화의 모습이 무척이나 귀여웠는지
성현이 미소를 지어보인다.
문득.. 자신도 모르게 웃고있는 모습에..
깜짝 놀래는 성현이다.
이렇게 편히 웃어본적이 있었던가..
자신의 동생인 현이에게도 조차 이렇게 다정다감한 행동을
보여준적이 없건마는..
자신조차도 알고 있다. 자신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단순히 갖고 싶은 마음에..
아름다운것에 대한 독점욕으로 데리고 온것인데..
누가 알았겠는가..
유화를 사랑하게 될줄은..
나를 변화시킨것은..
..유화...
바로 너구나...
"아직.. 다 나은게 아니니까.. 그만 들어가자."
성현의 말에 유화는 아쉬운듯한 표정을 지어본다..
"우웅.... 더 있고 싶은데....
그러면... 안되요..?
...나... 여기가 좋은데..."
요새 부쩍 투정이 늘어나고 있는 유화의 모습이..
영락없는 아이같다..
순수해서... 그런거겠지?...
성현도 유화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단번에 그러라고 해주고 싶지만..
아직은 환자이니까..
"성현.."
"안돼."
단호한 목소리에.. 유화가 금방 풀이 죽어 발걸음을 돌린다.
아무리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라지만..
그는 왕(王)이다.
그 어떠한 것도 왕의 말을 거역할수는 없다.
풀이 죽어있는 유화에게 다가가 그녀의 허리에 자신의 손을 감는다.
그리고 그녀의 귓가에 나지막히 속삭이는 성현...
"나중에.. 다 나으면..
그때 매일 오자. 알았지?"
그러자.. 유화가 쑥스러운듯.. 살짝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쉬움을 뒤로한채.. 그들이 발걸음을 돌리는 순간,
낯이 익은 음성에 걸음이 멈춰지고 만다.
"성현님."
비단옷을 나풀거리며 다소곳이 걸어오는 여자..
성현의 미간이 점점 좁혀진다.
유화는.. 흠칫 놀래고서.. 그의 뒤에.. 점점 숨는다.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그 옆에 있는 여인에게 본능적으로 시선을 돌리는 은휘.
"유화 아니냐.."
은휘의 두 동공이 크게 떨리었다.
어...어째서 네가 여기 있는 거지?
그것도 둘이서..
다정스럽게...!!
무척이나 당황스러운듯 해보였지만..
내색하지 않으려는 듯..
간간히 미소를 지어보이긴 했지만.. 어색한건 어쩔수 없나보다.
"성현님.. 어디 가시는 길이십니까..
왜 요즘 도통.. 얼굴이 보기 힘드신지.."
"은휘."
은휘의 말을 단번에 잘라버린 성현.
은휘가 놀랬는지.. 두 눈이 크게 떠졌다.
"너에겐 할말이 없어.
그건 너가 더 잘 알고 있겠지?"
"예??"
자조섞인 웃음을 내뱉는 성현의 모습을 마주하는
유화의 어깨가 움찔거린다.
"모르는척 하는 건가? "
은휘는 도통 알수가 없었다.
자신이 보내버렸던 유화가 왜 또다시 그의 옆자리에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지..
왜 성현은 이토록 화가난듯한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지..
"한동안은 너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다."
"..서...성현......."
순간, 갑작스런 그의 말에..
은휘의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였다.
"성현님!!"
그녀가 성현을 붙잡기도 전에 이미
그들이 멀어지고 난후였다..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대는 그녀의 모습이
무척이나 불안해보인다.
유화...유화...!!!
그녀의 미간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두 주먹이 꽉 쥐어진것도 그러했다.
내.. 언젠가 너를 몰아낼것이야.
너가 있을 곳으로 돌아가!!
그녀가 입을 앙다물며 급히 걸음을 돌렸다.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자유소설☆
◈ 러브 ◈
혈향(血香) 31 - 40편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