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나라, 스페인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며...

[錦湖(21세 원태)]

여행을 하다보면 간혹 예기치 않는 돌발사태에 직면하기도 한다.

매년 한 두 번씩 떠나는 공무출장 시에는 미리 항공권과 교통편, 숙소 등을 예약하고, 심지어 미팅 일정이나 만날 사람까지 사전에 예약해 두는 것이 관례이지만, 이번처럼 자유로운 여행 시에는 예정에 없던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거나, 경치 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그로인해 여행 일정을 재조정하기도 한다.

오늘은 한국에서 떠나올 때 미리 정확한 여행 일정을 정할 수가 없어서 오픈으로 열어둔 항공권이 말썽이었다. 애초에 스페인에서 포르투칼로 이동하는 날짜가 확정적이지 않아서 예매만 해 둔 표를 가지고, 이 도시의 항공사 사무실에 가서 내일 출발하는 항공권으로 컨펌을 하려고 하니, 때마침 해당 항공사의 비행기 잔여석이 없으니 가예약을 한 후 공항에서 기다릴 것을 요청하였다. 여행자는 이럴 때 환장한다. 모래 좌석을 물어보니 그건 가능하단다. 재빨리 판단을 해야했다. 짐을 다 꾸려서 공항에서 무작정 대기하는 것은 실패를 감내해야 하는 어리석은 일일테니 차라리 모래 출발하는 항공권을 예약한 후 하루를 마음편히 더 쉬는 편이 좋을 것 같아 예정에 없이 스페인 체류를 하루 더 연장하기로 결정하였다.

넘너진 김에 쉬어 간다는 옛말처럼, 굳이 이 도시에서 보고싶은 것은 대충 거의 다 둘러 본 터라 호텔 방에서 느긋하게 쉬며 길거리 카페에서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관광객들을 구경하면서 술이나 마실 요량이었다. 밤에는 그동안 촬영해 둔 사진이나 보면서 미처 정리하지 못한 여행기록의 초안이나 정리해야겠다는 심산이었다.

이 나라는 우리나라와 여러모로 비슷하지만 뭔가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다. 국토 면적은 우리나라 보다는 다섯 배 정도 넓지만 인구는 우리나라 보다 300만 명 정도가 적은 나라다. 경제적으로는 우리나라와 잘 비교되는 나라인데, GDP 순위에서는 우리(세계 11위)보다 두 세 나라 아래(14위)이지만 개인별 국민소득은 우리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개인의 경제적 수준은 거의 동일하지만 국가 전체로는 우리 바로 뒤를 따라 오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이 물가도 우리네와 매우 유사했다. 물론 종류와 품질에 따라 차이도 있겠지만 생활 필수품은 거의 우리나라와 가격대나 품질면에서 유사했다. 아, 물론 다른 것도 있다. 이 나라는 삼성이나 현대 자동차와 같이 세계적인 순위를 다투는 상품을 생산하는 회사는 별로 없지만, 관광산업이 특히 발전된 나라이다.

그런데, 비록 관광지를 중심으로 돌아다니며 봤기 때문에 내가 본 모습이 다는 아니겠지만 문화재 관리나 관광지 정비, 도시와 시골의 전경은 상당히 세련되고 깨끗하게 정돈된 나라라는 인상을 받았다. 더구나 시민들의 생활은 상당히 편안해 보였고, 사회갈등도 밖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의 행복도? 아마도 스페인이 높을 것 같은 느낌이다. 한국만큼 시끄럽거나 무질서와 빈부격차가 심해 보이지 않는다. 사회갈등 양상도 별로 노출되지 않아 보인다. 거의 알아들을 수 없는 뉴스 화면이지만 화면에서 보이는 뉴스는 거의 소소한 일상사이고, 사람들은 질서가 있고, 교양이 있고, 얼굴 표정들도 밝다. 일반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상당히 높아 보인다. 그런 면에서 이 나라 사람들이 부러웠다.  

스페인을 떠나기 전에 플라멩코 춤을 추는 인형을 하나 구입했다. 무희의 겹치마가 매력적이다.

이 나라를 떠나는 순간까지 카탈루냐 지방의 분리독립 문제는 남의 일 같지 않다. 카탈루냐 국기란다.

유대인 마을은 삶의 현장이 관광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요즘 벽화마을이나 한옥마을에서 갈등이 확산 중이다.

관광지에서는 마차도 교통수단이자 관광자원으로 활용된다. 우리나라는 뭐가 있을가?

관광지 곳곳에 경찰이 상주하며 길안내와 치안질서를 유지한다. 우리나라 경찰은 시위대 막기에 급급한데...

국유지인 길거리에는 카페나 레스토랑이 점용료를 내고 영업을 한다. 그 대신 허가받지 못한 영업은 엄금한다. 

기름값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비싼 가격이다. 스페인도 비산유국일까? 

대표 기업들이 없으니 중심가로에는 애플의 영업장과 광고가 눈에 들어온다. 규격 이상의 간판은 규제된다.

우리나라의 삼성은 더 높은 곳에 가장 비싼 광고판을 차지하고 있다. 역시 대단한 삼성이다. 

중국손님과 한국손님이 역시 큰 손님인가 보다. 가운데 국기는 러시아 국기인데, 러시안 관광객도 많은가?

사그라다 파밀리에 성당 앞 기념품점에는 아예 한국인을 위한 한국어로된 가이드 북을 판다는 광고도 보인다.

아랍어로 디자인된 이슬람 문양을 훼손하지 않고 성당으로 재활용한 실용성에 종교간 화해와 평화를 느꼈다.

길거리 곳곳에는 예술작품이나 잘 만든 디자인의 조형물이 도시 분위기를 아름답게 연출하고 있다.

관광기념품의 품질은 고급스러운 만큼 값도 높게 책정되어 있다. 길표 싸구려는 별로 안 보인다.

이건 이들의 문화인지... 아무렇게나 낙서한 듯한 그라피도 흔하다. 자율규제가 힘들면 금지할 수는 없을까?

이 나라의 농촌에는 온통 올리브 농장과 포도 농장이 매우 흔하다. 다른 농장은 볼 수 조차 없었다. 

무덤은 어느 도시나 포화상태로 보인다. 하지만 기독교 문화권은 화장을 하지 않으니 앞으로가 더 큰 일이다.

지중해의 해변에는 체육시설을 설치해 두고 주민과 관광객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해 준다.

번화가에서 노숙하는 걸인은 구걸도 하지 않고 Siesta 시에스타를 즐긴다.  시에스타? 낮잠이라는 말이다.

그는 돈 통과 함께 애완견을 정성껏 보살핀다. 저 게으른 젊은이가 개와 함께 다정하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 세상 어느 곳에서나 저녁 노을은 아름답다. 비록 여행지에서 맞이하는 노을은 쓸쓸하고 외롭기도 하지만...

거리여인 광고를 보고 마음이 동하면 곤란하다. 경찰관에게 불법 유무를 물어보니, '쓰레기 투기'는 불법이란다!

1+11+8+13=14+7+10+2=14+6+10+3=4+9+5+15=1+14+14+4=11+7+6+9=8+10+10+5=13+2+3+15=33. 밤새로록 풀었다.

나는 이 날 밤에도 혼자 잤다. 밤 새도록 혼자 잤다. 진짜다!

이제 이 밤이 지나면 나는 포르투칼로 간다. 대서양 보러...

[고향생각(元甲/49年,九老洞派 20世)]

ㅋㅋ 재미있게 쓰셨네
포루투칼에 가면 쭈주빵방 뇨자들이 많은데 조심하시게,
선사 유적지와 산타루시아 성당은 꼭 봐야하고.

[錦湖(21세 원태)]

쭈쭈빵빵은 뭐이껴?
쭈쭈는 얼라들 젖빠는 소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