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서울 강북구 수유온누리약국혹자는 메디컬 빌딩 1층에 자리잡은 약국이 뭐가 부족하겠느냐 말할 지 모른다. 그러나 이면에 숨은 이 약국의 경영 노하우를 보면 처방전이 많이 유입된다고 무조건 경영에 성공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처방전이 많아도 약사·직원 인건비, 관리비, 각종 기계와 프로그램 사용료 등 처방전이 많은 만큼 유지비도 만만치 않아요. 정확한 숫자, 데이터로 관리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컴퓨터, 스마트폰과 친해지려 노력했죠."
수유온누리약국 이지욱 약사(56·숙명여대 약대)는 약사가 자신의 약국을 알기 위해 약국 재고 하나까지 파악하면서도 환자 상담을 위해 새로운 정보, 새로운 시스템에 끊임 없이 도전하고 있다.
"학술 공부, 의무감 아닌 즐거움"지난 10월 4일 온누리H&C가 창립25주년을 맞아 준비한 회원의 날 이지욱 약사는 학술상을 수상했다. 온누리 체인 가입 이후 한달에 한번 열리는 온누리 스터디에 한번도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개근상일 뿐"이라며 부끄러워하지만, 약국을 해본 약사라면 한달에 한번, 1년 열두 번 일요일 강의를 한번도 빠지지 않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 것이다. 이 약사는 이 시간을 피해 개인일정을 잡은 지 꽤 오래됐다.
"공부하는 시간은 약국, 일상 고민에서 벗어나는 홀가분한 시간이에요. 새로운 약은 물론 약국 트렌드와 이슈를 알기 쉽게 강의해주니 약사들에겐 여간 고맙지 않아요. 가서 즐겁게 공부하고 오랜만에 친한 약사들 안부도 알 수 있으니 저에겐 오히려 휴식같은 시간이에요. "
여러가지 학술 공부, 스터디, 포럼은 물론 이지욱 약사는 모교 동문회 활동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숙명약대 개국동문회 부 총무로, 또 지역 내 세이프약국에도 참여하는 이 약사.
많은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또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의 꼼꼼한 약국 관리 노하우는 무엇일까.
체계적인 약국 관리? 전자시스템 적극 활용 이 약사는 방대한 약국 공간 안에 셀 수 없는 품목과 재고를 관리하기 위해 현재 출시된 거의 모든 약국 IT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dailypharm.com%2FUsers%2FNews%2Fwatermark.php%3Fimage%3Dhttp%3A%2F%2Fpds.dailypharm.com%2Fnews_image%2F201510%2F204421_4.jpg) |
▲ 약국 초창기부터 사용해온 포스 시스템과 전자 시스템 |
한쪽으로 긴 약국 공간을 관리하기 위해 설치한 CCTV만 10대. 환자가 오고가는 동선에 따라 약국 사각지대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백미는 재고 관리다. PM2000에 연동해 약국 전반을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에 수유온누리약국 내 모든 재고 수량은 물론 진열된 위치까지 입력돼있다.
"비타민 하나, 조제약 한 통 위치까지도 검색하면 바로 파악할 수 있어요. 사용하는 프로그램만 수 가지인데, 'PM2000'을 비롯해 '밝은매장', '베스트시스템', '알리미' 등을 사용해요. 환자가 찾는 제품을 빠르게 찾아 주고, 1000여가지 조제약도 검색하면 어느 찬장, 어느 서랍에 있는지, 몇개나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죠."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dailypharm.com%2FUsers%2FNews%2Fwatermark.php%3Fimage%3Dhttp%3A%2F%2Fpds.dailypharm.com%2Fnews_image%2F201510%2F204421_5.jpg) |
▲ 이지욱 약사가 관리하는 엑셀파일. 세세한 약국 재고 관리와 전체 인컴, 아웃컴을 알 수 있다. |
약국을 찾은 영업사원이 드링크류 몇 개를 더 들여놓으라 권하자 이 약사는 재고를 검색하고 아직 충분한지, 더 주문할 지를 판단했다.
"이 많은 프로그램 유지 비용도 만만치 않아요. 그런데 이렇게 해야만 제가 제 약국을 다 알 수 있다고 할 수 있죠. 가장 기본이 되는 건 엑셀이에요. 이 자리에서 약국을 운영한 때부터 모든 데이터를 지금도 엑셀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실제 그의 컴퓨터에는 매월 실질적인 인컴, 아웃컴이 목록별로 정리돼있다. 월말이면 순이익이 얼마인지 바로 도출된다. 이 추이를 보며 다음달 경영 계획을 세운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dailypharm.com%2FUsers%2FNews%2Fwatermark.php%3Fimage%3Dhttp%3A%2F%2Fpds.dailypharm.com%2Fnews_image%2F201510%2F204421_6.jpg) |
▲ 천여가지 조제약이 진열된 조제실. 컴퓨터에 약 이름을 검색하면 어느 위치, 몇개의 재고가 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
"약사들은 정말 힘들어요. 아침 8시부터 밤 9시까지 일해도 어떤 달은 적자를 피할 수 없습니다. 이게 약국 현실이에요. 이렇게 계산해보지 않으면 적자인지 흑자인지 알 수가 없죠. 막상 약국을 정리하며 재고 약을 처리해보면 적자라는 약국들이 그래서 나오는 겁니다."
이 약사는 만약 당장 약국을 정리해도 타격이 없도록 언제나 약국 내 모든 데이터를 정리하고 확인하고 있다.
그만의 노하우를 알려달라고 하자, OTC와 조제약 재고 매출을 비슷한 규모로 유지하고, 제약사나 도매에 남은 결제 대금과 약국 재고를 비슷하게 맞춰놓는 것이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dailypharm.com%2FUsers%2FNews%2Fwatermark.php%3Fimage%3Dhttp%3A%2F%2Fpds.dailypharm.com%2Fnews_image%2F201510%2F204421_7.jpg) |
▲ OTC가 진열된 공간(위)과 조제를 주로하는 공간(아래) |
"약국, 환자가 품격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길"처방전이 쉽게 유입되는 약국 자리임에도 그가 OTC 재고를 비슷하게 유지하는 이유는 뭘까.
"완전한 드럭스토어 형 약국을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지금도 주기적으로 조금씩 인테리어를 새로 계속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조제공간을 뺀 약국 절반 공간 OTC 진열 공간을 리뉴얼했고요, 언젠가 품격있는 드럭스토어를 만들기 위해 조금씩 바꿔가고 있죠."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dailypharm.com%2FUsers%2FNews%2Fwatermark.php%3Fimage%3Dhttp%3A%2F%2Fpds.dailypharm.com%2Fnews_image%2F201510%2F204421_8.jpg) |
▲ 이지욱 약사 |
그는 드럭스토어 형 약국이 우리나라 약국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말했다. 약국 분위기가 어수선하면 손님들은 약국을 너무 편안하게, 때론 만만하게 생각한다는 이유에서다.
"약국에 들어오면 손님이든 환자든 저절로 기품있게 행동하게 만드는 약국이고 싶어요. 백화점 가서 '깎아달라'는 사람은 없지요. 그런데 전문가인 약사가 상담도 해주고 건강 조언도 해주는 약국에서는 왜 환자들이 100원, 1000원이 비싸다고 악다구니를 할까요. 약사들의 회의가 여기에서 오지 않나 싶어요. 약국 스스로 품격을 높일 필요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약국이 나아갈 방향은 '고급스런 건강 상담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도 이를 위해 프로그램 등 약국 설비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공부하기에 시간을 아끼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