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s GirL
£ writer 비유하i
# 19
2004년 12월 19일 일요일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성빈이 잠에서 덜 깬 듯 눈을 비비며 문을 열자
불쑥 안으로 들어오는 불청객은 다름 아닌 호야였다.
호야는 팔에 인상을 구긴 신현을 끼며 생글생글 웃고 있다가
문득 성빈의 옷차림을 보고는 얼굴을 붉혔다.
성빈은 자신을 바라보던 호야의 안색이 순식간에 바뀌자 아래를 내려다보았고
순간 사각 팬티만 입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자 순식간에 침대로 뛰어 들었다.
준은 침대에서 부스스 일어나며 두 사람의 행각을 못 마땅한 듯 바라보았고
호야는 성빈의 행동이 웃긴다는 듯 마구 웃어 댔다.
“아,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놀러 가자~!”
천진난만하게 웃는 호야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는 준,
“시험 며칠 남았다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냐?”
“어허! 모르는 소리 하고 있군, 시험 기간이 가까워 졌다고 해서 책상 앞에
처박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그러면 스트레스는 물론이거니와 엉덩이가
푸짐해진다고~ 아무리 시험 기간이라도 하루 정도는 놀아줌으로서
스트레스도 풀어주고 여태 쌓였던 살도 빼줘야 되는 거야^^”
호야의 말도 안 되는 연설에 준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고,
호야에게 붙잡혀 있는 신현은 오히려 더 인상을 구겼다.
이 녀석으로 해서 이 번 시험은 아무래도…
“야아~~ 나가자, 응?”
“솔직히 말 해, 너 공부하기 싫어서 그러지?”
준의 물음에 호야가 고개를 젓자 준은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고,
그런 준을 위해 신현이 대신 대답 했다.
“시험 기간이라고 해서 여태 공부한 녀석 아니야. 그냥 혼자 놀기 싫어서 이래.”
신현의 정확한 지적에 호야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도대체 호야는 학생 본분을 어따 팔아먹고 저러는 건지
그들로서는 정말 이해 불가능이다. -하지만 지금쯤 자고 있을 녀석들은 안다;-
“자~ 이러다 시간 다 갑니다~~ 빨랑빨랑 움직이라고! 나는 수완이 부를게!”
그들이 호야의 말에 부정을 하기도 전에 호야는 잽싸게 기숙사를 빠져 나갔고
모두들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구제불능이다;
시험 기간인데도 불구하고 호야에 의해 그들이 나온 곳은 다름 아닌 시내 거리였다.
그들은 뒤에서 느릿느릿한 걸음걸이로 걷고 있었고,
뭐가 그리 신나는 지 호야만이 발랄하게 깡충깡충 뛰어 다녔다.
“쟤는 시험에 자신이 있는 거야, 아니면 진작부터 포기한 거야?”
“아마 후자 쪽일 걸”
“그렇겠지?;”
“에휴~”
모두들 긴긴 한숨을 내쉬고 있을 무렵
해맑은 미소를 지은 호야가 그들에게 막 달려올 때였다.
“우리!....”
“어머, 오빠?”
호야가 체 말을 이어가기도 전에 말을 끊는 누군가로 인해
인상을 구긴 호야는 물론 신현 패거리까지도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들의 시선이 집중된 곳에는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네 명의 여자가 서 있었다.
그 중 그들보다 좀 더 앞에 서 있던 여자는
유혹하는 미소를 지으며 신현을 향해 걸어왔다.
신현에게 향한 그녀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자 호야는 인상을 구겼다.
도대체 누구길래 신현 놈에게 저런 미소를 보이는 걸까?
“오빠 진짜 오랜만이죠?”
자신의 팔에 팔짱을 끼는 여자를 바라보며 신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호야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녀들이 모두 그들에게 몰려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녀들이 있었던
그 자리를 주시한 체 서 있어서 호야의 얼굴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신현은 알 수 없었다.
“오빠들도 안녕? 오랜만이죠?”
그녀가 그들에게 인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녀에게 시선을 두지 않았으며
오히려 각자에게 붙어 있는 여자들을 떼어내기에 바빴다
그녀 역시 그런 그들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기에
별 대수롭지 않게 신현에게 고개를 돌렸다.
“비켜,”
“아빠가 오빠 보고 싶대요.”
“우리가 무슨 관계에 있다고 보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다.”
“섭섭하게 왜 그래요~”
“정한주-”
정한주?
어디서 많이 들어본 낯익은 이름에 호야는 힐끔 그녀를 보았다.
아, 혹시 한주 그룹의 외동 딸?
신현이 송영 그룹의 아들이니까 아무래도
그와 관련 있는 한주 그룹의 정한주가 맞는 듯 하다.
오늘 승현과 하원이 움직이는 날이기에 아침부터 긴장이 되서
일부러 기분 좀 풀어보려고 나온 것인데 오히려 더 화가 나는 것 같다.
호야는 여자들에게 싸여 정신을 못 차리는 그들을 노려보고는
콧방귀를 치며 쿵쾅쿵쾅 발걸음을 옮겼다.
“호야!!”
“어, 오빠!!!”
호야의 뒤를 쫓는 그들과 그들의 뒤를 쫓는 그녀들..
무작정 어느 오락실로 들어와 동전을 놓고 마구 두드려대는 호야
기계를 부수기라도 할 듯 그녀의 손에는 상당한 힘이 실려 있었다.
“아무 말도 없이 그냥 가면 어떡해?”
“짝도 맞던데 왜? 4 대 4 미팅이라도 하지 왜 나 따라왔어?”
“너 삐쳤냐?”
“유지하게 내가 왜 삐쳐!?”
신현의 말에 흥분이라도 한 듯 호야는 오락 기계를 치며 일어서 그를 노려보았고
호야의 주위에 몰려 있던 성빈과 수완, 준은 어린 애처럼 투덜대는 호야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성빈은 그런 호야의 머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
“넌 아직 어린 애야.”
“뭐어!?”
한창 그들이 장난 아닌 장난을 하고 있자니 그녀들이 다시 몰려왔다.
그녀들은 각각 한 명씩 그들의 팔에 팔짱을 끼었고
연신 인상을 찌푸린 체 서 있는 호야를 바라보았다.
“오빠, 누구야?”
신현은 한주의 팔을 거칠게 뿌리쳤고,
한주는 자주 있는 일이라는 듯 아무렇지 않게 다시 그에게 안겨들었다.
“새로 사귄 친구야? 남자치고는 좀 작다?”
“정한주-”
“왜 그래~ 솔직히 키 큰 오빠들하고 어울리기엔 상당히 작지 않아?
수준도 안 맞아 보이는데 뭘~ 꼭 계집애처럼 생겨 먹어 가지고,”
“정한주!!”
신현의 고함에 한주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법한 눈으로
신현을 바라보았고 신현은 긴 한숨을 내쉬며 호야에게
이해하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이미 호야는 상당히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신현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호야를 말리려는 듯
그녀의 팔을 잡았지만 호야는 그런 그의 손길을 거칠게 뿌리쳤다.
그리고 그녀의 앞으로 다가와 차가운 눈으로 자신보다 작은
-호야는 보통 여자들에 비해 상당히 큰 175라는 키의 소유자이며
한주는 늘씬한 신체에 맞는 165의 키를 지니고 있다- 한주를 내려다보았다.
한주는 그런 호야의 눈빛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남한테 그렇게 말할 입장이 아닌 것 같은데?
지는 무슨 꼭 창녀촌에서 놀다 온 년처럼 생겨 먹은 주제에, 피식-”
호야의 말에 그녀는 물론 신현 패거리, 아니 시끄러운
오락실의 몇몇까지도 놀란 듯 상당히 굳은 표정으로 호야를 바라보았다.
“너, 너 지금 뭐라 지껄였어!?”
“창녀촌에서 굴러먹다 온 년처럼 생겨 먹었다고 그랬다. 왜, 꼽냐?”
호야의 충격적인 발언에 한주는 당황한 듯
아무 말 못한 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너, 너 내가 누군지 알고 이딴 짓 하는 거니!?”
“정한주, 유명하디 유명하신 한주 그룹 외동딸? 근데?
그게 뭐 어쨌는데? 니가 한주 그룹 외동딸인 거랑 나랑 뭔 상관인데?”
한주는 한참동안 호야를 노려보다가 코웃음을 쳤다.
“꼭 안 되는 새끼들이 우리 같이 잘 사는 애들한테 시비더라?”
“........”
한주의 반격에 역전이라도 된 듯 호야는 아무 말 없었다.
곧 날아갈 듯한 그녀의 주먹은 부들부들 떨렸고,
그런 호야의 모습에 승리감을 느낀 한주 패거리는 호야를 향해 한껏 더 비웃어 댔다.
그녀들의 웃음에 흥분한 호야는 이내 한주에게 주먹을 날렸고,
한주는 예상치 못한 호야의 주먹에 미처 피하지 못한 체 쓰러졌다.
“어따 주먹을 날려!! 미친 새끼야!”
“그래, 나 미쳤다. 나 미치면 아주 눈에 뵈는 게 없다!”
신현은 그녀를 향해 다시 한 번 달려드려는 호야를 저지했다.
“너 도대체 왜 그래!?”
“........”
“여자잖아- 너 그런 식으로 얘네 패면 아주 죽어!!”
준까지 합세해서 소리치자 호야는 할 말을 잃은 듯 그들을 바라보았고,
그 틈을 타 한주는 재빠르게 일어서 호야의 뺨을 후려쳤다.
“정한주!”
한주에 의해 고개가 꺾인 호야는 아무 말 없었다.
성빈이 그런 호야를 안타깝게 바라보았지만
현재로서 그녀를 달래봤자 그녀의 자존심만 상하게 할 뿐이었다.
한참 험악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한주가 비웃음을 날리며
호야를 향해 한 번 더 손을 날리려 할 때였다.
“왜 그냥 맞고만 있어, 이소호-”
“여자가 뺨 한 번 후려 쳤다고 그 잘난 자존심 한 방에 무너지는 거냐?”
낯익은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호야는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보았다.
아무 미동도 보이지 않았던 호야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들었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채은과 경수, 그리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했으나
상당히 화가 나 있을 하원과 흥미롭다는 표정의 승현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호야는 갑작스런 그들의 등장에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다가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오늘 저녁에 있을 일에 대한 계획을 준비해야 할 그들이 왜 이 곳에?
“너희가 왜 여기에..!”
호야의 물음에 아랑곳 하지 않고 신현 패거리와 한주 패거리를 째려보는 그들,
호야는 인상을 찌푸리며 채은의 어깨를 두드렸고,
채은은 귀찮다는 듯 경수에게 설명하라는 듯 그의 뒤통수를 후렸다-_-
경수는 채은의 부드러운 손길(?)에 인상을 찌푸렸고 이내 호야를 쳐다보았다.
“소라 어제 다쳤다고 오늘 일 무산 됐어.
예현 누나 빡 돌아서 그 새끼들 패러 간다고 준비하란다. 됐냐!?
그나저나 너 꼴이 그게 뭐야? 재수 없게! 니가 그러고도..!! 씨발,”
경수는 이내 고개를 돌렸고, 하원은 아무 말 없는 호야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승현은 당황한 듯한 신현 패거리를 바라보았고,
채은은 상당히 인상을 찌푸린 체 한주의 앞에 서 있었다.
“니가 뭔데 저 새끼 뺨따구 갈기고 지랄이야!? 어따 손자국을 내냐고!”
“저 새끼가 먼저 주먹 날린 거 못 본 거니?”
“니가 먼저 그딴 식으로 시비를 붙이니까 그러지,
니가 가만있었는데 저 새끼가 주먹 날렸겠어? 너 머리 안 돌아 가?
하여튼 돈 있는 새끼들은.. 칫, 공부나 해서 대가리에
영어 단어나 좀 더 박아 놓을 것이지. 꼭 이딴 유치한 짓으로 유세를 떤다니까.”
“뭐어!? 이 년이 진짜!!”
한주가 빠르게 손을 움직였지만 그보다 채은이 더 빨랐다.
채은은 엄청난 힘을 실어 그녀의 뺨을 때렸고 그녀는 엄청난 충격에
눈물까지 글썽이며 빨갛게 부은 뺨을 감싼 체 그녀를 노려보았다.
“니가 내 뺨을 칠 수 있을 것 같아?
날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호야밖에 없어.
너 따위가 날 건드릴 자격 없다고!”
“그만 해, 한채은”
“니 따위 년이 우리 패거리 건드릴 능력 없어.
돈 먹여서 우리 뭉개버리라고 해도 우리 쉽게 뭉개질 그런 녀석들 아니야.
너 따위 한 방에 KO라고, 알아들어!?”
“그만 하라고!!!”
호야의 말에 채은은 인상을 구겼고 이내 그녀를 노려보았다.
“넘쳐흐를 정도로 많았던 너의 그 잘난 존심들 다 어따 팔아먹었니?”
“.......”
“너 여자 애들한테 뺨이나 쳐 맞고 다니는 그딴 녀석이었어?”
“누나,”
경수가 그녀를 말리려는 듯 그녀의 팔을 잡았지만
채은은 그런 경수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바보라는 한 마디만 들어도 그런 말 지껄인 새끼 아주 개 박살을 내던
그 이소호 새끼는 어따 팔아먹었냐? 이 새끼들하고 어울리다 보니까 그리 되든?”
“입 닥쳐!!”
“.......”
“한 번만 더 입 잘못 놀렸다간 친구고 뭐고 없어. 한채은”
“웃긴다 너, 너 지금 저 녀석들 편드는 거야?
너 따위 맞든 말든 신경 안 쓰고 저딴 년들 감싸는 저 새끼들 편드는 거냐고!!”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건데!! 나도 아주 힘들어 죽겠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상황에서 그럼 내가 참아야지. 어떻게 해야 되는데?
본 모습 보여? 이 녀석들 앞에서 또 다시 난리를 쳐야 되는 거야?
우리가 어떤 길을 걸어 왔는지,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다 말 해야 되는 거냐고!?!1
나도 힘들어!! 이 비참한 생활에 아주 힘들어 죽겠다고!
그 사람이 어떤 짓을 하던 상관하고 싶지 않아.
나도 평범한 고등학교 생활 하고 싶다고!!
씨발, 그 여자 죽든 말든 나랑 상관없어,
차라리 죽이라 그래!! 내가 그 사람한테 뭔데?
내가 그 사람한테 뭐라고 그딴 협박까지 들어가며 노예처럼 살아야 되는 건데!?
차라리 죽으라 그래!! 자살이라도 하라고 그래!!!!!”
짜아악----
“..!!!!”
그녀의 고개가 꺾였고 모두들 놀란 듯 호야와 그를 바라보았다.
호야 역시 예상치 못했다는 듯 자신의 뺨을 때린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뺨을 때린 사람은 다름 아닌 하원이었다.
하원은 실망이라는 듯 그녀를 바라보다 이내 오락실을 빠져 나갔고,
경수 역시 그의 뒤를 따라 나갔다.
호야의 눈에서 한 방울 두 방울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호야의 눈에서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렀고,
그 눈물은 이내 땅으로 추락했다.
“..집으로 돌아가자.”
낮은 저음으로 말한 채은이 호야를 이끌었고,
호야는 힘없이 채은의 손에 이끌려 오락실을 빠져 나갔다.
모두가 나갔는데도 불구하고 승현은
굳은 듯 서 있는 그들을 바라볼 뿐 아무 움직임 없었다.
그들 중 신현이 먼저 승현에게 고개를 돌렸고,
승현은 그런 그를 바라보다 이내 입을 열었다.
“한 번만 더 이런 일이 생겼다간 성윤이 형부터 시작해서
우리 7명.. 가만히 안 있을 거야.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차갑게 말하곤 마지막으로 오락실을 빠져 나가는 승현,
모두들 한 동안 굳은 체 그들이 나간 문만 바라보았다.
딸칵,
“재수 없어, 진짜.. 한 번만 더 걸렸다 봐, 아주 개 박살을 낼 테니까..”
짜증스러운 채은의 목소리에 거실 소파에 쭈그려 앉아 TV를 보고 있던
소라가 고개를 돌렸고 이내 채은과 함께 들어오는 호야를 보고 놀란 듯 벌떡 일어섰다.
“하원이랑 경수 왔어?”
“아, 아까 막 들어와서 들어오지 말라고 하면서 방으로 들어갔는데..?”
“예현 언니랑 성윤 오빠는?”
곧이어 승현이 집으로 들어섰고, 세 사람을 바라보다 이내 방으로 들어갔다.
“오랜만에 데이트 한다고 나....”
소라가 막 말을 이어가려는 순간 문이 열리고 인상을 찌푸린 예현과
그런 그녀의 뒤를 따라 성윤이 들어왔다.
아무래도 두 사람의 표정이 부부 싸움이라도 한 듯 하다;
그러다 문득 두 사람은 여전히 문 앞에 서 있는 채은과
호야를 발견하곤 한동안 말이 없었고,
눈물 자국이 묻어 있는 호야의 모습을 바라보며 성윤은 인상을 찌푸렸다.
“어떻게 된 거야,”
“........”
“호야,”
“........”
아무리 물어도 호야는 대답이 없었고, 성윤은 머리를 거칠게 쓸어 넘겼다.
채은은 그런 호야의 모습에 잔뜩 인상을 쓰며 말했다.
“안 한대, 지네 엄마가 죽든 말든 더 이상 상관 안 한대!”
“.........”
“아씨, 마음대로 해!”
신경질을 부리며 채은은 방으로 들어갔고, 험악한 분위기에 안절부절 못하며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소라는 이내 채은의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성윤은 예현을 바라보았고, 예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성윤은 호야의 손을 이끌어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가자 같은 방을 쓰는 승현이 자려는 듯 침대에 엎어져 있었고,
성윤이 그런 승현의 허리를 툭툭 건드리자 승현은 신경질 적으로 고개를 들어
성윤을 바라보았다. 빨리 꺼지라는 듯한 성윤의 표정에 아랑곳 하지 않던
승현은 결국 예현이 끌고 감으로서 방을 빠져 나갔다.
“앉아,”
“......”
“따뜻한 우유라도 마실래?”
“..술, 술 마실래.”
“......”
주위에서 권해도 절대 손에 대지 않았던 술을 지금 상황에서 찾고 있다. 호야가,
성윤은 그런 호야를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나도 한 번 술 마셔서 취해보자.”
“호야,”
“.........”
호야는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았고 성윤은
그런 호야를 바라보다 이내 호야의 옆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조용히 호야를 품에 안았다.
성윤의 낯익은 온기가 느껴지자 호야는 이내 참고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그녀를 찾기 전에는 결코 울지 않으리라 맹세했는데 오늘 벌써 두 번이나 울고 말았다.
“나 힘들어, 나 더 이상 이런 짓 하고 싶지 않아.. 흑,
나 포기하고 싶어, 나 그냥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아무 말 없이 호야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그녀를 달래던 성윤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호야, 나는 오늘 니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아무 것도 몰라.
하지만 이제 와서 포기해선 절대 안 된다는 거, 너 마음 약해지면 안 된다는 거,
그 것만은 알아. 너 이렇게 마음 약하게 먹으면 안 돼.
게임을 시작한 이상 이 게임의 끝을 봐야 돼.”
“싫어, 나 안 해.. 안 할래, 흐읍..”
“호야,”
“흐윽, 흑.. 흐읍-”
“호야, 벌써 게임은 시작 되었어.
너희 어머니의, 그리고 우리의 목숨이 걸린 이 게임은 진즉에 시작되었어.
우리가 지금 포기 한다 해도, 그 사람들이 우릴 안 죽인다는 보장 없어.
어떻게든 알아서 여기 쳐들어 올 수 있어. 알아듣겠어?”
“.......”
“벌써 게임은 시작됐고, 너한테 잔인한 말일 수도 있지만,
호야, 거기에 희생된 사람이 있다는 걸 잊지 마..”
“........”
아저씨..
머릿속에 퍼뜩 떠오르는 그의 그림자에 호야의 눈에서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렀고 성윤 역시 그를 떠올리며 호야를 품에 꼭 안았다.
호야는 그런 성윤의 품에 더욱 파고들며
그에 대한 그리움에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너 이러는 모습 퍽이나 좋아하겠다..”
아들로서 그를 미처 구하지 못한, 미처 찾지 못한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져 성윤 역시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이 번 일은 그 사람을 죽이는 것 외에도 우리가 알아내야 할 일들이 많아.
그러니까 포기해선 안 돼. 아프지만.. 이 번 일로 인해 상처 받겠지만..
호야, 내가 지켜줄게.. 내가 널 지켜줄게, 아프지 않게 해줄게.”
조용히 호야의 이마에 입을 맞추는 성윤,
어릴 적 했던 약속..
잊지 않을게.........
“호야는?”
“잠들었어,”
힘없이 거실로 나오는 성윤을 바라보며 모두 긴 한숨을 내쉬었다.
소라는 잠든 호야가 퍽이나 걱정 되는지 그녀가 잠들어 있는
성윤의 방 앞에서 안절부절 못한 체 왔다 갔다를 반복했다.
예현은 그런 소라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채은은 아무 말 없었다.
승현은 방을 빠져 나온 성윤의 목소리를 들으며
베란다에 기댄 체 야경을 바라보며 담배를 물고 있었다.
“어린놈이 벌써부터 담배야,”
승현의 입에 물린 담배를 뺏는 성윤이었고,
승현은 그런 성윤의 행동에 아무 말이 없었다.
방에서 들려오는 호야의 통곡 소리를 들은 그들이기에
기분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성윤은 피곤하다는 듯 소파에 털썩 앉았고, 문득 보이지 않는 하원과 경수를 찾았다.
“방에 있어,”
채은의 말에 성윤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그들의 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낮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
예현 역시 아직 듣지 못한 듯 채은을 바라보았고,
소라 역시 조심히 그녀의 옆자리에 자리 잡고 앉았다.
시험공부에 스트레스 쌓인다며 공부하는 하원과 경수,
그리고 덤으로 승현까지 끌고 나갔던 그녀였다.
끌려가긴 했지만 모두들 즐거운 얼굴로 나갔는데,
웬일인지 호야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 그들의 모습이 마치 어둠과 같았다.
“채은아,”
채은은 뾰루퉁한 표정으로 성윤으로 시작해 소라까지 바라보다
이내 낮에 있었던 일들을 모두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녀가 말을 이어가면 이어갈수록 성윤과 예현의 얼굴은 굳어져 갔고
승현 역시 그 때의 장면이 다시 생생하게 떠오르자 인상을 구겼다.
“하원이 그렇게 가버리고 지금까지 방에 처박혀 있어,
김경수 그 자식은 하원이라면 사죽을 못 쓰잖아.
실망도 실망이지만 하원이 녀석이 저러고 있으니까 자기도 못 나오고 있는 거겠지.”
“그게 문제가 아니고 영신 고 사람들이 우리 의심하는 거 아니에요?”
“아마도 그렇겠지, 하지만 며칠 안 갈 거다.
그냥 호야에게 무슨 사연이 있나 보구나. 라는 생각만 하게 될 거야.
그 이상 깊숙이 의심하진 않을 거야. 아무리 그래도 현재로선 호야가 그들의 친구니까,”
“그 녀석들은 친구도 아니야! 친구가 맞고 있는데 그 년들 편이나 들고,”
그 때 그 상황이 떠오른 듯 흥분한 채은은 소리쳤고,
성윤은 말없이 채은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 우리 그러지 말고 그냥 그 새끼 죽여 버리자. 어?
호야도 지금 많이 힘들어하잖아~! 우리도 힘들고, 안 그래?
친구보다 그 년들 감싼 녀석이라니까? 그딴 녀석 살려둬서 뭐 해?
호야도 그 새끼한테 실망해서 망설일 이유 없을 거야.
우리 그냥 그 새끼 죽여 버리자. 어?”
“안 돼,”
“오빠!”
“그 사람이 왜 그 녀석을 죽이려고 하는지, 우리가 알아낼 의무가 있어.
왜 호야의 손까지 빌려가며 그래야 하는지 우리는 알아내야 된다고,”
“알아내서? 알아내서 어쩌자는 건데?
비뚤어진 진실을 되돌려 놓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채은이 네 말대로 우리가 알아내야 할 것이
비뚤어진 진실이라면, 우린 그 걸 바로 잡아야 돼.”
“왜? 왜 우리가 그딴 짓을 해야 하는 건데?!”
“호야와 관련된 일이니까,”
“.......”
“그 사람이 괜히 호야한테 시켰을 것 같아?
고등학생 한 명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이야.
자기 범위 안에서도 처리할 수 있는 그런 쉬운 일인데,
굳이 협박까지 하면서 왜 호야의 손을 빌렸을 것 같아?
그건 호야와 관련된 일이기 때문이야. 그 녀석과 호야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야.”
“.......”
성윤의 논리정연 한 말에 채은은 한동안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목이 마른 듯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컵에 따르던 채은의 손이 이내 멈췄고
컵에 가득 차 찰랑거리는 물을 바라보며 채은은 입을 열었다.
“오빠는 왜.. 킬러가 된 거야?”
“.......”
“호야는 이유가 있다지만 오빠는 아무 이유가 없잖아,”
“채은아, 세상 사람들 모두에겐.. 지켜야 할 사람이 있는 법이야.
네가 네 동생 채영이를 지켜야 하는 것처럼, 나 역시 호야를 지켜야 돼.
어릴 적부터 상처를 품에 안고 살아온 호야를 지켜주기로 약속했으니까,
예현이한테는 미안하지만 나한테 아직은 예현이보다는 호야야..”
예현에게 미안하다는 듯 그녀의 손을 꽉 잡는 성윤이었고,
예현은 괜찮다는 듯 그런 성윤의 손을 맞잡았다.
채은은 아무 말 없이 컵에 따른 물을 한 번에 들이켰고,
이내 성윤을 바라보며 생긋 웃었다.
“오빠, 오빠는 나한테 있어서 채영이가 먼저라 생각할지 몰라도
오빠가 예현 언니보다 호야가 먼저이듯이 나 역시 채영이보다는
날 살려준.. 날 지금 이 자리에 서 있게 해준 호야가 먼저야,”
“.........”
“어얼, 우리 호야 인기 많은 걸?”
“쿡-”
사연..
누군가의 협박에 의해 조종당하는 호야의, 전혀 예상치 못한 사연..
그 협박에 걸려있는 여자는 도대체 호야와 무슨 관계에 놓여 있길래
호야가 인생을 포기하면서까지 그의 협박에 꼭두각시 인형처럼 움직이고 있는 걸까
호야가 남장을 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풀면 풀수록 엉키는 실타래처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버리자
신현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책상에 처박았다.
실망 많이 했겠지..?
모두를 위해 노력한 호야인데, 믿었던 우리가 그렇게 배신처럼
그녀들을 먼저 감싸서.. 많이 실망했겠지..?
따지고 보면 호야도 그녀들과 같은 쉽게 상처 받는 ‘여자’인데..
왜 진작 알지 못했을까,
평소와 같은 얼굴로, 같은 모습으로 같은 자리에 서 있어서?
하지만 호야는 ‘그’가 아닌 ‘그녀’라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던 자신이 아니었던가?
머리가 아프다..
신현은 자신의 책상 옆에 자리한 호야의 책상을 바라본다.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는데.. 평소와 같은데..
그녀만 없을 뿐인데.... 그 허전함은, 그 공허함은 너무나도 크다.
벌써 11신데 그렇게 떠나버린 호야는 돌아오지 않는다.
영영 돌아오지 않으면?
한 달도 체 되지 않았는데 그냥 기억 속에 묻혀 버릴까?
아니, 그 건 아닐 것이다.....
허전한 빈자리만 더욱 공허해지겠지,
그녀의 빈자리가 그렇게 컸던가..?
£ 비유하i 주저리
앞으로 가상 이미지 따위 안 올릴까 봅니다ㅠ
아무 생각 없이 태그만 사용해서 그냥 올렸는데 안 되더라구요.
계속해서 수정하다 그제야 'HTML편집기'가 생각나서 재수정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소설이 엉망으로 올라갔지요;
수정 중에 보신 분들 많은 걸로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하지만 어제는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 그 것만 알아주세요
역시 '가상 이미지' 영향인지 조회수가 상당하네요.. 씁쓸합니다-
단지 가상 이미지를 보기 위해 클릭-했다는 사실이...
하지만 아시죠? 가상 이미지는 'Cats girL'을 보시는 당신들을 위한 것이란 것을..
당신을 위한 소설이 되겠습니다..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내일또와-유나연재
[연애소설연재]
× Cats girL × # 19
비유하i
추천 0
조회 43
04.12.19 11:05
댓글 2
다음검색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
재밌었어요~>_<* 오늘 친구가 생일파티해서 주덕에 내려갔는데 [저는 충주에 산답니다] 삼겹살을 구어머어쬬 ~>_<* 어찌나 맛있든지 ㅋㅋ~>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