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전 시골 친정 어머니 전화에 흥미와 힘이 섞여있었다.
" 얘야,,,내가 노인대학끝나고 피부과를 갔더니 학교에서 함께 나온 어느 남자 노인네가 피부과를 왔더라구..
어떻게 오셨냐 물었더니 두피에 피부염이 있다고 하더라고..
진료가 끝나고 약국을 갔는데 그 할아버지 약을 타고 약봉지를 갖고 가는데 다리는 절지 팔은 구부러졌지..
저러다 약봉지 떨어트릴까 싶은거야
그래서 가방 뒤져서 검정봉지에 넣어 드렸는데....안 보이니까 또 모르고 갖다가 버리지나 않을까 또 걱정되는거야
그래서 약사에게 투명 비닐봉지 있냐니까 왜 그러냐 해서 할아버지 약 넣어드리려 한다하니 주더라고ㅡ,
약 다시 넣어 드리고 가는 걸 보니
신발도 다 닳고 옷도 누추하고...비척거리고 가는데 ...
할머니 계시냐니까 안 계시다는 거야...
그래서 내 가방 뒤져보니 돈 2만원이 있어서 ...그 할아버지를 드렸어
이거 가시다가 갈비탕 한 그릇 꼭 사 드시라고 ..
그랬더니 그 할아버지가 고맙다고 내게 절을 몇 번씩 굽신거리고 가더라니깐 ~~~^^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중년 남성이 그렇게 모르는 사람 선뜻 돈 준다는 것이 어려운 일인데 할머니 같은
사람이 다 있냐고 ...그러더라구..
쉬지도 않고 어머니가 내게 들려준 이야기가 이랬다.
" 엄마 잘 하셨어요..예수님도 목 마른자에게 물 한 그릇 드린 것이 내게 한 것이다.." 라고 하시거든..
꼭 교회 헌금 많이 하고 봉사 많이 하고 그것만이 하나님 일을 하는게 아니라 주변을 돌보고 불쌍한 사람 돌보고
그런 일도 하나님 일이라 하거든...좋은일 하셨네요...
그럼 노인대학에서 나왔으면.....혹 노인대학에서 만날지도 모르는거 아네요? "
" 만날지도 모르지..수백명 다녀서 어디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는데 그 할아버지 어디 사는지 집에 신발
많으니까 신발이나 하나 갖다 드렸음 좋겠어..."
" 그럼 되곘네....여튼...다시 만나면...어디 사시는지 잘 물어보셔요...^^
이렇게 응원하고 칭찬해 주었는데.....전화를 끊으려 하니 ..엄마의 끝말이 참 웃음이 났다..
" 그런데 있잖니..그 할아버지 얼굴은 잘 쪽 하고 순하니 괜찮게 생겼더라구.........."
그 무엇보다도 얼굴을 가장 중시하시는 울 엄마인데 ^^
아니 울 엄마는 그 없어보이는 불쌍해 보이는 할아버지에게 이런저런 친절을 베푼 것은 긍휼을
베풀어준 마음이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내게 그 할아버지 얼굴 괜찮더라는 이야기는 뭘 의미하는 걸까? ㅎ
몸은 불편하고 행색은 초라해도 얼굴도 괜찮게 생기고 고맙다고 절도 하는 그 할아버지가 맘에 든다는 것인가? ㅎ
옛날에도 신토불이 다녀오다가 길에서 " 시간 있으셔요? " 하면서 말 붙이던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얼굴은 갸름하고 귀엽더라고 했는데
집에 애들 왔다고 바로 뒤도 안돌아보고 왔다고 하셨는데..
그 후로 신토불이 가보면 그 할아버지는 어느 할머니와 짝이 되었는지 둘이가 짐 챙겨주고
들어주고 물 떠다주고 그러더라는 말에...
약간의 질투심? 부러워 하시나? ^^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당시 코로나가 와서 신토불이 모임은 없어진지 오래이고 그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어찌 되었는지 모르는데
여튼 엄마의 말을 듣자하니 노인대학에서도 적잖이 노인들 썸씽이 이루어질듯요 ^^
첫댓글
어딘가요
그 물좋은 노인대학 ^^
우리 고향 부여 노인대학 ㅎ
시골 읍내는 군내 노인들 다 모이나 봅니다
1년에 두번 여행 가는데요..
그것도 배도 타고 배 안에서 디스코도 추고 그런다네요
저는 전혀 춤추는 것에는 발을 안 붙이는데
울 엄마는 흥이 많아 음악 나오면 춤이 절로 나온대요
배 안에서 춤 신나게 추고 왔다고 해요 ^^
이성에 대한 관심은 나이와 상관 없겠죠ㅎ
마음은 언제나 청춘이니깐요..^^
노인을 공경하는사회가 되야지요
같은 노인이래도 더 약자가 있으니
주변을 항상 돌아보며 살아야겠구나 싶습니다
아름다운 것에 마음이 가는 건 본능인가봐요 연세가 드셔도 이왕이면 괜찮은 얼굴이 먹히는걸 보면ㅎ
잼나게 글 잘 읽었습니다
^^
나이들면 얼굴은 스스로 만들어간다고 하지요..
삶이 빚어낸 작품이라고요..
험한 인상 안 갖도록 ^^
마음을 잘 가꾸어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