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게임 [바이오 하자드]를 영화화한 <레지던트 이블>이 2002년 6월 국내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하고 더욱 업그레이드되고 진화(?) 된 모습의 여전사 앨리스(밀라 요보비치 분)와 함께 2년 만에 속편인 <레지던트 이블2>로 돌아왔다. 많은 기대와 궁금증에 쌓였던 <레지던트 이블2>는 그렇게 나와 시사회장에서 대면하게 됐다.
영화의 시작은 전편인 <레지던트 이블>의 결말과 연결되어 시작된다. 앨리스가 봉인하고 탈출한 하이브를 엄브렐러가 연구목적으로 다시 열면서 죽음의 바이러스는 라쿤 시티 전체로 빠르게 확산된다. 엄브렐러는 자신들의 실수를 은폐하기 위해 도시와 외부가 연결되는 유일한 통로를 차단해 버리고, 차단된 라쿤 시티에 갇힌 특수요원 질(시에나 걸로리 분)일행과 합류한 앨리스는 마구 잡이로 쏟아지는 감염 된 사람들 아니 좀비들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이 던 중, T-바이러스 개발자인 찰스 박사로부터 미처 탈출하지 못한 자신의 딸을 구해주는 조건으로 그들에게 탈출할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거래를 제안 받는다.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유일한 길은 과학자의 딸을 찾아 구출하려는 앨리스 일행은 가는 곳 마다 있는 바퀴 벌레 같은 좀비들과 싸우고 증거인멸을 위해 도시 전체를 핵으로 날리려 하는 엄브렐러 때문에 시간과 싸워야하고, 온갖 영화의 괴물을 섞어 놓은 듯한 몽타주를 가지고 있는 최강의 비밀병기 네메시스와도 싸워야 한다. 시간은 없고 싸울 건 많고 미치고 팔짝 뛰는 앨리스 일행의 행로는 어떻게 될까?
<레지던트 이블2>에 배우가 되기 위한 자격 조건은 그저 액션 신을 소화 할 수 있는 민첩한 몸과 총 쏘고 “나 멋있지?”라고 말할 수 있는 폼만 잡을 줄 알면 되는 것 같다. 연기와 캐릭터의 간을 맞춰 소화 할 수 있는 개성 따위는 중요치 않은 모양이다. 자신들은(앨리스 일행) 지금 바퀴 벌레 같은 혹은 개미떼를 연상케 하는 좀비 할아버지, 할머니, 아저씨, 아줌마, 어린아이들 심지어 매춘부와 멍멍이들 등등 남녀노소 불문 사람동물 할 것 없이 엄청난 수의 좀비들에게 커 보이지만 좁아터진 라쿤 시티에 갇혀 물려 이거 좀비 되거나 죽게 생겼다. 하지만 이 들의 표정은 “우린 주인공이라서 안 죽어”라고 말하며 심리적 불안감이나 공포 등의 연기는 제처 두고 그저 좀비들을 향해 신나게 총질 해대며 여유 있게 담배도 한 대 태우시니 존경스럽기 그지없다. 그리고 유행이라도 타 듯이 혹은 생사고비에 있는 사람들 끼리 일심동체로 뭉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캐릭터의 성격은 모두 획일화 된다.
<레지턴트 이블2>은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의 상업성과 기존 형식을 그대로 물려받는 눈요기 감 오락용 영화를 만들고 특별함이란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무책임함으로 이루어져 식상하게 만든다. 섹시한 의상으로 무장한 여 전사들의 파워 풀하고 초인 같은 무술실력과 위급한 순간에 등장해 “내가 늦었나?”“방심 하지마”식의 대사를 날려주며 쎈 척, 멋있는 척 하는 인물들 그리고 앨리스 일행이 마지막 순간에 하나 남은 헬기를 타기 위해 갔다가 잡히는 장면이 있는데, 엄브렐러 군사들은 얼마나 경비를 느슨하게 하고, 방심을 해대는지 그래도 영화 전개상 잡혀주면 무기는 레이저 건, 로켓 총 등등 별 별거 다 있으면서 손을 묶는데 왜 끈으로 묶는지. 하긴 엄브렐러 군사들은 방심이 주특기니 안 볼 때 어디선가 준비된 칼로 끊어야지. 그리고 앞 만 보고 뛰는 앨리스에게 마구잡이로 총질을 해대는 헬기는 바보처럼 앨리스가 뛰어가는 방향의 앞에 총을 쏘아대고 있으면 알아서 맞을 것을 앨리스가 뛰어간 뒷 공간에만 총을 쏘아댄다. 이렇듯, 그 동안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에서 보아왔던 것들을 <레지던트 이블2>는 우리에게 복습하게 해주는 기회를 준다.
<블랙호크다운><글래디에이터><이탈리안잡><트리플X>의 알렉산더 윗 감독, <미션임파서블 1,2><블레이드2><뱀파이어와의 인터뷰>의 시각효과 팀, <엑스맨><로스트 인 스페이스><글래디에이터>의 특수효과 팀이 모여 화려하게 포장한 <레지던트 이블2>는 할리우드의 자본과 CG의 물량공세로 영화의 규모가 확대되고, 오락용 영화로 볼거리가 많아 전작보다 더욱 업그레이드 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전작에서 느낄 수 있었던 심리적 공포감이나 내러티브 영화의 디테일은 전혀 업그레이드되지 않았다. 그저 마지막 장면의 앨리스가 뻔뻔하게도 3편을 기대하라고 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