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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四十五 章
慧 星 出 現
최홍은 단목부가 진법을 변경시키는 명령을 내리지 않자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아가씨, 이 늙은이가 나서서 저놈과 겨루어 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단목부는 그제서야 잠에서 깨어난 듯 제정신을 되찾았다.
이때 이묘성은 이미 소월한을 향해 덮쳐가고 있었다.
사실 이묘성은 이미 하욱의 명령을 받고 출진한 것이다.
그는 곧장 검을 휘두르며 소월한을 향해 덮쳐갔으나 도중에서 봉쇄당하고 말았다.
대여섯 명이 뛰쳐나와 그의 앞길을 가로 막은 것이다.
때를 같이하여 소월한의 몸을 높이 솟구치는 것이 보였다.
그러자 다시 한 명의 상의대 위사가 쓰러졌다.
그의 신법은 번개같고 도법 또한 악랄하기 짝이 없어 손을 한 번 전개할 때마다 여지없이 쓰러지는 자가 있었다.
단목부는 얼른 호령을 내려 진법을 갑자기 변화시켰다.
삽시간에 반월형의 진이 형성되며 더욱 무서운 위력을 발휘했다.
소월한은 다짜고짜 이묘성에게 덮쳐가 손을 휘둘러 졸개들을 물러가게 하고 단목으로 상대했다.
십 초를 넘기지도 않아 이묘성은 사면팔방으로 휘몰아쳐 오는 소월한의 검광을 감당해내지 못해 장검이 손을 벗어나는 동시 선혈을 토하며 땅에 쓰러졌다.
하욱은 성난 음성으로 외쳤다.
“이 악독한 놈!”
소월한은 그에게 고개를 돌려 냉랭하게 코웃음을 쳤다.
“네놈도 죽고 싶은 뜻이 있으면 서슴지 말고 덤벼라!”
하욱은 십초 이내에 이묘성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무공이 실로 자기보다 높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위에 모여 있는 모든 사람은 심지어 육대흑살까지 포함하여 소월한의 이런 고강한 무공을 보자 놀라지 않는 자가 없었다.
실내에 몸을 숨기고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나정각도 섬뜩해지며 독존산장이 이러한 고수를 적수로 맞이하게 된 것은 크나큰 타격이라 생각했다.
소월한은 과연 어떠한 내력을 지닌 사람일까?
나정각은 궁금한 마음을 금치 못했으나 구태여 독존산장을 도와줄 하등의 필요가 없어 나서지 않았다.
일단은 조용히 쌍방의 변화되어 가는 형세를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소월한은 거만한 태도로 싸늘하게 외쳤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가 있으면 냉큼 나와라! 만약 나설 용의가 없다면 순순히 단목부를 내놓아라! 그러면 죽음을 면할 수가 있을 것이다.”
하욱은 감히 경솔한 행동을 할 수 없어 두려움을 내색하지 않고 역시 냉랭하게 외쳤다.
“우선 너의 내력부터 밝혀라!”
하나 소월한은 아예 그의 질문을 아랑곳 하지 않았다.
“쓸 데 없는 잔소리는 집어치우고 단목부를 내주는 문제에 대해 속히 단안을 내려라!”
하욱같이 교활한 사람도 이렇게 되면 당황해지기 마련이다.
그는 암암리에 번개같이 생각을 굴렸다.
소월한의 무공은 비록 고강하여 현재로선 적수가 없지만 자기네 쪽은 고수가 많은 잇점이 있다.
특히 자기보다 무공이 높은 최홍이 있으니 유일한 방법은 합세를 하여 소월한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생각을 굴리고 있을 때 최홍이 단목부에게 말했다.
“아가씨, 이 늙은이가 나설 뜻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단목부는 약간 주춤하며 눈썹을 찌푸렸다.
“만약 평상시라면 마음 놓고 출전해도 좋지만 지금은...”
그녀는 단안을 내리지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하욱은 역시 늙은 여우답게 이런 긴박한 상황하에서 재빨리 결정을 내리고 소리높여 외쳤다.
“소월한, 똑똑히 들어라! 너희 무공은 비록 높지만 우리가 두 사람만 내보내면 능히 너를 잡을 수가 있다.”
그는 말을 하면서 슬쩍 한쪽 손을 뒤로 뻗어 단목부에게 기회를 봐서 먼저 빠져나가라는 손짓을 해보였다.
소월한은 징그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게 소원이라면 시험을 해 보아도 무방하다.”
하욱은 행여나 그의 태도가 달라질 세라 얼른 앞으로 나섰다.
“좋다. 그럼 내가 먼저 몇 초 가르침을 받아야겠다.”
“흐흐흐... 네가 친히 나선다면 나하고 몇 초식 겨룰 수 있겠지만 사전에 한 마디 경고해 두겠다. 만약 단목부가 이 기회를 이용해 도망갈 생각이라면 그것은 스스로 죽음을 재촉하는 무리한 짓이라는 것을 명심하라!”
여기까지 말하고나서 이내 고개를 돌려 방도를 향해,
“모든 준비가 되었느냐?”
“네. 만반의 준비가 되있습니다.”
이어 그는 날카로운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기변이 생겼다.
마을 앞 뒤로 나 있는 통로에 무수한 그림자가 나타나 완전히 출로를 봉쇄했다.
소월한의 입가엔 다시 득의에 찬 징그러운 미소가 띠어졌다.
“똑똑히 보았느냐? 저들은 모두 육대흑살의 부하 중에서 간추려낸 가장 솜씨가 뛰어난 화전(火箭) 사수들이다. 저들은 거센 풍랑속에서도 자유자제로 화전을 전개할 수 있다. 만약 저들의 솜씨를 믿지 못한다면 시험 삼아 몇 놈이 먼저 도망가도 무방하다.”
하욱은 독존산장에 중책을 맡고 있으면서 견식이 넓었다. 그러니 소월한의 말이 터무니 없는 말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소월한은 하욱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칼을 들어올리며 공격 태세를 갖추었다.
하욱도 얼른 왼쪽 칼퀴와 오른쪽 검에 공력을 집중시켜 공격에 대항할 자세를 잡았다.
그는 수십 년 간 무승당의 당주로 군림해 오며 사천성 일대에서 위명을 떨쳐왔다.
평생 동안 단지 칠살장 엄무외에게만 고개를 숙였을 뿐 그 외엔 아직 적수를 만난 적이 없다.
무공을 논한다면 당대의 드문 고수임에 분명하다.
이때였다.
한 줄기의 검은 그림자가 뛰쳐나오며 싸늘하게 외쳤다.
“하당주, 잠깐 손을 멈추시오. 저런 하룻강아지는 내가 혼내 주겠소!”
외침소리와 함께 하욱 곁에 떨어져 내린 자는 막가장의 장주 막의였다.
그는 방패를 들고 검을 쥔 채 제법 기세가 흉맹했다.
하욱은 이내 그의 속셈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즉 두 사람이 합세하여 상대방을 제거하자는 뜻이었다.
“그럼 막장주가 수고를 해주시오. 저 자는 비록 명성이 나 있지 않지만 무공은 뛰어난 것 같으니 조심하시오.”
막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뜸 앞을 향해 덮쳐갔다.
때를 같이하여 소월한은 싸늘한 기합을 토하며 반달 모양의 면도(緬刀)를 전광석화처럼 떨쳤다.
“창!”
불꽃이 사방으로 튕겨지는 가운데 소월한의 칼은 강철로 만든 방패에 격중되어 막의는 그 충격에 의해 뒤로 한 발씩 물러났다.
이 광경을 지켜본 사람들은 소월한의 오묘한 도법과 심후한 내력에 대해 다시 한 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창! 창! 창!”
고막이 찢어져 나가는 듯한 금속성이 다시 들리며 막의는 역시 뒤로 물러났다.
하욱은 더 지체할 수가 없어 칼퀴를 전개해 측면에서 소월한의 면상을 후려쳐 갔다.
이때 육대흑살은 이미 정상을 되찾았다. 부상을 당했던 이소와 진원도 상처에 약을 바르고 붕대로 쌌다.
그들은 원래 천성이 거칠어 가벼운 상처에 대해선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
황규가 먼저 앞으로 덮쳐나왔다.
“소형, 하나를 저에게 맡기십시오!”
소월한은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을 하며 칼을 휘둘러 하욱을 도기(刀氣)로 칭칭 감싸고 비스듬이 석 자 가량 물러났다.
황규가 사용하는 무기는 쌍창(双槍)으로써 보통 창보다는 길이가 약간 짧지만 그것으로 전개하는 초식은 기기묘묘하여 허공을 향해 떨쳐지는 순간 막의의 모든 진로는 봉쇄되고 말았다.
막의는 앞서 소월한의 무지막한 공격을 받아 손목에 감각을 잃어 공력을 전개하는데 많은 지장을 초래했다.
황규의 쌍장은 흡사 동굴을 빠져나온 독사인 양 악랄하기 그지없이 처음부터 선기를 빼앗아 막의로 하여금 전혀 반격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
독존산장 쪽에선 이 광경을 보자 심상치 않은 것을 느끼고 최홍이 먼저 당황했다.
“아가씨, 이 늙은이가 나서지 않을 수가 없군요.”
단목부의 대답은 심각하기만 했다.
“아저씨가 출전을 한다면 나는 곧 적의 손에 함락 될 것입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나는 이미 소월한의 무공 루투를 추측해냈어요. 아저씨가 설사 하대협과 합세하여 그를 상대해도 역시 승산은 없을 거에요.”
최홍은 약간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이 늙은이의 나이는 비록 늙었지만 뼈대마저 쓸모 없이 쇠약하지는 않았습니다.”
단목부는 힐끗 그를 쳐다보고나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무공은 때로는 승부를 결정하는 것과 상관이 없어요. 만약 상대방의 공력이 별안간 강철로 증가된다면 아저씨와 하대협이 합세를 해도 십 초를 넘기지 못하고 목숨을 잃게 될 거예요.”
이때였다.
상대방 진형으로부터 우렁찬 갈채소리가 들려왔다.
알고보니 황규는 별안간 흉성이 발작하여 있는 힘을 다해 막의의 강철로 만든 방패를 연거푸 내리쳤다.
결정적인 결과를 내려는 심산인 것 같다.
막의가 왼쪽 팔이 저려오는 것을 느끼며 마지막 일장을 맞고 벌렁 뒤로 자빠진 것도 바로 이때였다.
두 명의 백의사나이가 적시에 뛰쳐나가 막의를 구해 왔다.
황규는 득의양양하게 자기네 진영으로 물러가 동료들의 갈채를 받았다.
이렇게 되자 독존산장의 세력은 크게 감소되었다.
심지어 하욱도 곧 목숨을 잃게 될 위경에 처해 있었다.
이 상태로 지속된다면 퇴로가 막힌 그들은 전멸을 당하게 될 우려가 있었다.
최홍을 비롯하여 독존산장의 모든 눈동자는 일제히 단목부에게 집중되었다.
단목부는 그들의 눈총을 의식하며 눈을 감았다 뜨는 순간 단호한 결심이 서 있는 것 같았다.
“이젠 할 수 없어요. 아저씨가 직접 출전을 해주어야겠어요.”
최홍은 막상 그녀의 출전 허락을 받자 표정이 일그러지며 주춤했다.
“만약 제가 나선다면 아가씨의 신변은 누가 보호할 것입니까?”
단목부는 겉으로 태연한 신색을 유지하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으나 아랫 입술이 약간 떨리는 것을 억제할 수 없었다.
“소월한은 바로 그것을 노리고 있어요. 일단 아저씨가 출전하면 그는 즉시 명령을 내려 나를 포위할 거에요. 하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현재의 입장으로선 아저씨를 내보내지 않을수가 없군요.”
최홍의 주름살 투성인 얼굴엔 가벼운 경련이 일었다.
“이 늙은 몸은 아가씨가 어릴 적부터 줄곧 보살펴 왔습니다. 아가씨의 안위를 위한 일이라면 설사 분신쇄골(粉身碎骨) 되는 한이 있더라도 불사할 것입니다. 그런데...”
최홍은 목이 메이는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단목부의 예쁜 눈동자에도 이슬이 맺혔다.
“아저씨, 나에게도 생각이 있어요. 비록 일종의 모험이지만 지금같이 급박한 상황에선 시험을 해보지 않을 수가 없어요.”
노인은 그녀의 말뜻을 몰라 신색이 변해졌다.
최홍이 다시 입을 열려는 찰나――
느닷없이 싸늘한 웃음소리가 허공을 가르며 들려오더니 한 줄기의 검은 그림자가 날아와 일 장 밖에 떨어졌다.
다름 아닌 처음서부터 모든 광경을 지켜본 나정각이었다.
백의사나이들은 나정각을 보는 순간 혼비백산하여 혼란을 빗기 시작했다.
그가 위맹을 떨치며 허다한 동료들을 죽인 광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나정각은 단목부와 일 장 간격을 두고 입가에 조소를 띠우고 낭랑하게 입을 열었다.
“독존산장은 비록 천하를 종횡하고 있지만 진짜 적수를 만나게 되니 완전히 속수무책이군!”
육대흑살은 이 말을 듣자 갑자기 나타난 영준한 젊은이가 독존산장과는 적대관계라는 것을 알고 일단은 경각심을 감소시켰다.
방도가 나정각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젊은이는 누구요?”
나정각은 그를 외면하고 형형한 눈빛으로 여전히 단목부를 주시했다.
“당신이 최노인과 눈물을 흘리며 작별을 하는 것을 보고 차마 참지 못해 나왔지만 한 마디 묻겠소. 당신은 정말 무공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소?”
단목부가 대꾸도 하기 전에 최홍이 성난 음성으로 외쳤다.
“우리 아가씨는 본래 어릴 적부터 몸이 약해 단지 약간의 내공만 터득했을 뿐이오. 만약 몸만 건강했다면 그녀의 지혜로선 흥! 당신 같은 사람은 백 명이 덤벼도 끄덕 없을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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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