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진 한 장 -26회-
물론 그 안에 여자가 남자를 위해 문학지를 사 주는 것과 여자에게서 책을 선물 받은 남자는 그 여자
의 사진을 책갈피에 꽃아 두는 것과 여자를 포기하지도 못하면서 집안의 반대를 어떻게 해결 하지 못
하는 남자는 결국 고민하다가 어느 날 밤늦은 시간에 취한 상태로 도로를 무단 횡단을 하다가 과속으
로 질주하는 승용차에 치어 죽게 된다는 것으로 소설의 내용을 쓰기로 한 것이다.
새벽 한 시가 넘어서 나는 단란주점을 나와 숙소로 돌아갔다.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데 안방
의 불이 켜있었다. 그 부부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모양이었지만 나는 내 방으로 들어가 챙길 것도 없
는 것들을 하나하나 가방에 쑤셔 넣기 시작했다.
다음 날 나는 서둘러 그 집을 떠났다. 그들은 내가 왜 갑자기 떠나는지 그 이유도 모른 체 서운한 배
웅을 해 주었다. 그렇게 올라온 나는 보름 정도를 내 서재에서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외출조차 하지
않았다.
“혼자 심심하지 않으세요?”
내 상념을 깨뜨린 것은 주인 여자였다.
나는 놀란 사람처럼 고개를 들고 그녀를 보자
“이제 오늘 올 만한 손님은 다 온 것 같아요.”
한다.
시계를 보니 밤 열두시가 거의 다 되어가고 있었다.
“아니! 내가 너무 오래 앉아 있었네요.”
“괜찮아요, 이 정도 시간은 되어야 문을 닫는 걸요. 그런데 선생님은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이 하세
요? 손님들이 오는지 가는지도 모르시고”
“아! 뭣 좀 생각할 것이 있어서요.”
“선생님은 여기 앉아 술을 드시면서도 글 생각 하시나보지요?”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냥”
“저 한 잔 주실래요?”
여자가 잔을 든 손을 앞으로 내 민다. 나는 두 말 없이 병을 들어 그녀의 손에 들린 잔에 가득 따른다.
“오늘 같은 날은 술 마시면 안 되는데, 선생님 혼자 드시는 것도 적적하실 것 같고,”
“바깥 분은 어디 가까운 집안에 장사가 난 모양이지요?”
나는 아까 여자가 남편이 장사 집에 갔다는 말을 기억하면서 물었다.
“집안은 아니고요. 그 사람 가까운 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네요.”
“그렇군요.”
나는 시계를 다시 들여다본다. 이제 열두시가 넘었다. 나는 일어선다. 그리고 지갑을 열어 지폐를
꺼내는데
“선생님 놔두세요. 까짓 얼마나 된다고.”
“무슨 말씀을요. 그래도 받으실 것은 받으셔야지.”
“아이 참,”
여자는 싫지 않은 얼굴로 만 원 권을 앞치마 주머니에 넣더니 오천 원 지폐를 꺼내어 내게 건넨다.
“내일 저녁에 출출하시면 오세요.”
여자는 내일 남편이 있을 것이니 술 한 잔 하러 오라는 말이다.
“아! 내일은 시간이 그러네요. 모래 우리 문인들이 대구 쪽으로 문학기행을 가는데 준비해야 할 것들
이 있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