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직후인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나. ▶모든 게 잘 끝났기 때문에 바쁘면 안 된다. 바쁘다고 한다면 '뭔가 우리가 잘못한 게 있나?'라고 생각될 수 있기 때문에 바쁘면 안 된다. 긴장도가 아주 높은 상황을 지나왔다. 이완시켜줄 필요가 있다. 지금 바쁘게 일하는 사람은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사실 나는 아직 일하고 있긴 하다. (웃음)
-누리호 발사 전 김 연구원의 인터뷰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 됐다. '80개의 전자장치에게 말을 건다'고 했었는데. ▶화제가 된 걸 가족이 알려줘서 알았다. 발사체가 1, 2, 3단이 있으면 뒤에서부터 쭉 하나하나씩 장치한테 "A 장치, 지난번에 너 시험할 때 문제 있었나? 없었어?" 하면서 데이터를 머릿속에 복기한다. "맞았어! 너는 그때 특이사항이 없었어." 하면서 내면에서 대화하는데, 그렇게 쭉 한번 훑고 나면 30분이 지난다. 그러면 믿고 발사장으로 나가는 거다.
-어떤 일을 맡고 있기에 80개의 장치를 챙겨야 하나. ▶개발을 하는 부서가 있고, 개발된 것들을 모아서 시험하는 부서가 있다. 지금 부서는 발사체체계종합팀인데 모든 장치들을 묶어서 시험하고 발사 운영까지 한다. 때문에 모든 장치와의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다.
-사람처럼 가장 마음이 가는, 신경 쓰이는 장치도 있나? ▶내가 어느 한 장치에 애정이 간다고 하면 '편애한다'고 동료들한테 안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발사체의 가장 핵심은 엔진이고, 엔진 못지않게 핵심은 관성항법컴퓨터다. 관성항법컴퓨터는 로켓의 두뇌다. 발사체가 날아갈 때 제 궤도로 날아갈 수 있도록 자세를 잡는 명령을 해 주고 위치를 계산하면서 언제 분리를 하는지 등의 모든 것을 다 관장한다. 그래서 늘 거기에 신경을 놓지 않는다.
-누리호 성공이 갖는 의미를 설명해준다면. ▶내가 목적지에 가고 싶을 때 언제든지 쓸 수 있는 우리의 교통수단이 생긴 거다. 우리가 위성을 올리고 싶은데도 올릴 수 없다면 다른 나라에 부탁해야 하는데 '몇 년 후에 와라' 하기도 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이 생긴 것처럼 결국에는 못 쏘게 되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한국이 드디어 스페이스 클럽에 가입했다는 의미 등 많은 의미가 있다.
-누리호 전까지 해외의 기술을 빌리면서 겪었던 설움이 있을 것 같은데. ▶나로호 때는 러시아가 1단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철저한 보안 속에서 진행했다. 러시아 엔지니어랑 조금이라도 이야기해보고 싶어서 다가가면 보안요원이 따라온다.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또 우리나라의 우리 조립동인데도 자기들이 다 셔터를 내리라고 한다. "우리 건물인데? 너희들이 왜?" "아니야 이건 비밀이야." 이런 설움은 실제로 안 겪어보면 상상하기 힘들다. 기분 정말 안 좋다.
-이제 그런 설움은 해결됐겠다. ▶그렇다. 이제는 보란 듯이 우리가 그 사람들한테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너희들이 했던 거? 야, 우리가 더 좋은 성능으로 올렸어!"
-해외의 경우 발사 성공했을 때 관제센터에서 격한 환호가 나오던데, 우리 한국 연구원들은 너무 차분하더라. ▶학습 효과가 아닐까 싶다. 우리가 나로호 두 번 실패했다. 누리호도 앞에 실패했다. 혹시 잘못해서 "어? 쟤네들은 성공도 안 했는데 뭐야?" 이럴 수 있는 상황에 대한 학습 효과 같다. 그래서 성공했음에도 위성 교신이 다 되는 그 시간까지 확인을 해서야 안도감을 가졌던 것 같다. 만약 마지막에 위성 통신이 안 됐다고 하면 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으니까. 우리 한국 연구원들이 좀 차분하고 겸손하다.
-누리호 개발부터 성공까지의 12년, 어떤 시간이었나? ▶영광이었다. 우리 연구원들이 월드컵에 나가는 국가대표처럼 국가 과학기술 분야의 국가대표라는 개념으로 임했다. 참 영광이었다.
-박사님께 누리호란? ▶12년 동안 나의 황금기를 뺏어가고, 건강을 뺏어간 나쁜 놈. (웃음) 그렇지만 마지막에 발사 성공이라는 것으로 큰 기쁨을 준 아주 좋은 놈. 아니, 놈이 아니라 좋은 친구. (웃음)
-직업병도 있나? ▶밤에 잠을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혼자 회의를 한다고 하더라. 그럼 아내가 옆에서 맞장구를 쳐주면 다시 누워서 잔다고 한다. 어떤 때는 실제로 꿈에서도 설계를 하기도 한다. 일어나서 적어 놓고 다시 자고. 조금은 문제 있는 것 같다. (웃음)
-마지막으로 누리호와 80개의 장치들에게 하고 싶은 말? ▶"2022년 6월 21일 16시에 나로우주센터에서 창공을 뚫고, 우주를 뚫고 끝까지 날아가서 우리의 희망을 이뤄준 누리호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또 누리호 안에서, 그 혹독한 환경하에서 장치들이 잘 견뎌줘서 너네들 참 고맙다. 그리고 내년에 니들 동생들 쏠 테니까 나중에 만나면 인사해, 알았지?"
첫댓글 인터뷰 넘 귀엽내ㅠㅠㅠ 멋지긔
내년에 동생을 쏠 테니 나중에 만나면 인사해, 알았지? 라니ㅠㅠㅠㅠㅠㅠ 누리야 내년에 동생 올라갈꺼니까 기대하고 있으라긔!!!
애정 넘치시네ㅠㅠ 정말 대단하시긔 감사하긔
동생들한테 인사하라니ㅜㅜㅜㅜ감동적이고 귀여우시긔!
으앙 ㅜㅜㅜ 분명히 n 이실거같냄 ㅋㅋㅋㅋㅋ귀엽초ㅑ
인터뷰 넘 재밌긔 !!!!
따봉누리야 넘 고생했다ㅠㅠㅠㅠㅠㅠㅠ
동생도 생긴데 쪼금만 기다려~~~
동생 생긴다고 예고해주는거 넘 스윗하긔 ㅋㅋㅋㅋㅋ
애정 없고 열정 없으면 못하는 인터뷰내... 인터뷰에서 사랑과 다정함이 담뿍 느껴져서 더 좋네요. 감동적이고,, 자부심도 느껴지고.. 저런 열정 다 죽었는데 마음 다잡고 갑니다...
캬하.. 인터뷰 졸귀.. 축하해요오!!!!!!
아내분도 맞장구 쳐주신다는 점이 너무 웃기면서도 슬프긔ㅠㅋㅋㅋㅋㅋㅋㅋㅋ 고생 많으셨어요
인터뷰 너무 재밌고 좋긔!! 동생들한테 인사하라니ㅋㅋㅋ 귀엽내ㅋㅋㅋㅋㅋ
연구원님 애정이 넘치시냄 ㅠㅠ 누리 동생도 파이팅이긔
흑흑 넘 눈물나긔 ㅜㅜㅜㅜㅜㅜ 애정이 너무 느껴지는 인터뷰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