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4. 연비려천 어약우연의 체질철학
불학(佛學)에서 체질철학을 잘 보여주는 경구가 ‘삼초이목(三草二木) 중생수기(衆生隨器)’라면, 유학에서는 ‘연비려천(鳶飛戾天) 어약우연(魚躍于淵)’이라 하겠습니다. 「중용」 제12장에 나오는 이 경구는 ‘솔개는 날아 하늘에 이르고 물고기는 연못에서 뛰어오른다’는 뜻입니다. 만물은 그 본성에 따라(率性) 저마다의 길[道]을 가니, 이를 자사(子思)는 솔성지위도(率性之謂道, 중용1)라 표현하였습니다.
솔성지위도는 제 본성을 따르는 것을 도라고 한다는 뜻이니, 곧 도는 체질의 도입니다. 이 체질은 유학에서 말하는 윤리의 토대인 하늘이 명하여 준 것을 본성이라고 한다(天命之謂性, 중용1)의 본성과 동일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렇기에 물고기는 날아 하늘에 이르고 솔개는 연못에서 뛰어오를 수가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공부는 이 체질의 도를 닦아가는 수도지위교(修道之謂敎, 중용1)입니다.
[보충]
* ‘연비려천 어약우연’의 원출처는 「시경」 대아 한록편입니다. 퇴계는 <도산십이곡>의 제6곡에서 ‘연비려천 어약우연’을 줄여 ‘어약연비’라 표현하고, 이어서 ‘운영천광(雲影天光)’을 읊습니다. 운영천광은 주자의 시 <관서유감(觀書有感)>의 제2구 ‘天光雲影共排徊’에서 따온 것입니다.
* 퇴계는 도산서원의 동쪽 산기슭을 천연대(天淵臺)로, 서쪽 산기슭을 천광운영대(天光雲影臺)로 명명하였습니다. 천연대의 천연은 연비려천의 끝자와 어약우연의 끝자의 합성어입니다.
첫댓글 키워드1. 불학의 체질철학을 잘 보여주는 경구는 ‘삼초이목 중생수기’였음
키워드2. 유학의 체질철학을 잘 보여주는 경구는 ‘연비려천 어약우연(중용12)’임
키워드3. 연비려천 어약우연은 솔성지위도(중용1)를 말함
키워드4. 체질과 본성은 동일한 의미임
키워드5. 우리의 공부는 체질의 도를 닦아가는 수도지위도(중용1)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