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삼척 여행>
지난 1월30일(수), 경기도교육청 관리직(교장,교감,전문직) 인사발령이 나는 날에 강원도 삼척 여행을 1박2일 여정으로 다녀왔습니다.
오랜 친분을 쌓아온 대학 동문 11명이 모처럼 겨울 여행을 떠난 것입니다. 동문 중에는 고위직(교육장, 교육국장 등)으로 승진 발령이 날 가능성 있는 교육전문직(장학관,연구관)이 없어서 답답한 마음도 달래고, 오랜 만에 동해 바닷가 바람도 쐴 겸해서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동행했습니다. 겨울방학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개인 일정들이 모두 달라서, 날짜를 겨우 맞춰 오랜만에 이틀간 오붓한 시간을 같이 보냈던 여행이었습니다. 힘께 차를 타고 돌아다니고, 걷기도 하면서 그동안 하고싶은 이야기들을 1박2일 동안 실컷하였던 삼척 여행이었습니다.
강원도 동쪽은 속초, 강릉 등 유명한 관광 명소도 많은데 왜 하필이면 삼척여행인가?
여기에는 특별한 인연이 있었습니다. 동문회장을 맡고 계시는 정교장선생님의 고교 및 대학 친구인 윤사장님이 삼척화력발전소 소장님으로 재직하셔서 친구 일행을 초대했기 때문입니다.
오전에 영동고속도로를 출발하여 첫번째 도착한 곳이 삼척 대금굴이었습니다.
보통 관광객들은 대부분 삼척의 환선굴이 유명해서 삼척을 가면, 으레 환선굴 탐방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좋은 석회암 동굴이 바로 "대금굴"이라고 합니다.
대금굴 관람은 완전히 예약제로 운영되어서 미리 예약을 하지않고 현장에 도착하면, 볼 수 없고 헛발길의 불운을 겪어야 합니다. 우리 일행는 미리 회장님의 친구인 윤사장님이 예약을 해놓아서 곧바로 대금굴을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몇년 전에 환선굴도 가보았지만, 환선굴은 웅장한 규모와 넓고 탁트인 광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대금굴은 모노 레일을 타고 들어가서 관람하였는데, 아기자기하고 관람 인원을 소수로 제한하여, '대접을 잘 받는다'는 느낌의 기분좋은 관광이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가보았던 석회암 동굴 중에서는 중국 장가계의 석회암 동굴이 가장 크고 웅장했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한국적 지형에 딱 제격인 "대금굴" 관람을 기쁜 마음으로 마치고, 곧바로 45분을 달려서 도착한 곳이 레일바이크를 타는 곳이었습니다. 오래 전에 석탄을 많이 생산하던 광산이 번창할 때 운반용 철로가 이제는 사용하지 않아, 관광용 레일바이크 관광 코스로 개발했습니다.
4명이 탑승하는 레일바이크를 운행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일행은 50분동안 열심히 페달을 밟았습니다. 레일바이크 코스는 풍광이 일품이고 아주 멋진 추억을 남기게하는 최고의 바닷길입니다. 곳곳의 소나무숲길을 지나고 하얀 백사장과 파도를 맘껏 즐기면서 바닷가를 따라 가는 관광코스였습니다. 레일바이크 타기는 체력 단련과 허벅지 근육 단련을 많이 시키는 운동 관광의 추억을 남겨주었습니다. '나이들어서는 돈버는 것보다 허벅지에 살붙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격언을 실감하였습니다.
레일바이크 관광을 마치고 숙소인 삼척 솔비치 대명콘도로 향했습니다.
삼척솔비치 대명콘도에서 바라보는 바다풍경, 파도치는 모습의 감상이 일품이었습니다. 촛대바위의 어둑한 일몰을 보기 위해서 부지런히 바짓가랑이에서 비파소리가 나도록 걸어서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구름낀 하늘때문인지 멋진 일몰을 볼 수 없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행여 일출을 볼 수 있을까 하고 기대했지만, 역시 구름낀 하늘이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는 5층의 524호! 이곳 삼척 솔비치콘도의 한층에 단하나밖에 없는 '파노라마 방'이라서 방과 거실, 화장실 욕실에서조차 바다가 보일 정도였습니다. 마치 방의 구조가 쥘부채를 펼쳐놓은 듯하여, 방에서 바다를 직접 조망하는 묘미는 숙소의 지정학적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숙박비가 비회원가로 하룻밤 묵어가는데 60만원이라고 합니다. 돈많은 트럼프도 아니고 영국의 왕손이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족도 아닌데, 내국인들은 정상가를 다 지불하고 숙박을 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마침 일행 중에 회원권을 소지한 분이 계셔서 저렴한 비용으로 최고의 방에서 하룻밤을 '왕궁에서 머물렀다'는 느낌으로 이용하였습니다.
촛대바위는 추암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습니다. 우리 일행은 일몰 감상 후에 삼척의 유명한 횟집, "항구식당"에서 가부좌를 틀고 퍼즐러 미팅을 오랫동안 진행했습니다. 주거니받거니하는 술잔 속에 인생을 이야기하고, 지나온 삶에 대한 반추, 그리고 방학 동안에 국외여행을 다녀 온 이야기와 농담 등으로 2시간 반을 보냈습니다.
식사 후에 적당한 주량에 기분이 좋아서, 그 건물 4층의 라이브 까페에서 입가심 맥주와 추가 환담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정회장님 친구이신 윤사장님이 대학 때부터 언더그라운드 가수로 활동하면서 노인정, 고향 동네 마을 잔치에 재능기부를 꾸준히 실천해오셨다는 것을 알고 감동했습니다. 회사의 고위급 임원이 자기낮춤의 자세로 섬김의 리더십을 발휘하였으니까 그것이 바로 아름다운 봉사활동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날 저녁도 친구일행을 위해 기꺼이 라이브 까페에서 노래 봉사를 하였는데,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정도로 노래를 잘 불렀습니다.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이 노래를 못불러서 언더그라운드 가수, 무명가수로 남아있는 것이 아니다. 농담이지만 *상납을 제대로 안했기때문에 언더그라운드로 남고, 인기를 누릴 수 있는 대박의 기회가 오지 않았기때문이다......."
배꼽을 잡고 웃고 즐기면서 그분의 노래를 열심히 감상하다보니까 어느덧 밤 11시가 훌쩍 넘어서 숙소로 돌아와서 솔비치 리조트 옥상에서 바라보는 파도의 정경이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침 7시30분 무렵, 일출을 보려고 부랴부랴 촛대바위를 가려고 했으나 하늘이 도와주지 않아서 해를 볼 수가 없었습니다. 헛걸음 대신에 그냥 숙소의 거실에서 파도만 실컷 구경하고 감상했습니다.
아침 식사는 솔비치 콘도에서 약 600미터 떨어진 해안가의 상가에 있는 "바다마을"식당에서 곰치국으로 속풀이를 하였습니다. 삼척을 세탁소집 주인처럼 주름잡고 다니면서 맛집, 유명 관광명소를 모두 알고 계시는 정회장님 친구분 덕분에, 우리 일행도 삼척을 이불집 사장처럼 아예 누비고 다녔습니다. 콘도 인근의 해변가 식당과 민박이 제법 활성화되어 있었습니다. 솔비치 리조트가 들어서면서 상가도 번영을 누리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른바 윈-윈의 상생 모델인 것같습니다.
식당의 곰치국 1그릇에 1만5천원으로 약간 비싸지만, 맛은 일품이었습니다. "삼척에 와서 곰치국을 먹지 않으면 3대를 후회한다"는 윤사장님의 농담이 뻔한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날 아침에 식당에서 뉴스를 보니까, 동해안 쪽에 눈이 많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서둘러서 떠나기로 하고, 대신에 아주 멋진 추억을 담을 수 있는 점심식사, 럭셔리한 점심을 여유있게 먹기로 하였습니다. 삼척을 떠나면서 아쉽게도 "관동 팔경" 중에 하나인 죽서루가 보수공사 중이라서 가보지 못해 다음을 기약해야 했습니다.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에 나오는 죽서루와 망양정 파도 조망을 했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미련을 남겨야 다음번에 다시 올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것같았습니다.
그래서 다음 코스는 강원도 횡성 한우 맛보기 여행으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둔내 우체국 인근에 있는 "삼정"식당으로, 사장님께서 25년 동안 같은 장소에서 영업을 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친환경 최고급 한우 등심 식사를 하기로 하였는데, 주인 내외, 아들 내외가 장사를 하는 곳으로 서비스가 남달랐습니다. 가격은 놀랍게도 한우 150그램에 6만6천원이었습니다. 고기한점이 금값이었습니다. 그런데, 인근의 유명한 골프장, 스키장에서 배나온 사장님들과 보석으로 장식한 귀부인들이 즐겨 찾는 맛의 명소라고 합니다. 속된 표현으로 "고기가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같습니다. 한번쯤 서민들도 눈딱감고 추억이 있는 맛있는 식사, 가격만 빼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횡성한우 식사라고 추천할 수 있습니다.
비싼 만큼 제대로 된 서비스와 고기의 질적 만족도가 높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마음의 감동을 주는 '가심비가 높은 식당'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래저래 즐겁고 유익한 여행, 모처럼 강원도 삼척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던 여행이었습니다.
인간의 삶에서 행복의 첫번째 조건이 바로 "여행"이라는 것을 몸으로 체험한 삼척 여행이었습니다.
여기 우리 일행이 찾았던 삼척 관광 명소를 순서대로 대표 사진만 한컷씩 올려봅니다.
(삼척의 대금굴! 환선굴은 언제라도 관람할 수 있지만, 대금굴은 모두 예약제로 운영되므로 미리 예약은 필수임)
(레일 바이크의 환상적인 터널 조명! 약 50분 동안의 레일바이크 타기는 근력운동에
제격임)
(추암역에서 바라본 촛대 바위 모습)
(삼척 솔비치 대명콘도! 설악이나 강릉에 있는 콘도보다 더 위치가 좋고 여름에는 워터파크를 함께 운영하여 가족단위 휴양객들이 많아서 콘도회원들조차 방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함)
(콘도에서 바라본 바다 조망, 파도의 모습)
(삼척의 유명 식당 중에 하나인 항구식당! 4층에 라이브 까페가 있어서 까페에서 바라보는 바다 조망도 일품임)
(솔비치 인근의 해변가에 있는 곰치국 식당으로 맛이 일품임)
(횡성 한우 식당으로 유명한 "삼정 식당". 자연친화적 한우 식당으로 25년의 역사를 지닌 식당임)
(첫번째 나온 순서로 육회가 각 개인별로 나오는데, 맛이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제격임)
첫댓글 덕분에 삼척 구경 한번 잘 했습니다.
5년전 대금굴 갔던 생각이 납니다. 레일바이크 한번 타보고 싶네요.
여전히 성능 좋은 사진기는 휴대하시고 가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