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음력 1월 1일로, 조상을 기억하며 차례를 지내고 웃어른께 세배를 드리며 덕담을 나누는 우리 민족의 큰 명절인 설입니다. 우리는 내일 일을 알지 못하며 잠깐 나타났다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연기일 뿐임을 잊지 말고, 주님의 충실한 종으로서 늘 깨어 준비하고 있으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명심합시다.
또한 오늘은 ‘하느님의 말씀 주일’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연중 제3주일을 하느님 말씀의 거행과 성찰과 전파를 위하여 봉헌하는 날로 선언하셨습니다(2019년 9월 30일). 우리 모두 성경을 더욱 가까이하여 자주 읽고 묵상하며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살고자 노력합시다.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35-40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35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36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37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38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
39 이것을 명심하여라. 도둑이 몇 시에 올지 집주인이 알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40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깨어 있는 사람이 되십시오.
요즘은 불면증이 심해서 밤늦게까지 컴퓨터에 앉아 있거나 TV에 빠져 있습니다. 그리고 잠을 못자서인지 언제나 몽롱하고 잠을 자는 듯 깨어 있는 듯 하는 사람 같습니다. 그래서 매일 병원에서 처방해 준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지만 내가 잠을 자지 않고 있는 것이 ‘깨어 있는 것’인가 스스로 생각해 보면 그건 잠을 못자는 것이지 깨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종들은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깨어 있고, 주인이 돌아오면 그 즉시 대문을 열어주고, 주인이 계시지 않은 동안에 있었던 모든 일들을 낱낱이 고하고, 주인이 편하게 쉬실 수 있도록 준비해 드려야 하는 신분입니다. 그런데 그 모든 일들이 주인을 사랑하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또한 자발적으로 해야 좋은 종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내 자신이 좋은 사람인지, 주인을 사랑하는 깨어 있는 종인지 생각해봅니다.
좋은 사람'에게는 여덟 가지 마음이 있다고 합니다. 좋은 종에게도 이런 마음이 있겠지요. 그리고 이런 마음으로 언제나 주인을 위해서 충성을 다하는 종을 둔 주인은 참 행복할 것입니다. ‘좋은 생각’에 이런 글이 있었습니다.
*향기로운 마음
향기로운 마음은 남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입니다.
나비에게.. 벌에게.. 바람에게.. 자기의 달콤함을 내주는 꽃처럼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베풀어 주는 마음입니다...
* 여유로운 마음
여유로운 마음은 풍요로움이 선사하는 평화입니다.
바람과 구름이 평화롭게 머물도록 끝없이 드넓어 넉넉한 하늘처럼
비어 있어 가득 채울 수 있는 자유입니다...
* 사랑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은 존재에 대한 나와의 약속입니다.
끊어지지 않는 믿음의 날실에 이해라는 구슬을 꿰어놓은 염주처럼
바라봐주고 마음을 쏟아야하는 관심입니다...
* 정성(精誠)된 마음
정성된 마음은 자기를 아끼지 않는 헌신입니다.
뜨거움을 참아내며 맑은 녹 빛으로 은은한 향과 맛을 건네주는 차처럼
진심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실천입니다...
* 참는 마음
참는 마음은 나를 바라보는 선입니다.
절제의 바다를 그어서 오롯이 자라며 부드럽게 마음을 비우는 대나무처럼
나와 세상이치를 바로 깨닫게 하는 수행입니다...
* 노력(努力)하는 마음
노력하는 마음은 목표를 향한 끊임없는 투지입니다.
깨우침을 위해 세상의 유혹을 떨치고 머리칼을 자르며 공부하는 스님처럼
꾸준하게 한 길을 걷는 집념입니다...
* 강직(剛直)한 마음
강직한 마음은 자기를 지키는 용기입니다.
깊게 뿌리내려 흔들림 없이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처럼
변함없이 한결같은 믿음입니다...
* 선정(禪靜)된 마음
선정된 마음은 나를 바라보게 하는 고요함입니다.
싹을 틔우게 하고 꽃을 피우게 하며 보람의 열매를 맺게 하는 햇살처럼
어둠을 물리치고 세상을 환하게 하는 지혜입니다...
【 좋은글 中】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는 주인은 띠를 매고 충직한 종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라고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종을 위해서 시중을 들고 식탁을 차리는 주인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주님은 바로 그렇게 하시는 분이십니다. 식탁을 차리시며 시중을 들으시는 주님이시지요. 그런데 오늘 나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합니다. 오늘 나를 잡아두는 묵상은 주인과 종의 신분입니다. ‘나는 누구의 종인가?’ 또한 ‘누구의 주인인가?’하는 것입니다. 물론 하느님은 나의 주인이십니다. 그리고 내 주인은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나의 주인입니다. 나는 그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의 종인 것입니다. 내가 아이들의 아버지라고 하더라도 아이들의 종이 되어야 한답니다. 대통령은 모든 국민의 종이 되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사랑으로 섬기는 종이 되면 나의 주인이신 주님께서 띠를 매시고, 식탁에 종인 나를 앉히시고, 먹을 것을 챙겨주시며 봉사하시는 종이 되시겠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내 모든 사랑을 주었으니 나는 행복한 종이고, 주님께서 모든 것을 사랑으로 되갚아 주실 것이니 나는 또한 행복한 종입니다. 그리고 또한 행복한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의 전제는 사랑입니다. 내 교만과 편견과 아집의 굴레에서 벗어나 이제는 겸손하고 좋은 종으로 살아야 하며, 또한 좋은 주인을 닮아서 사람들을 사랑하여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설날입니다. 금년도 깨어 주님의 식탁에서 성실하게 봉사하게 하소서. 식탁 봉사를 하시는 주님, 저희가 좋은 종으로 살지 못하였는데 어찌 이리 융숭한 대접으로 저희를 부끄럽게 하시나이까? ‘충직한 종으로 깨어 있다.’는 의미를 세상 모든 사람에게 사랑으로 대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라는 가르치심을 언제나 깨닫지 못하고 살았나이다. 이제 당신의 사랑에 감읍하면서 진실로 행복한 종으로 살고 행복한 주인을 닮게 하소서. 자비와 사랑의 주님!!
<여러분은 내일 일을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생명이 무엇입니까?>
▥ 야고보서의 말씀입니다. 4,13-15
사랑하는 여러분,
13 자 이제, “오늘이나 내일 어느 어느 고을에 가서
일 년 동안 그곳에서 지내며 장사를 하여 돈을 벌겠다.” 하고 말하는 여러분!
14 그렇지만 여러분은 내일 일을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생명이 무엇입니까?
여러분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연기일 따름입니다.
15 도리어 여러분은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가 살아서 이런저런 일을 할 것이다.” 하고 말해야 합니다.
축일1월 22일 성 빈첸시오 팔로티 (Vincent Pallotti)
신분 : 신부, 설립자
활동 연도 : 1795-1850년
같은 이름 : 뱅상, 빈센트, 빈첸시우스, 빈첸티오, 빈첸티우스, 빈켄티오, 빈켄티우스, 원선시오
성 빈첸시오 팔로티(Vincentius Pallotti)는 1795년 4월 21일 로마(Roma)에서 식료품 장사를 하던 부유한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그의 스승이었던 돈 페리(Don Ferri)는 그를 “작은 성인이지만 머리는 조금 둔했다”고 평가하였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학업 성취 능력은 향상되었고 1818년 5월 16일에 사제품을 받았다. 그리고 같은 해 7월 25일 신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에 그는 10년 동안 로마의 사피엔차(Sapienza) 대학에서 신학을 가르친 뒤 영성 지도와 강론에만 전념하였다.
보혈회를 설립한 성 가스파르 델 부팔로(Gaspar del Bufalo, 1월 2일)와의 우정에서 고무된 성 빈첸시오는 자신의 직위를 포기하고 여러 본당에서 사목활동에 전념하였다.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사도적 역할에 관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을 예견하듯이, 1835년 성 빈첸시오는 변화와 정의에 헌신하고자 하는 성직자, 수도자와 평신도들을 모아 가난한 소년들을 위한 야간학교와 직업학교를 세우고 선진 농업기술의 전수를 위한 학원을 세웠다. 학교에서는 젊은이들에게 제화, 제단 기술과 농업 같은 시장성이 있는 기술을 가르쳤고 그들의 작업에 자부심을 주입시켰다. 그는 수도생활의 기도와 침묵에서만 성스러움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삶에 있어서 필요한 부분을 찾아 채워주는 데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일했다. 이러한 그의 정책은 북부 이탈리아에서 활동했던 성 요한 보스코(Joannes Bosco, 1월 31일)와 비슷했다.
1835년 그는 팔라티노회(천주교 사도회)를 설립했는데, 성 빈첸시오의 일생 동안 12명의 회원만 있었지만 그 후로 크게 성장하였다. 그리고 그는 가톨릭 사도직 수녀회도 설립하였는데, 이 수녀회는 후에 팔로틴 선교 수녀회로 발전하였다. 그들은 이탈리아, 브라질,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등지에 퍼져 창립자와 같은 이민자들을 돌보았으며, 동방 정교회 그리스도교인들과의 종교 간 대화를 촉진시키는 데 전문적으로 활동하였다.
그는 젊은 교수에게 다음과 같이 썼다. “당신은 트라피스트 회원과 은수자들의 엄격함과 침묵에서 잘라져 나온 부분이 아닙니다. 세상에서 거룩해 지십시오. 사회관계에서, 당신의 일터에서, 여가 생활 중에, 당신의 가르치는 직무에서, 출판사와의 만남과 죄인들과의 만남에서 거룩해 지십시오. 성스러움이란 단지 하느님의 일을 하는 것, 언제 어디에나 있는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성 빈첸시오의 사도적 활동은 자신의 엄격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는 1837년 콜레라가 창궐했을 때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들을 돌보았다. 그는 사람들의 영적 목마름을 채워주기 위해 극도의 노력을 했으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제는 누구나 쏴버리겠다고 위협하는 환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파로 변장하기도 했다. 1844년 성 빈첸시오는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신부를 런던(London)에 사는 이탈리아인들을 사목하도록 파견하였다. 그 후로 그의 수도회는 세계 각지로 뻗어나갔다. 로마의 시민들은 성 빈첸시오 신부를 19세기에 나타난 성 필리푸스 네리우스(Philippus Nerius, 5월 26일)로 이해했다. 왜냐하면 성 빈첸시오는 자신의 옷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는 반라의 모습으로 돌아오곤 했기 때문이다.
성 빈첸시오 팔로티는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다가 1850년 1월 22일 55세의 나이로 로마에서 선종하였다. 그는 1950년 1월 20일 교황 비오 12세(Pius XII)에 의해 시복되었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진행 중이던 1963년 1월 20일 교황 요한 23세(Joannes XXIII)에 의해 시성되었다. 교황 비오 11세는 그를 '가톨릭 액션(Catholic Action)의 선구자'라고 불렀다.
오늘 축일을 맞은 빈첸시오 팔로티 (Vincent Pallotti) 형제들에게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