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해진 군사력
세계 최장수 국가 ‘1000년 제국’ 로마는 2000년 전 홀연히 사라졌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던 로마가 하루아침에 쥐도 새도 모르게 무너지는 것을 보고 역사학자들은 충격을 받았다. 물론 거대제국 로마가 망한 원인을 한 가지로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먼저 콘스탄티누스가 죽자 아들 콘스탄티누스가 제위를 이었다. 당시 게르만족의 침공이 잦았다. 이후 율리아누스가 황제가 되지만 결국 로마는 476년 게르만 용병대장인 오도아르케에 의해 멸망한다. 이것이 바로 역사서에 나오는 공식적인 로마의 멸망 기록이다.
로마 북쪽에 사는 게르만 족은 워낙 광범위한데, 한 민족이 아니었다. 그 안에 많은 족속들이 있었다. 북쪽에 사는 게르만 족속들이 오랫동안 남쪽 로마의 영광을 내심 동경하면서 살았다. 국제 사회에서는 영원한 우방이 없다. 게르만은 로마를 동경하면서 자식을 많이 낳았다. 보통 20명을 낳았다. 각박하기 때문에 천박하면서도 도전적이고 씩씩하게 자랐다. 전쟁을 하면 약탈을 허용하는데, 그것을 위해 생명을 내걸고 죽음을 불사했다. 인구가 점점 팽창하면서 로마를 넘보자, 로마는 계속해서 북쪽에 군사들을 많이 배치하는데, 다뉴브강을 너머 훈족(흉노족)이 침입하지만 로마-게르만 연합군이 물리친다. 비지고트, 서고트 족이 로마를 침공하는데 성공한다.
📚부정부패ㆍ금전적인 문제
최강 로마의 군사력은 사회지도층의 정신적 부패와 기강으로 급격하게 흔들렸다. 또한 로마의 정치제도의 불공정성, 야만적 잔학성도 문제였다. 부유층은 하층민을 잔인하게 대하였다. 외부적으로는 자유가 있으나 실제 생활은 노예나 다름없는 비참한 생활을 했다. 따라서 하층민들은 로마의 지배권을 내버리고 새로운 리더쉽을 얼마든지 맞아들일 각오가 되어 있었다. 많은 로마인들은 차라리 침략자들과 새 출발하는 것을 동경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로마인들의 불공정은 귀족층으로 하여금 게으르게 했다. 일은 하층민이나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자, 농사를 짓는 것이 천시되고 군인이 줄었다. 생활이 어려워지자, 아이를 적게 낳고, 그 아이들은 용감성을 가지기에는 너무나 과잉 보호되었다. 로마의 용병들이 그들의 제국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릴 리 없었다.
귀족과 황제의 부패는 민심의 반발을 샀다. 이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모든 정치가 귀족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에 불만을 품고 평민들끼리 또 다른 로마를 건설하겠다는 의식이 싹트자 원로원은 충격을 받았다. 이후 평민의 대표를 원로원이 인정해 평민의 민의를 수렴할 것을 약속한 호민관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지만 허사였다. 국가의 힘은 민심에서 나온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졸지에 지도층이 되면 이러한 진실을 잊어버린다는 데 있다.
📚급격한 기후변화
지배계급의 타락, 지도자의 부패, 하인과 노예들에 대한 노동착취 그리고 로마를 침략한 이방인의 우월한 군사전략 때문에 몰락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혹자는 자연재해로 토양의 비옥함이 줄어 농작물의 산출이 감소해 결국 멸망했다는 주장도 있다.
📚기독교의 특권
로마는 멸망당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멸했다고 보는 사가들도 있다. 그 당시 로마에서는 예배당을 많이 짓고 있었다. 기독교는 창의성을 가지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많은 교회당 속의 로마의 기독교는 아무런 힘이 되지 못했다. 여기서 제기되는 많은 원인들 중에 가장 큰 원인은 로마교황청을 중심으로 한 라틴 기독교의 교회가 온갖 특권을 누리며, 교회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었고, 공직의 대부분은 기독교인이 차지했다는 것이 그 답이다.
📚상수도 시설
그런데 최근 들어 로마가 ‘납 중독’ 때문에 멸망했다는 주장이 신빙성을 얻고 있다. 당시 사용하던 상하수도용 납 파이프가 질병을 유발하여 로마인들을 타락시키고 병들게 하여 망했다는 주장이다. <과학동아(2014.4.22.)>에 의하면 이 주장이 더 신뢰성이 간다.
그간 역사학자들은 로마 상류층이 즐겨 사용한 납이 각종 질병의 원인이 돼 1000여 년 동안 불패신화를 기록하던 로마제국의 몰락을 촉진시켰을지 모른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런데 이번에 그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연구 성과가 나왔다. 프랑스 리옹대, 영국 사우스햄튼대, 미국 라이스대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진은 이탈리아 반도 왼쪽 리구리아해에 위치한 고대 로마제국의 항구도시 포르투스와 테베레강을 잇는 수로 유적과 주변의 침전물을 채취해 납 동위원소 농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납 파이프를 통해 과거 로마제국의 중심지역으로 통하던 수로 속의 납 농도가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최대 100배까지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깨끗한 물을 납 파이프로 끌어와 식수로 사용하던 로마 상류층이 납 중독에 노출돼 각종 질병에 쉽게 걸렸고, 결국 전투력 하락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납은 금, 구리, 철 등과 합께 고대부터 인류가 사용해 온 금속 중 하나다. 현재는 납의 독성이 알려져 수도관이나 가솔린 첨가제 등에 사용하고 있진 않지만, 로마시대에는 이 같은 정보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요리한 음식을 담는 그릇조차 납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인체가 납에 장시간 노출되면 통풍(gout)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통풍은 체내에서 요산염 결정이 관절의 연골이나 힘줄 등에 달라붙는 질병이다. 관절에 염증을 유발하고 극심한 통증을 동반해 심할 경우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를 수 있다.(위키피디아)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연구진은 40대 이상 성인 6100명의 혈중 납 농도와 생활습관을 조사한 결과, 납 농도가 정상범주인 데시리터(dL)당 1.2마이크로그램(μg)만 넘어서도 통풍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해 2012년 8월 ‘내과학연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국제 공동연구진은 “로마인들의 납중독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이를 격동적이었던 로마제국 후기 역사 연구와도 연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요즘 로마를 방문하는 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로마의 '상하수도 시설'이다. 지금이야 도시가 들어서면 상하수도 시설은 기본이지만 로마제국 당시에 지금 못지않은 상하수도 시설을 갖추었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한다. 2000년 전 로마인은 상하수도를 통해 식수를 공급받고 배수시설을 갖추었다는 사실은 가희 충격적이다.
하지만 그렇게 발달된 문명이 로마의 멸망을 앞당겼다. 당시 로마인은 납중독에 노출됐다. 과학자들이 밝힌 연구에 따르면 로마가 타락한 이유를 상수도관이라고 밝혔다. 식수로 사용했던 수도관의 파이프 재질은 '납'이었다. 납으로 만든 배관은 많은 세월 속에 납중독 현상이 나타났다. 결국 로마의 지배층이 납으로 만든 상수도관을 통해 식수를 공급받아 납 중독에 걸리게 된다. 이는 로마 타락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해 죽음을 불렀다.
납중독 증상은 신경계에 이상을 일으킨다. 납중독 때문에 사망하는 일은 거의 없으나 정신이상, 신체마비, 빈혈, 구토가 일어나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신경계 증상이 나타나면 회복이 힘들다. 심한 흥분과 정신착란, 경련, 발작 등을 동반할 수 있다는 것이 의학계의 정설이다. 납중독에 걸리면 계속 배가 고프다. 정신적인 착란도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밥을 먹으면 위장으로 들어가 대뇌에 충족감이와 밥숟가락을 놓으라는 명령을 내려 적당량을 섭취하지만 신경계의 이상으로 대뇌에 충족감을 못 느끼게 한다.
납중독에 걸린 로마인은 타락의 길을 걷습니다.
위장에 음식물이 가득 차면 입으로 새 깃털을 집어넣어 토합니다.
먹고 또 먹어도 허기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런 증상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았죠.
귀족들은 충족감을 못 느껴 남자는 젊은 여자를 찾았고, 귀부인은 몸짱 검투사와 부적절한 관계도 가집니다.
동성연애는 물론이고 동물들과 관계를 가지는 수간도 성행합니다.
신화 속에 나오는 반은 사람(人) 반은 말(馬)인 켄타우로스를 비롯한 반인반수는 달리 나온 것이 아닙니다.
로마가 망한 여러 가지 이유들 중 ‘납 중독’이 결정적이었다는 학자들의 주장을 보면서 지나친 물질문명이 결국 인류를 파멸시키겠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도 여러 이유들 중 납 때문에 로마가 망했다는 것에 더 신뢰가 간다. 문명은 결국 자연을 파괴시켜야 가능하다. 기술발전은 자연과 함께 공존할 수 없다. 2000년 전 로마인들이 요즘과 맞먹는 수준의 상하수도 시설을 갖추는 기술문명을 이루었지만 결국 그 기술문명의 희생양이 되고 만 것이다. 우리는 지금 물질문명의 꼭대기에 서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기술발전을 이룬 정점에 살고 있다. 로마에 빗대어 보면, 기술발전과 물질문명이 최고점에 이르는 순간이 인류가 멸망하는 시기인지도 모른다. 지나친 논리의 비약일지 모르겠으나 지금 우리는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대별되는 기술발전의 최고점에 서 있다. 기술발전은 우리로 하여금 덜 걷게 하고, 덜 움직이게 하고, 덜 생각하게 하고, 하지만 더 많이 먹게 하고, 더 편하게 살 수 있게 하는.....물질문명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천천히 우리를 파멸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갈수록 우리의 몸과 마음은 더 빠르게 병들어 가고 있는지 모른다.
먹을 게 많고 살기 좋은 세상이다.
의료기술도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암환자가 많아지고 병으로 죽는 사람은 증가하고 있다.
2000년 전 세계 최고의 기술발전을 이루었던 1000년 제국 로마가 결국은 그 기술발전으로 몰락했다는 역사적 교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답은 자연이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일게다.
먼 훗날 후세의 역사학자들은 우리에게 로마의 멸망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로마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한 미개한 인간들이었다고 묘사할지도 모른다. 기술의 발전만 추구하고 마음을 내팽개 어리석은 인류였다고 말이다.
--오마이뉴스글에서옮겨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