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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제목 : 『난향공주(蘭香公主)』
작가명 : 그리움에 눈물지며
E-mail : sujin8965@naver.com
연재장소 : 인소닷 기타장르
총편수 : 총 48편 완결(애필로그 포함).
장르 : 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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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저 : 인터넷소설닷컴(http://cafe.daum.net/youllso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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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호기심 가득한 은교의 눈을 뒤로하고, 연교의 손목을 잡고 후원으로 나온 화령이 당황한 듯 또는 화난 듯 말을 내뱉었다.
"어떻게 당신이 위나라 궁녀가 되있는거지?"
"이미 당신에게 몸을 더럽힌 제가 황제폐하의 여자인 궁녀로 있는것이 궁굼한 것입니까? 아니면, 귀족집 여식인 제가 어떻게
외간 남자에게 몸을 더럽히고도 부모에게 철퇴를 맞지 않고 살아있는지.. 그것이 궁굼한 것입니까?"
"다 궁굼해. 네가 어떤 신분의 누구인지, 왜 이곳에 있는지. 그리고, 난향공주와는 무슨 사이인지.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너에 관한건 전부 다!"
"기다렸습니다. 오늘은 오시겠지.. 오늘은 오시겠지.. 하며, 숙부님댁에 하루에서 몇번씩 사람을 보내 소식을 물었습니다.
하룻밤 노리개가 된것이 아니라고 믿었습니다. 절 사랑하시어 그리 품은신 줄 알았습니다! 헌데.. 헌데.. 당신은 끝내 오지 않았어."
"..정말.. 미안..하오.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소.."
"이제와서 그런일 다시 꺼내 무엇합니까. 이제, 다 잊었으니.. 당신도 그냥.. 모른체 해주세요. 저와 도령님.. 아니, 전하의 인연은
거기서 끝이었습니다."
"낭자와 그렇게 헤어지고 난 후에 그 어떤 여인.."
"더 이상 듣고싶지 않아요. 이미 다 끝난일이야. ..후회했어요. 당신한테 그렇게 안긴거 후회했다구요! 한 나라의 공.. 아니, 명문있는 귀족가의
여식으로써.. 술에 취해 그런 실수 저질러버려서 그 어떤 사내의 아내도 되지 못하고.. 그래서 나 위나라 왔어요. 당신 만나서..
다 보상해달라 하려고. 근데 어쩌다보니 궁녀가 됐네요. 더 이상의 일은 당신에게 얘기해야 할 필요도 없고, 의무도 없어요, 나.
더 이상.. 괴롭히지 말아요."
연교는 눈에 한가득 차오르는 눈물을 간신히 삼키며,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는 마음속으로 수도없이 되뇌이고, 또 되뇌였다.
'않되. 약해지면 않되. 넌 은교에게 정말 큰 죄를 지었어. 은교를.. 은교를 탈출시켜야 되. 죄값을 치뤄야되. 그것에만.. 전념해야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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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뭐야? 어떻게 둘이 아는사이지? 치사하게- 나한테는 무슨일인지 말도 않해주고. 흥이다, 진짜. 근데.. 궁굼해서 견딜수가 없잖아.'
"무슨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지?"
"으, 으왓! 까, 깜짝놀랬잖아요! 기척 좀 내고다녀요. 낯선 여인의 처소에 들어올 때는 당연히 먼저 나왔다 하고 알려야지요!"
"쿡- 내 아내 처소에 남편이 들어오는데, 그런걸 일일이 알려야되나?"
"누, 누가 당신 아내라는 거에요?! 아- 그, 그러니까.. 뭐, 사실 명목적으로는 당신 아내죠. 뭐- 그건 나도 인정해요. 아! 인정한다구요!
그러니까.. 그 눈 좀 거둬요."
사령이 날카로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얼른 꼬리를 내리는 은교였다.
왠일로 평소보다 한 시진이나 빨리 은교에 처소에 나타난 사령이었다. 덕분에 둘이 처음으로 마주앉아 저녁 식사까지 하게되었다.
"예전에 우리 아바마마보면 하루 이십 사시간도 모잘라 하시던데.. 위나라 황제폐하께서는 할 일도 더럽게 없나보네요."
"훗- 그대와 함께 보낼 수 있다면 없는 시간도 내야지."
그녀의 시비에 당연히 한소리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사령이 잔뜩 닭살돋는 말을 꺼내놓자 더 긴장하는 은교였다.
'역시,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야. 아- 어떻해서든 열받게 해서 자기발로 나가게 만들어야 될텐데.'라고 생각하며,
은교는 다시금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름이 은교라 했던가? 흐음.. 온화할 誾자에 아리따울 嬌자를 쓰는 모양이군."
"맞아요. 다들 은혜 恩자라고 생각하던데.. 역시, 너구리처럼 눈치도 빠르시군요."
"당신 이름은 온화할 誾자보다 성할 殷자에 교만할 驕자를 쓰는게 더 어울릴 듯 싶군. 황제 앞에서 항상 교만하고 방자하게 굴어도
이렇게 성하게 잘 살고 있으니."
"뭐라구요?! 흥! 그럼 당신 이름은요? 이름이 뭐라고 했던가? 사령이라고 했던가?"
감히, 황제의 휘(諱)를 함부로 입에 담는 은교의 행동에 김상궁을 비롯한 궁녀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직접 이름을 하사하신 선황제 조차도 사령이 황태자로 임명된 후부터는 감히 그의 휘를 부르지 못하였는데..
한낯 후궁따위가 감히 황제폐하의 휘를 입에 담다니..
모두가 경악스런 얼굴로 '이제 큰일났다'하며 사령의 표정을 살폈지만, 정작 사령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
"영광스럽게도 기억해주고 계시는군."
"그럼요! 여튼, 그럼 당신 이름은 죽을 死자에 편안할 寧자를 쓰나보군요. 어쨌든 당신은 평화를 싫어하고 전쟁을 좋아하는
인간이니.. 칼과 방패를 들고 이곳저곳 누비면서 평안함을 죽이니, 정말 당신 이름으로는 딱이군요!"
"내가 전쟁을 즐기는 건 굳이 부정하지 않겠어.
하지만, 아쉽게도 내 이름은 죽일 死에 평안할 寧자를 쓰지 않는다. 생각할 思자에 거느릴 領자를 쓰지. 그래도 한 나라의
공주였다는 여인이 이 정도도 모르는 것을 보니.. 공부하는 걸 무지하게 싫어했나보군."
사령의 말에 은교는 얼굴은 열이 받아 붉그스럼하게 달아올랐다. 그런 은교를 보며, 사령은 여전히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눈 앞에 놓인 밥을 목구멍으로 잘만 넘기고 있었다.
"흥! 무식한 소첩은 이만 먼저 칩수 들겠으니, 이 소첩의 밥까지 모두 드시고 얼른 신성전으로 가버리세요!"
"난향비라 부르는것이 싫다했으니, 은교라 부르겠다."
갑자기 뜬금없이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는 사령의 말에 그녀는 방금까지 잔뜩 열받아 하던것도 있고, 놀라움에 동그래진
눈으로 그를 내려다 보았다. 하지만, 그는 그런 그녀의 태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묵묵히 밥을 먹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
"또, 내게 황제폐하라 칭하는 것이 싫을테니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을 허락하겠다."
사령의 말에 놀란건 비단 은교만이 아니었다. 곁에서 그들의 시중을 들던 궁녀들도 잔뜩 놀란눈으로 사령을 바라보았다.
위나라 전대를 통틀어 비(妃)에게 직접 자신의 휘를 부르라 한 황제는 사령이 처음이었다. 사실, 은교도 아까 사령의 이름을
입에 담으면서 좀 많이 두려움을 느끼긴 했었다. 예전에 자신의 아비인 남해황제의 휘를 함부로 부르며 얘기하던 궁녀 둘이
바로 목이 잘려나가는 것을 보았기에 '내 성격 못이겨 또 해선 않될짓을 했다'라고 생각하면서도 말을 멈추진 않았지만..
"피곤하군. 짐도 이만 침수들 터이니 저녁수라를 이만 물리도록 하라."
사령은 여전히 별 표정없는 눈으로 은교를 스쳐지나가 침상에 누웠다. 은교는 잠시 갈등했지만, '한두번 같이 잔 사이도 아닌데'
라고 생각하며, 그냥 그 옆에 털썩 누웠다.
다행히, 은교가 염려했던것과는 다르게 그는 그의 옆에 누워있는 그녀에게 손가락 하나 대지 않고 얌전히 잠만 잤다.
먼저 잠든 사령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은교는 그날 많은 생각을 했다.
#22
"폐하, 남해황제와 유영황후가 남양 주위에 매복하고 있던 기동대에 의해 생포되어 지금 영위로 이동중이라 합니다."
"간만에 좋은 소식이군."
사령은 기분이 좋은지 좀처럼 보이지 않는 미소를 슬쩍 입가에 띄우며 업무를 처리했다. 어제 저녁 수라는 물론이고, 오늘 아침 수라까지
은교와 함께해서 그런지 기분이 무척이나 좋은 사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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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화궁(蓉華宮).
화령은 마음이 착찹했다. 그에게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다는 걸 그녀에게 납득시켜야 했고,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말을 들어보려고 하지도 않고 차갑게 그를 내쳤다.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녀가 어떻게 궁녀가 되었는지 대체 은나라 어느집 여식인지도 궁굼했다.
화령이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그녀의 이름 두 글자 연교뿐이었다.
"의왕전하, 황제폐하께서 드십니다."
사령의 등장에도 화령의 씁쓸한 표정은 풀릴 줄 몰랐고, 눈치빠른 사령이 그것을 눈치채지 못할리 없었다.
무슨일인지 물어보려다 화령의 성격상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는 절대로 입을 열지 않을거란걸 알기에 사령은 모른 척
눈앞의 차를 들이키며 티가 나지 않게 하지만 세심하게 그의 표정을 살폈다.
"돌아가겠다고 하더니, 아직 돌아가지 않았구나."
"송구하옵니다, 폐하. 소신,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어 앞으로 보름정도 더 영위에 머무를까 하옵니다."
"해결하지 못한 문제? 그것이 어떤 문제길래?"
"..........."
날카로운 사령의 눈을 피하며, 아무말도 하지 못하는 화령을 보며 사령은 순간 덜컥했다. '설마-'하며 사령의 눈에 분노가 일었다.
"은교 때문이냐? 네 정녕 은교에게 마음이 있는것이냐?"
"아니옵니다, 폐하. 소신이 어찌 감히 황제폐하의 여인.."
정말 아니라는 듯, 확고한 어조로 말을 잇던 화령의 머리에 순간 무언가가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난향공주의 명(名) 은교.
그리고, 그가 마음에 두었던 아니 지금도 마음에 두고 있는 여인의 이름 연교.
나인들이 입는 옷을 입고, 차를 들고 오는 연교를 보며 너무나 따스한 미소를 보내던 난향공주. 약간 닮은듯한 붉은 입매. 닮은 분위기.
'서, 설마.. 설마.. 난향공주와 피가 섞인.. 은나라의..'
"화령. 네 정녕 그녀에게 마음이.."
"폐하, 혹 난향공주에게 자매가 있습니까? 같은 어머니가 아니더라도 아비가 같은 이복자매 말입니다."
"그건 갑자기 왜 뭍는것이냐?"
"전 정말 난향공.. 아니, 난향비 마마에게는 이성으로써의 마음이 전혀 마음이 없습니다. 허니, 대답해 주십시오, 폐하.
제겐 정말 일각을 다투는 일입니다. 난향공주에게 자매가 있습니까?"
화령에게 확고한 답을 얻어내고야 안심을 하는 사령이었다. 반면, 화령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사령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친 자매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은교에게는 화향공주라는 자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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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향전.
"아니, 의왕전하께서는 또 어쩐일로 이곳에 오.."
"이곳에서 일하는 연교라는 궁녀를 데려오너라."
숨넘어갈 듯한 표정으로 난향전에 뛰어들어와 연교라는 궁녀를 데려오라니..
김상궁은 무슨일인가 궁굼하기도 하면서도 황당해서 그의 얼굴을 그저 멍하니 바라봤다. 그러자 그가 직접 궁녀들 처소로
뛰어들어가는 것이었다.
"의, 의왕전하! 고정하시옵소서! 그곳은 여인들만이 출입이 가능한 곳입니다."
"그녀는 어디있느냐?! 연교라는 궁녀를 어서 내 앞에 데려다 놓으란 말이다!"
"소, 소인이 데려오겠습니다."
김상궁 옆에 있던 어린 나인하나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잠시 처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연교를 화령앞에 대령했다.
어린 나인에게서 연교를 건내 받은 화령은 연교의 거센 저항은 무시한 체 손을 잡고 아무도 없는 후원으로 끌고갔다.
"대체 이게 무슨짓입니까?! 이거 놓아요! 놓지 못해요?!"
"너무 급해 앞뒤 생각할 여유가 없었소, 화향공주 연교."
화령의 말에 연교의 얼굴이 당황스러움과 공포로 새파랗게 질렸다. 얼른 다시 표정을 담담히 고치는 연교였지만, 눈치라하면
사령 뺨치는 화령이 그녀의 그런 표정의 변화를 놓칠리가 없었다.
그는 이제 확신하고 있었다. 연교가 은나라의 화향공주라는 사실을.
"대, 대체 무슨 소리를 하시는겁니까?"
"더 이상 날 속일 생각은 하지도 마! 대체 무슨 생각으로 난향공주가 머무는 난향전에 한낱 궁녀따위로 위장해 들어온거지?
난향공주를 다시 은나라로 빼돌리기라도 할 샘인가?"
화령의 물음에 연교는 대답하기 싫은 듯, 그에게 향해있던 시선을 먼산으로 휙 돌렸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화령은 더
화가 오른 듯, 살기어린 얼굴로 그녀의 작은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대체! 대체 왜 내게 말하지 않은거지?! 네가 공주라고 대체 왜 말하지 않은거야?!"
"말했으면요? 내가 당신에게 말했으면 무엇이 달라지는데요? 아니, 처음 당신에게 내 처녀성을 내어줄 때 그때 당신에게
내가 은나라의 첫째공주라고 말했으면.. 그랬으면, 당신이 날 데리러 와주었을까요?"
"정말..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어. 지금 다 말해줄께."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아요! 부탁이야, 제발.. 제발, 날 그냥 내버려둬요. 더 이상 날 힘들게 하지 말라구요! 난 그냥 이대로 살고싶어."
"평생 나를 증오하고, 오해를 풀지 않아도 좋아. 그냥.. 그냥, 들어만 줘."
#23
"내가 위나라에 도착했을 때, 이미 내 아버지 되시는 선황께오선 병석에 누워계셨지. 태의령(황실의 의원)의 말로는
사흘을 넘기기 힘들거라고 하더군. 정확히 이틀 뒤 선황께선 승하하셨고, 당시 황태자셨던 현 황제이신 폐하께서 황위에 오르셨어.
내가 전에 당신에게 한말을 기억하나? 내 아비가 나를 미워해 은나라로 쫒아내 듯 유학을 보냈다 하였지."
"기억.. 하고 있어요."
"그래. 그런 아버지에게 허락을 받느니, 차라리 형님폐하께 허락을 받는것이 훨씬 더 수월할거라 예상했어. 하지만..
그런 내 생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지. 폐하께선 삼년안에 은나라를 치겠다고 대소신료들에게 비밀선포를 하셨거든.
덕분에 형님폐하께 제대로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혼자 끙끙됐어. 몇번이고 그냥 널 포기할까 생각했지만.. 널 포기하느니
차라리 지금 내 신분을 버리고 은으로 도망가는게 나을거라는 생각이 들더군. 결국, 난 내 지위와 신분을 버리려고 마음먹었어.
그런데.. 그 망할놈의.. 아비라는.. 선황제가.. 끝까지 내 발목을 잡더군."
그때를 회상하는 듯, 화령의 눈에 차가운 분노가 서렸다. 그런 그를 보며, 떨려오고 아파오는 가슴을 한손으로 꾸욱 누르며,
연교는 침착하려 노력했다. 그의 얘기들을 그냥 흘러보내려 노력했다.
"죽은 선황제의 유언장이 공개됐는데.. 그 유언장에 자신이 죽으면 앞으로 나 화령태자가 얻게 될 지위, 해야할 일, 심지어
혼인해야 할 가문의 여식이름까지 일일이 다 적어놓았더군.
내가.. 지신이 그토록 홀대하던 내가.. 자신과 황실에게 불만을 품고, 반역이라도 일으킬까봐 무서웠던게지.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다섯번째아들.. 현 황제폐하를 암살이라도 할까봐..
하지만.. 그는 틀렸어. 나는 아비라는 선황제는 증오했지만, 형님이신.. 지금의 폐하는 사랑하고 존경했거든."
"지위따위는 신분따위는 다 버리고 오려 했다면서요! 그런데, 왜 오지 않았어요?! 그냥.. 그냥 다 무시하고 오면 됐잖아!"
연교의 외침에 그는 깜짝 놀란눈으로 연교를 바라보았다. 그냥,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보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가능했을거라 생각해? 그 상황에서.. 내가 탈출하는게. 앞으로 내가 다스리게 될 의국을 선황제가 보낸 병사들이 물샐틈도 없이 포위했었지.
그렇게 죽은듯이 일년을 보냈어. 그 동안, 내가 할 수 있는게 뭐였는지 알아? 억지로 혼인한 지방에 볼품없는 귀족가문의 여식을
일부러 냉대해 이혼을 받아낸 것 뿐이었어. 고작.. 고작. 그게 전부였어.
내가 그나마 이동의 자유를 갖게된 건, 선황제가 죽고난 일년후였다."
"그럼.. 그 후에.. 그 일년후에.. 왜.. 찾아오지 않았나요?"
"찾아갔었어. 수도없이 찾아갔어. 네 숙부댁에. 내 신분을 다 밝히고, 내가 위나라 왕의 신분에 있다는 것을 다 밝히고.
네게 청혼하러 왔다고 했지. 그렇지만.. 그 인간은.. 네 숙부란 인간은.. 네가 이미 혼인했다고.. 나보고 돌아가라 하더군.
다시는 네 주위에 얼씬도 하지 말라 하더군."
그의 말에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바보였었다. 자신이 바보였었다. 어찌 그것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숙부는 위나라라면 치를 떠는 남해황제의 동생이라는 것을.
그가 말을 마치고, 이미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뺨에 손을 대는 그 짧은 시간동안 연교는 갈등하고, 또 갈등했다.
조국의 미래와 동생의 안위와 자신의 사랑의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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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향전.
오늘도 일찌감치 업무를 끝내고, 은교의 처소에 완전 눌러붙은 사령을 보며 은교는 밀려오는 짜증을 참을 수가 없었다.
물론, 처음만큼 그가 싫은것은 아니었지만.. 사령이 그녀의 처소에서 침수들면서 그녀의 탈출에 아주 큰 지장이 생겨버린 것이다.
'도대체가! 당신 때문에 대체 언니와 얘기할 시간이 없잖아!'
"아니, 폐하! 왜 맨날 제 처소에서 침수 드십니까? 운우지정을 나누는 것도 아닌데, 왜 맨날 제 처소에서 주무시는 거에요?!"
"하하- 이런.. 은교 그대가 많이 서운한가 보군. 왜? 나와 운우지정을 나누고 싶어진 것인가?"
"아닙니다! 그, 그것이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그것이 아니오라, 이 넓은 궁안에 폐하의 발에 체이는게 계집이거늘 어찌 하는것도 없이 이리 심심한 제 처소에서 침수 드십니까?
오늘은 시침녀와 함께 신성전에서 침수드십시오."
은교의 말에 사령의 표정이 굳어졌다. 어찌되었든, 사령은 그녀의 낭군이 아닌가? 자신의 낭군이 시침녀와 침수든다고 해도
자신이 처소에서 주무시라 말리는 것이 정상이거늘.. 오히려, 등을 떠미는 후궁이 어디있단 말인가?
'아직은.. 갈 길이 멀구나.'
그래도 요즘들어 그나마 사령에게 어느정도 잘 대해주는 은교였기에 지금 자신이 밀고 나가는 유혹작전이 잘 먹히는가 싶더니만..
"미안하지만, 나는 신성전으로 아니갈 것이오. 이렇게 사지 멀쩡한 후궁을 옆에두고 내가 왜 시침녀와 침수에 들어야 한단 말이오?"
"아아아악!! 폐하, 소첩 앞에서는 솔직해지셔도 됩니다. 유상궁에게 듣자하니, 전에는 이레에 한번씩 꼭 시침녀를 들이셨다면서요?
벌써 몇일이나 여인을 안지 못하셨으니.. 솔직히, 지금 괴로우시죠? 그렇죠? 그러니~ 얼른! 시침녀를 부르셔 같이 침수드셔요.
소첩은 다~ 이해할 수 있답니다. 어서요."
"정말 미치겠군. 은교. 그대는 왜 그리 눈치가 없소?"
"눈치가 없다니요! 소첩은 폐하의 심중을 이해하여.."
"휴.. 은교.
그대는 내가 정말 시간이 남아 돌아 그대의 처소에 발걸음 하는지 아시오?"
"흥! 시간이 남아 도니깐 발걸음 하시는 거겠지요."
"유혹이요."
"뭐라구요?"
"그대를 유혹하기 위해 없는 시간도 쪼개어 만들어 그대의 처소에 발걸음 하는것이라. 이 말이오!"
사령의 말에 은교와 사령의 얼굴이 동시에 붉어졌다. 사령은 자신이 말하고도 숙쓰러운지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창가로 다가갔다.
술시(19시~21시). 마지막으로 타오르며 지고 있는 해가 내뿜는 붉은빛이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의 뒷모습도 아름다웠다.
"그러니까.."
"헙!"
다시 그녀에게 무언가 말하려는 듯, 뒤를 도는 사령의 모습을 보며, 은교는 그만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말았다.
노을을 등진 수려한 외모를 가진 사내의 모습은.. 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정도로.. 감히 눈을 뗄 수 없을정도로..
멋지고.. 아름다웠다.
"왜 그러시오? 어디 불편하시오?"
"아, 아닙니다. 그, 그냥.. 너무 당황스러워.. 어찌, 폐하께서는 그, 그런 말씀을 그리 뻔뻔하게 잘 내뱉으신답니까?!"
두근두근.. 미친듯이 뛰어대는 심장을 부여잡고, 은교는 그날 그가 처음으로 좀 심하게 잘 생겼다는 것을 인정했다.
#24
"얘, 연교야! 연교야! 정신 좀 차려봐! 얘?!"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향비마마. 다.. 다 저 때문이에요. 향비마마,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제가 빌미를 만들었어.
은교야.. 은교야.. 미안해. 미안해. 아아아악!!"
얼마나 지독한 악몽을 꾸었는지 연교의 자리옷은 이미 그녀의 땀으로 흠벅 젖어있었다. 옆에서 걱정스런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는
동료 나인의 얼굴을 보면서도 연교는 아직도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가 없는지 연신 눈을 깜빡거리고 또 깜빡거렸다.
"연교야, 괜찮은거야? 대체 어떤꿈을 꾸었길래.."
"나, 나는 괜찮아. 지금 몇시야? 늦지 않았어?"
"않 그래도 김상궁 마마님께서 한바탕 난리 치시다가, 내가 더 아프다고 하시니까 그냥 가셨어. 너 밤새 끙끙 앓았어."
"정말? 내가?"
"그래. 열이 얼마나 높았는지 알아? 다들 얼마나 걱정했었는데. 자- 여기. 너 자는동안 의녀가 다려주고 간 약이야.
이거 쭈욱 들이키고, 한숨 더 자도록 해."
"하, 하지만.."
"어휴~ 걱정하지마. 김상궁 마마님께서도 이미 허락하신 일이야. 의원도 너 일어나면, 꼭 약부터 챙겨먹이고 몇일간은
푹 쉬어야 된다고 했어. 허니, 걱정말구 푹 셔."
그녀를 보며 한번 싱긋 웃어주고 방을 나가는 나인의 뒷모습을 보며, 연교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그 꿈은 생시인 듯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여 떨어졌다.
'내가 흔들리는 것을 알고.. 흔들리는 나를 벌주시려.. 그러실려고, 향비마마가 꿈에 보인거야. 그런거야. 못된나를 벌주시려..'
꿈에서 피를 뚝뚝 흘리고 있던 향비의 모습이 생생했다. 연교는 애써 떨쳐내려고 고개를 마구 저어댔지만, 향비의 그 모습은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선명해지는 것 같았다.
연교는 눈을 감았다. 자신이 충렬태자궁에서 쫒겨나던 일이 눈앞에 선했다. 향비의 눈물젖은 눈도 눈앞에 선했다.
연교는 끔찍이도 기억하기 싫은 그 날을 천천히 기억해냈다. 그 악몽같은 날을..
그 날은 연교가 충열태자와 혼례를 올리던 날이었다.
거의 팔려가듯이 억지로 혼례를 올리는 연교의 마음도 그런 연교의 혼례를 도와주려 그녀의 궁에 발을 들인 향비의 표정도
무척 침울했다. 무슨 장례식장에 온것처럼.. 무척이나..
향비는 한시도 자신에게써 눈을 떼지 않는 양양황제가 자신에게 붙인 감시자이자 호위무사를 애써 무시하며, 열심히 혼례를 도왔다.
양양황제가 남해황제의 후궁인 그녀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연교도, 남해황제도.
"연교 네게 정말 큰 짐을 지어주는 것 같아 내 마음이 편치 않구나. 아마, 폐하의 마음도 내 마음과 같을것이다."
여느때처럼 향비는 연교를 친딸처럼 대해주며,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위로의 말을 건냈다. 향비의 손을 꼭 마주잡으며
연교는 그녀의 호위무사의 눈치를 보며 그녀의 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양양황제를 조심하세요. 그가 향비마마께 검은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가 다 아는 사실이니.. 조심 또 조심하셔야 합니다."
"내 걱정은 하지말고.. 부디, 행복해야 한다."
연교는 결코 자신은 충렬태자의 곁에서 행복해 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녀에게 힘껏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모든 예식이 눈 깜짝할 사이에 다 지나가고.. 그와 합방을 해야하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그녀의 온몸은 크게 떨려왔다.
그리고, 막 충렬태자가 그녀의 몸을 더듬을 때..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그를 밀쳐냈다. 화령아닌 다른 사내에게 몸을
허락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물론, 그녀의 그 행동에 대해 충렬태자는 크게 분노했다.
"헛- 감히 망국의 공주주제에 감히 날 밀쳐?! 왜? 마음속에 다른 사내라도 있는것이냐?! 아니면.. 그래, 네 이년!
네년은 처녀가 아니지?! 처녀가 아닌것이지?!"
그녀는 처녀가 아니었다. 때문에 충렬태자가 홧김에 내뱉은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아니, 하고싶지도 않았다.
그녀 스스로 자신의 무덤을 판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빌미로 그녀를 포함한 남해황제의 가족들은 주나라에서 쫒겨났다.
향비만 빼고..
향비를 취하기 위해 틈만나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양양황제는 기회는 이때다 싶어 그녀만은 주나라에 남겼다.
남해황제를 죽이지 않고 돌려보내는 조건으로.
그들이 쫒겨나기 하루전 날, 향비는 은밀히 궁녀를 보내어 연교를 자신의 처소로 불러들였다. 이미 향비의 얼굴은 모든것을
체념한 듯, 생기는 찾아볼 수 없는 귀신같은 얼굴이었다.
"흐흡.. 흑.. 송구하옵니다, 마마.. 송구하옵니다, 마마.."
"연교, 너를 원망하지 않는다."
"다.. 다 저 때문입니다. 제가.. 충렬태자를 거부하고.. 제가 처녀가 아님을 부정하지 않아서.. 흐흡.. 그것때문에 마마께오서.."
"그만 울음을 그치거라. 너는 은나라의 황녀다. 마음을 굳게 먹어야한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라. 주나라에서 쫒겨나면,
분명히 폐하께서는 남양으로 길을 잡으실 것이야. 비한이 아직 남양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를 만나. 그래서 그와 함께 은교를
구하거라. 아무래도 은교가 위나라에 포로로 잡혀있는 이상, 신유태자가 제대로 위황제와 붙는것은 힘들것이다. 비한도 마음잡기가
힘들것이고. 허니, 은교를 구하거라. 그것이 네가 은나라의 황녀로써 해야할 일이다. 그리 하겠다 내게 약조할 수 있겠느냐?"
"네, 마마. 마음에 깊이 새기겠사옵니다."
"네게 약조도 받았으니 편히 갈 수 있겠구나."
그 다음 날 남해황제와 연교가 쫒겨나던 그 날, 날씨가 유난히 흐렸던 그 날, 난향공주의 친어미니 향비는 목을 매달아 자결했다.
그리고, 유영황후를 제외한 다른 네 명의 비빈들은 혹여 자신들도 향비꼴이 날까 모두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어디론가 흩어졌다.
회상에서 깬 연교는 두려움과 자책감에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향비가 아니라 했어도, 혹은 그녀가 연교를 용서했다고 해도
연교는 양양황제가 향비를 손에 넣을 수 있는 빌미를 마련했다.
'은교가 이 사실을 알고도 나를 용서할까? ..나는.. 이제 결코 행복해 질 수 없는 몸이다. 나는 향비마마를 죽음으로 몰고갔다.
그 때, 충렬태자의 말에 완강히 부인하면 되었을것을.. 나는 부인하지 않았다. 그에게 안기기 싫어.. 내 한 몸 지키려고..'
"연교님, 안에 계십니까? 잠시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누, 누구?"
연교의 허락도 받지않고 갑작스럽게 안으로 들이닥친 궁녀복장을 한 여인은 그녀 앞으로 작은 서찰을 하나 내밀었다.
"이레 후, 밤에 붉은빛의 날개가 황궁 후원에 핀 은(殷)나라의 꽃을 꺾어간다 하십니다."
*쉬어가는 말
왜 비한을 붉은빛의 날개로 칭했는지 궁굼하신 분. -> 비한. 비한의 이름은 갖출 備자에 한수 漢자를 씁니다. 여기서 한수 漢자는 사나이, 남자라는 의미로도 해석이 되는데요..
즉, 비한의 이름의 뜻은 사내다움을 갖추다.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근데, 비한의 이름을 비유적으로 붉은빛 비(緋)자에 날개 한(翰)자로 해석하여 붉은빛의 날개라고 나름대로 암호스럽게
호칭한거에요.ㅋㅌ 은나라의 꽃 역시 은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
#25
"폐주 남해왕과 그의 비(妃) 유영왕후를 북(北)궁 동화궁에 유치한다. 다만, 짐이 크게 은혜를 배풀어 그에게 왕의 지위를 하사하였으니,
이동의 자유는 없되, 왕 격식에 맞는 대우를 하도록 하여라."
자신을 왕이라 칭하는 고작 신유태자뻘의 위나라의 젊은 황제를 보며, 남해황제는 이를 갈았다. 하지만, 아무리 이를 간들
힘없는 자신이 뭘 어찌하겠는가? 남해황제, 아니 남해왕은 이를 악물고 굴욕을 삼켰다.
사실, 은교와의 약속만 아니라면 사령의 냉정한 성정으로 봤을 때 나중에 화근의 불씨가 될 수 있는 남해황제를 살려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불만 가득한 신료들의 표정과는 대조적으로 이제 더 이상 은교를 속이는 일도 없고 은나라도 차차 정리가 되가고 있어
한껏 마음이 편해진 사령의 얼굴은 평소보다 좋아보였다.
. . . . . .
"잘들어. 이레 후, 해시(21시~23시)야. 그날은 어떻해서든 황제를 다른곳에서 재워야 한다. 나는 네 주위에서 너를 감시하는
호위무사들에게 수면제를 먹일테니, 너는 기왕이면 희생을 줄일 수 있게 네 처소를 둘러싸고 있는 병사들에게서 최대한 줄여보도록 해.
그리고, 또 한가지. 그 날은 무슨일이 있어도 황제가 네 처소에서 침수들지 못하도록 해. 내 말 다 알아 들었지?"
"하지만, 내가 도망가면 아바마마께서 무사하시지 못하실텐데.."
"그게 무슨소리야?"
"그가 내게 약속했었어. 내가 자신의 여자가 되는 조건으로 아바마마를 비롯한 여러 비빈마마들을 살려준다고.."
"네가 위황제에게 후궁첩지를 받은것은 벌써 두어달 전의 일이 아니냐? 그때쯤이면, 아바마마께서는 주나라에 머물고 계실때인데.."
"뭐?! 아바마마께오서 주나라로 잘 피신하셨단 말이야?! 이 사기꾼! 날 속였어!"
황제가 자신을 속였다며, 이를 가는 은교를 보며 연교는 그동안 잊고지냈던 남해황제를 걱정했다.
'그나저나.. 아바마마께오선 무사히 남양에 잘 도착하셨을까?'
"내 이러고 있을게 아니다! 당장에 그 황제를 만나서.."
"은교야, 잠깐만! 차라리 잘되었지 않으냐? 황제는 네가 아직도 자신의 말을 믿고있다 생각하고 어느정도 안심을 할테고..
너는 이제 아무것도 거리낄것이 없으니 떠나기 더 쉽고. 오히려 잘된것이다. 여하튼, 그때까지 마음 단단히 먹고 있거라.
휴- 처신 잘해야 한다. 감정이 워낙 얼굴에 잘 들어나는 너니.. 혹, 그 눈치빠른 황제가 눈치채는게 아닌가 걱정이 앞서는구나. "
"언니는 내가 바본 줄 알아?! 걱정하지 말라니깐."
연교가 나가자 은교는 왠지 모르게 마음 깊은곳에서 스물스물 기어올라오는 죄책감을 애써 없애려고 노력했다.
'그 인간은 나한테 사기친거야. 내 약조를 받아내려고 거짓말로 아바마마와 어마마마 그리고 비빈마마들을 잡아 가두었다 했잖아?
나는 거리낄 거 없어. 그 약조는 무효야.
그래, 마음 단단히 먹고! 비한을 위해서 병사들부터 수를 줄여야 되. 근데, 그 병사들을 어찌 줄이지? 아니면.. 다른방법을..
아! 맞다, 다른장소가 있잖아! 그럼..'
한참을 머리를 굴리며 고민하던 은교는 뭔가 좋은 생각이 난 듯,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래, 나도 유혹이다!"
. . . . . .
"호호~ 폐하, 오늘은 좀 늦으셨네요?"
여느때처럼 고된 업무를 끝내고, 무표정으로 난향전으로 들어서던 사령은 그 자리에서 굳은 듯 서버렸다. 그가 멈춰선 이유는..
왠만하면 장신구 따위는 쳐다도 보지않던 은교가 온갖 빛이나는 장신구를 머리에 잔뜩 착용하고, 몸매가 다 드러나는
얇은 비단옷에 옅은 화장까지 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때문이기도 하였지만..
무엇보다도, 평소와는 전혀 다르게 활짝 웃으며, 애교있는 목소리로 그를 맞는 은교의 달라진 태도 때문이었다.
'뭔가 있군.'
다시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그녀의 방에 발을 들여놓으며, 사령은 확신했다.
"그대가 왠일이오? 드디어, 내 유혹에 넘어왔나보군."
"네! 소첩 넘어가도 아주 제대로 넘어갔습니다. 아~ 이런 시덥잖은 대화는 집어치우고.. 폐하, 소첩과 술한잔. 어떻습니까?"
"나야 마다할 이유가 없지."
그렇게 한참을 말 없이 술만 들이키던 사령은 계속 살살 눈웃음을 치며 그를 바라보는 은교를 보며 무뚝뚝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번에 그대가 내게 청할것은 무엇이오?"
그녀에게 무뚝뚝하게 직접적으로 물어오는 사령을 보며, '쳇, 여하튼 눈치하나는 무지빠른 목석같은 인간이라니까.'라고
마음속으로 투덜거리며 은교는 머리에 잔뜩 꽂았던 머리꽂이들을 모조리 다 잡아 뽑았다.
"에휴~ 무거워 죽는 줄 알았네. 소첩에게 자유로운 내궁출입을 허락해 주십시오."
"미안하지만, 허가할 수 없소."
"어차피, 아바마마와 어마마마가 당신에게 잡혀있는 이상 저는 도망가지 않아요. 외궁도 아니고 겨우 내궁인데..
허락해 주셔요. 네?"
"갑자기, 왜 내궁 타령이지?"
은빛 눈동자를 날카롭게 빛내며 물어오는 사령의 눈동자를 슬쩍 피하며 은교가 입을 열었다. 언제봐도 자신을 모두
꿰뚫고 있는듯한 저 차가운 눈동자는 두려웠다.
"그냥, 이곳저곳 구경하고 싶어서요. 여기만 있으니까 답답하단 말이에요. 궁안에 있는 사람들도 좀 만나보구 싶구.."
"그렇게 답답한가?"
"폐하께서 한번 제 처소에 하룽종일 갇힌체 있어보셔요. 정말 답답해 죽을 지경이에요. 소첩, 태어나기를 워낙 뛰노는 걸
좋아하게 태어났으니.. 정말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에요. 네? 허락해주세요."
그녀는 간절히 애원하는 듯한 눈으로 사령을 올려다봤다. 물론, 그의 눈동자는 마주보지 못하고, 괜히 먼산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날카로운 눈동자로 그녀의 검은 눈동자를 유심히 살피던 사령은 이내 다시 술을 들이키며 조용히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대의 자유로운 내궁출입을 허가하지." |
#26
'휴- 비한이 들키지않고, 무사히 잘 해내야할텐데..'
"마마, 요즘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으십니까? 안색이 좋지 않으십니다."
"걱정은 무슨요.. 잘먹고, 잘살고 있는데."
걱정스런 얼굴로 물어오는 김상궁에게 아니라고 대답은 했지만, 그래도 은교는 여전히 초조한 얼굴로 방안을 서성거렸다.
몇일전부터, 그녀는 왠지 모를 감정에 계속 심난했다.
그 감정을 딱히 뭐라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막상 이 궁을 떠나려고 하니 뭔가가 허전하고 우울한게 영 찝찝하기도 했다.
그냥, 비한이 황궁에 잠입했다가 들킬까봐 그 걱정 때문이라고 치부해 버리기는 했지만, 솔직히 그녀 스스로는 자신이 왜
이런 우울하고 심난한 상태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것은 여태까지 전혀 느껴보지 못한 뭐라고 딱 잘라 설명하기 무척이나 어려운 복잡한 감정이였다.
"마마, 아까 황제폐하께 보낸 궁녀가 왔습니다. 그리하시라 하셨다 합니다."
"알았어요. 그만 물러가라 하세요."
어떻게해야 황제가 그녀의 처소에 발걸음을 하지 않을까 한참을 생각해도 묘안을 찾지 못한 그녀는 결국 좀 부끄럽긴
하지만, 그래도 가장 먹힐법한 방법을 찾았다.
바로 달거리. 솔직히, 그것은 반은 사실이였다.
그는 사령에게 오늘부터 달거리가 시작됐는데, 자신은 워낙 칠칠맞아 피가 자주 이불에 샌다는 말이었다.
때문에, 몇일간은 혼자 침수들겠다 한것이었다.
"아~ 피곤해. 그만 침수들겠으니 다들 물러가세요."
평소에도 일찍 잠자리에 드는날이 많은 은교기에 궁녀들은 별 생각없이 그녀에게 인사를 한 뒤, 자신들의 처소로 물러갔다.
침대에 누웠던 은교는 궁녀들이 물러가자 얼른 다시 일어나 연교가 얼마전 구해다 준 검을 비롯한 필요한 몇가지 것들을 챙겼다.
그리고, 연교와 짠 각본대로 방을 나와 난향전 입구쪽으로 향했다. 예상했던 대로 그녀의 호위무사 넷이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은교는 담담한 얼굴로 그들에게 말했다.
"잠이 오지 않아서요. 잠시 산책 좀 하고오려 합니다. 폐하께오서 내게 내궁을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것을 허락하신건
그대들도 알겠지요? 그대들은 나의 호위를 맡았으니, 정 따라오고 싶다면 따르셔도 됩니다."
"궁녀들을 대동하고 가시지요, 마마."
"산책 한번 하는데, 번거롭게 많은 궁녀들을 대동할 필요가 있나요? 당신들도 따르는데. 저기- 저 아이 하나면 됩니다."
은교가 가르킨 곳에는 종종걸음으로 쟁반에 여러개의 찻잔을 받쳐 들고오는 연교가 있었다.
연교는 웃는 낯으로 은교 앞에 쟁반을 들이댔다.
"마마, 마마께오서 명령하신 차를 대령하였사옵니다."
"내가 마실 한잔을 남기고, 이 네분께 차를 대접해라. 세상에서 가장 귀한차라 읽컬어지는 백차입니다. 드시지요."
호위무사들은 연교가 내미는 찻잔을 그저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평소에도 그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그녀가
차를 대접하자, 뭔가 미심쩍어 하는 것 같았다.
그것을 눈치챈 연교가 은교의 옆구리를 살짝 찔렀고, 그에 은교가 입가에 미소를 띄고 미리 외워둔 대사대로 말했다.
"평소에 절 호위하시느라 수고가 많으신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에 감사하여 준비한 것이니 너무 부담스러워 하지 마세요.
피로푸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하여, 제 것을 끓이는 김에 그대들것도 준비하라 일렀습니다.
부디, 이 사람의 호의를 내치지 말아주십시오."
은교의 마지막 대사는 효과가 탁월했다.
여전히 별로 탐탁지 않아 하면서도, 비마마가 내리는 것이니 그들은 결국 차를 마셨다. 그리고, 체 이분도 지나지 않아
연교가 준비한 강력 수면제의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설마 죽은것은 아니겠지? 그래도 이 사람들 나 때문에 그동안 고생이 많았는데.."
"강력 수면제라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거야.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자- 이쪽으로."
연교는 은교를 내궁 끝에 위치한 위나라 역대 황제들의 위패 모시고 있는 영녕전쪽으로 이끌었다. 달조차 구름에 가려져
분위기가 무척이나 음산했다. 영녕전에서도 가장 구석진곳에 은교를 데려다주고 연교는 발걸음을 돌리려했다.
깜짝 놀란 은교가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
"연교 언니! 어디 가려는거야? 서, 설마, 다시 난향전으로 돌아가려는거야?"
"은교야, 비한이 구하는 사람은 너뿐이다. 나는 돌아가 뒷수습을 맡기로 했어."
"않되! 가지마! 언니가 나를 탈출시킨 것을 알면, 그는 언닐 분명히 죽일꺼야!"
"지금쯤, 다른 사람들이 그 호위무사들을 발견했을지도 몰라. 그들도 수습하고, 또 다른할일도 많아. 그러니까, 이거 놓아줘."
"언니!"
"목소리 낮춰! 설사 나는 이대로 죽는다 해도 상관없어. 하지만, 너는 않되. 비한이 너없이 사는게 가능하다 생각하니?!
그는 신유 오라버니와 함께 우리 은나라의 마지막 희망이야. 그리고, 그는 너없이는 않되. 부디, 비한 옆에서 그를 잘
잡아줘. 그게 네가 공주로써 은나라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고, 이게 내가 은나라의 공주로써 조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야.."
은교가 스르르 연교의 팔목을 놓았다. 연교는 웃는얼굴로 은교의 어깨를 두드려준 후, 조용히 영녕전을 빠져나갔다.
몸이 떨렸다. 눈물이 차올랐다. 하나뿐인 언니를 잃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공주였다. 은나라의 공주. 연교도 공주였고, 은교도 공주였다. 그들은 태자들과 함께 은나라를 다시
일으켜세울 의무가 있었다.
마음을 다잡은 은교는 떨리는 손으로 검을 잡았다. 잔뜩 긴장한 얼굴로 주위를 살피며 그렇게 혼자 얼마나 있었을까.
"아직 멀었어, 은교. 내가 이렇게 몰래 다가와도 모르다니."
"비한!"
너무나 그리웠던, 오랜만에 보는 비한의 모습에 은교는 바로 비한에게 안기고 말았다. 그런 그녀를 비한은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을 띄고 꼬옥 안아주었다. 여전히 그녀에게서는 향기로운 난향이 났다. 기분좋은 듯 그녀의 향기를 한껏 들이마시던
비한은 그녀를 떼어놓고 조심스레 주위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괜히 피를 흘릴 필요가 없겠어. 화향공주께서 잘 해주신 모양이구나. 다행히, 한시름 놓았어. 자- 어서 빠져나가자."
"응, 비한."
비한과 그녀를 호위하는 열명의 무사들과 함께 그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달조차 구름에 가려진 밤. 모든게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비한도 은교도 연교도..
그러나.. 그것은 크나큰 착각이었다. 막 영녕전을 빠져나가려는 그들을 순식간에 검은옷을 입은 무사들이 둘러쌓다.
그리고, 그들 중 유일하게 황금색으로 빛나는 옷을 입은 사내. 사령이 은빛 눈동자를 빛내며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
#27
"멀리서도 낯이익다 했더니.. 몇해 전, 사신으로 왔던 놈이군."
그는 비한을 찢어죽일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입가에는 미소를 띄고 있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보지 못한 그 시리도록 차갑고도 잔인한 미소에 은교는 밀려오는
두려움으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반면, 비한은 그의 그 은색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자신의 옆에 차고있던 검집에서 검을 꺼냈다.
더 이상 망설이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비한은 맹렬한 기세로 그에게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것을 신호로 비한과 은교를 호위하던 다른 무사들도 재빠르게 검을 꺼내들고 황제의 열명 남짓한 호위무사들을 공격 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제가 한때는 존경했던 위나라 황제라는 사람이 이리 싫다는 여인 억지로 붙잡아 놓는 취미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은교를 놓아 주십시오. 은교는 당신곁에서는 불행합니다."
비한의 맹렬한 공격을 장난스레 받아넘기던 사령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그래도 은나라에서 제일가는 학자이자 무인이라
칭송받고 있는 비한을 그냥 죽일 생각은 없었다.
"내 앞에서 감히 내 여인의 행복을 논하다니.. 옛 정혼녀 구한다고 황궁담 뛰어넘어 왔을때부터 간이 부어도 한참 부었다
생각했는데. 상상이상이군. 그리 그녀를 데려가고 싶다면, 나를 쓰러트려 봐라. 그럼, 한번 생각해보지."
"은교는 당신의 여자가 아니야! 그녀는 내 여자다."
비한의 공격이 더 격해졌다. 사령의 칼을 잡은 오른손에도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둘 사이엔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
대세는 비한에게 밀리고 있었다. 비한이 데리고온 무사들이 모두 쓰러졌고, 사령의 호위무사들은 약간의 부상만 입은체
굳은 표정으로 사령과 비한을 지켜보고 있었다.
비한이 사령의 목을 공격하러 팔을 뻗은 순간, 사령의 은빛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 은교의 입에서 비명이 터지고
순식간에 비한의 옆구리에서는 붉은 피가 흘렀다.
"꺄아아악!!!!!!!!!!!!!!!!!!! 비, 비한! 비한! 비한!!"
미친듯이 비한의 이름을 부르며, 비한에게 뛰어가려는 은교의 앞을 사령의 호위무사 둘이 막아섰다. 사령은 그런 은교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차가운 눈으로 비한을 응시했다.
"그녀를 사랑하나?"
그 어떤 감정도 들어있지 않은 차가운 질문. 그 질문에 비한은 터져나오려는 신음을 참으며, 그 어느때보다도 단호한 목소리로
사령에게 선언하듯 말을 내뱉었다.
"그 어떤것보다도."
"그래? 그럼.. 그녀의 자유를 위해 어디까지 가능한가?"
사령의 입가에 차가운 조소가 어렸다. 비한은 흐려지는 정신을 다잡으며, 사령의 은색 눈동자를 마주보려 애썼다.
덫을 놓고 있는것이란 걸 알았다.
만약, 자신이 사령의 요구를 들어줬다해도 그가 그녀를 놓아줄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비한은 그 작은 가능성에 자신을
걸기로 다짐했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좋아. 아주 마음에 드는 대답이야. 그녀에게 자유를 주고 싶다면.. 간단해. 죽어라. 네가 자결한다면, 그녀에게 자유를 줄 수도 있다."
"줄 수도 있다가 아니다. 풀어준다 약조해라. 그러면, 기꺼이 죽어주지."
"비한! 않되!"
어디서 그런 초인적인 힘이 튀어나왔는지 은교는 자신의 앞을 막아선 두 무사의 칼을 밀치고 비한에게로 뛰어갔다.
그가 칼로 스스로를 찌르지 못하도록 그를 꼭 끌어안으며 사령에게 사정했다.
"비한은 아무런 죄도 없어요. 다 나 때문이에요. 제발.. 비한을 살려주세요."
"은..교를.. 풀어주..겠다.. 약조..해라."
비한은 목구멍으로 넘어오는 피를 간신히 삼키며 사령에게 말했다. 더 이상 그 어떤말도 꺼내기 힘들었다.
옆구리 출혈이 심해지고, 의식이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피를 흘리며 거의 죽을듯 점점 얼굴이 창백해지는 비한과 그런 비한을 끌어안고 그에게 사정하는 은교를
사령은 무표정하게 내려다보았다.
"제발요.. 제발.. 당신이 시키는 건 뭐든 다 할께요. 죽으라면 죽겠으니.. 제발.. 제발, 비한만은 살려주세요. 제발.."
"..평생 내 여자로 내 옆에 있겠다 약조해라. 그리 약조하면.. 살려주지."
그제서야 비한은 깨닳았다. 그가 비한의 목숨을 담보로 그녀를 평생 묶어놓으려 한다는 것을. 사령이 원하는 건 자신의 목숨따위가
아니었다. 은교의 영원한 자유박탈이었다.
"우욱- 하- 수작부리지 마! 않되! 은교야.. 절대로.. 절대로.. 약조하면.. 않되!!"
"약조하겠어요. 은나라의 난향공주의 이름을 걸고, 내 목을걸고 약조하겠어요."
"은교야.. 은교야!"
"넌.. 은나라의 마지막 희망이야. 죽지마. 죽으면 않되, 비한. 꼭 살아야 되. 꼭 살아서 신유 오라버니와 함께 은나라를 다시 일으켜 줘."
"널 두고.. 우웁.. 욱-"
"이 자의 상처를 지혈하고, 영위에서 멀리 떨어진곳에 데려다줘라.
비한이라 했던가? 명심해라. 다시한번 나와 마주치는 날. 그 날이 네 재삿날이 될것이다. 돌아간다!"
무사들이 다가와 비한을 은교의 품에서 떼내었다. 피를 토하며, 그녀에게 간절한 눈빛을 보내는 비한을 외면하며 은교는
사령에 굳센손에 의해 영녕전에서 점점 멀어졌다.
'미안해. 미안해, 비한.'
#28
너무 차가워서 살의마저 느껴지는 얼굴로 난향전에 들어선 사령은 은교의 손목을 거칠게 놓아주며, 궁녀들보고
모두 물러가라 명령했다. 은교가 없어진것을 알고, 잔뜩 겁먹은 얼굴로 방안을 서성이고 있던 궁녀들은 안쓰러운
눈으로 은교를 한번 바라보고는 다들 물러갔다.
"네 입으로 내 여자가 되겠다 맹세했지?"
잇사이로 밀어내듯 낮게 말을 내뱉고, 은교가 울먹이며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사령의 손은 거칠게 은교의 허리끈을
풀어내렸다. 그는 거의 찢어발기듯 비한의 피가 곳곳에 얼룩진 그녀의 겉옷을 거칠게 벗겼다.
"그럼, 내 여자로서의 의무를 다해라."
아까의 충격으로 멍한 얼굴을 하고있던 은교는 처음엔 그에게 반항할 생각조차 없는 듯, 그저 그의 손길에 자신을 내맡기고 있었다.
그러다 그의손이 막 그녀의 순결한 가슴을 움켜지자 그제야 정신이 든 듯, 미친듯이 몸부림 치기 시작했다.
"이, 이러지 말아요. 나는 정혼자가 있어요. 나는.. 당신은 않되요! 그러니까.. 제발.. 제발.."
"가만히 있어."
그녀가 아무리 울며 애원해도 그는 결코 멈추지 않았다. 거칠게 부딪쳐오는 그의 입술을 받아드리며, 은교는 눈을 감았다.
사령의 손이 거칠게 그녀의 속치마속으로 파고들어, 그녀의 속옷을 벗겨내었다. 은교는 두려움으로 온몸을 떨며
몸을 경직시켰다. 사령은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그는 자신의 옷을 벗어내린후에 거칠게 그녀의 다리를 벌린 후 그녀 안으로 들어갔다. 일말의 배려도 없는 오로지 자신의
욕망만을 채우는 거친 동작으로 그는 그녀의 순결을 순식간에 앗아갔다.
처녀막이 찢어지며, 은교는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몸이 둘로 갈라지고, 그곳을 불로 지지는듯한 통증에도 은교는
억지로 비명소리를 참아냈며, 눈을 꼬옥 감았다.
[다랑아, 다솔이랑 금년이가 네게만 말한게 뭐야? 응? 가르쳐줘. 응? 궁굼해 죽겠단말야.]
[후훗.. 그러니까, 그것은 말이죠, 마마. 서로 사랑하는 사람끼리.. 에- 그러니까 서로 사랑해서 혼인한 사람끼리 하는것인데..
아이~ 몰라요. 그러니까.. 처음에는 좀 아프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이랑 하는거니까.. 에구, 마마 한낯 궁녀인 제가
뭘 알겠습니까? 그런건 이미, 혼인한 여인에게나 물어보세욧!]
[서로 사랑하는 사람? 그럼.. 난 비한이랑 하는거네. 다솔이와 금년이가 말한 그걸..]
[에구, 망측해라! 마마, 혹시 다른사람들 앞에서 그런것에 대해선 절대 입도 뻥긋해서는 않됩니다! 아시겠죠? 꼭이요! 얼른 약조하셔요!]
[알았어. 뭔진 잘 모르겠지만.. 약조할께.]
'사랑하는 사람끼리..' 은교의 눈에서 눈물이 쉴새없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적어도 이 사람이 하려는 이 행위를 비한과 했어야 했다.
"소리를 질러! 눈을 떠! 지금 널 안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를 보라구! 네 빌어먹을 정혼자놈이 아니라 나라를 것을 보란말이다!
네 몸이 지금 누구한테 반응하고 있는지.. 똑똑히 보라고! 소리를 지르란 말이다!"
그날 밤, 사령은 여러번 그녀를 안았다. 그러나, 은교는 입을 꼬옥 다물고, 눈을 꼬옥 감은체 그 어떤 소리로 내지 않고,
그 어떤것도 보지 않았다. 그저 그에게 등을 돌리고 작은 흐느낌만 뱉어낼 뿐이었다.
"독한계집."
해가 어슴프레 밝아오는 새벽. 사령은 이 한마디만을 내뱉고는 옷을 챙겨입고 차가운 표정으로 은교의 처소를 나갔다.
"비한.. 어마마마.. 아바마마.. 이제.. 저는 어쩌면.. 좋습니까? 비한도 잃고.. 언니도 잃고.. 은나라의 공주로써 지키고
있던 마지막 자존심이었던.. 정조마저 잃었으니.."
은교는 작게 흐느끼며, 아랫배의 통증으로 일으켜지지 않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떨리는 손으로 침상 아래 옷들을 주어입었다.
"마마, 소인들 들어가겠나이다."
밤새, 한숨도 못자고 밖에서 사령이 나가기만을 기다리던 김상궁과 나인들은 사령이 나가자마자 방으로 들어서다가 깜짝 놀라
그 자리에 멈춰서고 말았다. 곳곳이 찟어진 피로 얼룩진 옷을 입고 멍하니 먼산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 마마.."
"이불을.. 치워주세요. 침상 좀.. 정리해주세요. 목욕도.. 해야겠어. 목욕준비도 좀 해주세요."
급히, 그녀의 침상을 정리하러 다가선 나인들은 이불에 남겨진 선명한 붉은 자국을 보고 당황스러움과 안쓰러움이
뒤섞인 눈으로 슬쩍 은교를 응시했다. 아직 어린 그녀들은 이제야 대충 상황파악이 되는 듯 했다.
"마마님, 마마께서 그동안 처녀이셨던 모양입니다."
나인들에 말에 김상궁도 깜짝 놀란눈으로 은교를 바라보았다. '그럼, 그동안 황제가 자신의 후궁인 이 소녀와 정말로 잠만 잤단 말인가?'
이제야 은교가 왜 이런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주저앉아있는지 알겠다는 표정으로 김상궁은 조심스레 그녀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목욕물을 대령하겠습니다, 마마."
김상궁과 나인들이 물러가자, 은교는 밤새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오열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은나라의 난향공주는 없었다.
그곳에는 영원히 사령의 곁에 남기로 약조한 그의 후궁 난향비만이 있었다.
#29
"이런 망할!"
조회도 파하고, 아침부터 술을 거의 들이붓듯이 마시던 사령은 밀려오는 분노에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집어 던졌다.
원래 냉혹한 성정을 가진 인간이라 이렇게 감정적으로 분노하는 모습은 처음이었기에 궁녀들도 어찌할바를 모르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결국, 보다못한 유상궁이 혹시 화령이라면 그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화령을 데리러 간 사이에 연교는 손발이 포박되어지고
모진 고문으로 거의 귀신같은 몰골을 한체 신성전 앞으로 끌려왔다.
"아직도 입을 열지 않았습니까?"
"말도 마십시요, 선상궁 마마님. 내 평생 이리 독한것은 처음 봤습니다. 자신이 누군지, 어찌 입궁했는지 아무리 어르고 달래고
때리고.. 별의별 방법을 다 써봤는데도 절대 입을 열지 않습니다."
"네 정녕 입을 열지 않겠느냐? 지금이라도 입을 열면 목숨은 건질 수 있다."
"................"
"어쩔 수 없구나."
입을 열지 않는 연교를 답답하다는 눈길로 바라보던 선상궁은 결국 사령에게 절대로 입을 열지 않는다, 그리 고했다.
"폐하, 이번 난향비마마의 사건에 관련된 연교라는 궁녀를 대령했사온데.. 아무리 문초하여도 결코 입을 열지 않습니다.
이 궁녀를 어찌 하오리까?"
"몇번 더 문초하다가 끝까지 입을 열지 않으면 그냥 목을 배어버려라."
"예, 폐하."
선상궁은 옆에 있는 나인들에게 채찍을 가져오라 명했다. 나인들이 채찍을 대령하자 그녀는 안쓰러움과 답답함이 섞인 눈으로
연교를 응시하며, 다시한번 그녀를 달랬다.
"내 난향비마마가 너를 많이 아꼈다 들었다. 그래, 상전에 대한 네 충성은 알겠다만.. 이미 일도 이렇게 된 판국에
너도 목숨은 건져야하지 않겠느냐?"
연교는 눈을 감았다. 죽기전 그 초연하고 아름다웠던 향비의 마지막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그녀를 다 용서한다던..
은교를 구해, 다시 은나라를 일으키라던.. 황녀의 도리를 다 하라던..
"네 정녕 입을 열지 않을것이냐?! 저 계집이 모든것을 이실직고 할때까지 저년을 매우 쳐라!"
나인들이 그녀에게 채찍질을 가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비명을 지를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연교는 그저 낮게 헐떡이며
이를 악물었다. 죽고 싶었다.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었다.
'누가 좀 죽여줘. 내가 이 고통에 참지 못하고 입을 열기전에.. 떳떳한 은나라 황녀의 신분으로 죽을 수 있게.. 향비마마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그냥.. 지금.. 제발.'
"......................연교?!"
"......화..............령...."
.
.
.
.
.
.
지금 막 신상궁에게 화령이 연교를 의국으로 빼돌렸다는 소식을 듣고, 화령과 마주앉은 사령의 표정은 무척이나 살벌했다.
"죽고싶은 것이냐, 화령? 그 궁녀는 난향비를 탈출시키려 했던 계집이다."
"그 여인을 부디 살려주십시오, 폐하."
"이미 의국으로 빼돌려 놓고, 살려달라?"
"폐하, 그 여인은.."
"하- 화령. 네가 한동안 여자를 품지 않더니 정녕 미쳤나보구나? 왜? 갑자기 그 계집을 보니, 계집이 동하더냐? 아니면.."
"화향공주입니다."
화령의 말에 사령이 당황한 듯 멈칫했다. 화향공주라고? 그 계집이? 은나라의 황녀란 말인가?
사령이 이 사실을 받아드리는데는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윽고, 사실을 받아드린 사령은 당황한 표정은
싸악 지운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어쩐지 독하다 했더니 은나라의 황족이었군. 그럼, 죽일수는 없지. 유희루(有嬉樓)의 궁기(宮妓)로 삼을것이다.
화령, 당장 그 계집을 데려와라."
"폐하, 제가 사랑하는 여인입니다. 처음으로 마음을 준 여인이고,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여인입니다. 부디, 그 여인을 제게 주십시오."
"하! 그 계집은 반역자나 다름없다. 그 계집은.."
"은나라의 황녀입니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었을 것입니다. 폐하, 소신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리 형님폐하께 간청드립니다.
부디.. 소신에게서 그 여인을 뺏지 말아주십시오."
사령앞에 무릎까지 꿇고 간청하는 화령을 보며, 사령은 갈등했다. 여하튼, 화령이 의국으로 데리고 간다면 다신 은교를
탈출시키지는 못하겠지만.. 은교!
순간 화령의 머리에 은교가 떠올랐다. 저 나라를 빼앗은 것으로도 모잘라, 언니마저 죽였다하면 그를 보고 어떤 표정을 지을까?
"다시는 영위근처에 발도 못붙이게한다 약조한다면.. 그 계집을 네게 주겠다."
"신, 약조하겠습니다."
"내일당장 의국으로 돌아가라. 그리고, 당분간은 네 궁에서 근신하고 있으라."
#30
"대체! 대체 왜 깨어나지 않는것이냐? 벌써 이레째다. 분명 단순한 감모라고 하지 않았느냐?"
"송구하옵니다, 폐하. 병명은 분명히 감모가 맞사온데.."
사령에게 안긴뒤로 은교는 아팠다. 지독히도 아팠다. 온몸이 불덩어리 같이 타올랐다. 내내 헛소리만 하며, 미음도 약도
그 어떤것도 목으로 넘기지를 못했다.
궁녀들은 슬슬 수근대기 시작했다. 밀려오는 불안감에 위나라 최고의 의원이라 칭송받던 태의령 대감의 얼굴도 새파랗게 질렸다.
모두들 은교가 죽을꺼라고 떠들어댔다.
"에휴- 난향비마마 불쌍도 하시지. 미인박명(美人薄命)이라더니.. 위나라에 와서 고생만 잔뜩 하시고 가시는구나."
"입 조심해, 이것아!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어차피, 폐하만 빼고 다들 아는 사실인데 뭘.."
사령은 이레 밤낮으로 정사조차 다 팽개지고 난향전에서 은교를 간호했다. 하지만, 은교는 전혀 차도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목구멍으로 넘기지 못하는 약을 간신히 그녀의 입에 밀어넣으며 사령은 절규했다.
"약을 넘겨! 먹으란 말이다! 독한계집 같으니! 이렇게 내 마음에 대못을 박고 네가 죽을 수 있을 것 같으냐?! 누가 놓아준다 하였느냐?!
절대로 아니 놓아준다! 아니 놓아줄 것이야! 못가.. 이리는.. 못간다."
사령의 안타까운 절규에 궁녀들은 모두 그 자리에 엎드려서 눈물을 터뜨렸다. 희망이 없어보였다. 열에들뜬 은교의 숨소리는 끊어질 듯
말듯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그녀는 죽어가고 있었다.
혼수상태에서 은교는 꿈을 꾸고 있었다.
꿈에서 그녀는 언제나처럼 난향궁 뒤 후원에서 열심히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즐겁게 검을 휘두르고 있는데
갑자기 다랑이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그녀에게 뭐라고 손짓했다. 그리고, 곧 향비가 예고도 없이 들이닥쳤다.
[어허! 은교야, 이 어미가 몇번을 말했느냐?! 너는 공주다. 말 타고, 검을 휘두르는 공주가 이 세상에 어디있단 말이냐?!]
[어, 어마마마.. 그, 그게.. 그러니까..]
[않되겠다! 또 벌을 세워야겠구나. 당장, 난향궁으로 돌아가서 반성문을 작성하고 벌로 이번 혼례 때 입을 예복을 직접 만들어서
검사맡도록 하여라. 그 어떤 궁녀의 도움을 받아선 않된다.
네 직접 만들어서 검사맡도록 하라.]
[혼례복? 그럼, 바느질을 해야한단 말이에요? 어마마마..]
[잔말말고, 네 처소로 들어가 어서 예복을 짓도록 하여라.]
[후- 누가 혼례를 올리는데요? 누구 예복을 만들어야 하나요?]
[아니! 너는 대체 정신을 어디다가 두고 다니는것이냐?! 누구 혼례식이냐니?! 네 혼례가 아니냐?! 당연히 네 예복을 만들어야지!]
[에?! 제가요? 제가 누구랑 혼례를 올린단 말입니까?]
[네 정인이랑 올리지 누구랑 올린단 말이냐?! 괜히 게으름 피우지 말고, 어서 들어가거라!]
[어, 어마마마! 어마마마!]
[어서 네 궁으로 들어가래두!]
자신의 등을 떠미는 향비에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항의하려던 은교는 점점 꿈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죽은듯이 누워있던
그녀가 입을 열어 작게 중얼거리며 흐느꼈다.
"어, 어마마마.. 어마마마.."
늦은 밤. 여전히 은교의 곁을 지키던 사령은 뭐라고 작게 흐느끼는 은교의 소리에 놀란나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라하는 것이냐? 난향비? 은교야!"
"어마마마.. 어..마마마.. 어마마마!"
다시는 뜨여지지 않을것만 같던 은교의 눈꺼플이 천천히 열리며, 그녀의 흐릿한 검은 눈동자가 보였다. 바짝 마른 입술을
힘없게 달싹거리는 것을 보며 사령이 얼른 그녀의 입에 물을 떠 넣어주었다.
그제서야 정신이 드는지 은교는 충혈된 눈으로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은교, 정신이 드는가?"
"마마, 정신이 드십니까?"
"..어떻게.. 된거에요? 왜.."
"아이고, 마마.. 저는 마마께오서 정말 이대로.. 이대로 영영 깨어나지 못하시는줄 알았습니다. 이제 괜찮으신겁니까?"
"태의령, 비를 진맥해 보라."
태의령이 그녀를 진맥하는 동안에도 은교는 아직 상황파악이 되지 않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볼 뿐이었다.
이윽고, 진맥을 마친 태의령이 밝은 얼굴로 말했다.
"참으로, 참으로 다행이옵니다, 폐하. 열이 내리고 있고, 맥박도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허면, 이제 멀쩡한 것이냐?"
"예, 폐하. 앞으로 한 나흘간만 잘드시고, 맘편히 휴식을 취하시면 쾌차하실 것 같습니다."
태의령이 확언을 한 뒤에야 사령의 굳은 얼굴이 풀렸다. 그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눈으로 한동안 은교를 빤히 쳐다보다니
아무말 없이 난향전을 나갔다.
여전히 상황파악이 않되는 듯 멍한 얼굴의 은교도 사령이 나가자 다시금 자리에 누워 눈을 감았다. 은교가 잠든것을 확인한
김상궁과 나인들은 그제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어휴- 김상궁 마마님 말마따나 나는 진짜 이대로 영영 깨어나시지 못하시는 줄 알았어."
"그나저나, 폐하께 저런면이 있는줄은 또 몰랐네. 정말 깜짝 놀랐어."
"그러게 말이야. 저 목석같으신 분이.. 정말로 마마를 많이 아끼시나봐."
"그래.. 정말 많이. 두분이 잘 되셔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