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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을 일주일 앞두고 시험준비에 몰두하고 있는 서울 한 재수학원의 학생들.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성적 발표 이틀 뒤인 12월4일 서울 노량진 대성학원 상담실은 아침부터 학원 입학을 문의하는 전화로 북새통을 이뤘다. 특이하게도 아직 대입전형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언제부터 재수생 강좌가 개설되느냐는 문의가 가장 많았다. 학원 관계자는 내년 2월 정규 개강에 앞서 개설한 6주 과정의 ‘선행학습’ 과정을 소개했다.
종로학원의 분위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 학원의 입학상담 관계자는 “재수에 대한 문의는 보통 12월 말에 많이 들어오는데 올해는 일찍부터 ‘선행학습반은 없느냐’고 물어오는 고3 학생이나 학부모가 많다”고 전했다.
재수 열풍은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서울 중대부고 3학년 강혜령양(18)은 “우리 반 학생 33명 중 15명 정도는 재수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연일 ‘재수생 강세’라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너도나도 재수하면 성적이 오를 것 같은 환상을 갖게 됐다”고 털어놨다. 평소 모의고사 때보다 수능 때 성적이 떨어진 학생들의 경우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재수를 권유하고 있다는 게 강양의 이야기다. 인천 인명여고의 이승진양(18)은 “내년에 새롭게 적용되는 7차 교육과정 공부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양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영어 교과를 의무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후배들보다 외국어 영역은 불리하겠지만 수리 영역은 더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재수생 강세’, ‘고4는 필수’, ‘재수는 필수’, ‘재수생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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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성적표를 조심스레 확인하는 여학생.
수능 성적 발표 후 많은 언론에서는 약속이나 한 듯 경쟁적으로 ‘재수생 강세’에 대해 보도했다. 재수생들의 수능 평균점수가 재학생들보다 10~20점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많은 재학생들이 필수적으로 재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재학생과 재수생의 수능 성적 통계를 있는 그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수시모집 비율 높아질수록 점수 편차 커져
재학생 중 일부 상위권 학생들은 수시모집에 합격해 수능을 보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다. 또 ‘재수생 강세’에 대한 천편일률적 언론 보도가 고3 학생들의 재수 열풍을 부추기고, 재수에 대한 환상을 키운다는 비판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강동구 H고의 이모 교사(35)는 “언론과 재수학원이 합작해 ‘재수 신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재수생 강세의 허상을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수생 강세’가 수치적으로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은 1999년도 수능부터다. 97년도의 경우 재학생의 평균점수(174점)는 재수생의 평균점수(163.33점)보다 10점 정도 높았다. 98년도 수능의 경우도 남녀 재학생의 평균점수가 재수생보다 각각 1.58점, 19.51점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99년도 수능부터 재수생의 성적(242.7점)이 재학생 성적(239.8점)보다 높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재수생 강세는 이후 계속 이어져 2004년도 수능에서는 재수생의 평균점수와 재학생의 평균점수 차가 인문계 27.4점, 자연계 46.3점, 예체능계 26.1점 정도까지 벌어지기에 이르렀다. 99년 이후 재수생의 점수와 재학생의 점수는 점점 편차가 커지는 추세다.
하지만 눈여겨볼 대목은 재수생과 재학생의 수능 성적 편차가 커지는 만큼 재학생의 수시모집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인적자원부 대학학사지원과 정봉문 사무관은 “2002학년도 29%, 2003학년도 31%, 2004학년도 39%를 수시모집으로 선발했다. 수시모집으로 일부 상위권 학생들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재학생들의 수능 평균점수는 상대적으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다양화된 대학입시제도’는 재학생들이 수능에만 집중하지 않도록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서울대 수시모집에서 인문계는 과학탐구 영역을 반영하지 않고, 자연계는 사회탐구 영역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재학생들은 몇 과목만 골라 전략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이러한 경향 때문에 재학생들의 수능 총점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반면 재수생의 경우 수시모집에 응시할 기회가 없어 수능에 전력투구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조지민 연구위원도 “수능이 쉬워진 99년도부터 재수생들이 조금씩 점수로 앞서기 시작했다. 수시모집 비율의 확대와 의대 진학 열풍, 상대적으로 쉬워진 시험 등 다양한 요인이 ‘재수생 강세’ 현상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