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영산 산행후기]
능선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그곳이 남산 도시 한가운데라도 좋고 산 바람에 나뭇가지와 꽃들이 후두둑 떨어지는 깊은 산속이라도 그렇습니다. 낮은 곳에서 키 높이 만큼 보이는 직선보다 지긋이 내려보는 시선은 숨 쉬는 공기가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복잡한 도시는 오밀조밀 치열한 삶의 현장이라 각별해 보일지도 모르겠고 오늘같이 잔잔한 바다와 그 위에 떠있는 섬들은 속 눈으로 읽었을 때의 고전책처럼 감동스럽습니다. 두 눈에 감사하고, 건강한 두 다리에 고마움을 느끼는 작은행복이 좋습니다.
휴양림을 지나자 축대를 쌓아올린 정원에 9개 봉우리 표지석이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이 표지석이 저희가 넘어야 할 봉우리입니다. 우리는 김민기 노랫말처럼 봉우리에 올라서서 손을 흔들고 고함도 치면서 낮은데로 흘러고인 바다에 떠 있는 작은 배들을 보았습니다. 낮고 부드러운 섬과 배들이 우리를 쳐다보는 것 같습니다.
유영봉은 1봉입니다. 오르는 길이 편했습니다.
8봉부터 거꾸로 시작했다면 처음부터 험준한 공룡능선을 떠올려야 했을 것입니다.
바다에 우둑솟은 산들은 낮은 언덕을 넘으면 가파른 고개로 이어지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습니다. 1봉을 넘으면 오른쪽 200미터 앞에 2봉이 이어지고 또다시 3,4,5,6봉으로 이어집니다. 팔영봉은 그렇게 옹망졸망합니다.
오래전에 이곳을 오른 적이 있습니다.
꽤나 주차장이 넓었던 것 같은데, 오늘보니 아주 소규모의 주차장입니다. 성년이 되어 다시 찾은 초등학교 운동장을 보는 느낌입니다. 세월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시 출발시점이 어디였는지 정말이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능선에 올라 봉우리 철계단에서 정체된 채 그저 다도해 앞 바다의 압도적인 수채화 그림만 떠오릅니다.
고인돌과의 오랜만의 산행입니다.
정말 죄송하게도 그동안 고인돌을 찾지 못했습니다. 다시 시작하려고 하면 그간 인사 못 드린게 미안하고 죄송해서 주저하다보니 더욱 가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여덟 봉우리는 간격은 짧지만 아름다움은 길게 갑니다.
정오입니다. 육봉을 지나 준비된 점심을 먹습니다.
이른시간 이지만 호성형님은 지금 점심을 먹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의 먹거리를 감당할 수 없을 거라고 합니다. 과장인가 했는데 그건 진실이었습니다. 앞으로의 먹거리는 상다리가 휘어질 만큼 너무 많은 음식에 입이 호강하다못해 그로키 상태가 되었습니다. 층고 높은 팬션 2층 침대에서 배부른 고문으로
눕고만 싶어집니다. ㅎ
팬션에서 준비해간 육회 비빔밥과 은숙 후배가 준비한 안성 막걸리는 조화로운 하모니입니다. 막걸리는 얼마나 걸쭉한지 숙소에 도착해서도 알딸딸 하기만 합니다.
산행에서 시작한 음식의 향연은 팬션에 오니 여러 종류의 바다 회와 구이용 생선, 소고기, 돼지고기, 딸기, 과자등등 나열하기도 힘듭니다. 거기에 맥주,소주,콜라등등 입속으로 들어갈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릅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얼굴은 왕만두 모양 더 동글해졌고 티셔츠는 허리춤 재봉선이 터질 것만 같습니다.
순천에서 10기 주기열군도 왔습니다.
학창시절엔 여드름이 있었는데 지금은 나랏일 하는 사람이라 아주 말쑥하고 위엄이 넘칩니다.
고흥까지 5시간, 산행 5시간, 올라오는 길 6시간. 2박 3일 오랜시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만날날을 기약하며 이만 글을 맺습니다. (2023.4.16)
참석하신분 : 12명(존칭생략)
3기 김하용
4기 용호성 박서라
5기 권길자
6기 민경남
10기 주기열
11기 김숙영 최영실 이석영
13기 신재식
15기 김진희
17기 박은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