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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지마! 맞서 싸워!”
“무립니다. 녀석들을 막을 수 없어요.”
“으악! 살려줘…….”
타르타로스가 만들어지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갇혀있던 죄수 중 하나가 그곳에 방문했던 한 지부장을 인질 삼아 탈옥을 시도했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은 죄수들이 함께 나오며 살육이 시작되었다. 아직 틀이 잡혀있지 않았던 타르타로스에는 다른 감옥들과 비슷한 수준의 간수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그들로는 이승에서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른 자들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멍청한 놈들, 무슨 생각으로 우릴 한 곳에 가둔 거야. 다 죽여버려.”
‘명심해라, 저곳에 있는 건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어떤 것보다 끔찍한 죄를 저지른 녀석들이다. 저 녀석들에게 상식적인 판단을 바라지 마라. 저들이 인질을 잡으면 그냥 인질을 버려라. 한 명을 살리겠다는 판단이 모두를 죽일 수 있다.’
이곳에 처음 배치된 날 간수장님이 했던 말이 내 머릿속을 지나간다. 그랬다. 나는 그 말을 들었어야 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왜 그 말을 듣지 않은 것일까? 애초부터 인질이 된 것조차 기본적인 안전 수칙도 지키지 않았던 그 멍청한 지부장의 잘못이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난 문을 열어준 것인가. 내 판단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죽어라!”
이런 후회도 사치라는 듯 나를 향해 죽음이 날아온다. 이제는 피할 힘도 막아낼 힘도 없다. 나는 다만 두 눈을 질끈 감고 받아들일 뿐이었다.
“이 멍청아, 어떤 상황에서도 그 눈을 감지 말라고 했잖아!”
누군가의 팔이 내 몸을 뒤로 내동댕이치며 나를 향해 날아오는 죄수의 일격을 막아 낸 뒤 죄수의 머리를 붙들고 그대로 터뜨려 버렸다.
“간수장님…….”
내 눈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터진 죄수의 피로 인해서 얼굴 곳곳이 붉어지고 몸 곳곳에는 무수히 많은 상처가 있었지만, 그녀는 그 누구보다 빛나고 있었다.
“자세한 상황은 들을 시간은 없을 거 같고. 미안하다. 고리타분한 멍청이들을 상대하느라 늦었다.”
그녀는 정면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내가 왔다! 살아있는 녀석들은 모두 도망가고 문을 닫아!”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삶의 희망을 잃었던 모두가 그 목소리에 끌리듯 일어나 도망가기 시작했다. 자신을 지켜주는 상관을 버리고 도망간다는 절대 해선 안 될 행동이었지만 우리는 살고 싶었다. 그렇기에 닉스를 버리고 도망쳤다.
“뭐야 왜 도망가지 않았지?”
모두가 도망갔음에도 나는 그곳에 남았다. 나는 밖의 간수들에게 문을 닫으라 신호하고 간수장님을 바라보았다.
“네 목숨까지 챙겨주기는 쉽지 않다. 알아서 살아남아라.”
닉스는 나를 슬쩍 본 후 죄수들을 향해 달려갔다.
나를 챙겨주기 힘들다는 것은 진실이자 거짓이었다. 그날 나는 보았다. 투신이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사람을. 최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뭐야? 벌써 끝인가?”
“네, 마지막이었습니다.”
“문열어! 다 끝났어!”
“안 들릴 겁니다. 한번 문이 닫히면 밖으로 소리까지 완전히 차단되니까요.”
“그럼 열어줄 때까지 기다려야겠군. 그때까지 한숨 자고 있을 테니 문 열리면 깨워.”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진압부대가 와서 문을 열었을 때 경악을 금치 못하는 그들의 표정을 보며 나는 한참을 웃었다. 그들이 본 것은 바로 직전까지 혈투를 벌였다고 믿기지 않게 시체들 위에서 편하게 잠들어 있는 간수장님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 끔찍했던 날 간수들은 대부분 타르타로스를 떠났고 그 빈자리를 간수보다는 죄수에 가깝다고 할만한 인물들로 채워졌다. 그러나 나를 비롯한 일부는 그곳에 남았고 우리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스스로를 단련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나의 목숨을 구해준 간수장님에게 보답하기 위함도 아니었다. 닉스에게 위협적일 만한 존재가 있을 리는 없으니까. 다만 최소한 간수장님의 옆에서 있기 위해서였다. 단지 그뿐이었다.
“말도 안 돼…….”
수십의 죄수들조차 당해낼 수 없던 닉스가 단지 한 명에게 유린당하고 있었다. 둘의 싸움을 지켜보던 간수는, 그동안 쉼 없이 단련했기에 알 수 있었다. 그 둘의 실력 차가 어느 정도 인지. 분명 아직은 잘 막아내고는 있었으나 그것은 앞에 있는 남자가 끝을 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법이야.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이 정도면 최소 신선 중에서도 최상위야. 과연 타르타로스의 간수장이라는 호칭이 허언은 아니군.”
“닥쳐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닉스의 너클 낀 주먹이 크게 허공을 갈랐고 남자의 톱으로 닉스의 팔을 베었다.
“크윽!”
“시간이 없으니 이제 그만 끝을 내도록 하지.”
남자가 크게 톱을 휘두르려는 순간 닉스가 순간적으로 앞으로 뛰쳐나가며 남자의 톱날을 잡아버렸다. 계속해서 돌아가려는 톱날이 조금씩 닉스의 손을 파고들려 하면서 닉스의 손에서는 계속 피가 났지만, 닉스는 참아내며 왼 주먹을 강하게 남자의 얼굴에 날렸다. 순간 강한 타격을 받은 남자의 목이 뽑히듯 뒤로 크게 꺾였지만 남자는 쓰러지지 않고 견뎌냈다.
“아직이야!”
닉스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계속해서 주먹을 남자의 머리에 꽂았다. 그러나 맨 처음의 강력한 위력과 달리 점점 주먹의 힘이 약해져 갔고 남자는 오른 주먹을 닉스의 얼굴에 꽂았다.
“컥!”
닉스가 휘청거렸고 오른팔에 힘이 빠지자 톱이 날카롭게 돌며 닉스의 손을 강하게 할퀴었다.
“조금만 더 힘이 실렸다면 위험했겠군.”
남자는 그대로 톱을 양손으로 들어 올려 강하게 닉스를 향해 휘둘렀다. 그리고 그날이 닉스에게 닿기 전에 간수는 그대로 몸을 날려 닉스의 몸을 감싸 안았다.
“어째서?”
닉스는 간수를 보며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간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때 간수장님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어떻게든 간수장님 곁에 서고 싶다고 그리고 가능하다면 간수장님을 지켜주고 싶다고…. 그래도 이번엔 해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다음은요?”
아직 몸조차 제대로 세울 수 없는 간수장 닉스의 말을 듣던 유나는 최대한 감정을 억제하며 질문을 이어갔다.
“그렇게 나에게 다가온 남자는 죽은 간수를 보더니 그대로 나를 지나쳤어. 나는 녀석에게 달려들고 싶었지만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한 채 그대로 쓰러져 버렸지. 그리고 지금은 이 꼴인 거고.”
닉스는 겨우 움직이는 얼굴로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렇군요. 힘드셨을 텐데 협조 감사해요.”
유나는 공손하게 인사를 마치고 나오려 할 때 닉스가 유나를 불러 세웠다. 닉스의 목소리에는 당장에라도 남자를 찢어 죽이고 싶다는 분노가 가득했다.
“녀석의 정체는 밝혀졌나?”
“아니요. 그러나 요즘 이승에서 일어나는 몇몇 사건들에 그 남자가 연관이 되어있다는 정보는 확인했어요. 지금까지는 이승의 일이었기에 우리가 참견할 명분이 없었지만, 이번엔 녀석이 먼저 우리를 건드렸으니 우리도 움직일 거예요.”
“부탁한다. 제발…….”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몸으로도 떨려오는 감정이 느껴졌기에 유나는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
“더 이상 말씀은 마세요. 상처가 덧나겠어요.”
그렇게 유나가 닉스를 뒤로한 체 막 병실을 나가고 있을 때 유나를 부르는 소리가 반대편 복도에서부터 들려오고 있었다.
“선배님!”
“멀리서 달려오는 하나를 보며 유나는 두통을 느끼며 머리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죄송해요. 분명 이곳으로 온다는 게 다른 병동으로 가는 바람에……. 사건 청취는 다 끝나셨나요?”
“당연하죠. 애초부터 지금 닉스 간수장은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그녀의 정신력으로 겨우 말할 수 있는 상태였죠. 그렇기에 제가 늦지 말라고 몇 번 이야기 했잖아요.”
“죄송해요…….”
분명 지부장을 물리칠 때만 해도 아니 사실 지금도 보여주는 하나의 실력이나 그 따뜻한 마음은 어느 저승사자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으며 오히려 상위권에 속하는 실력이지만 그런데도 아직도 가끔 보여주는 그 덤벙댐은 사라지지 않았고 그렇기에 유나는 그런 하나가 더 걱정스러웠다.
“계속 말했지만, 그 덤벙댐만 줄이고 조금만 더 차분하게 일을 한다면 차기 지부장에도 오를 수 있는 실력이에요. 이 말은 과장도 아니고 농담도 아니니 꼭 명심해 주세요.”
하나는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말 정말 죄송해요.”
“이제 그만하고 일 이야기를 좀 하죠.”
“네넵.”
“아시다시피 이번에 타르타로스가 습격받았고 그 결과 간수장 닉스는 중상, 간수 두 명은 사망 그리고 타르타로스에서도 가장 흉악범이었던 범죄자 100여 명 이 탈옥을 하게 된 건 알고 계시죠?”
“네, 그렇기에 지금 각 지부의 상위 저승사자들은 영혼을 안내하는 임무가 아니고 대부분 탈옥한 영혼들을 잡으러 다니고 있죠.”
“맞아요. 그리고 이 일을 꾸민 녀석이 바로 이름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현재 기사라고 불리고 있군요. 얼굴은 여기 있어요.”
유나가 준 기사의 얼굴을 본 하나는 순간 말을 잃고 유나를 쳐다보았다.
“왜 그런 표정을 짓는지 알 것 같아요. 분명 저승에 와서 하나를 도와줬던 그 남자와 아주 흡사하게 생겼죠. 아니 흡사한 게 아니고 같은 인물이라 봐야 맞겠지만요.”
하나는 유나의 말을 부정하고 싶었으나 좋은 말을 찾을 수 없었다.
“네……. 맞아요.”
“너무 충격받지 말아요. 기사가 그때 그 사람과 같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뭔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일 수도 있고 아니면 누군가가 변장한 것일 수도 있으니. 그러나 만약 그 남자가 맞는다고 한다면…….”
유나는 그대로 벽을 쾅 쳤다. 평소 하나의 많은 사건 사고에도 감정의 동요를 보이지 않았던 그녀였기에 하나는 놀랐지만,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떻게든 찾아내 그 대가를 치르게 할 거예요.”
유나는 다시 평정심을 찾으며 말을 이어갔다.
“제가 직접 나서고 싶지만 저는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총괄 임무를 맡았기에 할 수 없어요. 그렇기에 하나가 기사와 도망친 수감자 중 일부를 추적해 줬으면 해요.”
“알겠어요.”
“다만 혼자서는 버거울 수 있어요. 그 닉스 간수장을 압도한 자니까요. 그렇기에 이번에는 특별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특별 조치요?”
“예, 하나와 두 명의 영혼을 함께 이승으로 파견할 겁니다. 하나도 알겠지만, 이번 사태는 지금껏 없었던 사태에요. 그렇기에 저승사자들로만 해결하기에 버겁다 보니 저승에 있는 자들의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말을 마친 유나는 두 명의 파일을 하나에게 건넸고 하나는 침울 꿀꺽 삼키며 파일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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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2주만에 돌아왔습니다. 원래대로면 뒤에 파트와 함께 나와야 했는데 생각보다 길어져서 일단 끊습니다.
요즘 비가 계속 내리고 있는데 다들 비피해 없으시길 바라며 사놓은 보드게임을 시간을핑계로하지 못해 아쉬운 하루 입니다.
첫댓글 더위 조심하세요 !
타이밍님도 더위 조심하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