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16일 – [오늘의 명상]
“어느 부부의 사연 깊은 이야기”
푸르고 고요한 텅 빈 허공에
밝고 맑은 영롱한 빛 눈이 부신데
그림자는 떨어져 깊은 그늘 드리우고
영롱한 빛은 흩어져 출렁이는 물결에 갈라진다.
[덧붙임]
깊으면 푸르러 지고 고요한 것은 텅 비어 있는 것과 같다.
밝은 것은 어둠을, 맑은 것은 탁함을, 빛이 영롱할수록 탁한 그림자와 흐려지는 그늘이 생기는 것은 사바의 모습이고 인과(因果)의 원리이다.
이 모습들이 갈등과 같이 엉키고 성키어 출렁이는 물결과 같은 우리네 삶을 비유한 시송(詩頌)이다.
오늘 어떤 부부가 절에 참배를 와서 스님께 상담할 일이 있다 하여 차담(茶啖)을 하게 되었다.
남편인 처사님은 양팔이 없었다. 보살님은 물어 보기도 전에 사연을 말하기 시작했다.
처사님의 나이는 약 50 중반으로 보였는데 약 7년 전에 한전 직원으로 근무하다 작업 중 감전이 되는 사고로 인하여 결국 양팔을 완전히 잘라낼 수밖에는 없었다고 하는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차를 따라 주니 옆에 보살님이 먹여 주었다.
보조 팔을 쓰면 안되느냐고 물었더니 워낙 상처가 깊어서 어깨에 붙은 걸 만한 뼈가 없어서 못한다고 한다.
남편 목에 걸었던 손수건을 풀어서 자신의 얼굴을 닦는 모습을 보고 남편을 무척 사랑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처사님 보고 아직도 통증이 있느냐고 물으니 통증은 없으나 7년이 지난 지금도 팔과 손의 감각이 남아있어서 지금도 마치 움직이는 것 같다고 했다. 오히려 통증보다 없는 팔과 손의 감각은 있으나, 움직여지지 않는 것에 더욱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살아가는데 얼마나 불편하냐고 하니, 이제는 면역이 되어서 그렇게 불편은 못 느낀다고 한다.
보살님이 남편을 보고 마음이 무척 너그럽고 온순하다고 거든다.
화가 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한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듯한 마음이 대견하고 고맙기도 하여, 그래도 뭔가 용기를 주는 말을 해줘야겠다는 생각에서 사지가 멀쩡하고 여러가지 좋은 조건에 있는 사람도 본인의 마음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매사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고, 하물며 어떤 이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도 많다고 했더니 백번 공감한다고 하면서 자신은 살아가는데 크게 불만을 갖지 않는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인간이 느끼는 육체적인 고통의 일부와 마음으로 느끼는 괴로움의 대부분은 비교하고 분별하는 데서 온다는 것이다 라고 말해 주었다.
세상 모든 것은 각자의 업(業)-이것과 저것의 두가지 마음)에 의해 스스로 모양을 만들고 스스로 자기 모습을 하고 있으며, 그 업의 모습은 항상 변하고 사라지고 다시 또 생기는 것이니, 단순하게 비교할 수도 없고 비교해서도 안된다.
그리고 나보다 더 잘나고 잘사는 사람은 좋은 업의 시간이 되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고, 더 못나고 더 못사는 사람 역시 업의 시간 즉, 시절 인연이 되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니, 부러워할 것도 없거니와, 업신여길 것은 더더욱 없다.
그저 각자의 업에 의한 프로그램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현재 일어나는 일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할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인과(因果)와 인연, 연기(緣起)와 공(空)한 모습을 잊지 말고 깨어 있는 마음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면 마음의 흔들림이 줄어들어 스스로 편안함을 이어갈 것이다.
이렇게 말해주니 너무나 좋은 말씀이라며 활짝 웃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충격적인 불행을 맞아서도 낙심하지 않고 편안히 살아가는 이 부부의 앞날에 부처님의 가피가 늘 함께 하길 축원한다.
- 진우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