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다(coda)는 이탈리아어로 '꼬리'란 뜻으로 음악에서는 특별히 추가된 종결부를 말하고, 문학비평에서는 종결을 의미하는 에필로그(epilogue)로 쓰여 앞서 논의된 내용을 반복 또는 요약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대문자로 쓰여진 CODA로, 이는 에밀리아 존스(Emilia Annis I. Jones)가 열연한 영화 제목이다.
영화 제목인 CODA는 원래 농인(聾人)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Children of deaf adult)를 뜻하는 말이지만, 사실 농인(聾人)일 경우 대개는 아인(啞人)이므로, 이야기에서는 양쪽 모두 농아자(聾啞者)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루비(Ruby)가 부모의 장애를 타고 나지 않았다는 데서 출발한다. 엄마가 루비를 출산할 때 딸도 자신과 같은 농아자이길 간절히 소망했다고 한 건 사랑하는 가족이 같은 조건, 같은 환경에서 어울려 살아가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라 하겠다.
어부인 아버지와 전직 모델인 엄마, 그리고 오빠와 함께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가운데, 루비는 고등학교에서 자신의 타고난 성악적 재능을 인정한 음악 선생님을 만나면서 전혀 낯설고 새로운 도전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영화는 교내 음악발표회 때 혼성 듀엣으로 열창하는 딸의 목소리 뿐만 아니라 청중들의 열렬한 박수 소리조차 듣지 못하는 가족의 안타까운 마음을 담은 영상을 한참 동안 무음(無音)으로 처리하여 내보냈다. 흔히들 장애체험이라고 하면서 신체적인 장애자 역할로 휠체어도 타보고 농아자 역할놀이도 하지만 전체의 삶에서 그러한 장애를 겪어야 하는 운명인 그들의 마음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끝까지 제자의 재능을 포기하지 않는 음악 선생님의 헌신으로 마침내 루비는 명문 음악대학 입학을 위한 오디션을 보게 된다. 음악 선생님의 반주로 조니 미첼(Joni Mitchell)의 곡 'Both Sides Now'를 연주하는데, 노래의 중반 부분부터 관중석에 몰래 앉아 보고 있는(들을 수 없으니) 가족을 위해 수화를 곁들여 노래를 부른다. 우리들이 '모든 동화에서 꾸는 꿈이 사실이 되듯(As every fairy tale comes real)...'하는 노래 가사맹키로 간절히 이루어지길 바랐던 대학 합격의 감동적인 장면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https://www.youtube.com/watch?v=wJApK-bXP5Q
엊그제 고교 동기 J군에게 그가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든 이미지 파일을 줄 수 없느냐고 물으니, 그는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흔쾌이 넘겨 주겠다고 말하곤 잠시 후 곧장 SNS로 파일을 보내준 게 아닌가? 누군가 내게 "너 같으면 그렇게 애써 만든 파일을, 그것도 아무런 댓가도 없이 넘겨 줄 것 같냐?"라고 힐난한다면 나 역시 쉽게 그렇게 응할 수 없을 것이란 건 속일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영화 속에서 어부조합 간부들이 과도한 부담금을 부과할 때 루비가 부모 대신 나서서 어민들의 입장을 이해하기는 하냐고 다그치는 장면처럼, J군 역시 루비와 같이 'If you were in my shoes'처럼 격노했었더라면 그게 지극히도 정상적이었을 텐데...J군에게 고마운 맘 가슴 깊이 간직하면서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