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끝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 김태수/작 등장인물 진숙 : 식당'한밭집' 여사장 준호 : 복서. 목욕탕 구두닦이. 만배 : 이발사 상우 : 때밀이 만두 : 동네 깡패 꼬챙이 : 동네 깡패 참치 : 고리대금 청부 깡패 갈치 : 고리대금 청부 깡패 그외 여러 단역 및 목욕탕을 드나드는 보조 출연자들. 권투 상대역 무대 무대는 정면 목욕탕 탈의실을 중심으로 좌우 돌출 무대를 만들어 한 곳은 포장마차, 한 곳 은 간단한 권투실기용 도구가 매달려 있는 권투장으로 설정한다. 그리고 간단한 밴치씬 및 경찰서 씬은 기존무대를 이용하거나 조명 에어리어를 통한 설정, 혹은 임의로 설치해도 무 방하다. 모든 구성과 연결은 연출의 임의이다. [페이지] 001 [장] 1장 (목욕탕 탈의실. 정면쪽에 욕탕으로 들어가는 정문이 있고, 왼쪽은 출입구와 구두를 닦는 틀 및 신발장이 있다. 오른쪽은 이발의자와 정면 거울이 걸려있는 간이 이발소가 설치되어 있고 가운데엔 넓적한 평상이 놓여져 있다. 왼쪽에 배열되어 있는 옷 보관함, 그리고 목욕을 끝낸 후 스킨과 로숀. 머리를 말리는 장소등 모든 것이 목욕탕의 일반 모습가 흡사하다 단 한가지, 때미는 단상과 때미는 장면은 사막으로 처리하여 거기서 일하는 모습은 정면에서 볼수 있게 되어 있다. 무대 밝아지면 텅빈 탈의실. 이발사 만배 아저씨만이 두 다리를 앞 화장품 진열대에 걸쳐놓고는 이발의자에 앉아 늘어지게 코를 골며 자고 있다. 앞 카세트 레코더에서는 끊임없이 여자의 메들리 트롯트 곡이 흘러나오고 전체적으로 목욕탕 내부 분위기는 허름한데다 한산한 느낌까지 드는, 한물간 듯한 구석진 기분을 받게 된다. 이발 진열대 위에는 다른곳과는 달리 크고 작은 가위들이 빼곡히 걸려 있어 뭔가 그 방면에서는 상당한 노하우가 있음직도 하다. 이윽고 한참을 그런 상태로 무대가 정체 되어 있다가 낡은 전화벨이 울림으로써 그 정체됨은 깨어지고 만다. 허둥대면서 드라이기를 잡아 버튼을 누르며 "여보시오"를 외치다가 그 바람소리에 깜짝놀라 얼른 내 팽개치고는 비몽사몽간에 전화기를 잡는 만배 아저씨. 지독한 호남 사투리에 외모 또한 털털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발사 답게 비록 누렇게 색은 바랬지만 흰 이발사 가운을 입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만배] (잠이 덜깬 얼굴로) 여보시오. 누구시오? 야(예) ? 앗따, 나가 누군디요? 누구라고라? 조 영달이? 많이 들어본 이름인디? 영달이?--- 참 촌시런 이름이여--- (갑자기 잠이 달아난 듯 벌떡 일어나며) 워메, 사장님 아닌겨라? (너털웃음을 웃어가며) 앗따, 처음부터--- "나 이건물주여!" 하면 끝나는 일을 갖고 괜히 놀림시롱 익숙허도 않은 이름을 댔쌌소. 히히.야(예) ? 아녀라! 무슨 업무중에 잠을 잔다고 생 사람을 잡는다요? 뭐시라? 지금 목욕탕에 몇 놈 쯤 있냐고라? (목욕탕안을 슬쩍 들여다 보며) 한 서너 놈 쯤, 아니, 서너분쯤 있고만이라. 글쎄요. 지 생각도 아랫동네에 대중 사우나 생긴거이 확실히 독그물인거 같지요잉. 허지만 또 그렇게 비관적인 것 만은 아닝께 걱정은 금물이지라. 왜 긴 왜것어요? 지 가새질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은 다른덴 못 갈것이여. 그렇게 아시시고 걱정 팍 붙들어 매더라고요. 야. 야? 우덜도 화끈하게 시설을 봐꿔 보겠다고라? 오메! 고금리 시대에 뭐덜러고 돈까지 빌려감시롱! 야? 워메! 비쌀 때 싼거라면 쪼까 의심혀야 쓸건디? 야? 그건 그런 것이고 새로운 친구가 온다고라? 누구요? 야.야. 워메 그런 사람이라고라? 알것고 [페이지] 002 만요잉. 오히려 든든헌 일이지요잉. 6시라고라? 앗따 두말하면 잔소리지요. '사랑과 화합'이 뚝섬 목간탕의 탕훈 아닝겨라. 야. 야 그럼 그렇게 알고 전화 끊것어라. 후딱 들어 가시요잉 (전화를 끊는다) (갑자기 감상에 젖어 담배연기를 뿜어 올리는 만배씨. 이때 손님 한명이 수건을 몸통에 두른채 마른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나온다.) [손님] 아저씨. 머리 감고 나면 다듬어 주기로 했죠? [만배] 물론이지라. 여기 걸치시오. 잉. (손님이 이발의자에 앉는다. 흰천을 두르는 만배씨. 머리를 드라이로 말린다) [만배] (손으로 헤저으며) 짚새기같은 머리 잘라냉게 보기가 좋고만요 잉. 한마디로 잔털맨이여. 머리는 그 사람의 인격이지라. 그렇게 본다이면 가새는 인격을 창조하는 경건한 도구인 셈이고 나는 사람들의 인격을 만드는 숭고한 헤어아트 디자이너란 말이시. 보시오 잉. 얼마나 단정한가. [손님] (별 특별하지 않다는 느낌으로) 뭐, 그럭저럭 괜찮네요. [만배] 그럭저럭이 아니여. 이건 인간의 머리가 아닌 예술품이어라. 이 비법이 어디서 나온 줄 아시요잉? [손님] 가위라면서요 [만배] 잘 짚었어라! 가새! (그러더니 손님의 머리를 예리한 눈으로 관찰하기 시작한다) 지금부턴 또 다른 가새로 갈무리 할 것이여. [손님] 복잡하네요 [만배] (가위 진열대에서 신중하게 가위를 고르며) 나는 하나의 행사를 마치는디 열네개의 가새를 사용한다 이것이요. 골프를 치는디도 열 여덟 개의 ?다가 필요허고, 프랑스 정식을 먹는디도 열 두 개 의 나이프가 필요허다는 것인디, 하물며 인간 두상에 난 성격이 다른 수십만개의 털을 깍는디 그정도의 가새가 없어서는 안될 말이지라. 이게 바로 장인정신이어라. [손님] 아저씨, 좀 불안하거든요? [만배] 이것들이 머릿털 이외의 살에 달라치면 스스로 울어번지지라. 웽웽하고--- [손님]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가위가 운다구요? 이거야 원--- [만배] 음마, 가새 속에 내 영혼이 들어가 있당게요. 즉 그 소리는 내 귀에만 들린다 이것이여. [손님] 재밌는 말이네요. [만배] 칼에는 검도가 있고 춤에는 무도가 있듯이 가새에도 가새도라는 것이 엄연히 존재하는 법이여. 다 끝났소. [손님] (일어나며) 수고 했어요. [페이지] 003 (이때 땀을 뻘뻘 흘리며 머리에 수건을 동여 맨 상우가 트렁크만 걸친채 목욕실에서 나온다) [상우] 에이. 왕재수! 어제 꿈자리가 더럽더니 더러운 인간을 만나가지구! [만배] 누구 야그여? [상우] 아니 때가 어쩜 그렇게 많이 나올수 있죠? 밀어도 밀어도 색깔만 조금씩 연해질 뿐이지 끊임없이 우동사리가 말려 나오더라구요. 나중엔 오기로 살 껍데기가 벗겨질 정도로 밀어댔더니, 뭐라구? "그렇게 민다구 없는 때가 나오나?" 쫕! (침을 뱉으며 수건으로 땀을 닦는다) [만배] 자슥아. 고객 신체으 비밀을 그렇게 낱낱히 폭로하는 건 때를 밀어서 먹고 사는 놈으 올바른 써비스 정신이 아니여! [상우] 그렇지, 또 나와야지 저 잔소리! [만배] 때가 많으닝게 때를 밀어달라는 것이제, 때라는 게 없으면 애시당초 너라는 놈으 존재으 이유가 없는 것이여. 너에게 때는 밥이여! [상우] 그러는 아저씬 머리 자르면서 뭘 그렇게 쉬지 않고 말을 해요. 폭포처럼 고객의 얼구에 대고 침을 튀겨 가면서 심신을 어지럽히고, 그런 것이 올바른 써비스 정신 이랍니까? [만배] 그건 하나으 경지에 대한 깨달음을 귀한 소리로 전한 것이여. [상우] 뻔하지 뭐. 가위가 웽웽 우는 얘기는 기본일거구, 머리가 아니라 예술품이니, 가새에도 도가 있느니--- 왜, 틀려요? [만배] (눈을 감으며) 진리는 아무리 같은 말을 혀도 속되거나 변치않는 벱이여. [상우] 적당해야 믿는거 아니예요. 무슨 무협지도 아니고--- 관둡시다. (벽시계를 보며) 벌써 6시가 됐네? 히히. 그렇다면! (평상위에 있는 리모콘을 잡으려는 상우. 이때 잽싸게 리모콘을 낚아채는 만배.) [상우] 왜 그래요? 일주일을 기다려온 개그 프로 할 시간인데. [만배] 오늘은 권투를 봐야 쓰것다 이말이여. [상우] 왠 권투요? [만배] 어허! 오늘은 다른날 이여. 우리하고도 관계가 있는 날이다 이말이여. (리모콘으로 TV켜는 만배. 함성 소리와 함께 흘러나오는 아나운서 멘트.) [페이지] 004 [아나운서멘트] 권철 대 고바야시의 동양 타이틀 매치에 앞서 벌어지는 세미 파이널 경기, 이번에는 라이트 급 한국 랭킹전이 되겠군요. 이준호 선수대 허강선수. 먼저 양 선수를 소개해 주시죠. [해설자멘트] 예, 우선 이준호 선수는 작년도 라이트급 신인왕 출신으로 6전6승6KO를 기록하고 있는 강펀치 소유잡니다. 빠른 발놀림과 유연한 허리에서 터져나오는 양 훅이 아주 일품인 선수죠. 한마디로 천부적인 화이텁니다. 그리고 허강 선수는, [상우] 아저씨. 이건 일주일 전에 한 거잖아요. 권철이 3회 KO로 이겼다구요. [만배] 그러니 잔말말고 여기 꿇어앉아서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여 [상우] 미치겠군. 내 전용 TV를 장만하든지 해야지 [만배] 그러든지. 많이 벌어놓은 모양이여? [상우] 에이 씨. 도움이 안돼 도움이 [만배] 조용히 혀, 공 울렸응게. [아나운서멘트] 레프트 쨉 넣는 이준호. 다시 레프트 쨉. 레프트 쨉. 코너에 몰리는 허강. 라이트 훅! 아- 크게 빗나가고 말았군요. (환호성) [상우] 짜식. 주목이 망치냐? 마구 휘두르게--- 히히. [만배] 아깝다. [아나운서 멘트] 다시 라이트 스트레이트 넣는 이준호. 크게 흔들리는 허강. 이때 클린치 하면 빠져나오는 허강. [상우] 잘했어! 클린치 한김에 귀나 물어뜯어라 허강! [만배] 어허. 그거이 사대주의여. 그런건 수입 금지 품목이랑게. [아나운서멘트] 반격에 나서는 허강. (환호성) 라이트 레프트 연타. 하지만 이준호의 커버링 위. 그래도 저돌적으로 몰아붙이는 허강. 코너에 몰리는 이준호. 무차별 공격하는 허강 [아나운서멘트] 코너를 빠져 나오는 이준호. 라이트 훅! 크게 맞고 비틀대는 허강. 레프트 훅. 라이트 훅. 완전히 하체가 풀리는 허강. 주춤주춤! 이준호의 마무리 펀치. 라이트 훅! 고꾸라지는 하강. 다운입니다. 다운. 레프리 카운트. 안되겠는데요. 눈이 완전히 풀렸어요. 보는사람 맥 풀리는데요? 아- 그냥 [페이지] 005 게임을 끝내는 군요 [해설자멘트] 아- 강타자 허강 선수도 이준호 선수의 라이트 훅에 처참하게 무너지는군요. 아- 들것이 들어오는데요. (TV를 끄는 만배. 시무룩해져 있는 상우) [만배] 여그까지만 보자고. 안됐어. 열심히 응원했는디 결과가 쪼까 껄적지근 혀서--- [상우] 쳇! 실력없는 놈 상대로 운좋게 럭키 펀치로 쓰러뜨려 놓고는 천방치축 날뛰긴 자식. 저런게 나같은 놈하고 한번 붙었어야지 세상 무서운줄 알지--- [만배] 그럴 기회가 곧 있을 것이여. [상우] 그럴 기회라뇨? [만배] 저 친구가 칠복이 빈자리를 메꾸게 될거라고 그러두만. [상우] 뭐라구요? (갑자기 안절부절 하며) 아니 그러니까, 그 친구가 이 목욕탕에 구두닦이로 온다 그 말인거죠? [만배] 나야 뭐- 주인이 말했으니까 그리 아는 것이제. 여기서 아마 너랑 같이 기숙해야 하는 모양이여. [상우] (거의 울상) 아니 왜요? 권투 하기도 바쁘신 분이 왜 이런 험난한 일을--- [만배] 낸들아나. 권투 관장이 소개 혔다니까 다 상의하고 하는 일이 것제. [상우] (울먹대며) 니기미- 심부름 팍팍 시킬 똘마니 하나 생기나 했더니, 공포의 핵 주먹이라니!--- [만배] 우선 오면 한판 붙어서 세상 무서운거 한 번 보여줘야제? [상우] 시끄러워요! 개그하고 진담도 구별 못해요? (고소하다는 듯 웃는 만재. 이때 출입구 문 두드리는 소리 곧 더블백을 어깨에 메고 깊게 모자를 눌러쓴 건장한 청년이 들어온다.) [청년] 저--- 오만배씨를 뵈러 왔는데요. [만배] 나올시다만--- 누구시더라? (모자를 벗으면서 활짝 웃으며 인사하는 청년.) [청년]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오늘부터 여기서 일하게 될 이 준호라고 합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페이지] 006 (크게 고개숙여 인사하는 이준호. 다가온 빠른 상황에 놀라는 만배. 붙박이 처럼 발이 붙어 어쩔줄 모르는 상우. 차마 얼굴을 손으로 감싸 버린다. 재미있는 코드 음악 나오며 암전.) [페이지] 007 [장] 2장 (같은 목욕탕 탈의실. 밤. 평상에 이미 앉아 있는 만배. 상우는 잘 보이려는 듯 연신 헛 웃음을 지어 보이면서 평상에 음식을 놓으려고 신문지를 깔고 옆에 의자를 갖다 놓는등 뭔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멋적은 듯 서서 불편해 하는 준호.) [상우] 자, 편히 앉으세요.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이 동네 최고의 미녀가 머리에 잔뜩 이고 나타날 겁니다. 좀 시끄럽긴 하겠지만--- [준호] 고맙습니다. (앉는다) [상우] (너스레를 떨며) 와- 첫날부터 구두 닦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던데요? 얼마나 빤짝거리든지 눈이 부셔서 뜨고 다닐수가 있어야죠. 아, 눈알땡겨. 헤헤. 또 권투하는건 어떻구요? 우와, 난 이형 게임하는걸 보고 한 순간에 골수 팬이 되었다니까요. 그 폭발적인 주먹하며 전광석화 같은 양훅. 그건 정말이지 하나의 그림이었다우. 아-트! [준호] 고맙습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데 좋게 봐 주셔서. [만배] (상우에게) 어찌 말 하는 것이 아까하곤 쪽게 다르다 잉? 럭키 펀치니 뭐니 하고--- [상우] 하하 아저씨두. 상대의 럭키 펀치만 피하면 이건 뻔한 게임이다 그뜻이었잖아요. 동 감하셔놓곤--- (방백) 여우! [만배] 그려. 낮으론 여그서 일하고 저녁엔 솔찬히 부대끼면서 운동할 텐디 힘들지 않것는가? [준호] 저만 그런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대부분 그런걸요. [만배] 가만--- 안주가 안왔다고 손가락 빨고 있을순 없지라. (상우에게) 거, 비상 상비주허고 마른 과자 하나 꺼내오지 그려. 일단 빈속에 싸하고 한잔 찌끄리자고. [상우] 그렇지 않아도 갖고 나갑니다. [만배] 눈치는 빠른 놈이여. 몸 둔한게 흠이지만. (소주를 따서 글라스 채 붓는 만배. 똑같은 방법으로 둘에게 글라스 가득 나눠 준다.) [만배] 일단 한 모금씩 끼얹자고. 자- 새로운 동지를 위하여! 건배! [일동] 건배! [만배] (한번에 글라스를 비우고는) 참, (상우를 가리키며) 정식으로 통성명은 안혔지? 인사려. 고객으 묵은때를 담당하고 있는 상우여. 견 상우. 개그맨이 되고 잡다고 시골서 풍운으 꿈을 안고 서울로 온지 3년만에. 이제 개그계를 정리, 소탕하는 일만 남았담시롱 매일 방송국에 "언제 시험봐요" 하고 물어 쌌는게 최근의 일이여. 근대 난 쟤으 개그를 들 [페이지] 008 으면 당최 찬바람이 불어서 말여. 추워. (옷깃을 여민다) [상우] (어이없다는 듯) 아이고, 아저씨가 뭘 알아요. 요즘 개그를 그나이에 이해 할 수나 있어요? 아저씨 앞가림이나 잘 하세요. 손님들 헷갈리게 신비의 가위 비법이니 가위가 운다느니하지 말구요. 손님들이 웃긴 웃는데요, 비웃어요. [만배] 비웃을 놈은 너여. 나에게 가새는 생명이여. 그 가새들 하나하나는 다 내 새끼처럼 태어났다 이것이여. 그것들은 아주 섬세하게 앞머리, 옆머리, 뒷머리, 속알머리, 뒷통수머리, 귀밑머리 등 그 위치에 따라 가새으 선택과 절제된 기술로 완벽하게 통제하는 거이 바로 장인정신이고 고도의 예술행위다 이것이여. [준호] (박수를 치며) 정말 대단하세요. [상우] 관두자구요. (말을 끊으려는 듯) 배고픈데 밥 안오나? 톡순이 얘가 오늘 어떤 자린지 알고 이렇게 게으름을 피우나? [준호] 톡순이라뇨? [만배] 응. 아까 야그한 음식지고 온다는 처녀! 단골 식당 한밭집 젊은 여사장이여. 상우가 붙였어. 빠가사리처럼 톡톡 쏜다고. 매사 얼마나 맺고 끊고가 얼마나 확실헌지 어줍잖은 수 작 피웠다간 개망신을 면치 못혀지. 여성미가 쪽게 부족헌게 흠이지만 서도--- (이때 밖 계단에서 "어이쿠" 하는 여자 비명소리. 곧이어 주전자 뚜껑이 구르는 소리가 난 다.) [만배] 왔다! 근디 소리로 봐서 심상치가 않은디? (급히 출입문 쪽으로 가는 상우. 곧 세게 문을 발로 차며 들어오는 진숙. 그 여는 문에 맞 고 나가떨어지는 상우. 진숙은 뚜껑없는 주전자에 머리에 큰 쟁반을 이고 있다.) [상우] 야! 문 좀 살살 열수 없어? 아파 죽겠잖아. [진숙] (이를 악물며) 짜식아 넌 말이라도 나오지 끙--- [상우] 또 시작이네! [진숙] (얼굴이 무너지며 신음소리) 잔소리 말고 이거나 받아! (진숙이가 머리에 인 음식쟁반을 상우에게 건네주며 발목을 잡고 주저 앉는다.) [만배] 어찌된 것이여? [진숙] 불을 꺼놔서 도통 앞이 보여야죠. 사람이 오기로 했으면 그정돈 켜 놔야 되는 거 아 니예요? [페이지] 009 [만배] 어허. 또 놈으 짓이여. [진숙] 아야 아퍼. (또 발목을 감싸 쥔다.) [상우] (뒷머리를 긁으며) 제기랄 간판등 끈다는게--- [준호] 제가 좀 봐 볼까요? 통증이 심한 것 같은데--- [진숙] (깜짝 놀라 쳐다보며) 어머, 댁은 또 누구예요? [만배] 참, 인사혀. 오늘 처음 왔어. 준호라고--- 칠복이 후임으로 말여. [진숙] (훑어보며) 딱새아저씨로 오늘 새로 온 사람이라구요? [상우] 야! 딱새가 뭐냐? [진숙] 그럼 뭐라고 불러? [상우] 적어도 슈즈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도는 돼야--- [진숙] 웃겨. 그럼 넌. 보디 클린져니? [상우] 아휴 저게. (은근히 진숙에게) 이제 너 까부는것도 다 본 것 같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 아니시냐? [진숙] (준호를 훑어 보더니) 아- 그래, 낯이 익어. 어디서 봤더라--- 아까 TV에 나오지 않았어요? 그랬죠? [만배] 오메 바로 본 거! 1회에 상대를 사정없이 KO로 눕혀 버렸제. [진숙] 그건 몰라요. 얼른 다른 방송으로 돌렸거든요. (그러다 갑자기 비명을 지른다) 아-아, 아니 지금 뭐하는 거예요? [준호] (진숙의 발목을 빼고 돌리며) 이대로 뒀다간 큰일나요. [진숙] 아, 아- (소리친다) 살살 좀 해요. [준호] 살살 하면 뼈가 움직입니까? 듣기보단 엄살이 심하군요,톡순씨! [진숙] 톡순이라뇨? 내 이름은 진숙이라구요. 유진숙! 저 견상우가 그렇게 부르라고 했어요? [준호] 아 죄송합니다. 난 그게 본명인줄 알고--- [진숙] (그러다 다시 소리친다) 아. 아야- 지금 제대로 알고나 하는 일이예요? [준호] 자, 이제 뼈가 맞춰진 것 같아요. 움직이지 말고 가만 있어요. (준호가 가방에서 스프레이와 압박 붕대를 꺼내어 진숙의 발목에 뿌리더니 붕대로 정성스럽게 감아준다. 그러는 사이 상우와 만배는 음식을 평상에 차려놓고 먹을 준비를 한다.) [준호] 이대로 발을 딛지 말고 하루만 푹 쉬면 내일정도는 뛰어다닐수 있을 거예요. [페이지] 010 [준호] 우리같은 사람들도 흔히 겪는 일이예요. 자, 일어나 볼래요? [진숙] (톡 쏘듯) 붙잡아 줘야 일어날 거 아녜요! (자연스럽게 진숙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는 준호--- ) [준호] 디뎌봐요. 통증이 훨씬 덜 할 테니까. [진숙] (조금 디뎌보더니 차마 그렇다고 말을 안하고) 어쨌든 고맙군요. [만배] 다 되았으면 올라와서 한잔 걸치고 가지 그려? [상우] 그래 통증 없애는덴 알콜이 최고 아니냐? 화도 좀 풀고. [진숙] 됐어. [상우] 여자라고 튕기긴! [진숙] 주제에 이것도 술자리라고 여자찾긴! [상우] 내 얘긴, 우리 이 형 신고식이나 받고 가란 말야. [진숙] 너나 잘해. 난 할 일이 태산이니까. [상우] 성깔하곤! [만배] 니알(내일) 준비 할 것 땜시 그런것이제? [진숙] 네. 반찬하고 찌개거리 만들려면 밤을 새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갈께요, 아저씨. 내일 열 시까지 식당 앞이예요. 잊지 마세요? [만배] 그려 그려. 조심해서 갈 것이여. [진숙] (나가려다 말고 새침하게) 참, 이 준호씨라고 했죠? 그렇게 서 있지 말고 계단 불좀 켜 주실래요? 문 밖 오른쪽으로 나가서 보이는 첫 번째 스위치예요. [준호] (웃으며) 그러죠, 뭐. [상우] 이 형! 관둬요. 그런거라면 내가 할께요. [만배] (상우를 붙잡으며) 앉거. 분위기 파악 좀 해야 쓰것다. 진숙이 처녀 표정 좀 보더라고. (이때 준호가 불을 켜려 나가고 진숙이는 한발로 펄쩍펄쩍 뛰면서 나간다.) [만배] 상우야, 어찌 스토리가 묘하게 꼬이는 갑다. 너--- 진숙이 처녀헌티 손 떼야 쓰것다. [상우] 뭐가 어때서요? [만배] 어허- 난 느꼈당게, 진숙이 처녀가 예전에 구사하던 그 날카로운 맛이 현저히 떡어졌단 말이시. 그건 뭘 뜻하것냐? [상우] 그렇다면 저 자식 저거 혼 나야죠. 내가 1년간 공들여 놨는데--- [만배] 시간이 중요한게 아녀. 한순간 '빡' 오는 '필링이' 그게 중요한 거이지. 안그냐? 억울하면, (은근히) 내가 주먹대결 한 번 주선해 볼거나? [상우] (생각하다) 됐어요. 어차피 썩 맘에 들어했던 애도 아니데요 뭐. [페이지] 011 (둘이 바짝 코를 대듯 쳐다보면서 재밌는 음악과 함께 암전.) [페이지] 012 [장] 3장 (목욕탕 탈의실. 무대 밝아지면 새벽. 어두운 구석에서 조그만 밥상을 펴놓고 작은 스텐드를 켜 놓은 채 뭔가를 열심히 쓰는 준호. 편지이다. 이윽고 쓴 편지를 한 번 읽어보곤 번돈으로 추정되는 구겨진 만원 지폐를 수십장 세어서 같이 넣는다. 이윽고 목걸이 십자가를 빼내어 손에 쥔채 눈을 감더니 뭔가를 간절히 염원한다. 이때 한쪽 옆에서 웅크리고 자고 있던 상우가 뒤척이더니 눈을 부비며 일어난다.) [상우] 아니 이형! 지금 뭐하는거요? 고시공부 하는거요? [준호] 아- 편지를 좀 쓰느라고요--- [상우] 연애 편지도 아니면서 뭘 그리 자주써요? [준호] 미안합니다. 다 됐거든요. [상우] 지금 몇시지? 3시네. 피곤하지 않아요? 낮에 일하랴, 밤에 운동하랴--- 요즘은 운동시간도 길어진 것 같던데--- [준호] 곧 중요한 게임이 있어서요--- 자, 불 끌테니까 계속 자도록 해요. [상우] 살살해요. 몸이 쇠도 아닌데. (다시 돌아 눕는다. (준호가 스텐드 불을 끄자 무대는 다시 완전히 어두워지며 자연스럽게 암전.) [페이지] 013 [장] 4장 (목욕탕 탈의실. 때밀이 단상으로 조명 옮겨지면 엉덩이에 수건을 덮고 엎어져 있는 손님. 트렁크 하나만 걸친채 등을 밀고 있는 상우.) [상우] 히히. 그래서 영화가 다 끝나고 청소하는 아줌마가 극장을 정리하기 시작한거예요. 그런데 한명이 안가고 의자 몇 개에 걸쳐 잠을 자고 있더래요. 그래서 아줌마가 깨우면서 "이봐요 아저씨! 왜 안가고 이렇게 누워있는 거예요?" 그랬더니 그사람이 뭐라고 했는줄 아세요? "썅! 당신도 이층에서 한 번 떨어져 봐" 히히- 웃기죠? [손님] (눈 감은 채) 내가 장가가기 전에 들은 얘기요. 지금 내 애가 셋이야. [상우] 아, 그래요--- 히히 그럼 이건 모르실거다. 두 남녀가 데이트를 하다가 여자가 갑자기 그러더래요. "자기, 나 사랑하거든 저기서부터 내가 밟은 발자국 마다 뽀뽀 하고 와봐." 그러자 남자가 "그것 못하니?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하면서 정말 뽀뽀를 하고 왔대요. 그리구선 물었어요. "근데 꼭 이렇게 발자국마다 뽀뽀를 시키는 이유는 뭐야?" 그랬더니 여자 왈! [손님] (갑자기 벌떡 일어나며) 똥 밟았는데! 똥 밟았는데! (다시 원위치로 눕 는다.) [상우] (뒷머리를 긁으며) 아는 얘기였어요? (상우쪽 암전되고 준호 쪽으로 조명 다시 이동하면, 준호는 열심히 구두를 닦는다. 벌써 여러 켤레의 구두들이 광을 내고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모자는 거꾸로 쓰고 얼굴엔 검정을 묻힌채 콧노래까지 부르며 구두를 닦는 그의 모습이 무척 신선해 보인다. 이때 문이 빼꼼히 열리며 아래쪽에서 진숙의 머리가 쏙 나온다.) [진숙] (낮은소리로) 여보세요. [준호] 깜짝이야! [진숙] 깜짝이야! 내가 더 놀랬잖아요! [준호] (주변을 훑어보며) 아니, 누가 보면 어떡 할려고--- [진숙] (작은소리로) 자, 이거나 받으세요. [준호] 이게 뭔데요? [진숙] 보면 몰라요? 만두지. [준호] 웬 만두? [진숙] 웬 만두가 아니라 왕만두에요. 다이어트만두라고 특별히 만들어 본건데 사람들이 사가질 않잖아요. 괜히 힘만 빼고--- [준호] 버리느니 차라리 이곳에! 이 뜻인가요? [진숙] 왜? 싫어요? 그럼 주세요. [페이지] 014 [준호] 아니에요. (슬쩍 진숙을 훔쳐보며 미소) [진숙] 살 안찌는 고단백으로 직접 속을 만든 거니까 한 번 들어 봐요. 살 찌면 안되는 운동이라면서요? [준호] 어떻게 그런 것까지--- [진숙] 무시하는 거예요? 오른손 스트레이트 나가는 수가 있어요. (때리는 시늉하다가 퉁명스럽게 위장하며) 세분이 드실만큼 쌌으니까 다른사람 눈치볼거없어요. 먹는게 남는거예요.(이때 남자손님 한명이 엉덩이를 다 보이며 준호 앞을 스쳐 지나간다. 깜짝 놀라 얼굴을 빼는 진숙. 그러다 조금후에 손바닥을 펼친 채 얼굴을 가린 진숙이가 다시 고개를 빼꼼히 내민다.) [진숙] 저--- 빈 접시는 요 앞에 내놓으세요. [준호] 알았어요. 고마워요. [진숙] (웃음 반 놀라움 반) 그럼 나중에 봐요. (잔뜩 웃음기 어린 얼굴로 진숙 얼굴 퇴장. 무안한 듯 웃음을 터뜨리는 준호.접시를 바라보고는 흐뭇한 얼굴로 만두 하나를 집어 입에 넣는다. 그러면서 무대 전체에 조명 밝아지면 준호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구두를 닦고 있고 평상에선 만배와 상우가 장기를 두고 있다) [만배] (곤란한 표정) 거 참, - 포로 장을 막으면 외통수로 쑤시것다- 이거 아녀? [상우] 같은 말을 지금 몇번째 하고 있는 줄 아세요? [만배] 외통수로 쑤신다--- 허참,--- 내 가슴을 쑤시누만--- 헤헤 상우! 이거 한수만 물르면 안될까나. [상우] 돈 내기에 물러주는 경우도 있답디까? 통할 사람 한테 부탁 하셔야지. 자, 천원 내 놓으시고 죽으세요. [만배] 뭐? 죽으세요라고라? 싸가지 없는 놈. (돈 천원을 내 놓으며) 그 돈 다 모아서 재벌 될껴. [상우] 헤헤. 차근차근 모아놓으면 독립할 때 부엌딸린 월세방 하나는 얻지 않겠습니까? (천 원짜리를 소중히 개인 사물함에 넣으며 통장 하나를 꺼내보면서 만족한 웃음을 짓는다) [만배] 그거나 끌이고 평생 살그라 이놈아! 사소한 한 푼에 목심걸고말여. [상우] 잘 살아보겠다는거 아닙니까? 히히. 오늘 이 형은 어땠어요? [준호] 괜찮은데요. [상우] 체육관 갈 시간 아니예요? [준호] (시계보며) 아, 벌써 그렇게 됐네. [페이지] 015 [상우] 아- 심한 뇌 운동을 했더니 금방 시장기가 도는데. 이형, 어때요? 라면 끓여서 같이 한 그릇씩 할까요? [준호] 좋죠. [상우] OK! [만배] 워메, 눈꼴 신거! 준호가 사온 라면 저 놈이 다 먹어 조질 것이여. [상우] 그대신 끓이고 닦고 몸으로 떼우잖습니까? [만배] 절약하는건 좋은디 인간성까지 파괴되어서야 각박해서 쓰것냐? (상우가 휘파람을 불며 구석으로 간다. 그곳엔 라면도 쌓여있고 부르스타와 냄비, 도마, 칼 파 등이 놓여져 있다. 상우가 아주 능숙한 솜씨로 파를 썰더니 물을 끓이기 시작한다. 이때 출입문을 발로 차듯 벌컥 열어제끼면서 험악한 인상의 두명의 사내가 들어온다. 만두와 꼬챙이 이다. 순간 경직되는 실내 분위기) [만두] (선채로 준호에게 구두를 툭툭 벗어주며) 이 구두! 거머리가 붙어도 좍좍 미끄러지게 닦아 놓거라이. 알것제? [준호] 아, 예--- (만두가 들어오고 꼬챙이는 신발도 벗지 않고 들어와 이것 저것 둘러 보거나 엎으면서 공포분위기를 만든다. 이때 만두는 겁을 주려는 듯 옷을 벗는데 온 몸이 문신 투성이다. 트렁크 팬티만 남기고는 의자에 앉는 만두.) [만두] (상우에게) 아그야. 이리오니라. [상우] 네? 저요? [만두] 그려, 너! [상우] 왜요?--- [꼬챙이] 저 새끼가 형님이 부르시는데 겁대가리 없이 토를 달어? 확! (꼬챙이의 제스춰에 상우가 찔금하여 조심스럽게 만두한테 간다.) [만두] 한 눈깔에 여그서 밀어먹고 사는 놈 처럼 보이는디, 맞는가? [상우] 네. 그렇습니다만--- [만두] 그럼 여그 책임자 데리고 오니라. 긍게 이 방으 실질적인 오야붕을 좀 봐야 쓰것다. 이말이여. [상우] 그렇다면--- (만배쪽을 쳐다본다.) [만배] 예. 지가 이 방으 제일 연장자 됩니다만--- [만두] 오, 처음 뵙것습니다. 난 이 동네 영세민 번영회 청년 위원회 위원장 되는 사람 이올시다. [만배] 예? 영세민 번영회요? 글씨요--- 좀 생소한 느낌이--- [페이지] 016 [꼬챙이] 이런 골 때리는 새끼들이, 있다면 있는줄 알것이지 형님앞에서 꼭 토를 달고! 다 날려 버린다.! [만두] 어허! 이봐 꼬챙이! 넌 성질이 급한게 옥에 티여. [꼬챙이] (고개를 직각으로 숙이며) 죄송합니다 형님. [만두] 응, 그려 (만배에게) 내 단도 직입적으로 말하것는디, 그동안 청년위원회으 보호로 이런 따땃한 곳에서 쉽게 번돈! 시방부턴 영세민을 위해서 좀 뱉어야 쓰것다 이 말이여. 누구는 허벌나게 경비서고 누구는 허벌나게 돈벌고, 그런 싸가지 없는일은 더 이상 두 눈깔뜨고 못보것다 그뜻이여 내말은! [만배] 저 시방 뭔가 잘못 알고 온 거 같은디요잉. 여그는 그런 곳이 아니고 이 건물주에게 일정한 보증금을 내고, [만두] 아- 꼬챙아! 말이 길어져 부른다. [꼬챙이] (만배의 멱살을 잡으며) 말귀를 못알아 먹는군 늙은이! 잔소리 말고 수입의 삼분의 일을 오늘부터 내는 거다 이거야. [상우] (두렵지만 참질 못하고) 아니 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우리가 영세민인데, 우리에게 돈을 뜩어서 영세민을 도와요? [만두] 돈을 뜯는다고라? 저 자슥이 내 맴을 뜯는고만요잉. [꼬챙이] 이 개새끼가! (상우에게 발길질을 하자 상우가 신음소리를 내며 쓰러진다. 시퍼런 칼을 뽑아드는 꼬챙이) [꼬챙이] 뜯는다구? 이 새끼, 혀부터 손 봐야 되겠군. [만두] 꼬챙아, 이럴땐 워티게 해야 쓰것냐? [준호] 너희들 그대로 안 있을래? [만두] 음마? 이건 또 어디서 들리는 소리다냐? 너희들이라고라고라? (귀를 쑤시며) [준호] (올라오며) 쓰레기 같은 새끼들! 안 나가면 턱을 부숴 버릴거야. [꼬챙이] 이새낀 또 뭐야! (칼을 들고 덤벼드는 꼬챙이. 몇번 칼을 휘두르지만 간단한 고갯짓으로 피하는 준호. 이윽고 칼 쥔 손을 잡아 비틀어 쓰러뜨린다. 팔목을 부여잡고 고통스런 얼굴로 발발 떨다가 다시 일어나는 꼬챙이.) [만두] (손으로 제지시키며) 넌 되았다! 칼 잡은 손을 잡혔다면 넌 이미 저 놈 상대가 아녀. 저놈은 시방 나를 원한다 이것이여. 오랜만에 몸 좀 풀어야 쓰것다.(일어나 준호 앞에서 어슬렁거리는 만두. 그러더니 갑자기 기를 모으는 이상한 포즈를 취한후 공격 자세를 하다가 느닷없이 주먹을 날리 [페이지] 017 기 시작한다. 하지만 한 대도 맞지 않는 준호.) [만두] 어쭈구리. 한 싸움 혀본 솜씬디? (다시 알리 권투하듯 펄쩍 펄쩍 뛰더니 갑자기 주먹을 날릴즈음 준호가 가운데로 파고들어 왼손. 오른손을 만두의 턱에 날려 버린다. 그 주먹을 맞은 만두가 무대 끝에 라면 끓이는 곳 까지 쏜살같이 뒤로 밀려 와장창 쓰러진다. 얼굴에 물과 파등이 범벅되는 만두. 쫓아가는 꼬챙이.) [꼬챙이] 형님! 형님! 괜찬으세요? 정신 차리세요! (고개를 드는 만두. 그러나 턱이 옆으로 비뚤어져 있다) [꼬챙이] 아이고, 우리 형님. 턱이 돌아가 버렸어요. 이게 웬 개 망신입니까! [만두] (턱 돌아간 소리로) 저 놈은 악마여, 우릴 죽일껴. 꼬챙아! 저놈들이 날 못보게 앞을 가리그라. (기절한다) [꼬챙이] 형님! 형님! (신나는 음악과 함께 암전) [페이지] 018 [장] 5장 (포장마차. 주인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된다. 소주 한병과 안주 몇접시를 놓고 같이 앉아있는 준호와 진숙) [진숙] (술을 한자 쭉 마시며) 왜 아까부터 아무말도 안해요? 놀랬어요? 내가 나타나서?--- [준호] 그렇기도 하고--- 진숙씨에게 신세진게 미안하기도 하고--- [진숙] 신세 진거 하나도 없어요. 어차피 한마음회의 총무 자격으로 심부름 온거니까요. 걔네들, 순 돌깡패들이예요. 그런 식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용돈이나 뜯는 형편없는 자식들이 라구요. 짜식들이 부끄러운줄 모르고 진단서를 떼는거 봐요. 얼마나 하수들인가. [준호] 그게 목적이었는지도 모르죠--- [진숙] 그런데 우스운건 아무도 그 놈들에게 그걸 따지거나 대항하질 않는다는 거예요. 그저 좋은게 좋은거다 해서 주고 마는 모양이예요. [준호] 합의금이 들었을텐데. [진숙] 그런거라면 목욕탕 사람들에게 고마워 하세요. 어차피 한시도 자리를 비울수가 없는 사람들이라서 여긴 못 나왔지만 합의금을 마련하느라 큰 마음 고생들을 하셨거든요. 나야 뭐, 부족한거 조금 떼운 정도였지만--- [준호] --- [진숙] 사실 만배 아저씬 고시공부하는 외아들 뒷바라지 하느라 그야말로 허리가 휠 정도구요, 상우는 집에서 훔쳐 갖고 나온 돈 모두 목욕탕 보증금으로 박고, 한 푼 두 푼 악착같이 모으고 있던 중이었거든요. 없이 사는 사람들이지만 그 따뜻함이 있어 난 참 좋아요. 신세라고 생각하지 않았음 좋겠어요. [준호] 나중이라도 꼭 갚고 싶어요. [진숙] 뜻이 정 그렇다면 챔피언이 된 다음 갚으세요. 안 갚아도 그만일 거구요.(소주를 한 잔 마시면서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건배한다) [준호] 저--- 그 한마음 회라는 모임 말예요? [진숙] 네. [준호] 만배 아저씨에게 들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양로원엘 들른다구요? [진숙] 그래요. 대단할건 없지만 노인분들 찾아 머리도 잘라 드리고, 먹을것도 갖다 드리고, 재미있는 시간도 마련해 드리고--- 그런 조그마한 힘이 되고 싶어서 내가 억지로 만들었어요. 기꺼이 동참들을 해 주셨구요. [페이지] 019 [준호] 나도 그 작은일에 한 사람이 될 수 없을까요? [진숙] 정말이에요? 잘 됐군요. 이제 회원이 점점 늘어 총 네 명이 됐네요. 사실 그 우람한 힘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자, 입회를 축하하는 뜻으로 우리 또 건배해요. (둘이 건배한다) [준호] (사이) --- 난 그동안 내가 저지른 일이 남에 의해서 해결된건 오늘이 처음이예요. 그동안 철저히 혼자였거든요. [진숙] 부모님은요? [준호] 어느날 돌아보니까 비슷한 처지를 가진 또래 아이들과 같이 크고 있더군요. 그러다 보니 내가 저지르는 모든 일은 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했죠. 몸으로 떼우든 도망을 치든--- 후후--- 믿는건 그야 말로 내 맨 몸뚱이 뿐이었어요. [진숙] 그래서 권투를 시작했나요? [준호] 관장님이 술 집에서 내가 싸우는 모습을 봤어요. 권투를 해보라고 하더군요 처음엔 거절했지만 얼마후엔 내 스스로 찾아갔어요. 돈이 필요해서--- [진숙] (일부러 웃어보이며) 슬픈 얘기군요. 돈일 필요해서 찾아갔다--- 참, 만배 아저씨가 관장님 걱정하실 거라고 전화 해주는게 어떻겠냐 하셨는데--- [준호] 나가봐야죠. 보름후에 시합이 있거든요. [진숙] 어떤 시합이죠? [준호] 한국 챔피언 도전자 결정전이예요. 이기면 한국 챔피언에 도전할 자격이 생기는거죠. [진숙] 그럼 중요한 게임이네요. [준호] 그래요. 내겐 정말 중요한 게임이예요. [진숙] 무섭지 않으세요? 난 그런걸 보면 안타까워서--- [준호] 두려울 때도 많죠. 링 안에 들어서면 도망칠 수 없게 사방이 막혀 있고 상대는 날 쓰러트리려고 쉴새없이 주먹을 뻗어오고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겨야하고 돈을 벌수 있죠. [진숙] 싸우고 이겨서 살아야 하는 곳?--- 아- 누구는 머리카락을 잘라서 살고, 누구는 때를 밀어서 살고, 누구는 밥을 지어 날라서 살고, 누구는 주먹으로 상대를 때려 눕혀서 살고 --- (쓸쓸한 표정이되어) (쓸쓸히 서로 바라보는 두 사람. 조용히 잔을 들어 마시며 암전.) [페이지] 020 [장] 6장 (멀리서 들리는 관중들의 환호성과 아나운서의 멘트소리. 이윽고 그 멘트소리는 암전된 상태에서 진행된다) [소리] (함성소리와 함께) 라이트. 레프트! 비틀대는 탱크! 이 준호 계속 몰아 부칩니다. 원투 스트레이트! 완전 그로기. 다시 라이트 훅. 클린치 하는 탱크. 그렇지만 코너에 몰아 부치는 이준호. 레프트 보디. 라이트 훅! 다운! 다운되는 탱크! 아, 못일어 날 것 같습니다. 카운트 아웃입니다. 이준호선수의 3회 KO승! 아- 굉장히 근성있는 선수군요. 새로운 스타 탄생이 기대됩니다 (환호성과 함께 서서히 소리가 없어진다.) (암전) [페이지] 021 [장] 7장 (목욕탕 탈의실. 실내등 하나만 켜져 있고 대체로 어두운 실내에는 사람의 흔적이 없다. 출입구에는 '첫 째, 셋 째 수요일 휴무'란 팻말이 걸려 있다. 곧 계단 내려오는 소리와 함께 준호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의 손엔 소주와 오징어가 들려 있고 눈썹엔 밴드가 붙어져 있어 약간의 상처가 있었음을 보여 준다.) [준호] 아저씨! 상우야! (주변을 살핀다) 웬일이지? 여기서 모이기로 했는데--- (주변을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자 쓸쓸해진 준호가 평상에 소주를 내려놓고 앉는다. 순간 어디선지 콘그랫쥴레이션의 음악 팡파레가 울려 퍼지더니 졸지에 목욕탕탈의실이 화려한 뮤지컬의 무대로 변한다. 오색의 불빛. 터지는 폭죽. 평상엔 이미 많은 음식들이 커버에 덮여진채 구석에 놓여져 있다. 놀라서 어안이 벙벙해진 준호. 순간 동그란 핀 라이트가 켜지면서 미국 빅 브라더스를 표방한 만배씨와 상우가 검은 양복에 검은 중절모, 검은 안경을 쓴채, 지팡이 하나씩을 들고 튀어나온다. 음악이 터져나오는데 그건 '희망가'이다. '희망가' 탓한들 무엇하랴. 한 숨 쉰들 무엇하랴. 가슴열고 시원한 바람 온몸으로 맞이하면 저 멀리 들려오는 꿈같은 노래 있어 저어가자 저어가자 휘청이는 배처럼 나약하고 요염해 보여도 우린 두렵지 않아. 이 넓은 가슴으로 바다를 품어 보리 (대단히 흥겹고 즐거운 곡으로 만배씨와 상우가 서로 코믹하게 노래를 교환하며, 코믹춤으로 무대를 압도한다. 감격에 겨워 어쩔 줄 모르는 준호. 어느덧 그들 틈에 끼어 춤을 맞추면서 흐드러지는 분위기를 만든다. 이윽고 음악과 춤이 끝나고 모두들 박수로 오늘의 자리를 축하한다.) [만배] 수고혔어, 준호! 오늘으 승리를 겁나게 축하혀. [준호] 너무 감격스러운데요. [상우] 그럼 성공이야. 너를 감동으로 KO시켜버리려고 했거든. [준호] 완벽한 KO야 고마워 [상우] 짠! 또 하나의 감동! 이건 진숙이 솜씨야! (평사에 각종 음식, 샴페인, 케익등이 푸짐하게 차려 있다.) [페이지] 022 [준호] 진숙씨가? [상우] 너 오면 같이 파티 해야 한다고 한밭집 문닫고 이것만 했어. 니가 뻗은 사랑의 스트레이트에 그냥 갔나봐 [만배] 그건 또 틀린 말이여. [상우] 뭐가요? [만배] 비록 준호에게 진숙이 처녀가 뿅 간건 사실이지만 오늘 이 자리는 그걸 과시하는 자리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한마음이 되는 자리로 마련한 것이여. 우린 모두 한마음회으 회원잉게. 근디 넌 어찌 나무는 보고 숲은 못 본다냐. 진숙이 처년 말여, 비록 겉모양은 명랑만화지만 속모양은 순정만화여, 정이 많다 이것이여. 새벽길에 포장마차 밀고가던 아버지 어머니 졸지에 교통사고로 보내버리고 저렇게 혼자 악착같이 살지만서도, 인간 근본에 흐르는 그 따땃한 정은 바다처럼 철철 넘친당게. [준호] 전 전혀 몰랐어요 그렇게 아픈 상처가 있는 줄은--- [만배] 그렇지만 어두운 구석이라곤 안보이는 쳐녀여. 의리가 있단 말이시. 저번 경찰서에서 자네 빼올때도 진숙이 쳐녀가 그 돈 거의 다 만들었제. 그랑께 이 모든걸 고맙게 생각해야 할 것이여. [준호] 예--- (웃음을 보이며) 그런데 왜 안보이죠? [상우] 응. 옷에 냄새가 배서 좀 갈아 입는다고 들어갔어. (이때 또박 또박 계단을 밟고 내려오는 구두소리.) [상우] 온다. (장난끼가 발동하여) 자, 드디어 오늘의 여 주인고 이십니다. 세 계단, 두 계단, 한 계단, 문이 열리면, 미스 뚝섬 유진숙양! (이때 문이 벌컥 열리며 들어서는 진숙. 요염한 음악이 흐르며 깊게 파인 옷, 짧은 치마. 늘어뜨린 코트. 달라진 헤어스타일에 화장까지 한 진숙의 모습. 다들 '꽥'소리를 내며 기절 초풍을 하는 세 사람. 암전) [페이지] 023 [장] 8장 (목욕탕 탈의실. 무대 밝아지면 전화를 받는 만배씨. 굉장히 진지하면서도 흥분에 들뜬 표정이다) [만배] 응. 그려 그려. 고생혔다. 그려. 니가 시험봄시롱 그러코롬 기분 좋은 목소리를 내는건 나도 처음이여. 이 애비가 얼마나 좋은지 몰러. 최선을 다했응게 진인사 대천명이여. 하느님도 무심허지 않는다면 이번만은 니 편일껴. 안그면 나가 하느님 가만 안둘란다. 그려, 이런때 일수록 술 많이 마시지 말고 들어오니라. 맴이 풀어져불면 병이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것잉께. 그려. 고생많았다. 그려, 그려, 끊자잉! (전화를 끊는 만배씨. 어느틈엔가 두손을 모아 기도한다. 기쁨에 겨운 얼굴이다. 암전.) [페이지] 024 [장] 9장 (목욕탕 탈의실. 평상에서 만배씨가 흥겨운 듯 콧노래를 불러가며 가위들을 닦고 조이고 있다. 다 갈고 닦은 가위들은 만배씨 손에서 마치 서부 영화의 권총처럼 마구 돌아가고 가위를 총삼아 권총을 쏘고나서 연기를 입으로 호- 불면 가끔씩 벗은 모습으로 스쳐 지나가는손님들이 두 손으로 얼른 사타구니를 감싸며 흘긴 눈으로 만배씨를 쳐다본다. 이때 출입문이 열리며 한 손에 신문을 들고 우당당탕 뛰어들어오는 상우) [상우] 아저씨! 났어요! 났어! 드디어 났다구요! [만배] 웬 방정이여?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불이라도 났어? [상우] 이 신문을 보세요. 드디어 방송국에서 개그맨 시험을 본다고 모집공고가 났다구요! 모집공고! [만배] 워메, 드디어 올것이 오고야 말았고만요 잉. [상우] 3년을 기다려온 시험이예요. 고생은 끝났다구요. 지금부터 화려한 제 인생의 제 2막이 올라가는 겁니다. TBS 제 7기 개그맨 견 상우! 와- [만배] 분명 잘 돼야 할꺼인디--- [상우] 빌어만 주세요. 그러면 공부 안하고 속썩인 죄! 돈 훔쳐 갖고 도망나온 죄! 소식한번 안 전하고 불효한 죄! 그 모든 죄를 씻고 어머니 아버지 앞에 보란 듯이 나타나서 그간의 죄를 다 용서 받을 겁니다. "부모님! 불효자 수운이가 드디어 출세해서 돌아왔습니다" 하고! [만배] 근디 수운이가 누구여? [상우] 저죠. 예명을 미리 지어 놓은 거예요. "우 수운!" (평상에 뛰어오르는 상우.)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귀염둥이 견 상우가 인류 최초로 선보이는 지상 최대의 춤! 일명 대중탕 댄스로 여러분께 그 화려한 인사를 올립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우뢰와 같은 환호성. 그리고 이어지는 음악. 평상위에서 목욕탕 춤을 선 보이는 상우. 처음엔 때밀이 춤이다. 때를 밀다 수건을 팡팡 쳐 때를 떨궈 내는 춤, 연이어 타올 춤이다. 그건 긴 타올, 짧은 타올에 따라 다르다. 그리고 샤워춤, 그건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로 나누어 진다. 마지막으로 냉탕온탕 춤이다. 그 얼굴 표정이 압권이다. 이 모든 춤의 명칭은 상우가 시작할때마다 리듬에 맞춰 큰 소리로 외침으로써 알 수 있다. 이윽고 신나는 목욕탕 춤이 끝난다. 암전) [페이지] 025 [장] 10장 (어느 벤치앞. 밤. 부드러운 음악이 흐르면서 진숙과 준호가 걸어나온다. 진숙은 약간 취기가 있고 준호는 진숙을 따라 미소를 지으며 나온다.) [진숙] 미안해요. 괜히 운동하는 사람, 쉬지도 못하게 끌어내서 주정을 부리고--- 오늘, 정말 괜찮은 거죠? [준호] 벌써 같은 말을 몇 번째 묻는지 알아요? (웃으며) 괜찮아요. 오히려 반가웠다니까요. [진숙] 그렇다면 다행이예요. 밥하는데 빨리 달라고 보채는 손님 생각을 해 봤거든요 [준호] 후후--- [진숙] 쳇. 겨우 비유를 그런걸로나 들고--- 난 역시 밥집 여자티를 못벗는군요. [준호]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여기 아무도 없어요. [진숙] 고마워요 좋게 봐줘서, 아까 샌드백을 두들기는 준호씨를 보니까 괜히 나도 누군가를 향해서 주먹을 맘껏 휘두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뭔가 가슴이 '뻥'하고 뚫릴지도 모른다는--- [준호] 무슨일--- 있었어요? [진숙] 아뇨 무슨일은?--- [준호] 뭔가 오늘은 진숙씨 답지 않게 낯설어 보여요. [진숙] 나 다운게 뭔데요? 거칠고, 두세고, 사내같이 억척스런 모습이요? [준호] --- [진숙] 내가 가장 힘들었던 일이 뭔지 아세요? 후후, 꿈을 포기하는 일이었어요. [준호] 꿈이요? [진숙] 오퍼상의 여사장이 되고 싶었거든요. 캐리어 우먼의 멋진 정장을 입고, 외국인들과 유창한 영어로 상담을 하고--- 후후. This food is a korean traditional Jinseng honey tea. This tea keeps your balance as a very great healthful food--- 하지만 이제 그런 영어들은 주방의 김치찌개속에서 잠들고, 깍두기 국물과 같이 버무려지고, 콩나물무침의 양념이 되고 말았어요. [준호] 꿈이 있어 행복했던거 아닙니까? 설령 이루었다 해도 그만큼의 아쉬움으로 또 남는거겠죠. [진숙] 만약 가능할 수 있다면 이별이 없는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같이 살고 싶어요. [준호] 이루어지겠죠. [진숙] 실은 오늘이 아버지 어머니 제삿날이예요. 혼자라는게 실감나고 무척 외롭 [페이지] 026 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이보다 훨씬 늙어보였던 아버지 어머니가 챙피해서 학교에도 못오시게하고 어머니가 내 생일에 친구를 초대하라고 하면 누구 망신시킬일 있냐고 매몰차게 쏘아 붙였던게 정말 뼈저리게 아파요. 난 사랑의 참된 의미를 몰랐던거예요. 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하면 부모는 그 이상의 존재였어요. 그저 있음으로 행복하고 있음으로 따뜻한--- 한 번도 그걸 제대로 표현 한 적이 없다는게 가장 슬퍼요. (눈물을 비친다. 겨우 눈물을 닦으며) 소주 반병에, 유 진숙 오늘, 스타일 다 구기는 군요. [준호] 결국 그게 양로원을 찾는 이유가 되는 거군요. [진숙] 글쎄요, 그렇게 해서 조금이나마 죄스러움을 씻을 수 있다면요. 언제부턴가 세상 모든 부모의 마음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준호] 그러고보면 우린 같은 그리움병을 앓고 있었군요. [진숙] ?--- [준호] 어느날 초등학교 시절, 희망의 집 마당에서 하염없이 모래성을 쌓고 있는데,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는 것을 느꼈어요. 쪽문 옆에 숨어 서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던 어떤 여자-- 난 직감적으로 그 여자가 내 어머니라는 걸 느꼈어요. 하지만 그땐 왜 그랬는지 일부러 모른척 거만을 피운다음 뒤도 안돌아보고 방으로 뛰어들어가 버렸어요. 없어도 잘 놀고 잘 산다는걸 보여 주려고--- 그 후로 다시는 볼 수 없었죠. 나중에 안 얘기지만 핏덩이를 그 고아원에 버리면서 내 이름이 적힌 쪽지에 언젠가 꼭 찾으러 오겠다는 글이 내 손에 쥐어져 있었다다군요. 알 수 없는 그리움이 솟구치면 바다를 생각해요. 내가 자랐던 그 '희망의 집'에는 넓게 펼쳐진 푸른 바다가 있었죠. 엄마가 보고싶을 때마다 그 바다로 달려나가 몇 시간이고 거길 쳐다보면 이윽고 그 수평선 끝에서 어머니가 다가오곤 했죠. (말이 없이 서 있다가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이 곳 뚝섬 제일 높은 곳에 서면 그런 바다가 보일까요? [진숙] 그럴리야 없겠지만 그 바다는 준호씨 가슴속에 이미 있는거 아닌가요? (둘의 눈이 부딪힌다. 어떤 힘에 의해 서서히 손을 맞잡는다. 그러다 은근히 준호의 품에 안기는 진숙.) [준호] 참, 누군가에게 맘껏 주먹 좀 휘둘러보고 싶다고 그랬죠? 그럼 내 배가 샌드백이라고 생각하고 한 번 쳐볼래요? [진숙] 정말이예요? 나 이래뵈도 맵기로 소문난 주먹이예요. 중상 입으실텐데. [준호] 글쎄요. 튕겨나간 주먹에 팔목 다치지 않을 자신 있다면요. [진숙] 좋아요 난 그정도로 평가하셨다? 대요.그렇잔아도 요즘 주먹이 근질근질 하던 참인데 잘 걸렸어요. (배를 내밀고 힘을 주는 준호. 쨉으로 준호배를 툭툭 쳐보더니 오른손을 빙빙 돌 [페이지] 027 리기 시작하는 진숙. 묘한 기합을 주더니 어퍼컷을 올리는 진숙. 그러나 배가 아닌 그 아랫부분에 맞자 준호가 괴성을 지르며 쓰러진다.) [진숙] 준호씨! 준호씨! 괜찮아요? [준호] 그렇게 맞고 괜찮을 놈이 어딧어요! 우욱- [진숙] 어쩜 좋아! 준호씨! 준호씨! (고개를 숙인채 신음소리를 내는 준호. 난처한 얼굴로 어쩔줄 모르는 진숙. 유쾌한 음악이 나오며 암전) [페이지] 028 [장] 11장 (조명 들어오면 상우는 평상위를 왔다갔다 하며 정체를 알수 없는 중국어와 일본어 등을 마구 외워대면서 개그 대본을 암기하고 있다. 총잡이에 관한 개그처럼 들린다. 이때 욕탕 문이 열리며 다분히 여성적인 남자가 절묘한 웃음을 흘리면서 상우를 부른다.) [남자] 저 아저씨, 나--- 몸 좀 밀어줘요. 몸이 이상해. (갑자기 질겁을 하는 상우. '욱' 하며 토하는 느낌을 받는다.) [상우] 아니 뭐 저런 생기다 만 놈이 다 있어. 이러다 무슨일 생기는거 아냐? [남자] (손까락으로 까딱까딱 오라는 신호를 계속 보내며 윙크까지 한다.) 어서요. 어머 때밀이 아저씨, 몸 좋다. 왜요? 손님 낯가려요? [상우] 죄송합니다. 오늘은 때 못밀어요. [남자] 미워! (상우쪽 암전 되었다가 무대 전체가 다시 박아지면 목욕탕 탈의실. 상우가 빈 탈의실에서 간편한 복장 차림으로 혼자 음악을 틀어 놓은채 대중탕 댄스 연습을 하고 있다. 매우 진지하다. 이때 힘이 축 쳐진 모습으로 들어오는 준호.) [준호] 연습하니? [상우] (카셋트를 끄며) 늦었다? [준호] (가방을 던져 놓더니 평상에 길게 눕는다.) 시합이 얼마 안 남았잖니. [상우] 힘들지? 라면하나 끓여줄까? [준호] 체중 조절 중이야. 참, 나 나간 이후로도 만배 아저씨, 결국 안 나타나셨지? [상우] 그래, 불안해 죽겠어. 시험 발표일에 연락도 없이 안나타나면 남아 있는 사람들은 궁금해서 죽어버리라는 건지 원--- (준호가 힘겹게 일어나 자기 옷 칸을 열어 옷과 츄리닝들을 걸어 놓는다. 이 때 툭 떨어지는 한 통의 편지. 얼른 주워 담는 준호.) [상우] 쳇! 내가 잠 설친다고 구시렁거니까 이제 아예 체육관에서 쓰는구나. [준호] --- [상우] 말 나온김에, 형 그렇게 힘들게 운동해서 번 돈이나 구두 닦아서 번 돈, 그 걸 그 고아원에 몽땅 쑤셔박는 이유가 뭐야? 거기에 애인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준호] 그래, 애인이 있어. [상우] 뭐라구? 정말? [페이지] 029 [준호] 때가 되면 알게 될거야. [상우] 무슨 비밀이라도--- [준호] (화제를 바꾸려는 듯) 그나저나 아저씨 소식은 내일이 돼야 알겠구나. 궁금해서 어떻게 기다리니? [상우] (문 쪽을 향해) 아이, 잊자구. 하여간 무심한 노친네! 가위만 잘돌리면 다 야? 머리가 안돌아가는데! (이때 출입구 문이 덜컥 열리며 만배씨가 잔뜩 취한 얼굴로 들어온다. 많이 흔들리는 만배씨) [준호] 아저씨! [상우] 어떻게 된거예요? 형편없이 취하셨잖아요. (부축한다.) [만배] 생편(형편) 없이 마셨응게, 생편없이 취한것이제! [상우] 대체 어디에 있다 오신거예요? [만배] 어디있다 왔냐고라? (웃음) 그야 뻔허지 않냐 이놈아! 동네 사람들 다 모아놓고 도개걸윷모 다 잡아서는 한 턱 내니라고 지금 오게 된 것이다. 이제 알것냐? [준호] 그럼 합격 한거로군요? 그렇죠? [상우] 정말이세요? [만배] 합격? 그럼 합격했지. 그것도 수석으로! [상우] 와! [준호] 정말 축하드려요! [만배] 그려, 난 축하받아 마땅한 놈이여. 아들은 검사에 아버지는 까사! 환상으 부자 아녀? 거무 틱틱하고 납작한 차에 아들놈이 펄쩍 올라 탐시롱 "아버지! 지가 목욕탕까징 편하게 바래 드리것습니다. 가시지라." 하면 나는 "오, 그려 오기사! 그럼 잘 몰아 보더라고"하고 대꾸할 것이이여. 그럼 사람들은 우리들 쳐다봄시롱 "고생 끝에 낙이 온다더니 막판 뒤집기가 기가 맥히게 성공한 집이여" 하면서 보것제. ( 그러다 갑자기 소리를 내며 눈물을 흘리는 만배씨. 그 소리가 구슬프다. 무슨일이 있었냐 는 듯 당황하는 준호와 상우.) [준호] 왜그러세요 아저씨! [만배] (울며) 왼종일 그런 상상으로만 시간을 보냈어. 그렇게 되고 잡어서 그런 꿈만 꾸고 다녔다 이것이여. [준호] 아니 그럼--- [상우] 아저씨!--- [만배] 이제 그놈은 마지막 시험을 치룬거여. 나이 제한에 걸려 올해가 마지막이 [페이지] 030 었던 것이여. 결국 이렇게 끝날 것을 그 고생을 해싸며--- (운다) (준호와 상우가 할 말을 잃는다.) [만배] 아들놈이 끝내 내 가슴에 대못을 박어잉. 대못을--- 아이고메 서러워라--- 마누라가 이발소 주인놈 허고 바람나 집 뛰쳐 나갔을 때, 난 앞이 캄캄혔지만 서도 어린 아들놈, 내 힘으로 바르게 키워 볼라고 재혼도 마다 않고 그 뒷바라지에 내 인생을 바쳤던 것이여. 내가 못배운게 한이 되아갖고, 그래서 없이 산게 한이 되아갖고, 그란디, 팔수 끝에 그놈으 꿈이 오늘로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린겨--- 난 대체 워티게 살으라는 것이여. 답답혀 상우야. 저 문 좀 열거라. 갑자기 숨을 못 쉬것다. (가슴을 두들긴다.) [준호,상우] 아저씨! [만배] (호흡을 가빠하며) 가슴이 타! 심장이 터져나가! (갑자기 발작하듯 속옷까지 찢어 발기며) 나 죽는다! 나 죽는다! 가슴이 왜 이런다냐. 숨이 막혀. 난 이제 뭘로 산다냐. 아이고, 가슴이야! 가슴이야! (준호가 아저씨를 부르며 호흡을 진정시키고 상우가 찬물로 얼굴을 적시며 응급치료를 한다. 갑자기 막혔던 만배씨의 울음소리가 터져나오면서 서서히 암전.) [페이지] 031 [장] 12장 (방송국 시험장. 핀 조명 하나만으로 이곳은 방송국 시험장이다. 어설픈 정장을 차려입은 상우가 정면을 바라보고 시험을 치룬다. 왼쪽 가슴엔 커다란 수험표가 달려 있다.) [상우] 안녕하세요. 백팔번뇌의 인생사를 온통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웃기는 사나이 견 상웁니다. (자기 주머니에서 오색가루를 뽑아 스스로에게 던지며) 백문이 불여일견! (갑자기 아나운서 멘트식으로 목소리를 바꾸며)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세계각국 꼬마들의 총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잠실 메인 스타디움! 먼저 한국 꼬마들. 숨어있는 적들을 향해 총을 쏩니다. "빵야 빵야! 안되겠다 기관총으로 바꿔라. 뚜구 뚜구 뚜구 뚜구! 이번엔 따발총이다. 따발 따발따발따발! 피-용. 앗! 이건 무슨 소리냐! 피해라 새총이다." 이번엔 중국애들 총싸움입니다. 굉장히 시끄럽습니다. "헤이, 니 하우마, 워 야우 따스미 타마 더 왕 빳단! 따웅, 따웅! - 씨부 씨부 탕차이 구 황하탕 깐풍! 와장창 꽥!" 이번엔 일본 조무라기 상들입니다. "하이 나까무라상! 쓰미마생까라 우라마우시 사이요 나라! 땅요데쓰네 땅요데쓰네!- 아이고데쓰네 아이고데쓰네!" 이번엔 아름다운 산골짝에 스위스 꼬마들입니다. "땅요오으으 (요들송) - 아이고으으-" (웃겼다고 생각하고 앞에 있는 심사위원석을 살피는 상우. 그러다 아무런 대꾸가 없자 당황하기 시작한다.) [소리1] 미안한데, 다른거 없어요? 그거 옛날에 내가 했던건데--- [상우] (당황함을 억지웃음으로 떼우며) 아닙니다. 무궁무진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본 방송! (또 아나운서 멘트식으로)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일류 최초로 공개하는 진기명기시간! '악' 소리 나는 대중탕 춤으로 이 자리를 끝내버리겠습니다. 먼저 때밀이 춤! (카셋트를 누르는 상우. 그러나 테잎이 바뀌어 여자 메들리 트롯트곳이 흘러 나온다. 당황하여 서있는 상우. 그러다가 어쩔수 없이 그 음악에 맞춰 여러 춤들을 추어보지만 이미 신명이 꺼진 다음이다. 심사위원들을 바라보는 상우의 표정이 절망적이다. 이윽고 춤이 끝난다. 이렇게 끝날 수 없다는 듯 상우가 한발 바짝 다가 붙는다.) [소리] 됐어요. 수고했어요. [상우] 잠깐만요. 제가 개발해낸 진짜 웃기는 참새 시리즈 얘기가 있거든요. 옛날에 참새 한 마리가 살았는데요, [페이지] 032 [소리1] 수고 했어요. (그대로 서 있는 상우. 무슨 말을 하려다가 이내 고개를 푹 숙이고 무너진다. 암전) [페이지] 033 [장] 13장 (불꺼진 목욕탕 준호는 자고 있고 상우가 비틀거리고 들어와 수화기를 든다.) [상우] 엄마 저예요 상우. 상우라구요. 그래요 막내 상우요 주무셨어요 예 괜찮아요. 집에는 별 일 없죠. 그럼요 밥 잘 먹고 몸 건강하게 잘 있어요. 술이요, 예 조금 마셨어요, 엄마--- 오늘--- 내가--- 아니예요 울긴요 그냥 엄마 목소리 들으니까 너무 좋아서 그렇지. 엄마! 엄마--- 내가 말이예요 이번 생일에는 꼭--- 방송국 구경시켜드리고--- (수화기를 놓는다.)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상우에게 다가가는 준호, 들석이는 상우) [페이지] 034 [장] 14장 (어둠 속에서 연달아 치는 펀치볼 소리. 밤, 무대가 밝아지면 권투도장 준호가 운동하고 있다. 이때 마실 것을 갖고 들어오는 진숙) [진숙] 이제 좀 쉬어야 하는 거 아니예요? 내일이 시합인데--- [준호] 상우하고 아저씨는 좀어때요? [진숙] 오늘은 닭도리탕에다 소주 파티까지 벌였는데도 좀처럼 풀리지 않아요. 다들 상처가 컸나봐요 [준호] --- [진숙] 인삼차좀 다렸어요 들어봐요 [준호] 고마워요 [진숙] 준호씨가 챔피온이되서 이 우울한 분위기를 확깨줬으면 좋겠어요 [준호]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요(우울한 얼굴) [진숙] 내일 시합이 걱정되서 그래요? [준호] 여러 가지로요--- (사이) 아까 잠깐 눈을 붙였는데 언뜻 꿈에 어머니를 봤어요 무척 낯이 익다했는다 그 옛날 쪽문옆에서 나를 훔쳐보던--- [진숙] 줄곧 어머니 생각을 하고 있었군요 [준호] --- [진숙] 그래요 난 알았어요 준호씨가 희망의 집으로 자주 편지와 돈을 부친다는 사실을 상우에게 들었을 때 난 그게 어머니하고 직접 관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준호] 그돈으로 큰 힘이 될순 없겠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수가 없었으니까요 그건--- 어느날 어머니가 약속한 대로 정말 날 찾아왔을 때 그 희망의 집이 어머니와 나의 유일한 약속장소니까요 [진숙] 역시--- [준호] 내가 유명한 선수가 되고 세계챔피온이되면 어머니가 날 찾아올거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죠 링위에서 극적으로 만나는--- [진숙] --- (손을 잡으며) 그런 희망버리지말아요 그게 실현될거라고 난 믿어요 [준호] --- 고마워요 (준호가 잠시 주변을 살펴보다가 목에서 십자가 목거리를 꺼내준다) [진숙] 뭐죠? [준호] 내 기도예요 [진숙] 예? [준호] 버려진 아이 손에 있었다는 쪽지 말고 또하나의 어머니의 기원이 숨겨진 목거리예요 받아줘요! [페이지] 035 [진숙] (잠시 망설이다가 받아쥔다) [준호] 가봐야겠어요 [진숙] 그래요 (준호 퇴장한다 뒷모습을 응시하다가 목거리를 내려다 보는 진숙) [페이지] 036 [장] 15장 (암전된 상태에서 와_ 하는 함성과함께 무대 밝아지면 목욕탕 탈의실 평상에 모여 앉은 만배씨, 상우, 진숙은 TV를 보며 앉아있다) [멘트] 코너로 몰아 붙이는 이준호! 원투 스트레이트! (환호성) 혈전입니다 피를 많이 흘리고 있는 소말봉 [만배] (큰소리로 ) 그려 잘한다 준호! [상우] 준호야! 좀더 밀어붙쳐! [멘트] 이준호 라이트훅! 비틀데는 소말봉 !그로깁니다. 그로기! [진숙] (TV 앞으로 뛰어오며) 갔다 갔어! 준호씨 끝내버려 ! 풀어주지 말란말야! 그래! 그래! 붙어! 어휴 답답해--- [멘트] 이준호의 레프트보디! 주춤주춤, 카바가 내려오는 소말봉! 라이트훅! (와_하는 환호성) 다운입니다! 다운! 다운되는 소말봉! [일동] (펄쩍펄쩍 뛰며) 와! 다운! [진숙] 바로 그거야! [멘트] 녜, 수건이 던져지는군요 게임을 포기하는 소말봉! 새로운 챔피온의 탄생입니다 ! 이준호! 새로운 챔피언 등급입니다! [일동] 야호! (스크럼을 짜며) 챔피언! 챔피언! 새로운 챔피온 이준호! 뚝섬 목욕탕 파이팅! (일제히 박수를 친다) [만배] ( 땀을 닦아내리며 ) 후련혀 뭔지몰라도 후련혀! 이제 곧 챔피온이 당도할 것이구먼 준호는 확실히 우리의 호프여! [진숙] 우리 챔피온을 위해 성대하게 잔치해요 (전화를 건다) 아줌마세요? 저예요 목욕탕이예요 푸짐하게 음식좀 차려가지고 오세요, 술도요, 특벽요리는 다 해주세요. 아니예요, 그냥 찬치좀하려구요 녜, 빨리요, 알았어요.(전화를 끈는다) 아저씨, 조사장님하고 동네 유지분들도 오시라고 하세요. 오늘제가 한 턱 낸다구요! 이번 기회에 목욕탕 선전도좀 하구요! [만배] 굿아이디어여, 아래 싸우나를 잡을 수 있는 묘한이랑게! 좋아부렸어요! 이제 이 목간탕에 준호가 희망을 갔고 왔응게 우리도 맴을 새로이 다질것이야 사법고시 떨어진 몸은 사법서사 시키면 될거이고, 개그맨이란 건 언젠가 또 기회를 기다리면 될것이여 [상우] 준호형 게임을 보니까 속이 펑하고 뚤리네! 자! 우리도 다시 시작 해보는 거예요! 갑자기 자신이 생겼어요! 챔피온! 이준호! 챔피온 이준호! (이때 전화벨이 울린다) [만배] 여보시오, 야! 전디요, 누구시지라? 조 영달이? 글씨--- 낯선이름은 아닌디? 근디 확_ 낚아채는 맛이 부족헌 이름이 되어갖고--- (깜짝 놀라며) 워메, 사장님 이신겨라 죄송허요. 야? 큰일이 났다고라? 아니 뭐시 큰일인디요? 야, 야? 아니, 갑자기 왜그러시오? 뭐시 당했다는거시오? 자세하게 말해보더라고요. 야, 뭣이라고요? 그려서요? 야, 야, 아니 그게 무슨 날 벼락이 [페이지] 037 라요? 그러게 나가 뭐랬소! 싼이자 의심혀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소! 뭣이요? 곧 이리로 들이 닥친다고라? 아니, 그럼 우리는 워디로 가고 또 우말이든 해야 할 것 아니요(그쪽에서 전화를 끈은 듯) 여보시오! 여보시오!(사색이되는 만배씨 수화기를 힘없이 내려놓는다) [상우] 왜 그러세요? 무슨 일이예요? [만배] 일이나도 크게 나버렸네. 이를 워째--- [상우] 차근차근 말씀 좀 해보세요 [진숙] 그래요 ,아저씨, 침착하시구요 [만배] 아, 글씨, 조사장이 전문고리대금허는 놈들헌티 이 건믈을 잡히고 돈을 꾼 모양이여. 시설을 새로 해보겄다고 . 근디 이상한 계산법으로 한달만에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불고 , 그나마 약속날 갚으러 갔더니 자리를 피했다가 오늘에서야 안갚았다는 핑계로 이 건물을 뺏으러 온다는것이여.깡패 앞세우고 지금 때거리로 몰려온다는 말이시. [상우] 그럼, 우리가 내붸긴다는거예요? 그럼 권리금은요? [만배] 거기에 대해선 말이 없어버려, 뻔하지 않은가, 빌어먹을! [상우] (핏발세우며) 안돼요! 말도 안돼요! 일자리 뺏기는것도 어이없는 일인데 권리금까지 뺏겨요? 전재산을요! [만배] 엎친데 덮쳐버린다는거이 요꼴일 것이여--- [진숙] 경찰에 신고를 해요! 이건사기라구요! 법으로 하면 어떡해든 보상받을 수 있을꺼예요 ( 이때 계단을 내려오는 발자국소리 . 문이 열리면 준호가 챔피온 밸트를 들고 들어선 다 ) [준호] 진숙씨! 상우야! 아저씨! 이겼어요, 따냈다구요! [만배] (의기소침) 그리여 봤어 . 아주--- 장혀--- [진숙] 축하해요 준호씨. 정말 대단했어요! [준호] 그런데 무슨일이 있어요? 왜들 그런 얼굴이죠? [진숙] 별거아니예요--- [상우] 우리 붸겨나게생겼어! [준호] 붸겨나다니? [상우] 주인영감이 깡패들한테 이 집을 맏기고 돈을 빌렸었는데 계획적으로 돈을 못갚게한다음 지금 목요강을 뺏으러 온다는거야 [준호] 뭐라구? [만배] 일단 우린 시간을 벌어야혀.그려야 변호사를 구하든 다른 방법을 찾아낼 것아니여 상우야! 싸게 셔터내리고오너라 [상우] 알았어요 (이때 여러명이 계단내려오는소리. 출입문이 열리더니 거친사내들이 들이 닦친다 그중에 만두와 꼬챙이도 섞여있다) [페이지] 038 [참치] 남자 목욕탕에 계집이 들어앉아 있고 참 보기가 좋구만 (실내를 휘젖는다) [만두] 안녕들 하신게라? 외나무다리에서 또 만났지라! [참치] 이따위로 지저분하게 운영했으니 파리새끼들 밖에 더 끓어 ? 지금부터 5분간 여유를 줄테니 빨리 보따리 싸서 사라져! [상우] 모든건 절차와 방법이 있는 거 아녜요? 우리 권리금을 돌려줘요 그렇지 않으면 한발자국도 못 움직여요 [만배] 그려요. 이런식으로 해결할 수는 없지라잉. 느닷없이 닦쳐서 당장 나가라는 법이 어디있소? 우리도 대책이라는걸 세워야할 시간이 있어야쓰지 않것소? [진숙] 진상 파악이 필요해요. 뭐가 어떻게되서 여기까지 왔는지 ! 또 그게 정상적인 방법이였는지도 알아야겠구요. 대한민국엔 법도 없나요 ? [참치] 법? (참치가 웃자, 모두들 가소롭다는 듯 웃는 깡패들 ) 얘들아 ! 아가씨께서 법대로 하랍신다 . 조개버려! (꼬챙이와 만두가 뛰어든다. 그 앞을 가로막는 준호) [만두] 씨벌놈! 어따대고 길을 막어야? 꼬챙아! 오늘 이놈 완전히 보내버리고 깡그리 내부수리해버리자잉! 오늘을 월매나 기다렸는지 몰라야, 오늘은 특별히 너를 잘근잘근 씹어먹어 버릴것이여! [꼬챙이] 형님! 저한테 맡겨주세요. 제가 먼저 저놈 꼴통을 날려버릴테니까요 [참치] 뭣들 하는 거야! (둘이 동시에 덤빈다 . 그러나 준호에게 잡히는 만두와꼬챙이. 준호가 그들을 참치에게 밀어버린다 아이구 소리를 내며 참치에게 쓰러지는 만두와 꼬챙이) [준호] 서툰짓은 관두는 게 어떠신가? 어차피 이런식으론 해결할수 없을것같은데. [참치] (미소) 주먹 좀 쓰는 놈이 있다더니 너였군! 싸가지 없는새끼! 죽여! [진숙] 꺼져! 당장 꺼져버리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어. (순간 진숙의 따귀를 올려 부치는 참치.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진숙. 동시에 참치의 턱을 날리는 준호. 난투극이 벌어진다. 수세에 몰린는 목욕탕 사람들 이때 소리를 지르며 튀어나오는 만배) [만배] 그만들 두랑게! (주머니에서 가위를 꺼낸다 ) 어떤놈이든 이가새로 숨통하나는 끊어놓을팅게 어디 한번 자신있으면 덤벼보드라고! [만두] 워메! 늙은 것이 더 무서워 버려야! (이단 옆차기에 쓰러지는 만배. 준호가 뛰어온다 이때 만두, 꼬챙이 일동이 일제히 준호에게 덤벼든다 치열한 난투극 ) [참치] (진숙을 붙잡고 ) 개새끼 ! 움직이면 이년은 죽어! 얼굴을 완전히 도려내 버릴거야![준호] 비겁한 새끼--- 너 그여자에게 손만댓다간--- [페이지] 039 [진숙] 준호씨--- [준호] 걱정 말아요--- 내가 구해줄께요--- [참치] 흐흐흐, 우습게 알았더니 제법인데 하지만 다 끝났어 잘가라구 ! ( 이때 준호 뒤에서 어깨를 향해 사정없이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꽁치 . 비명과 함께 주저앉는 준호. 다시 일어서는 준호에게 쇠파이프가 날아간다 안돼! 라는 진숙의 찢어지는 비명소리와 함께 모든소리와 움직임이 정지된다 . ) [준호 목소리] 어머니! 기뻐해주세요, 오늘 전 드디어 한국 챔피온이 됐어요. 그리고 제곁엔 어머니를 닮은 사랑하는 여자도 생겼어요. 그런데 이게 무슨일이죠? 갑자기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고 모든 움직임이 정지된 것 같아요. 어머니--- 왜 이렇게 늦게 오셨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이제부터라도 우리 헤어지지 말고 오래오래 같이 살아요. 울지 마세요! 어머니--- 오늘은--- 기쁜 날이잖아요--- (다시 무대는 시끄럽게 움직이고 참치가 다시한번 준호의 머리를 강타한다 . 그러자 아무소리도 못내고 앞으로 꼿꼿이 쓰러지는 준호 이때 괴성과 함께 식칼을 들고 참치의 옆구리를 찌르는 상우. 고통스럽게 쓰러지는 참치. 다들 물러나는 깡패들 . 넋이 나간 듯 칼을 떨구고 뒤로 물러나는 상우 .) [상우] (정신이 나간 듯 ) 난 못나가--- 나갈수없어--- 내 권리금 ---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는 상우) (들릴 듯 말 듯 무슨 말을 하려 애쓰는 준호 . 그러다 그대로 눈을 감는다. 통곡하는 진숙. 암전) [페이지] 040 [장] 16장 (무대 밝아지면 목욕탕. 실내가 썰렁하게 치워진 가운데 만배씨가 이발대 앞에 가방을 놓고 가위와 수건들을 넣고 있다. 진숙이 텅 빈 눈으로 준호 가방을 옆에 둔채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 이윽고 가방을 챙기고 나가는 만배 ) [진숙] 어디로 가세요? [만배] --- 고향 --- 아무도 반겨줄 사람이 없겠지만 --- 그려도 날 감싸줄 유일한 곳이 아니것는가--- 가는 길에 상우놈 면회하고 그냥 떠날것이여 준호는--- 가슴이 미어져서--- [진숙] --- 녜--- [만배] 삶을 믿어보자고 , 흐린 날이 있으면 개인날이 있는 법이니께. 지금은 이렇게 헤어지지만 또 만날날이 있겠지 . 준호를 잘 부탁허네 --- 희망을 가져 보더라고--- [진숙] 안녕히 가세요. (진숙의 손을 잡아보고 쓸쓸히 나가는 만배씨 눈물을 억지로 참아보는 진숙. 암전) [페이지] 041 [장] 17장 (휠체어를 밀고 나오는 진숙. 무표정한 얼굴에 환자복을 입은 준호 . 마치 백치와 같다. 환자복위에 점퍼를 여미어주는 진숙) [진숙] 준호씨, 언젠가 내가 얘기했죠. 다시는 이별없는 세상에서 살고싶다고--- 기억나요? 난 준호씨옆에 언제나 있을 꺼예요. 그게 이 목거리의 의미였을꺼고 난 그걸 믿으니까요 . 준호씨 , 꼭 다시 일어나야되요. 그래서, 세계 챔피온도 되고 그토록 그리던 어머니도 만나야죠--- 약속해요---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준호의 새끼 손가락에 진숙이 약속을 하듯 자기 손가락을 끼운다. 무표정하게 앉아 있는 준호. 일부러 환하게 웃어보려는 진숙. 그러다 목거리를 꺼내 조용히 입맞추고 준호위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오열하는 진숙 . 서서히 조명어두워지고 주제가 음악이 고조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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