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운림산방(雲林山房)을 다녀와서

[sally (김은실)]

전남 진도의 유적지를 둘러보고...

삼별초 본거지인 용장산성은 몇 해전 모임에서 다녀왔으나 왕 온의 무덤을 둘러보지 못 해서 늘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완당선생을 이야기하고, 초의선사를 이야기하면서 남종화의 대표인 소치 허련(小痴 許鍊)선생의 얼이 담긴 운림산방(雲林山房)을 가보지 않고서 어찌 이야기한단 말인가? 란 생각을 하면서 나 자신에게 부끄러운 일이 없어야 겠다는 마음 한 구석에 담긴 숙제를 풀기로 하고 여행길에 나섰다.

아침까지만 해도 남편과 함께 여행을 하기로 했으나 갑자기 피곤해서 쉬고싶다고 하니, 억지로 가자는 말은 못하고, 혼자 여행하는 일에 익숙해 있는 나로서는 그럼 다녀올 테니 편히 쉬라고 하고서 길을 떠났다.

이것저것 먹거리들을 챙기고 카 서비스 센터에 가서 타이어 압을 점검하고 여기저기 먼길 다녀오기에 불편함이 없나 세심히 챙겨 기름도 가득 넣고서는 남해대교를 벗어나 하동의 들길을 지나가는데 코스모스들이 줄지어 피어있어서 여행에 한결 기쁨을 더해주었다.

조금 지나 고속도로로 진입하여 그간에 못 달렸던 차에 길도 들일 겸 1차선에서 신나게 달렸다. 감시 카메라는 친절한 GPS 안내양이 미리 안내를 해주니 별 문제는 되지 않았다. 한참을 달려서 순천 IC에서 내려서 벌교를 지나고 고흥, 보성, 장흥, 강진, 완도, 해남을 지나서 진도로 향했다. 길눈이 어두운 편은 아니라서 이정표 따라서 술술 어려움 없이 진도 대교에 닿았다.

전라우수영 전적지는 다녀오는 길에 갈 계획으로 하고 서서히 진행하면서 진도 대교를 바라보니 쌍으로 뾰족하게 생긴 다리 모습이 이색적으로 보이면서 그 색깔도 전과 달라 보였다. 그 많은 다리들을 보았지만 또 다른 느낌을 받았다. 천천히 다리를 건너자 검문소가 나오기에 진도 관광 안내도를 받아서 운림산방(雲林山房)가는 길을 터득하고 건너편에 있는 충무사를 갈까 말까를 망설이다가 지난번에 다녀온 곳이라서 그냥 포기를 하고 줄 곳 첫 번째 목적지인 운림산방(雲林山房)으로 향해 달렸다.

가는 길에 중학생 한명이 태워 달라고 손을 번쩍들기에 가는 방향이라 태워서 진도의 유적지들에 관해 물었더니 자기 지역에 있는 해수욕장이며, 축제, 유적지들을 많이 알고 있는 똑똑한 학생이어서 칭찬을 해주고 잠시 후 그 학생을 내려주고는 운림산방 가는 길을 이정표 따라서 가니까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도착해서 시간을 보니 무려 3시간 45분이 걸렸다.

운림산방(雲林山房)은 전라남도 기념물 제 51호로 지정된 곳이며,첨찰산 서쪽, 쌍계사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 곳이며 소치 허련(小痴 許鍊)선생이 1809년 진도읍 쌍정리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그림에 재주를 보이다 28세부터 해남 대둔사 일지암에서 기거하던 초의선사에게서 가르침을 받고, 30대 초반 그의 소개로 서울로가 추사 김정희에게서 본격적인 서화수업을 받아 남화의 대가로 성장했다.

왕실의 그림을 그리고 여러 관직을 맡기도 했으나, 김정희가 죽은 1856년 고향 진도에 운림산방(雲林山房)을 짓고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인 진도에 내려와 운림산방을 마련하고 그림에 몰두했던 곳이다.

운림산방(雲林山房)이란 이름은 첨찰산을 지붕으로 하여 사방으로 수많은 봉우리가 어우러져 있는 깊은 산골에, 아침 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숲을 이루었다고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해발 485m의 첨찰산 봉우리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운림산방은 사랑채, 화실, 480평의 연못이 있고 연못 가운데 직경 6m크기의 원형으로 된 섬이 있었다.

운림산방(雲林山房)의 서화 예술이 발달한 진도에서도 대표적인 서화 예술가로 꼽히는 분은 조선후기 남화의 대가로 불리는 소치 허련(小痴 許鍊)이다. 그는 당나라 남송화와 수묵산수화의 효시인 왕유의 이름을 따 허유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소치 허련(小痴 許鍊)은 시와 문은 동다송의 저자인 초의선사로부터 익히고, 세한도로 유명한 김정희선생으로부터 서, 화를 전수 받아서 지성으로 피워낸 그 묵향이 은은히 스며들어 왔다.

주변에 볼거리들은 전시관과 운치 있는 연못, "ㄷ"자 기와집인 운림산방과 그 뒤편의 초가로 된 살림채, 허씨문중 제각, 기념비, 시비 였다. 전시관은 오랫동안 방치되던 것이 1982년 손자 남농허건(許楗)에 의해 지금과 같이 복원되었고 한다.

새로 지어진 소치 기념관에는 초대 소치, 2대 미산, 3대 남농, 임인, 4대 임전까지 화맥을 이어온 작품들이 전시 되어 있었다.

소치 허련(小痴 許鍊)의 "수매도"의 그 강한 터치, "추경산수도"의 부드러움,

"운림산방의 선면" 그림들과...

2대인 미산허형(許瀅)선생의 그 아련한 "미점산수도" 그림들과....

3대인 남농허건(許楗)선생의 "금강산 보덕굴"은 절벽위에 지어진 그 아슬아슬한 누각을 보면서 저기 앉아있노라면 시련들이 다 떠나고 ‘시와 그림이 저절로 되겠다’싶은 감동을 주는 그림이었고, "수련심죽"의 섬세함은 어디다 비교를 못 할 것 같았다.

3대인 허림선생의 독특한 토점화 그림들도 있었는데...
그는 26세에 요절했으나 천제적인 작가로써 그 작품들이 여러점 남아 있었다.
그의 작품 중에 토점화로 그린 작품들이 인상 깊었는데,
토점화는 두텁게 배접한 화선지 밑에 밑그림을 바탕으로 황토 흙으로 점을 찍어 그림을 그린 다음 그 위에 다시 색칠을 하여 완성시키는 방법이다.

"어미 닭과 병아리", "목동" 이번에 본 채색화인 "메추리" 그림은 실물처럼 보였다.
지난봄 목포 남농(南農)전시관에서 허림선생님의 작품을 접하고 얼마나 놀랐던지...

요절한 아버지를 이어...

4대인 임전 허문선생은 11개월 때 아버지를 잃고 7세 때 큰아버지 남농(南農)선생님께 그림을 배워 지금 교수로 현직에 있으면서 대를 이어 가고 있는데 그의 그림세계를 보니 구름과 안개가 특징이었다. "운무산수화"로 창작적인 화풍을 일구어내었다. "운산"과 "운암" 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운림산방(雲林山房) 앞 오각으로 만들어진 연지 가장자리에는 뒤늦게 흰색깔 수련 한 송이가 피어 있어서 그나마 가을 여행온 사람들에게 기쁨을 안겨 주는 것 같았다.
연지 가운데 직경 6미터 크기의 원형으로 된 섬에는 선생님이 직접 심었다고 하는 오래된 배롱나무에는 꽃잎들이 다 지고있었다.

아름다운 연못 주변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으니까, 그 동네 어르신이 내 곁에 와서 잠시 설명을 해 주셨다.

그 분도 예사롭지는 않아 보였으나, 시간이 없어서 깊은 이야기들은 못 나누고 감사의 인사만 전하고 일어서야만 했다.

연못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겨 있는데, 문득 책에서 읽은 글귀가 떠 올랐다. "압록강 동쪽에는 소치(小痴 )를 따를 자가 없다"라고 표현한 그 표현이 옳다란 생각이 들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돌아 나오면서 보니 아니나 다를까 연못에서 "스캔들" 영화를 촬영했다는 간판이 붙어있었다. 선비들과 물은 뗄 수 없는 관계지만... 정말 아름다운 연못이 운치를 더해주는 곳이었다.

가까운 거리에 쌍계사가 있었고, 뒤 첨찰산 서쪽 기슭에 천연기념물 제107호로 지정된 상록수림도 있었으며, 전시관 바로 옆에 진도 역사관이 함께 자리해 있어서 진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시간 바쁜 나로서는 참 다행이었다.

아마 진도군청에서 연계 관광을 생각하고 진도 역사관을 나란히 세운 모양이다.

돌아오는 길에 삼별초 군들이 세운 왕온의 무덤이 있어서 조금 올라가 보니까 길은 너무나도 한적한 길이라, 잠시 입구 쪽에서 둘러보고 그냥 포기를 해야만 했다.

혼자 산길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편이라서...
ㅎㅎㅎ...

진도읍을 지나 해남 쪽으로 오다보면 진도의 금강이라 불리고 있는 금골산을 어찌 그냥 지나 칠 수가 있으랴...

군내면 둔전리에 위치한 금골산은 200미터도 채 안 되는 낮은 산이지만 개골산이라는 다른 이름이 말해주듯 산 전체가 기암괴석으로 형성된 아름다운 산으로 석굴 세 개와 더불어 금성초등학교의 교정에 있는 고려 말에 세워진 오층석탑 한 개가 남아있다는데, 갈 길이 멀어서 둘러보지는 못하고 차에서 내려 금골산 그림만 사진으로 몇 컷 카메라에 담고 가던 길을 계속 진행해야만 했다.

한참을 달려와서 임진왜란때 왜구를 대파한 명랑대첩의 울돌목에서 이충무공의 승전탑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고, 전국에서 물살이 제일 빠르기로 소문난 검푸른 바닷 물줄기를 한없이 바라보았다.

그 분이 없었다면 우리 조선이 어떻게 되었겠는가를 상상만해도 끔찍해서 머리를 정리하고 사진 몇 컷만 카메라에 담고 해남을 향해 달리면서 여러가지들을 생각해보니 또 아쉬움이 남았다. 

진도의 소리들을 못 듣고 와서 말이다. 진도의 만가, 강강술래, 진도 잡가 등등... 다음 번에 갈 때는 미리 전국에 소문난 허정무감독의 형인 해설사님께 예약을 해서 명 해설을 한번 듣고 오는 기회를 가져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봄 혼자서 목포, 부안을 지역을 여행 할 때 남농(南農)전시관을 둘러보고 이충무공이 명랑대첩에서 승전을 거두고 108일을 쉬셨던 고하도 유적지를 둘러 볼 기회가 있었는데, 이번 여행도 이충무공과 소치선생님과 연관된 곳들을 둘러보면서 그림들은 선조의 그림과 후손들의 그림들을 접하면서 시대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고, 이충무공의 유적지들은 세월이 흘러도 그 혼이 살아 숨쉬는 것 같이 느껴졌다.

남도의 끝자락 살 좋은 밭에서 자라나는 싱싱한 파밭이 참 인상적이었고, 군데군데 진도개 사육장들이며, 산을 깍아서 진도개 모양의 심벌을 새겨둔 곳이 참 인상적이었다. 

매번 진도 여행때 1박 2일로 해남과 진도를 다녀왔는데 이번에는 당일 코스인지라 시간 여유가 없어서 먹는 것도 대충 차에서 해결을 하고 시간을 벌어야만 했다. 저녁에 중요한 모임이 있어서 시간 계산을 하면서 부리나케 달려 와서 모임 장소에 나타나니 그리 늦은 편은 아니었다. 얼마나 다행인지...

머리가 눌려서 모자도 못 벗은 체 배낭을 내리니까 "어디 갔다가 오느냐?"고 묻기에 진도 가서 공부 좀 하고 왔다고 하니까 "다들 왜 연락해서 같이 가지?"라고 하는데,,,
농담 겸 진담 한마디를 던졌다. 앞으로도 따라 붙을 생각은 말라고,,,
ㅋㅋㅋ...

아~~~
그 감동을 어찌 둔한 필로 다 전 할 수 있으랴?

4대 임전 선생이 쓴 문구 하나가 기억난다.
"세월은 짧고 예술 활동은 길다"라고 했는데...

해마다 가을이면 꽃꽂이 전시회,

미술 전시회는 관심을 갖고 봐야 어딘가 허전하지가 않다.

좋은 뮤지컬과 클래식 음악회도 좋겠지만 그림이 전해주는 감동도 내겐 엄청나게 크다.

몹시 무지한 터라 담아야 할 내용들이 여간 많은 게 아니다.
그래서 안과 밖으로 부지런히 다닌다.
좀 피곤하긴 했지만 숙제 하나가 풀려서 얼마나 기쁜지...

[sally (김은실)]

한번 썼다가 다 날려버리고 다시 쓰니 별 느낌이 없네요. 늘 말하지만 문체가 가을 물살처럼 부드럽지 못해서 부족한 부분들은 수정해 가면서 읽으시면 좋겠네요.*^*

[§★박현숙★§]

하루를 꼬박 수고하시고 새처럼 날아간 글 찾을수 없어 또 수고롭게 이렇게 둘러볼 수 있게 해주시니 너무 캄싸~ 첨찰산 운림산방의 풍경이 허련 선생님과 후손들의 그림이 눈에 잡히는듯 합니다.

[§★박현숙★§]

다음에 기회 잡아 꼭 가고 싶구요 그때 다시 이글 읽어 보고 갈께요. 근디 난 질눈이 영 어두버서 찾아는 갈라는지....

[sally (김은실)]

가는 길은 세밀하게 알려 드릴테니 꼭 한번 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