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인천 송도국제도시내 한 카페에서 송사모 회원들이 모여 신메뉴에 대해 품평을 하고 있다.
햇볕이 쨍쨍하던 15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한 카페에서 신메뉴 품평 중인 그녀들을 만났다. 그녀들은 송도의 숨은 힘, 송도 아줌마들이다.
우리는 그들을 '송도줌마'라 부른다. 송도 곳곳을 꿰뚫어보며, 작은 일에도 관심을 쏟고 교육과 복지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다.
'국제도시', '동북아 경제 허브'. 송도 앞에 붙는 화려한 수식어들이 송도의 실체는 아닐 터. 우리는 숨겨진 송도의 속살이 궁금하다. 왜 송도를 선택하는지, 송도가 지닌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송도에서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 송도가 삶의 터전인 송도줌마들보다 이들 궁금증을 속시원히 풀어 줄 사람은 없다. 우리가 송도줌마의 공동체(?) '송도를 사랑하는 엄마들의 모임'(이하 송사모)을 찾아나선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 입주 7년 지나도록 유치원 하나 없는 송도(?)
아무리 좋은 동네라 해도 살다 보면 불만이 하나, 둘 생기게 마련이다. 송도도 마찬가지다. 송도줌마들이 살며 느끼는 불만은 아이러니하게도 송도의 자랑인 '교육' 관련 문제다. 송도 초기 입주민인 지환맘은 이 부분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입주 7년이 지났지만 유치원이 한 곳도 생기지 않았어요. 유치원은 규제가 까다롭고 일정한 부지를 확보해야 하기에 생기기가 쉽지 않다고 애써 위로하고 있지만 솔직히 유치원은 입주 전에 확보되어야 할 기반시설 아닌가요?"
임경혜(지호맘·33)씨도 가까운 곳에 유치원이 없어 걱정이다.
"단지 내 어린이집도 포화상태예요. 특히나 어린이집은 집 가까운 데 보내야 하니까 신청 접수 날은 출근 전에 아빠들이 새벽에 나가 줄 섰다가 아침 준비 마친 엄마들과 바통터치하는 식으로 해야 원하는 곳에 보낼 수가 있어요. 그 다음이 유치원인데, 선택의 여지없이 차를 태워 연수동, 동춘동으로 보내야 하는 상황이니 걱정이 큽니다."
송도줌마들은 지자체,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오락가락 정책이 교육 부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고 보고 있다. 고등학교, 대학교 유치에는 심혈을 기울이면서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 대한 정책과 지원은 엉망인 탓이다. 타 지역에 비해 매매가 대비 전월세 가격이 낮아 신혼부부들의 선택이 늘고 있는 송도. 송도줌마들은 보육문제가 더욱 심각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 "주민을 위한 송도 되었으면…".
송도줌마들이 다시 한 번 입을 모았다. "주민을 위한 정책,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송사모는 얼마 전 벼룩시장 개최를 추진하다 잠시 접었다. 1차 벼룩시장을 성공적으로 치렀던 송도컨벤시아에 다시 한 번 장소 협조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차 벼룩시장에 대한 평이 너무 좋아서 2차는 워킹맘, 아빠들도 참여할 수 있게 주말로 계획했거든요. 근데 그날이 의학 관련 국제 학술대회가 있다고 장소를 빌려줄 수 없다고 하더라구요. 그 큰 컨벤시아에서, 콘퍼런스 장소와는 반대쪽 공간을 쓰겠다고 한 건데 안된다고 하더라구요. 생각이 틀에 박힌 거죠. 학술대회 때 벼룩시장을 열면 왜 안 되는 거죠? 송도컨벤시아는 시민 것 아닌가요?"
▲ 송사모 주최 1차 벼룩시장
벼룩시장을 앞장서 계획했던 승헌맘은 이 일로 느끼는 바가 많았다. 송도 주민을 위한 공간이 너무 적다는 것. 그리고 공공시에 대한 공무원들의 인식이 고리타분하다는 것.
김소연(민재맘·35)씨도 같은 생각이다. "주민을 위한 생각과 정책을 폈으면 좋겠어요. 그게 사람을 끌어모으는 힘이고 사람이 있어야 지역 경제가 발전하는 거잖아요. 언제까지나 송도컨벤시아를 국제 학술대회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주민들과는 먼 공간으로 둘 참인지. 생각을 좀 바꿨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을 위한 문화공연을 계획해서 개방해도 좋잖아요. 왜 다른 지역으로 나가 소비하게 만드는지 모르겠어요."
출렁이는 물가도 송도줌마들을 화나게 하는 부분이다. 흔한 콩나물, 두통약도 다리만 건너오면 기본 300~500원이 비싸진다. 송도 내 집을 사거나 빌리는 일보다 송도에 살면서 감당해야 하는 높은 생활비가 더 부담이다.
"솔직히 요즘 자동차 등 광고 뒷배경이 대부분 송도거든요. 그 부분에 자부심도 느껴요. 보기에 좋고 살고 싶은 마음도 생기잖아요. 송도를 빠져나가는 사람이 생기기 전에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도시로 발전하면 좋겠어요."
속 시원한 송도줌마들의 수다가 송도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반영되길 바란다
# 송도를 택한 이유는?
온라인 카페 송사모는 송도줌마들의 대표 커뮤니티 공간이다. 송사모를 통해 친분을 쌓고 정보를 교환한다. 송사모 매니저인 하재현(승헌맘·40)씨에 따르면 송도입주민 중 서울 등 외지에서 유입된 인구와 인천토박이가 반반을 이룬다. 승헌맘의 경우 목동, 강남을 거쳐 송도로 이사왔다.
"대부분 아이가 있다 보니 가장 먼저 고려하는 건 교육이에요. 제 경우 이사할 때 채드윅도 고려했어요. 물론 학비 부담이 있기에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학력인증이 된다는 소식에 채드윅에 관심을 두는 부모들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에요."
최근 CMIS(캐나다국제학교) 설명회도 다녀왔다는 승헌맘은 카페를 통해 보고 느낀 교육 정보를 송도줌마들과 나눌 예정이다.
3명의 자녀를 둔 조현진(지환맘·41)씨도 교육열이 높다. 교육환경 외에 지환맘이 꼽은 송도의 장점은 정돈된 분위기다.
"무엇보다 공원이 잘 돼 있어서 아이들과 산책하거나 뛰어놀기가 좋겠더라구요. 신도시라 정리가 잘 돼 깨끗하고 유해시설이 없어 조용히 살기가 좋아요."
그렇다면 교육 외에 송도줌마들을 움직이는 송도의 매력은 무엇일까. 질문을 던지자마자 답이 돌아왔다.
"송도를 택했다는 것 자체가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란 뜻이에요. 아직은 생각처럼 많은 발전을 이루지는 못했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빛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송도의 성장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송도의 발전 가능성. 이 부분에 있어 송도줌마들은 이견없이 하나의 목소리를 냈다.
■ 송사모는?
2004년 4월에 생긴 송사모는 현재 2천619명의 회원이 있다. 송도 거주자나 예비 입주자, 그 중에서도 엄마들만 카페 회원이 될 수 있다. 송도내 교육, 공간별 소개, 맛집 등 각종 정보가 공유되기에 송도 입주 초기 엄마들에게 특히 유익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송사모 내에는 아이들 띠별, 엄마들 나이별 소모임이 활발히 운영 중이다. 이외 미싱, 퀼트, 반찬나누기, 영어 등의 취미에 따른 소모임도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