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게 런드 Lage Lund
Lage Lund (1978~ )
2005년 몽크 인터내셔널 재즈기타 컴피티션에 펫 마티노, 빌 프리셀 등과 함께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던 기타리스트 러셀 말론은 수상자 라게 런드에 대한 수상의 변을 통해 "이번 대회에 훌륭한 연주력과 카리스마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준 기타리스트들이 많았지만 지나치게 꾸미거나 포장하지 않고 자신만의 탁월한 해석과 멋진 톤으로 빚어낸 라게 런드의 연주는 음악 그리고 소울 그 자체였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1978년 노르웨이 남부의 항구도시 시엔Skien에서 태어나 자란 라게는 13살 무렵 음악에 빠져들기 전까지 뉴욕의 지하철역에서 브레이크댄스를 추거나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 한 후 미국 버클리음대의 월드스칼라쉽을 수여하며 보스톤으로 이주한 라게는 버클리와 보스톤의 전통있는 재즈바 윌리스카페Wally’s Cafe 등을 통해 전 세계에서 모여든 연주자들과 교류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버클리 음대를 졸업한 라게는 풀브라이트재단Fulbright Foundation 이 제공하는 전액장학금을 받으며 일렉 기타리스트로는 최초로 뉴욕의 줄리어드 음대에 입학하게 된다. 뉴욕 재즈씬에 발을 들여놓게 된 라게는 재즈스탠더즈, 스몰즈 재즈클럽, 55Bar, 재즈갤러리 등에서 연주하며 단번에 윌 빈슨Will Vinson, 데이비드 산체스, 아리 호닉, 잉그리드 젠슨Ingrid Jensen 등 뉴욕의 현재진행형 연주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기타리스트로 자리매김 하게 되었다.
2005년 몽크 인터내셔널 재즈기타 컴피티션의 수상자로서 조지 벤슨과 함께 ‘How High The Moon’을 연주하며 대미를 장식하는 라게의 모습을 유튜브를 통해 볼 수 있는데 짧은 연주지만 모던기타리스트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기 보다는 매우 전통적인 프레이즈와 친숙한 톤으로 편안한 느낌의 재즈기타리스트라는 이미지를 갖게 해준다.
아래의 악보 1은 라게의 공식적인 데뷔앨범 <The Standards>(2007)가 나오기 이전에 일본에서 발매한 앨범 <Romantic Latino For Ladies>(2006)에 수록된 ‘How Deep Is The Ocean’의 솔로 중 일부인데 당시 라게 연주의 상당부분에 걸쳐 블루스-비밥을 위시하는 전통적인 플레이즈들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악보1 - How Deep Is The Ocean(02:30)
뉴욕의 진보적인 재즈뮤지션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재즈전문레이블 크리스크로스Criss Cross에서의 첫 앨범 <Early Songs>(2008)에서도 위와 같은 전통적인 연주를 들을 수 있는데 아래의 악보 2는 일곱 번째 트랙 ‘Celia’의 솔로 중에서 발췌한 것이다. 이 곡은 라게가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로 지목하는 버드 파웰의 곡으로 전형적인 비밥멜로디의 강렬함 때문인지 라게의 연주 또한 상당히 전통적인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비밥재즈의 릭Licks을 모아놓은 재즈기타입문 교재에 들어있을 법한 아래와 같은 비밥라인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악보2 - Celia (03:14)
반면 같은 앨범의 첫 트랙 ‘Scrapyard Orchestra’를 들어보면 위와 같은 라게의 전통적인 플레이와 비교해 볼 때 마치 다른 사람의 연주처럼 들릴 만큼 낯설게 느껴진다. 활기찬 스트레이트 리듬 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인터벌Interval을 이용한 리듬적인 아이디어와 3화음Triad의 연결을 이용한 현대적인 사운드 만들기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악보3 - Scrapyard Orchestra (04:14)
이처럼 라게의 연주는 곡의 스타일과 템포 그리고 트리오와 쿼텟 등 밴드 컨셉에 따라 크게 다른 연주를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강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듯한 스트레이트 리듬과 오드미터Odd-meter 즉 홀수박자에서의 다양한 리드믹 디스플레이스먼트가 인상적인데 라게는 올어바웃재즈www.allaboutjazz.com와 가진 인터뷰에서 피아노가 있고 없고는 물론이고 베이시스트, 드러머가 누구냐에 따라 자신의 연주에 변화를 준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위의 악보에서처럼 비밥적인 크로메틱음들이 괄호로 표시된 3화음 아르페지오 사이를 이어주는 프레이즈는 강하고 수려한 오른손 피킹과 어우러져 펫 마티노에게서 온 듯한 친근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사실 라게는 키스 자렛, 존 콜트레인 등을 가장 먼저 거론하는 모던 플레이어들과는 달리 여러번 인터뷰를 통해 펫 메시니의 시적인Lyrical 솔로와 펫 마티노의 강렬한 드라이브는 자신의 연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라게의 임프로비제이션에 있어 뉴욕의 젊은 뮤지션들의 영향은 그 어느 것보다 크다고 생각한다. 그가 매일 밤 만나서 연주하는 뉴욕의 걸출한 뮤지션들의 연주성향과 앙상블 운용 그리고 작편곡에 대한 것 등이 라게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시머스 블레이크(색소폰), 윌 빈슨(알토 색소폰), 도니 멕케슬린(테너 색소폰), 잉그리드 젠슨(플루겔혼), 아리 호닉(드럼), 데이비드 산체스(테너 색소폰), 안토니오 산체스(드럼) 등의 최근 앨범에서는 스윙리듬의 곡을 거의 들을 수가 없다.
복잡한 미터체인지(한 곡 안에서3/4박자, 4/4박자 또는 5/4박자로 불규칙하게 바뀜)를 수반하는 스트레이트 리듬이 주를 이루고 록, 라틴 또는 민속음악의 요소가 크게 가미된 월드뮤직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라게의 강한 피킹이 만들어내는 드라이브와 박자 박자마다 같은 리듬을 두 번 사용하는 법이 없는 경이로운 퍼커시브한 연주는 위와 같은 뮤지션들의 곡들에 그 어떤 악기, 어떤 플레이어 보다 적합한 연주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 같은 교류는 재즈연주자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래의 악보 4는 곳곳에 변박이 삽입된 강한 스트레이트 리듬의 곡으로 마리아 슈나이더 오케스트라의 테너 색소폰 솔리스트 도니 메케슬린Donny McCaslin의 앨범 Declaration에 실린곡으로 스몰즈 재즈클럽에서의 퀄텟 라이브 연주이다. 도니 메케슬린(테너 색소폰),라게 런드(기타), 보리스 코즈로브Boris Kozlov(베이스),아담 크루즈(드럼)의 라인업으로 스튜디오 레코딩보다 더욱 긴박하고 힘있는 연주가 매력적인 이 음악은 현대재즈 최고의 '보물창고'스몰즈 클럽 홈페이지 www.smallsjazzclub.com의 오디오 아카이브Audio Archive 코너에서 발췌하였다.
악보4 - Fat Cat/Donny McCaslin 스몰즈 클럽 라이브 연주 중에서(2010/04/24)
2010년 역시 크리스크로스 레이블을 통해 발표한 그의 최신 앨범 <Unlikely Stories>를 들어보면 이전 두 장의 공식적인 앨범 <Standards>(2007), <Early Songs>(2008)에서 크게 벗어나 있음을 알 수 있다. 보다 모던한 연주를 하고 있다 할 수 있는데 이것은 데이비드 산체스, 윌 빈슨Will Vinson, 시머스 블레이크Seamus Blake와 같은 동료 뮤지션들의 앨범과 괘를 같이 하는 것으로 그의 최근 앨범에서 스윙리듬은 사라지고 행여 스윙리듬이 쓰여진다 해도 연주해 내는 어법이 이전의 앨범들에서 들을 수 있는 스윙리듬 연주 들 즉 ‘Time After Time’ ‘That Old Feeling’‘Around The World In A Bottle’‘Celia’ 등과 크게 달라지고 있음을 이 앨범을 통해 감지할 수 있다.
아래 연주는 라게의 연주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걸출한 테너 색소폰 플레이어 시머스 블레이크의 앨범 <Way Out Willy>(Criss Cross / 2007)에서 트랜스크립한 ‘The Jupiter Line’의 기타솔로 중 한 부분이다. 이 곡에서 한껏 원숙한 연주를 보여주고 있는 라게는 특히 튜브(진공관)앰프의 풍부한 사운드를 극대화시킨 기타톤이 인상적이다.
악보5 - The Jupiter Line (03:36)
이런 다양하고 복잡한 리듬의 프레이즈를 아티큘레이션의 흔들림 없이 매끄럽게 연주해 낸다는 것은
왼손으로 스트링을 누르고 같은 타이밍에 오른손으로 튕겨야 하는 기타연주의 매커니즘 상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악보-4에서 처럼 큰 인터벌(음의 간격)로 이루어진 프레이즈는 고도의 오른손 피킹 테크닉이 요구되는데 라게의 이런 연주는 언듯 들으면 칙 코리아나 허비 행콕의 일렉트릭 피아노연주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만큼 피아노의 타건과 같은 퍼커시브 한 프레이즈를 그가 얼마나 표방하고 있는지 가늠하게 해 주는데 지난호의 길라드 헥슬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라게에게 있어서도 피아노의 영향은 그 어떤 악기보다 크다는 것을 그의 솔로를 듣는 순간 알 수 있다.
그러나 헴머링온-플링오프와 강한 오른손 피킹을 절묘하게 혼합하여 강하고 부드러운 큰 폭의 연주 레인지를 경이롭게 넘나드는 길라드의 연주와는 달리 얼터네이트 피킹(피크를 다운&업으로 반복하는 규칙적인 피킹)과 스윕피킹(편의에 따라 피크를 다운&다운 또는 업&업으로 미끄러뜨려 피킹하는 방법)을 적절히 사용하여 마치 펫 마티노가 그랬던 것처럼 미디엄 스윙에서는 16분음표로 업템포(빠른템포)에서는 8분음표로 스윙감보다는 스트레이트에 가까운 록 적인 강한 재즈라인을 만들어내는 라게의 연주는 재즈기타의 역사에 크고 작게 한 획을 그었던 많은 대가틀, 웨스 몽고메리, 짐 홀, 펫 마티노, 조지 벤슨, 펫 메스니, 피터 번스타인 등의 연주가 온전히 투영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한다.
앨범 <Standards>(2007)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Turn Out The Stars’는 3/4박자를 사랑해 마지않았던 빌 에반스의 작품으로 정작 원곡은 4/4박자의 발라드 이지만 라게 특유의 코드-멜로디 연주가 3/4박자 안에서 멋지게 표현되고 있다. 존 에버크롬비, 존 멕러플린, 커트 로젠윈클 등 많은 기타리스트들에 의해 수 없이 연주된 명곡이다. 피아노연주에서 느끼는 기타리스트들의 로망은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이 곡의 헤드부분에서 보여주는 라게의 코드-멜로디 연주(피아노연주처럼 멜로디와 코드를 섞어서 함게 연주하는 기법)는 짐 홀, 에드 빅컬트Ed Bickert, 하워드 로버츠 등이 구현했던 기타지판위에서의 피아니시즘을 완벽하게 계승하여 자신의 것으로 완성해 가고 있다. 또 이 연주에서는 재즈스케일 이론과 화성적인 상식으로 해석이 불가능한 여러 가지 보이싱들이 출몰하곤 하는데 하모니적인 부분보다는 구조적인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펼치는 반음계적인 연주가 베이시스트 올랜도 르 플레밍Orlando Le Fleming과 드러머 로드니 그린Rodney Green의 완벽한 서포팅에 의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악보6 - Turn Out The Stars (00:52)
아래의 악보-7은 역시 ‘Turn Out The Stars’의 임프로비제이션의 일부분으로 3/4박자의 틀을 자유롭게 뛰어넘은 리드믹 디스플레이스먼트Rhythemic Displacement가 압권이다. 3/4박자를 암시하는 전형적인 프레이즈는 한군데도 없으며 오직 중의적인 리듬과 선율이 어우러져 현대적인 사운드를 완벽하게 표현해 내고 있다. 홀수 박자Odd-meter 연습에 특별히 비중을 두고 있는 독자가 있다면 아래의 연주는 완벽한 연주모델이 될 수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악보에서 시각적으로 보기에도 점진적으로 변하는 음표의 밀도는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연주를 쏟아 낼 것 처럼 보인다.
악보7 - Turn Out The Stars (04:05)
위와 같은 홀수박자에서 다양한 리듬을 구사하는 능력이 향상될수록 이것은 고스란히 4/4박자연주에 커다란 장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런 논리를 적용하기가 무색한 그의 연주는 이렇다할 선율없이 업템포에서 구사하는 다양한 리듬만으로도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며 듣는 이로 하여금 기대와 흥분을 자아내게 한다. 펫 마티노의 영향이 느껴지는 아래 악보8의 두 번째 단에 곡선을 그리는 듯한 일명 컨투어 라인Contour Line 연주와 짐 홀의 정취가 느껴지는 브로큰 리듬의 코드웍은 예전 대가들의 연주를 젊은 뮤지션들이 계속 진화시키며 아예 최근 기타연주의 트렌드가 되어버린 듯하지만 라게의 연주는 그 중에서도 더욱 출중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리듬을 끊고 잇는 포인트와 싱코페이션 즉 코드를 당기는 위치가 불규칙하고 자유로우며 4/4박자는 물론 홀수 박자에서 더욱 다양하게 행해진다는 점에서 그의 연주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래의 악보-8은 인트로의 기타편곡이 인상적인 ‘Darn That Dream’(<Standards>, 2007)의 솔로부분에서 발취한 것이다.
악보8 - Darn That Dream(02:43)
라게 런드는 한 인터뷰어가 “몽크 컴피티션의 이전 수상자인 예세 반 룰레Jesse Van Ruller도 세계적인 경연대회의 기대치가 부담스러워 연주하는데 있어 상당 부분 심적인 압박을 받았다고 말했는데 당신은 어떠했느냐?”고 질문하자 라게는 “우선 예세의 말은 믿을 수 없다. 예세는 정말 대단한 연주자이다. 그러나 뉴욕 재즈씬에 첫 발을 들여 놓을 때 누가 오는지도 모르는 채 긱Gig, 재즈클럽연주에 나가보면 어떤 날은 브라이언 블레이드가 어떤 날엔 마크 터너가 또 어떤 날엔 윈턴 마살리스가 나타났다. 뉴욕 재즈씬의 기대치 또한 내가 감당하기 너무 거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몽크 컴피티션의 그것과 그리 다르지 않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라게는 수많은 장르의 음악과 가늠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성향을 가진 뮤지션을 만났을 것이다. 그리고는 그들과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해 매일 매일 느끼고 스스로도 많은 준비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본주의 논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것이 재즈일 것이라고 믿고 싶을 때가 있지만 라게 런드 처럼 많은 기회를 갖는 뮤지션에게 느끼는 부익부현상은 같은 뮤지션으로서 부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첫댓글 라게룬드 너무 좋아요.. 최근 smalls live앨범이랑 will vinson 새 앨범 나온 것에 참여한 것도 연주 정말 너무너무 좋습니다. 예전 플레이도 너무 좋고 지금 플레이들도 너무 좋아요. 그리고 톤도.... 분석 정말 감사합니다!! 요즘 라게룬드 듣느라 너무 좋네요. 스크랩해가겠습니다.ㅎ
너무좋아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