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육지가 돼 제주에 어우러진 오름 | ||||||||||||||||||||||||||||||||||||||||||||||||||||||||||||
[다시 걷는 오름 나그네] 46. 두산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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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향해 '성 쌓은 듯' 남서사면 수십m 응회암 절벽
'섬 속의 섬' 볼 수 있는 '오름 속 오름' 탐방에 90분
애초에 바다였다. 그것도 깊지는 않았으나 엄연한 물속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물속에서 큰 폭발이 일며 화산재가 솟구쳐 올랐다. 그 화산재가 지름 1㎞ 바깥으로 둥글게 쌓여 큰 도넛처럼 가운데가 빈 육지를 만들어냈다. 그리곤 다시 화구륜 중앙 '마른 땅'에서 화산이 다시 터져 봉긋한 봉우리가 생겼다. 불과 수십만년 전의 일이다. 이렇게 두산봉은 바다에서 육지가 되어 제주도의 일부가 됐다. 이러한 연유로 학술적 가치도 높다. 탐방코스도 급하지 않아 편안하고 성산일출봉과 우도 등 정상부 풍광도 일품이다. 이래저래 '이쁜' 두산봉이다.
두산봉 2개 마을에 걸쳐있다. 오름 남동사면에서 북서쪽으로 알오름 정상까지 올라와 남서쪽으로 외륜을 타고 넘어가는 경계선 남쪽이 시흥리, 북쪽이 종달리다. '제주의 오름(1997년 제주도 발간)'에 표기된 공식 소재지는 시흥리 산 1-5번지다.
바다 속에서 분출한 수성화산의 외륜 중앙부에 육상환경에서 분출한 '알오름'을 가진 이중식 화산체인 두산봉은 비교적 큰 오름이다.
외륜의 비고는 101m이지만 알오름을 포함한 비고는 120.4m로 368개 오름 가운데 65번째다. 면적은 10번째로 넓은 92만4938㎡(저경 1232m·둘레 3631m). 알오름(저경 463m·둘레 1613m·면적 14만2515m)은 1차 분출물 위여서 비고는 51m에 불과하지만 표고는 145.9m로 두산봉 최정상의 위치다. 우리말로 말미오름이라고도 불리고 한자로 말산(末山)·두산(斗山) 등으로도 표기됐던 두산봉(頭山峰)의 어원은 '머리 산'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오창명은 '제주도 오롬 이름의 종합적 연구'에서 '말'은 '머리'를 줄인 '멀'에서, '미'는 '뫼'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했다. 이렇게 되면 제주도 오름은 머리산인 '두산봉'에서 시작, 서쪽으로 한 바퀴 돌아 땅끝인 종달리의 '지미봉'에서 마무리된다.
오름은 남쪽을 향해 성을 쌓을 듯한 형태다. 동사면에서 남사면에 이르는 수백m 구간은 침식에 의해 수십m 높이의 절벽을 이루며, 능성이 가파르고 높은 남사면과 연결되면서 성곽처럼 서사면까지 이어지고 있다. 반면 북서에서 북을 거쳐 동쪽 사면까지 절반의 구간은 침식에 의해 외륜이 사라진 곳도 있을 정도로 낮고 경사가 완만하다.
외륜 내부에는 경사가 급한 알오름 주변을 제외하곤 대부분 경작지다. 알오름 주변은 방목지로 이용되고 있다. 응회암 층리가 잘 노출돼 있는 남동사면은 두산봉이 바다였음을 알려주는 지질학의 산교육 현장이자 자연의 힘을 느끼게 한다.
제주시(종합경기장)에서 두산봉까지는 42.3㎞다. 번영로를 타고 24.1㎞ 지점 대천교차로에서 비자림로로 좌회전해 5.9㎞, 송당사거리에서 중산간동로 우회전해 4.4㎞, 손자봉 교차로에서 용눈이오름로(탐방로지도 M)를 타고 6.8㎞ 진행하면 종달삼거리(〃N)다.
올레1코스가 시흥리쪽 탐방로로 올라 외륜 정상과 알오름을 거쳐 종달삼거리로 빠져나가는 코스여서 오름 탐방은 이를 거슬러 갔다가 오름 외륜 남서사면 자락을 돌아오는 코스다. 탐방시 안내 리본을 참고하면 편하다.
자동차를 이용할 경우 종달삼거리에서 탐방로입구까지 1.1㎞ 더 들어갈 수 있다. 시멘트 농로 왼쪽으로 올라가는 비포장도로가 시작점이다. 3분이면 오른쪽에 우마의 통행을 막고 사람은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든 출입구(〃A)다. 야자수매트가 깔린 완만한 탐방로가 알오름 정상(표고 145.9m)까지 이어진다. 출발 후 10분이다.
길게 누운 '섬 속의 섬' 우도와 제주의 푸른 바다 위에 의젓하게 떠있는 성산일출봉, 동쪽에 있으나 땅끝이라는 이름이 붙은 지미봉의 모습이 눈에 시리도록 아름답다. 동부의 오름군은 물론 멀리 한라산과 바다까지 사방이 탁 트인 전망이 시원함을 넘어 압권이다.
알오름을 내려와 서쪽 출입구(〃D)를 통과해 농로로 들어서면 밭길·들길이다. 알오름 자락을 반시계 방향으로 돌며 외륜 출입구(〃G)까지 이어진다. 중간 중간 하얗게 팬 억새들이 손을 흔들며 만추의 방문객을 반긴다. 출입구 직전에 마소를 먹였던 '쇠통물(〃F)'이 있다.
외륜부로 들어와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 오르막을 5분 정도 오르면 정상(표고 126.5m)이다. 알오름을 출발해 30분이다. 우도와 일출봉·시흥마을이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 아름다운 풍광에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옮겨 외륜을 5분정도 돌면 시흥리 쪽 정상부 입구(〃I)다. 시흥리쪽 입구(〃J)까지는 경사가 가팔라 탐방로가 지그재그다. 시흥리쪽 입구에는 '시흥올레 소망쉼터'라는 정자가 있다. 정자에는 '소망의 글'들이 방문객 숫자만큼 촘촘히 매달려 있다.
남은 일은 돌아오는 들길(〃K)이다. 10분 지나 나오는 갈림길(〃L)에선 오른쪽이 오름 능선을 넘어오는 길이다. 원래 탐방로(〃E)와 만나 알오름출입구(〃D)를 거쳐 출발지까지 오면 소망쉼터를 떠난 지 20분이다. 외륜 정상까지 50분, 시흥올레 쉼터를 거쳐 하산하는 데 40분 등 총 90분이 소요됐다.
두산봉의 식물상은 해안에 인접해 있다는 지리적 요인 때문에 해안요소와 초지대요소가 혼재하고 있다. 절벽 하단부는 동백·후박·참식·까마귀쪽·팽·산유자나무와 큰천남성 등이 자라고, 상대적으로 건조한 상부로 갈수록 모람·낭아초·사철쑥과 사철·쥐똥·상동·돈·참느릅나무 등이 눈에 띈다.
김대신 한라산연구소 연구사는 "두산봉의 나출된 화구벽면은 해풍이나 햇빛의 노출이 빈번, 주변과는 다른 환경으로 독특한 착생식물의 생육공간이 되고 있다"며 "주로 왕모람·이고들빼기·밀사초·갯기름나물·백화등·세뿔석위 등이 자라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