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언플러그드 캠핑(Unplugged Camping)을 주창하는 캠퍼도 있지만 배낭 둘러매고 떠나는 백패킹(Backpacking)이 아닌 이상은 굳이 불편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아니, 본인만 즐기지 남에게 강요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저마다 생각이 다르고 처한 환경이나 조건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처음 캠핑을 시작하는 초보 캠퍼 입장에서는 전기는 생명줄만큼이나 소중한 존재다. 부족한 난방이나 조명을 전기요와 전기등으로 대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전기가 나가면 그만큼 타격이 크다. 한밤중에 철수해야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늘 대안을 준비해둬야 하지만, 초보 입장에서 쉽지가 않다.
사실 캠핑장 내에서의 전기 사용은 굳이 초보, 고수를 구분짓는 개념이 아니다. 있으면 편하고 없으면 불편하다. 따라서 아무래도 캠핑장 선택시 전기 사용 가능 여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단순 전기 사용 가능 여부가 아니라 어느 정도 충분한 용량이 공급되는지, 다운이 잦지 않은지 등이 선택 기준이 되기도 한다. 캠핑과 전기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부터 버려야 한다. 이는 캠핑 보급 초기에나 해당하는 말이지 이미 세상은 변했다. 제대로 된 캠핑장은 전기 수급이 원활해야 한다. 캠핑장의 전기 상황이 좋지 않음을 캠핑장 운영자가 부끄러워해야 한다. 특히 유료로 전기를 공급할 경우 더욱 그렇다. 가정에서 사용할 때보다 훨씬 비싼 전기 사용료를 지불하는데도 캠핑 내내 전기 나갈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면 이는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쉽게 말해 부당 이득인 셈이다.
요즘 사설 캠핑장에서의 전기 사용료는 1박당 5천 원으로 자리잡은 듯 하다. 가격 담합의 의혹도 있다. 대체 무슨 기준으로 이렇게 산정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캠핑 도입 초기에 일부 캠핑장 운영자가 계산하기 편하게 정했던 전기 사용료가 아무런 산출 근거 없이 다른 캠핑장에까지 전해진 것 같다. 특히 이렇게 된 데에는 사용자의 책임도 있다. 비싼 전기 사용료에 대해 별다른 저항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했었다. 전기료가 비싸다는 이야기도 최근에 와서야 불거진 이슈다. 초기에도 물론 불만이 있었지만 "서비스 품질"을 이야기할 만큼의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늘날 일부 몰지각한 캠핑장 운영자들이 마치 캠핑장에서의 전기 사용을 무슨 선심성 혜택인양 생각하게끔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같다. 돈은 돈대로 받고 말이다.
반면 캠핑장 운영자 입장에서도 전기는 골치 아픈 부분일 수밖에 없다. 최근 전기 사용 캠퍼가 늘어남에 따라 충분한 전기 설비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캠핑 도입 초기에만 하더라도 전기에 대해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전기를 사용할 수 없더라도 오늘날처럼 그렇게 많이 불편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싼 전기 사용료는 전기 사용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었다. 전기 설비가 충분하지 않으므로 꼭 필요한 사람만 쓰라는 뜻이었다. 실제로 전기를 사용하는 사람보다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많았고, 사용하더라도 불안한 전기 사정 때문에 최소한의 꼭 필요한 전기 장비만 사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단체 캠핑 시에는 자주 전기가 나갔다.
최근 오토캠핑이 활성화 됨에 따라 1박당 5천 원이라는 전기 사용료는 더 이상 전기 사용 억제책이 되지 못한다. 사실 가정에서의 사용료와 비교하면 비싼 요금임에 틀림 없지만, 화이트 가솔린이나 프로판 가스 가격과 비교하면 그리 큰 부담도 아니다. 실제로 1박 동안 휘발유 랜턴을 사용하려면 노스스타 1개 기준 3천 원짜리 화이트 가솔린 1병 정도는 사용해야 한다. 여기에 보조 랜턴이라도 하나더 사용하려면 5천 원은 훌쩍 뛰어넘게 된다. 5천 원 내고 밝은 조명에, 따뜻한 전기요에, 각종 전자 기기 충전까지 가능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필자도 사실 언제 마지막으로 휘발유 랜턴을 꺼내봤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게 현실이다.
이제는 가격보다는 품질을 이야기 한다. 최근 불거진 캠퍼들의 불만도 전기 사용료가 비싸다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 기준으로 한탄강 오토캠핑장과 자라섬 오토캠핑장을 이야기 한다. 국제 규격으로 만든 만큼 이들 두 캠핑장의 전기 상황은 상상을 초월한다. 자라섬의 경우는 사이트 당 3kw 이상이 가능하다. 캠핑장에서 금기시되는 전기 난로도 얼마든지 사용 가능하다. 자라섬 캠핑장의 화장실에 배치된 온풍기의 용량이 3kw다. 각 사이트당 이거 하나씩은 충분히 사용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1박당 캠핑비는 2만 원이다. 사설 캠핑장 중 합소 캠핑장의 경우도 전기 사정이 좋긴 하지만 캠퍼들의 과도한(?) 전기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임의로 용량을 줄여놨다는 이야기가 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전기가 다운되는 경우가 적다.
반면 전기 사용이 형편없는 곳도 있다. 경기도 장흥에 위치한 한 캠핑장은 악착같이 전기 사용료를 받아가면서도 전기 용량이 원활하지 못하여 수시로 전기가 나가는 곳으로 악명이 높다. 전기가 나갔다고 전화하니 3초도 지나지 않아 전기가 들어와 황당했던 기억이 있다. 캠핑장 어느 사이트에서 차단기가 내려간 것이 아니라 관리실에서 내려간 것이다. 전체 용량이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이 캠핑장에서 전기요는 사용 가능하지만 전기 장판은 전기를 많이 쓴다고 운영자가 사용 못하게 한다는 어이없는 이야기도 있다. 밤새 수시로 나가는 전기를 보면 욕이 안 나올 수가 없을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이제는 서비스 품질을 이야기할 때다. 돈 5천 원 내도 좋다. 온풍기는 안 돌려도 좋으니까 전기요와 전기등만이라도 마음 편하게 썼으면 좋겠다. 50미터 릴선이 없어도 전기 사용할 수 있게 사이트마다 배전반이 위치했으면 좋겠다. 비싼 전기 요금을 받는다면 그만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사용자는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캠핑장에서 전기가 다운되는 것을 이웃 캠퍼의 책임으로 몰기보다는 캠핑장 운영자에게 물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 발생시 끊임없이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캠핑장 운영자 입장에서도 이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을 한다. 환불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용자가 불편을 느끼고 있고 부당한 지불이라 생각하고 있다는 걸 분명히 알려야 한다. 돈을 받더라도 미안함을 느끼게 해야 한다. 그래야 개선과 발전이 있다.
제일 좋은 것은 충분히 전기를 공급하고 사이트마다 전기 사용량 계산 장치를 부착하여 정해진 기준에 의해 적절한 사용료를 산정하여 부과하는 것이다. 이 경우 비싼 요금에도 불구하고 꼭 필요하다면 전기 난로라도 사용할 것이고, 반면 전기 요금을 아끼기 위해서 전기 기구를 자제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물론 초기 투자 비용이 좀 들겠지만, 이제는 이를 심각히 고민해야할 단계가 아닌가 싶다. 전기 용량별로 사이트 배치를 이원화하여 차등 부과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전기 난로를 꼭 사용해야 할 경우라면 전용 사이트에서 적절한 요금을 지불하고 눈치 보지 않고 지내는 것이다. 2박 3일 기준 가스 히터 난방비가 3.5만 원대(프로판 20kg), 전기요용 전기 사용료 1만 원에 이르는 걸 고려해볼 때 이 경우라면 1박당 1~2만 원의 난방용 전기 사용료로 별도로 지불하는 것도 캠퍼 입장에서는 크게 나쁘지 않다. 물론 실제 기준을 제대로 잡아야 할 것이다. 전기 사용량이 적은 캠퍼들은 그만큼 전기 사용료를 줄여야 할 것이고 전기가 다운되지 않도록 충분히 구분되고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 캠핑장 운영의 어려움을 채 헤아릴 수 없지만, 현재의 상황이 충분히 개선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니,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과거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불편부당한 캠핑장으로부터 캠퍼들이 등 돌리는 건 시간 문제다. 캠퍼와 캠핑장 운영자는 협력과 상생의 관계지 서로 미워하고 배척해서는 곤란하다. 운영자는 캠퍼를 위해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캠퍼들은 개선이 완료될 때까지 주어진 환경하에서 서로 불편하지 않게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다른 캠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늘 주의해야 한다.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 하는 이기주의의 유혹에 빠지지 말자. 아무도 보고 있지 않는 것 같지만, 늘 쳐다보는 눈이 있다. 감춘다고 감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첫댓글 캠핑 초기에 "진정한 캠퍼"는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것이라고 생각하고 실천한 적이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상황이 되면 굳이 전기 사용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캠핑 또한 이전보다 많이 발달된 장비의 혜택를 받고 편하게 캠핑하고 있으므로 "진정한 캠퍼" 를 언급하기에는 적절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길러잡이 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하며, 무료로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소비자의 권리를 적극으로 표명하는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유료는 당연 합당한 서비스를 받아야하는게 시장원리죠. 투자없이 돈만 밝히는 일부 캠핑장오너들에게 불매운동이라도 해야하는거 아닌가 싶네요.
모든것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대로 라고 봅니다, 소비자들이 정보를 공유해서 라도 비정상적인 가격일 경우에는 불매를 해야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의 경우에는 사설 캠핑장을 거의 이용하지 않습니다. 물론 선택의 폭이 좁다는 문제는 있지만 가격때문에 찝찝하지는 않지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길라잡이님의 말씀대로 사실 불편한 부분은 얼마든지 서로가 불쾌하지 않게 개선을 요구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소비자 스스로가 권리를 주장하고 찾아야 하루빨리 개선이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전기를 사용하는 문제는 생각 못했었는데 길라잡이님의 말씀처럼 앞으로 캠핑장에서 전기를 마음대로 쓸수있으면 참 편리할 것 같습니다.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