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범때는 첫피치 끝나고 확보지점에 있을때 위에서 던진 자일에 머리를 맞았는데
다행히 헬멧에 맞으면서 이상하게도 “오늘 표범을 끝낼 수 있다”라는 기분이 들었고
예측은 맞아 떨어졌다.
토왕을 시작하자마자 난생 처음 겪어보는 낙빙을 머리위에 정통으로 맞았는데
만약 조금이라도 빗나가 어깨나 목에 맞았다면 난 바로 병원으로 직행이었을 것이다.
내가 봐도 붙을 상황은 아니었다.
오죽하면 헬멧을 안가져오긴 했지만 명동형님이 주저없이 포기하셨을까.....
군대 작전용어중에 “진중폭격”이란 말이 있다.
이것은 글자그대로 적과 아군이 어우러져 백병전을 벌이고 있을때
적을 물리치기 위한 최후의 방법으로 적과 아군이 같이 싸우고 있는 현장에
폭탄을 퍼붓는 것이다.
아군까지 다 죽기는 하지만 적어도 진지를 초토화시켜 적은 없앨 수 있는 것이다.
자살행위이기는 하지만......
스타트 하면서 벽에 붙을때 불현듯 진중폭격 생각이 났고 역시 예측은 맞아 떨어져
머리에 큰 어름을 맞았는데 다치지도 않고 떨어지지도 않았다.
감히 그 순간 난 “오늘 토왕을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고 올라붙기 시작했다.
당시의 심정은 절박했다.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영원히 토왕을 못할 것 같았다.
토왕과의 기싸움이었을까?
애초부터 지원조를 약속했던 재범이는 아이스액스가 아닌 피켈을 가져왔다.
맥킨리 등정때 쓰던 장비다. 멋있었다.
헬멧과 낙빙 때문에 등반을 포기하신 명동형님은 큰결단을 내리신 것이었다.
그 큰 용기에 깊이 머리숙이고 싶다.
하지만 이 두사람은 그날 생애 없는 큰 등반을 따로 했고 등반도중 스크류를 회수해간
사람을 찾는데 결정적 제보를 해줬다.
종관이와 내가 토왕으로 올라서자 두사람은 좌골로 들어가 등반을 시작했는데
올라가다보니 50미터 폭과 30미터 폭이 있더라는 것이다.
아이스액스는 명동형님 것만 있었으니........
문제는 두양반이 자일 한동도 없이 프리솔로를 감행했다는 점이다.
먼저 명동형님이 50미터 빙벽에 붙어 프리솔로로 오르고 뒤이어
명동형님이 액스를 던져주면 재범이가 받아서 오르고.......
다행히 사고없이 두사람 다 올랐는데 문제는 하강이었다.
설사 클라이밍 다운을 한다 해도 내려온 한사람이
나머지 한사람에게 50미터 폭 위로 아이스액스를 던져주기 전까지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운좋게도 우리가 내려오기 전에 딱 한팀이 좌골로 내려왔는데
그 사람들 자일을 신세지면서
하강했다는 것이다.
원 세상에 노인네가 쩝~
재미있는 것은 그 사람들이 하강하면서
“스크류를 다른 팀 것을 빼왔는데 어떻게 하지?”
하면서 내려가더라는 것이었다.
명동형님과 재범이는 그것이 우리 것인줄도 모르고 그려려니 했는데
우연히 대화중에 산울림 산악회라는 말이 나와 수배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
또한 늦은 밤과 새벽에 온갖 식사준비 다하고 장비운송에
이르기까지 말없이 고생을 감내한 재범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사실 장비 얘기를 안하고 넘어갈 수가 없다.
좋은 장비를 무리해서라도 살 수도 있고 써검써검한 장비를
구할 수도 있지만 희한하게도 내 장비는 몽땅 물려받은 장비다.
이 나이에 물려받는다는게 쑥스러울 수도 있는데
난 더없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토왕을 올라갈 때 꼭 물려받은 장비로 올라가고 싶었다.
우선 가지다 바일.
한때 인기가 좋았으나 지금은 추억으로 회상되는 직선형 일제 바일이다.
백호기가 넘겨주면서 “형 아직도 가지다는 쓸만 해요”했다.
대신 날이 잘 빠지라고 사선으로 비스듬히 날이 서있는게 흠인데
이건 잘못하면 훌러덩 빠져버려 자칫 위험해 질 수 있다는게
정선생의 경고였다.
난 아직 가지다로 찍어서 한번도 빠져본 적이 없어서인지
날보다는 손가락 보호대도 없는 일직선형 자루 때문에 고생을 했으나
이번 토왕에도 그냥 그 고통을 감수하기로 했다.
수많은 좋은 바일을 살 수도 있고 빌릴 수도 있으나 물려받은 장비로
꼭 토왕을 올라그들에게 보람을 주고 싶었다.
손목걸이가 없었는데 그건 종관이가 신경을 썼다.
즉 웨빙에 애기 귀저귀 면을 손목받이에 덧대어 그냥 손을 넣고
칭칭 감으면 되는 순수 수공품(?)으로 해결해주었다.
또하나의 바일은 구형 모제인데 이것은 종관이가 쓰던 바일이고
손가락 보호대를 어디 선반 공장에 가서
무거운 쇳덩이로 만들어 붙여 그걸 본 정선생이 누구작품이냐고
실소를 머금기도 했다.
종관이는 아직도 바일이나 신발에 나름대로의 잔머리를 굴려
작품을 만드는데 도통 결과는 신통치 않은 것 같다.
그 때문에 세민이 엄마 장진이 한테 쿠사리를 먹으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집착을 보여주고 있으니 꼴통은 꼴통이다.
코플라치 이중화는 동석이가 신던 15년 된 이중화다.
내피가 다 떨어져 이번에 5만원 주고 수선을 했는데 뭐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거 같다.
아이젠은 명동형님이 하사하셨는데 지금은 프론트 포인트가
일직선형인 아이젠을 많이 쓰는데 비해 예전에는 누운 각도의
어름을 많이 했는지 앞날이 굽어진 그리벨이다.
이 장비들은 토왕 선등을 기념하며 일일이 최초의 주인 이름과
나의 이름을 써서 어름을 제일 열심히 하는 후배에게 물려줄 생각이다.
이번 씨즌을 끝으로 말이다.
난 이 장비들을 나에게 물려준 산악회 선배들에게 뜨거운 보람을
안겨주고 싶었고 이번 토왕선등으로 어느정도는 그러한 의도를
충족시켰다 생각한다.
더구나 영광스러운 것은 하나같이 바름의 이름을 빛낸
선배들이었으며 그 틈새에 내 이름도 끼어넣어 물려줄 수 있다는
점이다.
정승권 선생님 이하 등산학교 동문들께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
바름의 동료들 특히 "형은 토왕을 할 수 있다"며 용기를 북돋워준
호기와 기련, 오랫만의 토왕이면서도 안좋은 컨디션에 끝까지
후등을 서면서 나를 보살펴준 종관에게 뜨거운 마음으로 감사한다.
그토록 절실한 토왕에의 꿈을 꾸면서도 결국 토왕등반의 기회를
양보해 주신 명동형님 같은 남자로서 다시 한번 머리 숙입니다.
오늘날 여기까지 오게해준 정계조 형님, 임흥섭 이하 산에언덕에 여러분,
안전등반으로 토왕을 끝낼 수 있게 등반내내 함께해주신 영복형님께 이 영광과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결국은 토왕등반 다음날 주말빙벽반 졸업선등을 완등해서
토왕때도 안울던 나를 울려버린 성민제에게 이 영광을 바친다.
난 다시는 토왕에 가고싶지 않다.
굳이 선등을 한 것도 후등하면 선등하러 또 가야하기 때문이었다.
불과 여덟시간이었지만 그 지긋지긋한 고생은 안하고 싶다.
다만 문제는 불과 24시간이 지나기 전에 그 생각이 흐려시직했다는
점이며 더 큰 문제는 난 유혹에 매우 약하다는 점이다.
토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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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후기
토왕선등기(4)----------에필로그
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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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17 17:30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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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형 고생 많이 하셨어여~~그릭 축하 드리고요~~~형이 너무 자랑스러워요~~~형~~아자~!아자~! 부럽당~! 난 새가슴이라서 못할겨~~무서워서 절대 못해~~~
정식형!!! 정말 축하드립니다. 형님의 정열적인 삶 부러울 따름입니다.
규일아 새가슴을 가진 규일아 넌 날수있잔아 떨어질때 날면되잔아 맨날 날고 있지만
강정식 오대토왕이라 명명한 사람이 자네아닌가 토왕의 유혹은 영원하리라
산에 산악회에서 처음으로 토왕갔을때 라면끓일 물을 만들기 위해 얼음을 가져오라고 시켰을때 반쪽이가 토왕폭하단밑에서 얼음을 주워왔지 헬멧도 안쓰고... 반쪽이는 토왕골의 얼음 앵벌이
산에 산악회에서 처음으로 토왕갔을때 라면끓일 물을 만들기 위해 얼음을 가져오라고 시켰을때 반쪽이가 토왕폭하단밑에서 얼음을 주워왔지 헬멧도 안쓰고... 반쪽이는 토왕골의 얼음 앵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