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에서 만나는 물티슈와 귤껍질
11월 첫째 일요일. 울산산악동아리연합회에 소속된 회원들은 쓰레기봉투를 들고 산을 오른다. 산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기 위해 도시락을 싸들고 참가비를 내고 왔다. 그들은 낙엽, 산길 아래, 바위 위쪽으로 날려간 쓰레기까지 찾아낸다.
‘산을 많이 다녀서 훼손한 것에 대해 보답하는 차원’으로 참가한다는 산악회회원들은 ‘다른 쓰레기는 줄어들었는데’ 올해는 ‘물티슈’가 문제라고 걱정했다. 종이티슈보다는 레이온 합성섬유-부직포인 물티슈가 부드럽고 물기도 있어 여러모로 편해서 많이 쓰인다. 종이휴지에 물 젖은 것인 줄 알고 많이들 버리는 것 같다고 했다. 큰 볼일이 묻은 것들도 많이 봤다고 한다.
물티슈는 종이가 아니기 때문에 자연 분해되기까지 30~40년은 걸린다. 피부질환이나 환경적으로 좋지 않다는 보도도 있었다. 수분을 오래 동안 저장하는 물질과 표백제 성분 등으로 인해 환경적으로 이롭지는 않을 터. 물티슈는 사용하고는 꼭 되가져가야 한다. 되도록 손수건에 물을 묻혀서 닦거나 물로 더러운 것은 씻어 내는 습관을 가져야한다.
필자도 주말에 문수산 2.3㎞구간을 올랐다. 숲길에 떨어진 쓰레기를 모아봤다. 결과는 물티슈 15장, 티슈 5장, 물티슈 비닐봉지 1개, 비닐봉지 5개, 사탕 및 과자봉지 3개, 담배꽁초 5개, 생수병 4개, 나무젓가락 5개, 음료수병 2개였다. 그리고 정상부근이나 쉼터에 널려있던 감귤, 사과와 배 등 과일껍질은 수거하지 않았다.
물티슈 다음으로 걱정되는 것이 바람에 날려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비닐봉투다. 물건을 사면 비닐봉지에 넣어준다.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와 산으로도 많이 들고 간다. 비닐봉투는 바람에 의해 쉽게 손에서 놓치는 것 중 하나다. 석유를 사용해 만들어지는 이 비닐은 전 세계적으로 1년에 5조개 정도 생산되고 우리나라는 150억 개 정도가 사용된다고 한다. 이들이 자연 분해되는데 500년 이상이 걸린다. 바람에 날린 봉투는 보기에도 참 흉하다. 비닐봉투가 아니라 천 주머니에 물건을 담아오는 산행문화가 필요하다. 사탕이나 과자봉지도 마찬가지다.
1회용 나무젓가락은 야외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사용하고는 나무라고 버린다. 중국에서 주로 생산되며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황을 사용하고 표백을 위해 과산화수소를 쓴다. 썩는데 20년 이상 걸리고 환경호르몬도 나올 수 있다. 함부로 버릴 일이 아니다.
생수병이나 음료수를 담아온 페트병은 일부러 버리는 사람은 드물다. 배낭 밖의 작은 주머니에 넣었는데 내리막을 내려가면서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원으로 활용이 되는데 반해 자연분해에 450년이 걸린다. 다 마신 빈병은 배낭에 넣어와 분리수거할 필요가 있다.
이상의 쓰레기들은 부주의로 버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일부러 버리는 쓰레기도 있다. 과일 껍질과 남은 음식물이다. 야생동물이 먹으라고 거름이 되라고 일부러 버린다고들 한다. ‘버리면 안 되냐?’고 되레 묻는 산행객들도 많고 ‘껍질에 농약이 묻어서’ 본인들은 안 먹는다고 한다. 사람보다 더 작은 동물이 농약을 먹으면 중독되기는 더 쉽다. 돌고 돌아 사람들이 그 농약을 먹을 수 있다. 귤이나 오렌지 껍질은 자연분해 되기까지 짧게는 6개월에서 2년 이상이 걸린다.
특히 요즘은 추워서 분해할 수 있는 균들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귤껍질은 주황색에서 회색으로 탈색만 진행될 뿐이다. 아울러 여름철에 버려지는 음식물이나 과일은 썩으면서 악취는 물론 파리와 침출수를 유발한다. 방부제를 비롯한 첨가물을 작은 동물이 먹으면 탈이 날 수도 있다. 음식물이 부패하면서 불러 모은 파리와 악취는 산행환경만 망칠 따름이다.
산행 뒤에는 발자국만 남기라는 이야기가 있다. 따라서 당신이 다녀온 숲길에는 당신의 발자국만 남기고 오도록 했으면 한다. 내가 먹기 싫은 것은 동물도 못 먹는다는 사실을 꼭 명심했으면 한다.
윤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첫댓글 발자국조차 사르르~사라지도록
사뿐히 즈려밟고 오겠습니다.^^
잘 읽고 배웠네.
고맙습니다. 회장님.
ㄱ언주님, 사실 등산화가 좋아서 요즘은 그 신발이 산을 훼손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전에는 짚신, 고무신이었는데요. 요즘은 안 미끄러지는 등산화여서.. 발자국이 세게 남기도 합니다. 너무 많이 한꺼번에 등산로에 쏟아지니 등산로자체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길이 확장되고 샛길이 생기는 것입니다. 발자국조차 사라지도록 하는 운동도 필요해보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