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주교 "23년 동안 행복했다"|

[박정현(세실리아)]

23년 만에 원주교구장에서 물러난 김지석 주교

[앵커] 지난 달 31일 조규만 주교가 제3대 원주교구장으로 임명되면서 23년 동안 원주교구를 이끌었던 김지석 주교는 무거웠던 책임을 내려놓게 됐습니다.

김 주교는 23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정말 행복하게 생활했다며 활짝 웃었습니다.

퇴임을 앞둔 김 주교를 임영선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후임 교구장이 발표되고 1주일 후인 지난 6일, 원주교구청에서 만난 김지석 주교는 한결 홀가분한 표정이었습니다.

김 주교는 퇴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정말 행복했다”며 23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자신을 도와준 교구 신부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김지석 주교/제2대 원주교구장>
“우리 교구 신부님들은 다 착해요, 사실 속 썩이는 일도 없었고, 그래서 정말로 행복한 생활을 한 것 같아요."

1968년 사제품을 받은 김 주교는 초대 원주교구장인 지학순 주교의 건강이 악화되자 90년 11월 부교구장 임명과 함께 주교품을 받았습니다.

사실상 이 때부터 교구장 역할을 해온 김 주교는 사실상 25년 만에 교구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은퇴 주교`로서의 새로운 삶을 앞두고 있습니다.

김 주교가 주교품을 받으면서 스스로 정한 사목표어는 “항상 기뻐하라”…

교구장에 착좌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이 사목표어대로 살려고 노력했다고 김 주교는 회고했습니다.

<김지석 주교/제2대 원주교구장>
"가급적 화내는 일은 해선 안 되겠다. 화낸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니까… 물론 사람이니까 화가 날 때도 있죠. 지금 내 기억에는 내가 주교 25년 동안 하면서 그렇게 드러내고 화낸 기억이 별로 없어요. 혼자서 물론 삭였지만...(웃음)"

김 주교가 교구장으로 재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사제단과의 일치였습니다. 그래서 늘 일치를 강조했습니다.

<김지석 주교/제2대 원주교구장>
첫째로 중요한 게 사제들이 일치하는 거에요. 사제 간의 일치, 그게 되지 않으면 신자들이 어떻게 따르겠어요."

후임 조규만 주교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을 묻자 “내가 따로 말할 게 없다”면서 “알아서 잘 하실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김지석 주교/제2대 원주교구장>
“조 주교님은 학자로 저보다 더 훌륭하신 분인데 내가 뭐 이래라저래라 하겠어요. 당부할건 없어요. 엊그제 새 주교로 (임명)된 분도 아니고 주교 생활을 10년이나 한 노련한 분인데, 내가 뭐라고… 이러고 저러고 할 게 없어요."

특히 조언을 해줄수록 오히려 후임 교구장에게 선입견만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말을 아끼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원주에서 나고 자란 김 주교는 은퇴 후에도 원주에 마련한 은퇴사제 숙소에 머물며 지낼 예정입니다.

다만 아직 은퇴 후 특별히 계획하고 있는 건 없다고 했습니다.

<김지석 주교/제2대 원주교구장>
"재주가 없기 때문에 뭐 할 것도 없고, 운전도 못했는데요. 라이센스(운전면허)도 없어요. (그래도 해보고 싶은 게 있지 않을까요?) 아이 뭐 젋었을 때도 안했는데 무슨…"

마지막으로 교구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김지석 주교는 감사하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김지석 주교/제2대 원주교구장>
“물론 우리 신자분들이 그동안 굉장히 많이… 나도 신자들을 사랑했고, 신자분들도 나를 많이 사랑해줬고, 그랬기 때문에 제가 이렇게 행복하게 살아온 거에요"

PBC 뉴스 임영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