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곡성에서 만난 설장고 명인 윤중임이라고 곡성에서 사시는 분이 아니구요. 고향은 곡성인데 서울에서 쭈욱 사셨대요. 1960년 초에 여성농악단에서 한달간 설장고 합숙이 있었대요. 김병섭, 이정범선생이 가르치고 김오채 선생이 오셔서 잠깐 가르쳐주고 그랬는데 서울에서 김병섭선생 설장고를 보게 된게 계기가 되어 가서 배우고 그후 몇년간 그 패들과 풍물을 같이 치고 다니면서 설장고를 하셨다더군요. 윤병하선생의 조카이기도 한데 이번 설장고강좌의 강사로 오셔서 알게 되었지요. 문정숙선생도 그때 윤선생과 같이 그 설장구합숙을 하셨구요. 기회가 됨 그 푸짐하고 시원하고 힘찬 설장고 꼭 배우고 싶답니다.
2. 설장고의 명칭 설장고 놀이는 개인놀이이지요. 풍물을 치게 됨 요즘 처럼 몇분, 몇십분 단위가 아니고 몇날 며칠을 치고 판굿은 4시간 이상씩 놀았다고 합니다. 개인놀이는 잡색부터 한명씩 다 놀기 시작해서 마지막 상쇠 놀음까지 한명씩 놀기도 했다더군요. 그렇게 놀 형편이 않되면 각 치배의 수잽이들만 놀구요. 설장고는 그 판에서 장구를 제일 잘치는 사람을 일컫기도 하고 제일 좋은 가락도 설장고라고 합니다. 요즈음은 정형화되어 여러명이 같이 맞춰하는 놀음 자체를 설장고라도 하데요. 개인놀이이니 누가 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이름이 붙는게 당연하겠구요. 어떤 사람이 하는 설장고를 많은 사람이 좋아하고 따라하게 되면 그게 정형화되어 김병섭 설장고 하는 식으로 그 사람의 이름이 붙겠지요. 요즈음은 단체들이 그 단체의 실정에 맞는 설장구를 만들어 여러명이 같이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면 그 설장고는 살판 설장고로 불리게 됩니다. 개인놀이이긴 하지만 그 개인은 특정지역에서 태어나 그 장단을 익히고 그것을 토대로 자신의 놀이가 나오게 되는데 예전에는 풍물의 지방색이 지금보다 강했으니 누가 개인놀이를 잘하더라도 그 지방색을 갖고 있으면 저 사람은 정읍장구 치는 사람이야 라고 표현을 하더군요.
3. 지방별 설장고 유파 지방색이 많이 옅어졌고 특히 설장고나 유명한 개인놀이는 다들 돌아다니면서 배워서 많이 섞였지요. 특정지역의 지방색이 없어져서 지방별 유파보다는 대부분 고인이 되신 분들의 설장고가 많이 남아있지요. 놀이가 재미있는 것은 익숙함이 토대가 된 즉흥적인 변화 때문일 것입니다. 풍물에서 개인놀이를 작품이라 부르지 않고 '놀이'라고 부르는 것은 즉흥적인 창작력, 순발력과 변화가 갖는 긴장감과 그런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몸에 절은 익숙함과 편안함을 높게 평가했고 우리 전통문화의 대부분은 이런 놀이정신이 기본적인 기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개인놀이는 정해진 순서가 있는게 아니라 한 개인의 습관이나 그 사람의 개성은 있지만 할 때마다 다르게 놀았고 요즘처럼 판에 박힌 순서는 없었지요. 그랬던 것이 해방 후 무대 공연이 들어오면서 부터 춤의 한성준, 판소리의 신채호 등 같은 분들이 무대에 맞게 정형화 작업을 했지요. 정형화 작업은 무대화의 과정 외에도 전통문화가 단절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일상적인 문화가 아니게 되다 보니 사람들이 배우는 것도 힘들어하게 되었지요. 일정한 순서도 틀도 없이 할 때마다 틀린 것을 배울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봉산탈춤의 기본춤, 고성오광대의 기본춤, 진도북놀이의 맺는 가락과 기본판등이 정리가 됩니다. 그게 1980년대 초를 전후로 해서 이루어진 경우가 많더라구요. 각 지방마다 특출한 분들이 있어서 그런 작업을 했지요. 봉산은 잘모르겠고 고성은 허정복(이분 이름은 맨날 헷갈립니다.) 진도는 장승천선생이 정리를 하셨습니다. 설장고는 정읍 쪽에서는 추계동과 이 누구라는 분이 지금 우리가 하는 설장고 꼴을 많이 정리하셨대요. 이 계보가 쫙 있던데 못외웁니다. 이거 외우고 있는 사람이 서종대라고 이전에 저랑 황재기소고 같이 배운 사람인데 고교 영어교사입니다. 혹 우연히라도 보게 됨 물어보세요. 글구 고창 쪽에는 김만식이란 분의 설장고가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답니다.
4.설장고놀이는 어떻게 만드나? 경상도 어디를 갔는데 전라도 가락이 들어가 있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언제 유명한 상쇠가 어디를 갔다가 전라도 가락 중에 기똥 찬 것이 있어서 그것을 외워와 판에다 결합시킨 것이지요. 어떻게 외웠느냐? 자존심이 있으니 드러내 놓고 하지는 못하고 이빨로 딱딱 쳐보는 경우가 많았다고..
풍물창작의 기본적인 논리는 '더늠'이라고 하더군요. 전해져 내려오던 것에 개인의 개성을 덧붙여나가는 방식이지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지만 특정 개인의 개성이 드러나고 그 사람 특유의 구성력이 빛을 발하면 그게 창작이겠지요. 누구나 이것저것 짜집기를 할 수 있고 갖다가 쓸수는 있겠지만 그게 다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호평을 받는 것은 아니지요. 특정개인이나 단체의 개성이 드러나고 새롭게 짜맞춘 것이 짜임새가 좋고 말이 되어 감동을 줄 수 있어야겠지요. 그러니 설장고놀이도 내가 하는 기본적인 것에 좋은 것을 무조건 갖다 붙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것을 골라내어 제대로 재구성할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설장고에 대해 형님이 궁금해하시는 것 충분하게 답할 자신이 없네요. 설장고란 것에 워낙 쌓인 것이 많은데... 다른 분들도 아시는 것 덧붙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