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서호정] ‘대.강.대.광’을 아는가? K리그의 주류인 기업구단과는 대척점에 서는 시도민 구단인 대전 시티즌, 강원FC, 대구FC, 광주FC(2010년까지는 현재 상주로 이전한 상무의 연고지)의 앞 글자를 따서 탄생된 신조어다. 성과 면에서 주목을 받는 시도민 구단인 인천 유나이티드와 경남FC가 포함되지 않는 데서 눈치 챌 수 있듯이 하위권 팀에 대한 조롱의 의미도 담겨있다. 재정적 열세와 식어가는 팬심으로 고전 중인 이들은 최근 그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K리그 양극화의 아랫부분에 놓여 있다.
대강대광, 더 이상 대강대강할 수 없는 이유
대강대광이 시즌을 치르는 패턴은 보통 이러하다. ‘시즌 개막 즈음에는 다른 팀들과 마찬가지로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대한 목표의식을 밝힌다. 시즌 중반 들어 상위권과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목표는 리그컵과 FA컵으로 옮겨진다. 시즌 말미 하위권이 확실해지고 각종 컵대회도 탈락하며 목표가 떨어진 그들은 일찌감치 다음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외국이라면 시즌 막판 강등을 피하기 위해 치열한 싸움이 펼쳐지겠지만 현재 K리그에는 승강제가 없다. 대강대광의 어감처럼 시즌 말미가 되면 그들의 축구는 정말 대강대강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더 이상 대강대강할 수 없다. K리그에 승강제 도입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 내셔널리그 등은 2013년부터 승강제 도입을 골자로 한국 성인축구 리그 새판짜기를 추진 중이다. 승강제의 도입은 대강대광에게 새로운 생존 문제가 직면한다는 얘기기도 하다.
K리그는 올 시즌 광주FC의 창단으로 16개 팀으로 구성됐지만 현재 축구계는 12개 정도의 팀으로 최상위 리그를 새로 출범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특수 성격의 군팀인 상주 상무가 무조건 내려간다 해도 3팀이 추가로 더 떨어져야 하고 대강대광 4팀이 그에 해당될 가능성이 크다.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하부리그로 떨어질 팀을 결정하는 중요 평가 항목에 관중수, 재정상태, 그리고 성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은 역시 성적이다. 인천과 경남의 경우 2009년과 2010년 차례로 6강에 진출한 데서 여유가 있다. 또한 두 팀은 시민구단 규모에 맞는 전용구장을 이미 갖췄거나(경남-창원축구센터) 곧 갖게 돼(인천-숭의축구전용구장) 나머지 평가 항목에서도 타팀에 앞설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시도민 구단이 2부 리그로 떨어질 경우 재정난과 무관심으로 구단 해체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걱정 이전에 당장 앞으로의 2년 간 K리그는 매력적인 순위 싸움을 목격할 수 있다. 상위권 팀들은 6강 진출과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확보에 동기 부여가 된 반면, 하위권에는 전혀 동기 부여가 없었던 것이 K리그의 상황이다. 승강제 도입의 예비 시즌이 될 향후 2년은 이 하위권에도 생존과 관련된 동기 부여가 생긴 셈이다. 대전, 강원, 대구, 광주는 저마다 명확한 목표를 갖고 있다. 살기 위해 하위권에서 탈출하자. <풋볼리스트>가 K리그의 언더독. 대강대광의 2011년을 주목한 이유다.
대전 축구의 자줏빛 봄날은 다시 올 수 있을까? (사진=연합뉴스)
대전 시티즌(2009년 9위, 2010년 13위): 실리 축구로 생존 모색
대전은 원조 축구특별시다. K리그 최초의 시민구단인 대전 시티즌은 적은 스타 플레이어와 열악한 재정으로 최약체였지만 2001년 FA컵 우승으로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 최윤겸 감독 시대에는 확실한 팀 컬러를 보여줬고 한일월드컵을 기폭제로 삼아 2002년과 2003년 흥행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2007년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끝으로 한층 심각해진 재정난과 팀 내흥으로 흔들리고 있다. 2009년 시즌 중 감독 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은 왕선재 감독은 정식 감독으로 맞은 첫 시즌인 2010년 수비 불안과 시즌 중반부터 가속화 된 체력 저하, 고창현과 박성호(임대)의 갑작스런 이탈로 13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대전의 2011년은 더 많은 불안 요소가 내재돼 있다. 그나마 팀을 지탱해주던 선수들마저 떠났고, 그들을 대체할 선수들은 보강되지 못했다.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왕선재 감독은 결과 중심의 실리 축구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왕선재 감독은 “2010년에는 점유율에서 앞섰지만 상대에게 수비 뒤를 내주며 결과에선 지는 일이 많았다. 이젠 실질적인 결과, 승점을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리 축구의 최우선 목표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과 선취 득점이다. 실점을 먼저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이를 위해 왕선재 감독은 겨울 동안 두가지에 포인트를 뒀다. 우선 지난 시즌의 가장 큰 문제였던 수비를 강화하고 그 다음은 후반 이후 승부를 낼 수 있는 빠른 선수의 확보였다. 노련한 경기 운영이 필요한 수비라인에는 포항에서 뛰었던 조홍규, 김창훈, 황재훈이 왔다. 신인 박건영도 왕선재 감독이 기대를 거는 센터백이다. 수비라인을 홈에선 포백, 원정에서 스리백을 가동한다는 복안도 있다. 지난 시즌 양동원과 신준배를 번갈아 기용했던 골키퍼에는 다시 40세의 노장 최은성이 주전을 맡는다. 그의 경험이 수비를 안정적으로 해줄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후반 공세를 책임질 두 선수는 우크라이나 리그에서 뛰었던 황훈희와 중국 출신의 백자건이다. 황훈희는 이미 공격 옵션에서 확실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백자건은 100m를 10초대에 끊는 선수로 전성기 서정원보다 빠르다는 게 왕선재 감독의 자신감이다.
왕선재 감독은 철저한 실리 축구를 펼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
왕선재 감독 “승강제 도입을 앞두고 있어 대전에게도 중요한 시기다. 2부 리그로 떨어지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 나는 (대전을) 떠나도 되지만 팀에 나쁜 영향이 있어서는 안 된다. 시민구단이 2부로 떨어지면 사실상 운영을 책임질 주체가 사라질 것이다. 6강 진출이 쉽지 않겠지만 도전 의식은 갖고 있다. 한 자리 순위로 끝나면 좋은 성적이라 본다.”
2011년 6강 진출을 약속한 강원FC (사진=연합뉴스)
강원FC(2009년 13위, 2010년 12위): 최순호식 3의 법칙 증명한다
2009년 창단한 강원FC는 광주FC의 참가로 더 이상 K리그의 막내가 아니다. 창단 3년 차를 맞는 강원에게 2011년은 약속의 해이기도 하다. 최순호 감독은 3년 차에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겠다고 약속했고 그 계획에 맞춰 팀을 꾸려왔기 때문이다. 2009년 초반 놀라운 돌풍 이후 기복 심한 모습을 보인 강원은 작년 후반기부터 올 시즌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 팀 스쿼드와 조직력 완성에 주안점을 뒀고 즉시 전력감인 두 명의 핵심 수비수(박지용, 오재석)과 외국인 선수 2명(델리치, 자크미치)을 영입했다. 스쿼드의 층과 질 모두 앞선 두 해보다 나아졌다는 자평이다. 최순호 감독은 “완벽하진 않지만 이 정도면 (6강 도전을) 해볼 만 하다.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말하고 싶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우선 달라진 것은 각 포지션 별로 2배수의 주전급 선수를 보유함으로써 내부 경쟁을 강화, 팀이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이다. 다른 팀들과 달리 선수 변동을 적게 함으로써 조직력을 유지한 것이 포인트다. 2011시즌이 다른 어떤 시즌보다 신임 감독 선임이 많고 선수 변동이 많았던 만큼 초반부터 안정적으로 팀을 끌고 가 승점 쌓기에 나서겠다는 것. 외국인 선수 구성을 일찌감치 마무리한 것도 조직력 강화 측면에서다. 수비수 스티페 라피치가 잔류해 K리그에서 3년 차를 맞이했고 미드필더 마테아스 델리치와 공격수 무하메드 자크미치를 1월 초에 영입해 2개월 가까이 팀 훈련에 합류시켰다. 강원의 외국인 선수가 동유럽 라인으로 구성된 것은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 능력치를 최대로 뽑기 위해서다. 델리치는 크로아티아, 자크미치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출신으로 역시 크로아티아 출신인 라피치와 동향 출신이다.
최순호 감독은 강원에서도 3의 성공법칙을 증명할수 있을까? (사진=연합뉴스) |
최순호 감독 "올해는 내가 K리그에서 가장 급한 감독이다. 3년 차에 6강에 가겠다고 강원 팬들과 약속했고 지난 2년을 준비했다. 이제는 재미있는 경기 내용에 승부까지 낼 수 있는 팀이 됐다고 자신한다.”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대구FC는 팀 전체적인 레벨을 끌어올렸다 (사진=연합뉴스)
대구FC(2009년 15위, 2010년 15위): 3년 연속 꼴지는 없다
리그 8년 차를 맞는 대구FC는 팀 역사의 암흑기를 맞고 있다. 2004년 창단 후 박종환 감독이 이끌던 3년 간 10위, 8위, 7위로 상승세를 그리던 대구는 2대 감독인 변병주 감독 하에선 12위, 11위, 15위를 기록했다. 특히 변병주 감독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09년은 성적은 물론 선수 영입 과정에서 감독의 금품 수수가 있었음이 밝혀지며 시민구단의 도덕성에도 흠집이 났다. 지난해 지휘봉을 잡은 이영진 감독은 대구를 바꿔보겠다는 포부를 보였지만 최하위 탈출에 실패했다. 야구와 세계육상선수권에 힘이 쏠리며 축구에 대한 열기마저 식어가고 있는 상황. 하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게 대구의 각오다.
눈에 띄는 이름은 없지만 오프 시즌 동안 중요한 선수 영입이 진행됐다. 이영진 감독은 과감한 트레이드를 통해 이지남, 송창호, 송한복, 김승현 등 리그에서 경험이 있는 선수들을 각 포지션 별로 보강했다. 공격진에는 J리그에서 뛰며 아시아 축구를 경험한 끼리노가 새로 왔다. 이영진 감독은 서울과의 인연을 이용해 안상현과 윤홍창 영입에도 성공했다. 수비를 강화하기 위해 브라질 출신 수비수 주닝요도 데려왔다. 완전히 만족할 순 없지만 지난해에 비해 전체 레벨을 올린 이영진 감독은 팀워크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 시즌 경기는 대등하게 할 수 있지만 힘이 부족해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을 느꼈다. 그 힘이란 골도 골이지만 전체가 보여주는 레벨의 차이다. 결국 그걸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팀워크 밖에 없다. 공격과 수비도 팀으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즉, 팀원 중 누구 하나라도 다른 생각을 가지면 경기가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반대로 그걸 극복하며 상상한 것 이상의 결과도 낼 수 있다. 과거 경남, 인천이 그 같은 모습을 증명한 바 있다. 이영진 감독은 자신이 감독 2년 차에 보일 축구에 대해 공격 축구가 아닌 공격적인 축구라고 설명했다. 수비부터 상대 진영에서 공격적인 압박을 펼치는 팀이란 뜻이다.
철저한 팀워크에 의한 공격적인 축구를 펼칠 이영진 감독 (사진=연합뉴스) |
이영진 감독-“승강제가 도입된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구단이 전체적으로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대구는 시민구단이기 때문에 많은 이적료를 주고 선수를 데려올 수 없다. 감독인 나는 그런 가운데서도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만들어야 한다. 뛰어나진 않지만 가능성과 경험을 갖춘 선수를 데려왔다. 그들에게 기대를 건다.”
광주FC는 과거 상무가 남기고 간 이미지를 없애고 새로운 광주 축구의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광주 FC(광주 상무-현 상주-2009년 11위, 2010년 14위): 창조적 축구로 새롭게 태어난다
K리그 16번째 구단으로 새롭게 탄생한 광주 시민프로축구단, 광주FC는 신생팀다운 패기와 열정으로 뭉쳐 있다. 하지만 지금은 상주로 이전한 상무가 광주를 연고지로 삼았던 2003년부터 7년 간 남긴 이미지를 부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상무는 군팀의 특성상 시즌 중반 이후 경기력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기복 심한 모습과 언제든지 이전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인해 팬들의 팀에 대한 애정이 떨어져 광주 축구 열기에 오히려 찬물을 끼얹었던 게 사실이다. 광주FC는 그 상무가 남기고 간 채무까지 고스란히 짊어지게 된 것이다. 이를 위해 최만희 초대 감독이 주창하는 것은 팬들을 위한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축구다. 경기장을 떠나간 팬들을 다시 채우는 것이 광주FC가 해야 할 첫 발걸음이라는 뜻이다. 최만희 감독은 “광주는 가난한 구단이다. 하지만 관중들에게 좋은 컨텐츠를 제공해 마음의 부자가 되어야 한다. 지든, 이기든 좋은 내용으로서 팬들이 경기장을 계속 찾게 만들 것이다. 그러면 결국 이기게 된다”고 말했다. 성적에 쫓기기보다는 광주FC의 백년대계를 위한 기틀부터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광주FC의 선수 구성은 창단 혜택인 우선 지명권으로 선택한 14명의 신인이 요체다. K리그 각팀 감독들은 저마다 광주가 좋은 선수들을 뽑아갔다며 예의주시하는 모습이었다. 공격수로 주목을 받는 김동섭과 박기동 외에도 임하람, 김수범, 이승기 등이 주목 받는 신인들이다. 최만희 감독은 “프로에서 막 시작하는 선수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을 가장 고민하고 있다. 환경적인 것은 떨어지지만 축구는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흐름이 있다. 젊은 선수들이라 그런지 새로운 것을 빨리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거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신인들의 성장 가능성을 설명했다. 광주의 약점은 수비다. 팀 사정 상 FA 선수 한 명 데려오지 못해 신인 일색으로 구성됐다. 골키퍼에 경험을 갖춘 박호진(플레잉코치), 성경모가 온 것이 다행일 정도. 반면 미드필드와 포워드진은 신생팀답지 않은 구색을 갖췄다는 평이다. 미드필드에서 안정된 운영을 위해 최만희 감독은 안성남, 김홍일, 허재원을 영입했다. 공격진에는 김동섭과 박기동 같은 대형 공격수에 외국인 선수인 주앙 파울로와 로페즈를 더했다. 최만희 감독은 외국인 선수의 합류가 늦어져 시즌 초반에는 김동섭과 박기동을 축으로 공격진을 이끌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창조적인 축구로 좋은 컨텐체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최만희 감독 (사진=연합뉴스) |
최만희 감독, “나 같은 한물간 지도자에게 기회를 준 고향팀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칠 준비가 돼 있다. 개막전에서는 팬들에게 광주 축구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줄 것이다. 나를 위한 과실을 따려고 하기보단 광주FC의 미래를 위한 밑거름을 뿌리기 위해 책임감을 보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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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전문가 서형욱 기사목록|기사제공 : 축구전문가 서형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