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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올린 파일에 있는 시+ 추가로 올린 시입니다.
(후, 힘들어.......)
새벽 密會
또다시 나는 새벽마다 무덤에 가야 한다.
나와 함께 신나게 삼나무 苗柀 만들고
내가 가슴 쓰라림으로 숨찰 때 마실 물도 떠다 주고
기꺼이 三陽까지 感德까지 심부름도 해준 아이의 작은 무덤에
새벽마다 가야 한다 새벽이야말로 죽음으로부터 남겨진 삶이 있다
무덤은 흡사 嫉妬 같은 바다가 기지개 켜 일어나는 언덕에 있고
어제 다친 발의 붕대는 나는 거기 가서 아무 질투도 없이 풀어야 한다
내 약속인 양 돌들이 살아 있기 때문에 새벽 돌길은 매우 조심스럽다
새벽이야말로 너무나 낡은 세상에서 오직 새로운 세상이다
그 작은 무덤가에서 벌써 戀人은 기다린다 단 한번의 현실도 아니었던
내 비현실의 그리움이 이룩한 戀人이
나를 기다리고 있지 않은 양
새벽 바다의 두터운 소금냄새 바람을 치마에 맞아들이며
오오 그렇게도 잠 이루지 못한 戀人이여 새벽이여
새벽마다 만나도 항상 바다는 그대보다 앞서 깨어있는 새벽 바다였다
그렇게도 단정하게 오랜 침묵을 견딘 戀人이여
그대가 내 어린 친구 商模의 무덤가에서 미안한 듯
내 갈비뼈 품안을 밀고 사립문 열면
어디선가 첫 장끼 울음소리가 무덤을 꺼이꺼이 깨우며 지나간다
새벽이야말로 어이할 수 없이 새 세상이다
그러나 무덤은 아직 금잔디조차 뿌리를 덜 내렸고
나더러 살아갈 길 험한 길 멀다고 奉蓋 마을 山村께로 고개 돌린다
오래 오래 이 고장에 있다가 떠나라고 부탁하며
오오 새벽이여 새벽 바다여 새벽의 미지인 채 어린 죽음이여
나를 잉태한 여인은 어머니가 아니라 내 앞의 戀人이다
이제 마지막 별이 찔끔찔끔 꺼져 갈 일을 서두르고 있을 때
나는 바다로부터 우뚝 솟아난 碑가 되고
차라리 戀人은 작은 무덤을 파헤쳐 그 누구의 혼령과 合葬되어야 한다
곧 말떼가 모여 바쁜 꼬리질로 領을 치며 나오리라
새벽 戀人이여 그대의 마을 일들은 오늘 하루로 끝날 수 없다
나는 그 일을 상의하고 乐北 班長 光秋옹네 배에
몇 百貫의 시커먼 햇빛을 뜨겁게 실어야 한다
그리하려 그 햇빛을 바다에 가라앉혀서 붉은 저녁놀로 마을마다 밥 지을 것이다
主一을 며칠 지낸 뒤
길이 많다. 조개무덤 같은 切于 고구마가 길 가녁에서 마르고 있다
지난 日蝕날부터 몇 번이고 너는 일을 다시 시작하였다
여기저기 일꾼들이 머리 위
수컷 솔개가 춥지 않게 圖周를 이루는구나
그러나 나는 풀 벼눌 옆에서 깊은 생각으로 몇 개로 나누기도 한다
깊은 생각이란 끝내는 不穩하다
秋收가 다 끝나기까지는 언뜻언뜻 혼자 있는 사람이 잘 들키겠구나
기다리자 十一月 목바람이 別刀岳 쪽으로 몰려간다
아랫도리가 빈집처럼 쓸쓸한데
어찌하여 내 마음은 자꾸 화난 말 뒷발질처럼 진정할 수 없느냐
새들이 떼를 짓지 않고 혼자가 되며
얌전한 巨老마을 처녀야 네가 숯검정 치마 입고 건너오려느냐
가을이 간다 우리들은 이 가을에 한 살이나 두 살 더 먹겠다
이번 주일에는 숨넘어가는 아리아 끝에서 기도해야 한다
기도야말로 참다울수록 빼어든 칼처럼 찬란하다
어디나 奇蹟이 있다 奇蹟은 착한 사람들에게 오는 보상이다
저 東北航路의 뱃길 바다가 녹슨 쇠빛으로 떠오른다
바다가 바닷속을 그 위에 몇 海里나 드넓게 떠오르게 하며
내가 넘어갈 길을 다른 장꾼들이 넘어간다
나는 온갖 생각을 털어내고 일손을 움직인다
벌써 지난날로 遡及하는 敎會에서 종소리가 없다
그러나 나는 다친 손으로 저문 하늘 속에 있는 無常을 본다
네 가슴이 저녁 바람이 불어 와 뜨겁게 가슴을 울리고 있다
처녀야 赤銅빛 얼굴에 박힌 흑산호 눈동자의 처녀야
밭두렁에서
너무나도 내 말을 잘 듣는 보섭이 지나간 밭을
이 싱싱한 領洗 의 흙이 마르기 전에
절름발이 갑돌아 콩을 뿌려라
우리나라 햇빛 속에는 臨終이 들어 있다
갑돌아 어서 콩을 뿌려라
비로소 基督 四十日은 지나고
저 마을들이 차례로 쓰러지며 날이 개인다
내 소 모는 훽! 훽! 소리......
저 세상의 사름파리에
네 깊은 귀는 반짝반짝 傷하구나
갑돌아 저 세상 따위 없어도 네가 갈 곳은 많다
어서 저물기 전에 콩을 뿌려라
참으로 콩은 제 마음이 바쁘단다
二百坪의 땅도 어제 井田法마을의 편지만큼 넓지 못하고
이제 까막소 엉덩이가 멍석물결치는 것을 疏開하리라
또한 갑돌아 네 고향 環礁 바다까지도 멀리멀리 疏開하리라
西歸浦에서
고딕 聲樂多* 끝났습니다
어떻게 맹서하겠습니까.
당신은 죄와 아름다움보다 큰 배반을 고백하지 않습니다
저 바다의 추운 絶命 때가 왔습니다
내 귀가 닫히고 긴 치마는 열리지 않습니다
당신의 말에는 티끌만치도 餘白이 없으나
마지막 한마디가 멀리서 반짝이는 새가 됩니다
아아 虛無의 劇樂을 服用한 東支那海입니다.
햇빛이 소나기로 쏟아집니다
숨 지는 당신의 저녁 머리가
검은 바람에 날린 뒤 치켜 오릅니다
그리고 산산이 부서지며 흩어집니다
熱演하고 싶습니다
새가 흐느끼지 않고 濕氣 흐느낍니다
어릴 때 되고 싶었던 궁궐이 되고 싶습니다
당신의 떠는 입술이 겹겹 돛처럼 휘어집니다
어떻게 맹서하겠습니까
내가 캄캄한 불빛을 던집니다
비로소 上映입니다
東支那海의 온갖 신들이 모조리 모여듭니다
고딕 聲樂多이 끝났습니다
어떻게 춤추는 바다에서 맹서하셨습니까
당신이 끝내 비틀거리면 떠난 뒤
내가 未知의 바시 黑潮*를 가까스로 기다릴 수 있습니다
아아 커다란 궁궐이 쓰러집니다.
당신이 껴안은 一生이 따라서 쓰러집니다
그 뒤에서 내가 춤춘 바다를 꺼 버리고 쓰러집니다
*고딕聲樂多: 로마네스크와 르네상스 사이의 혼돈(混沌)음악에서 그레고리오 성교 위에 발전한 反敎會旋法의 聲樂多
*바시 黑潮: 바시 해협으로부터 동지나해를 지나가는 조류
산길
이상하다. 언제나 나의 沙羅峰 산길에는
누가 조금 전에 간 자취가 있다.
그렇게도 익숙하건만 그런 새 자취 때문에 나도 새로워진다.
늙은 떡깔나무는 외면한 채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는 듯하고
길에는 腐乳냄새가 이제까지 모여 있다가 흩어진다.
이상하구나. 나의 산길에는
누가 조금 전에 간 자취가 있다.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걸어가면
내 발등은 먼저 간 자취로 쭈뼛거리며 긴밀해진다.
그래서 빠른 걸음으로 가면
외딴 곽새가 V자(字) 가지에서 날라 가 버릴 뿐이다.
어느날 日沒이 늦었다. 나의 산길에는
그때까지 아침 이슬이 마르지 않고 있었다.
자꾸 둘레를 돌아다보면서
이윽고 部落暗號로 불러 보았다.
<북두칠성!>이라고
저 앞에서 누가 반말로 대꾸한다.
그러나 望洋亭 너머 그가 누구인줄 어찌 알겠느냐.
이상하다. 언제나 나의 산길에는
누가 조금 전에 간 자취가 있다.
이 산길은 干潮바다까지 보다 멀고
먼 楸子島 수평선까지에도 닿아 있다.
비록 다른 길이 있을지라도
나는 이 산길을 버릴 수 없구나.
왜냐하면, 여기서 누구인가 꼭 만나서 沙羅峰을 넘겨줄 테니까
저녁 숲길에서
어느 날보다도 일찍 미자르별* 뜨고 나는 겨우 일을 마쳤다
우리 말이 防風地帶 너머로 달려가서
解産하는 듯한 메밀밭을 버려 놓았기 때문에
나는 말을 끌고 밭 주인한테 사과하러 가야 한다.
그러나 한두 번 잘못하는 일은 아름다움 아니랴
내가 가는 것은 뜻밖의 슬픔이라도 만나러 가는 것이 아니랴
밭 주인네 집은 밤나무숲 저쪽의 奧地에 있다
하얀 메밀밭은 저문 뒤에 더욱 역력하구나.
나는 뒤에 끄덕끄덕 따라오는 말더러 핀잔을 주지 않고
오직 숲길로 접어들자 몇 마디 중얼거렸을 뿐이다.
이제 다 왔다. 네가 좀더 겸손해지면
나도 너와 함께 겸손한 식구로 늙어 가겠다, 라고
우리가 밤나무숲으로 들어가자 누가 뒤에서 일어서는 듯하다.
자꾸 돌아다보아도 말 꼬리에 채이는 것은 벌써 오고 있는 어둠이다.
저녁 숲길은 밭 주인의 자취로 가득하고
나는 세 줄짜리 琴을 彈奏하는 주인에게 할 말을 생각해 본다.
잘못했습니다. 우리 말은 히이히잉 운 뒤 몹시 후회하였습니다, 라고
그러나 화내지 않을 주인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화낼 주인도 돌아오지 않았다.
다만 밭 주인네 막내딸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상하구나 내 사과하는 손길이 그 아이 머리에서 굳어진다.
아무래도 그 애의 혀에 이끼가 끼며 곧 죽으리라.
나는 주인을 만나지 못한 채 그 집을 下直하였다.
그 숲 속의 집에서 너무나 멀리까지 野菜 썩는 냄새가 따라온다.
내 걸음은 자주 헛디디어졌고 말 얼굴도 더 길쭉해지며 바빴다.
죽음이 있다니 그 죽음에게 어찌 작은 사과를 하랴.
어서 나는 서남방으로 늙은 말과 돌아가야 한다.
서로 오래 일해 온 사이 말과 나는 한 마음이다.
오던 길이 아니었다. 내 눈은 오던 길을 사납게 찾건만
그러나 낯선 길에서 말과 내 마음은 한동안 당황한다.
말도 나와 너나들이 사이 吳宴婦 흉내를 내며 따라온다.
어디선가 개울물소리가 혼자 중얼거리는지
단 한번 죽을 까치의 삶이 별빛처럼 까치소리를 낸다.
슬픔일지라도 아픔일지라도 죄일지라도 가까운 개울물소리에 맡기자
이제 다 왔다. 네 잘못 빌 처지가 아니라 그 집 딸은 죽으리라
내가 겨우 들리도록 말하자 말은 엉덩이를 낮춘다.
이 세상 일은 다 죽음과 닿아 있고
우리들이 사과하러 갔다 오는 길에도 나무냄새 흙냄새에도 죽음은 닿아 있다.
저녁 숲 속의 어둠은 바다 사리 때로부터 돌아온다,
마지막까지 낙조의 빛을 정성을 다하여 보낸 다음
밭 주인네 딸의 죽음이 몇 번인가는 숨바꼭질도 하는구나.
어느 날보다 일찍 북돋기 일을 마치고 우리는 하루 일을 마무리한다.
우리가 돌아오는 길은 이제 밭 주인네 집에서 한참이나 멀어지고
이상하다. 내일 일들은 큰 강의 많은 支流가 되어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갑자기 어느 靈前에 선 것같이 말이 짐작하는지
오늘밤에는 제 마구간에서 조금이라도 나와 함께 있기를 바란다.
마구간은 잘 손질이 되었으니 정결한 말 뱃가죽 냄새뿐이다.
어서 가자. 집에서 누가 몸 씻는 물소리가 난다,
그 위의 하는 이웃에서는 오랜 친구인 미자르별이 떠 기다리리라.
*미자르별: 북두칠성 중의 한 별
室 內
訃音이 왔다 돌아가리라. 죽었다가 살아나리라.
雪景 속에서
문 닫힌 나의 방
방 안에는 아무런 소리도 없다.
돌다가 만 音盤
비로소 나는 어떤 原文을 解讀한다.
내 육체는 禁慾한다.
蒸溜水에 담긴 絶對
내일 부재가 될 오늘의 실존 끝의 후렴과
竊盜의 고독한 달빛을 遮斷한다.
그리고 나는 鍊金術을 다시 시도한다.
죽음을 삶으로 또는 굴욕의 삶을 죽음으로 만들기 시작한다.
안되겠다. 내일모레의 초대를 無期延期한다.
消 燈
死別했다. 悲痛조차도 無禮하다.
나는 새 무덤과 비 오는 서울을 떠난다.
길이 斷乎하다. 人波 저자를 지나고
엠프 마을들도 지나고
祝賀하는 듯한 삼밭 고개도 지나서
길은 나루터에서 그쳤다가 저 건너 나루터에서 이어진다.
마침내 길은 들에서 하얗게 타오르고 만다.
저 逆境과 같은 들을 지나서 길은 끝날 것인가
그리고 一生으로 찾았던
한 마디의 삶의 인사말이 있겠는가.
그렇다. 사람이 울면서 길을 물었을 때
무엇이라고 내가 대답할 것인가
이것뿐이다. 내 이름을 일러주고
한 이파리 주운 銀貨에 햇빛이 비칠 때 銀貨가 운다.
길은 나루터에서 그쳤다가 나루터에서 이어진다.
누구의 말이라도 말 속에는
일생이 들어있다.
이윽고 어린 등불이 꺼진다.
산화는 꽃으로만이 아니라 一切의 靑春으로 이룩된다.
내가 목이 마르고
길은 생각할 만큼 생각하고
괴로와할 만큼 괴로와한 그믐의 어둠.
아아 추위는 마을마다 다르다. 그리고 사람마다 다르다.
벌써 가을이다. 늙은 農夫는 改土할 흙을 미리 다지고
빼빼 마른 석수쟁이는 돌을 판다.
끝내 죽은 사람은 나타나지 않는다.
죽은 사람의 가을이다. 내 가을이 아니다.
죽어서 없다는 것은 이 세계에서 가장 큰 存在論이다.
새벽부터 외치는 앰프의 마을이 앰프소리 끝난 마을로 남아 있을 때
내 고독은 고독으로부터도 死別한다.
깊은 어둠이 낳은 또 하나의 어둠으로
내 徒步을 받아들인다. 죽은 사람이 이따금 이름만으로 존재한다.
元 旦
一月一日 우리나라에서 가장 쓸쓸한 곳이 여기 있다.
여기서 내 맴몸은
오래오래 겨울을 지내왔구나.
벌써 뱃길이 끊긴 지 一週日
楸子島가 자꾸 작아져서
슬픈 눈에는 보이지도 않으리라.
마신 잔 엎지 말아라.
나이 서른이 지나면
빈 잔을 벗할 수 있다.
바람아 孤島 元旦에 내가 무엇을 바라겠느냐.
작은 石油 초롱 앞에서
시시히 시시히 朗讀을 하다가
혼자 술취한 한 귀절을 중얼대지만
내 母音 따위로는 저쪽 홀아비 무덤까지도 들릴 수 없다.
바람아 여기서 죽을 사람만을 여기서 살게 하라.
忍耐야말로 가장 큰 遍歷이다.
나는 두루마기 없이도 떠나야겠다.
부는 바람에 뱃길이 몽땅 무너진다 해도
또한 바람아 元旦에 무엇을 더 바라겠느냐.
어떤 宿泊의 體內마다
하나의 달아나는 기침 뿐
어느날 그것들이 이 고장 사투리 되어 돌아올 때
아아 濟州 바람 휘몰이 앞에 산 채로 묻히는 謹賀新年
受 胎
오랫동안 그대와 함께 밤을 지내지 못했구나.
旅行은 끝났다.
어떤 마을에는 펄럭이는 천막 같은 하늘이 아주 높고
어떤 마을에는 그런 하늘이 없었다.
하늘 없을 때는 사람도 사람의 절반이었다.
내 번개 묻은 옷은 삭고
나는 돌아와서 유일한 의무처럼 불을 꺼 버린다.
그러나 그대에게 바칠 報告는 많다.
벌써 머리핀들이 요 위에 반짝반짝 떨어지는구나.
窓이 시끄럽다. 모든 달빛을 막아야
이야기는 긴 族愁의 默言으로부터 나오리라
파묻은 겨울 野菜 속으로 박힌 인기척으로 내가 왔다.
내가 돌아와서 부려 놓은 짐이 꿈틀거리며 쉰다.
그 짐 안에는 어떤 읍내의 새벽도 들어 있고 궃은 장마도 들어 있다.
얼마나 그대가 봇물 터지는 환희를 기다렸느냐
마음이야말로 최고의 육체이며 최선의 물질이다.
族行은 끝났다. 나의 땅은 넓어서 바다까지도 땅이리라.
내 짐에는 머나먼 곳의 산마루 雪景도 들어 있다.
그대에게 그것까지도 다 바치며 나는 그대 全身으로 타오른다.
追 身
1
돌아갑시다. 우리가 돌아간 뒤
벚꽃은 由來 由來 필 것입니다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 리듬이
공중에서 떨어질 것입니다.
오오 異域입니다. 먼길까지도
몇 걸음 희미하게 비추이는 불빛이 문을 열어 줍니다
아리따운 沙彌尼여 그대의 발등에 이르러서 떨어진 리듬은 길이 됩니다.
2
헤어집시다. 당신이 먼저 가고 나는 남은 일 마치고 가렵니다.
내 가슴 속 한 꾸러미 불빛이면 됩니다.
집은 배처럼 흔들립니다.
三十分쯤
때로는 三十分쯥
아무런 손님도 없이
그대가 정해 준 때를 기다립니다.
이윽고 벚꽃은 모조리 져버리고
散華야말로 解答입니다
내가 소나기 흠뻑 맞으며
산 설고 물 설게 걸은 길조차도
다른 길에 이어지면서 리듬입니다.
四月下旬
狀况을 버렸다. 나에게는 民族이 未知다.
濟州 油菜꽃밭에서 저문다.
데모가 사라졌다.
주인 몰래
꽃밭을 다 헤매어 버리면
쓰라린 合織옷에 노란꽃들이 묻는다.
勿論 이대로 갈 수 없다.
가장 가까운 선술집으로 가서
亡命 七個月을 보내고 가자.
歷史를 등졌다.
저물었다. 四月下旬에 愛慾에 빠져 저물었다.
편 지
지금 나는 드넓은 後面을 돌아다본다.
삶은 까닭없이 넓구나
길들은 再會한다. 하나의 길이 상모처럼 굽이친다.
누가 저 길로 빛발치며 올 것인가.
누가 별인가 그리움인가
어쩌다 새가 잘못 날 때 죽음이 여기저기서 메아리친다.
가장 멀리까지 들릴 새소리 밑으로 나는 가야 한다.
그리하여 솟아오르는 하늘에서 편지를 받는다.
받은 편지는 한번 죽는다. 그리고 태어난다.
어떤 아낙네가 첫인사로 길을 묻고
함께 가다가 몇 마디의 語意 뒤에 헤어진다.
새가 나 대신 떨어져 죽는다. 종달새의 삶으로
다 마친 일 속에 반드시 남은 일이 있다.
마침내 반짝이는 편지 속에 저 세상의 새가 운다.
지금 나는 밭에서 흙 묻은 손과 이야기한다.
편지의 구절들이 살아서 내 말이 된다.
저만큼 남은 處女地까지 가기 전에
貴賓인가. 먼 곳에서 地震이 우르르 지나간다.
하늘은 무엇인가를 자꾸 포기하며 저 혼자 달아나며 높다.
편지는 하늘 것들을 이 땅에 쉽게 가지고 온다.
새가 죽은 뒤 極樂의 靜寂 속으로 보리밭이 자고
언젠가 날고 난 다음 잊어버린 우레소리 아래로
곧 누가 묻힐 謹弔의 언덕바지에서
편지는 비처럼 벼랑처럼 나의 묵은 絃을 울린다.
여기까지 얼마나 많은 뜻으로 비가 왔는가.
休 息
어제는 네가 너무나 많이 달렸구나. 祭祀날은 쉬자
그 불빛 羊齒類가 무성한 벌판과
허수아비 자빠진 開豁地밭
蒙利區域의 물벼락길을 너끈히 지나왔구나.
내가 고삐를 풀었지만
아직 마구간에 답답하게 들기에는 이르다
저 汎神論의 南風이 불어 온다 씀바귀풀을 뜯어먹어라.
나는 모처럼 빌려 온 叔父네 수레의 수레바퀴 곁에서
한 손으로 북이나 둥둥둥 쳐 보겠다.
열 번이나 스무 번 쳐 보면
우리집의 누가 기다리는지도 알고
우리가 달려온 벌판도 우리 피로 속에 잠긴 기쁨도 알게 된다.
어화 둥둥 어화 둥둥
내 북소리로 祭祀날이 온다. 조랑말 굴렁쇠야 쉬자.
거룩한 날이야말로 쉬는 날이다. 쉬자.
손의 內面
비로소 神들은 손에 이르러서 말한다.
내가 이 세상에 나타나는 곳은
먼저 참된 사람의 손이라고
일하는 사람의 손이라고
그리고 쉬는 손 한 손가락에
저녁 재넘이 바람으로 모여드는 歸依라고
이윽고 다음날은 바닷바람 속 손과 손이 만난다.
누가 우는가. 울고 난 뒤
젊은 어머니의 가을이 온다. 향기로운 기저귀 비린 가을이다.
이제부터 累代의 박수소리뿐이다.
그 소리 안에서 하나의 외딴 박수소리
올 가을에 부딪치는 내면과 외부의 소리
그리고 삶으로부터 이별의 소리
내려가거라. 일체는 이별로부터 再會한다.
再會의 고장에서
손은 소리에 파묻힌다.
가을 황금나비가 휘적휘적 날고
며칠씩 말없는 사람에게 神들은 말한다.
신들은 날마다 침묵에게 친절하다.
울고 난 뒤 하늘의 철저한 消耗
그리하여 가을은
눈먼 자와 같은 邂逅의 마당이 된다.
첫사랑은 남자가 되고
마지막 사랑의 뼈가 여자를 낳는다.
비로소 손은 젊은 어머니의 잉잉대는 꿀 속에 빠진다.
손은 이제 內面도 外面도 아니다. 어떤 것도 아니다.
내가 이 세상에 나타난 곳은
사랑하는 사람의 손이라고
죽어가는 사람의 떨리는 손이라고
이윽고 다음날은 모든 숲언저리에서
손과 손이 만나
하나의 합장이 된다.
겨울 달빛
무덤을 다 팠다. 여기서
겨울 달빛이 너무나 다하고 있다.
밤기러기 이래 하늘은
언제나 어둠의 회오리 바람으로 가득하다.
나는 무덤에서 다시 살아났다.
흰 綿地 두루마기 자락을 날리며
내가 壽衣의 긴 밤을 다녀올 곳이 어디인가.
사랑하는 이여 내가 절로 무덤을 파고 살아서 돌아간다.
그대 마을까지 가려면
이토록 팽팽한 추위로 밤을 지새이리라.
또한 내 籠藥 냄새의 송장 이마에는
몇 번이나 밤 거미줄이 휘날리다가 걸리리다.
때때로 선잠 깬 忌日의 자갈길은
지난 날 어허어허 내 상여소리에 이르고
바다는 저 달이 혼자 떠있지 않도록
朝天바다 사리때 고기들은 숨기고 있구나
슬프도다. 내가 살아 있는 기침소리를 내면
내 마음이 먼저 나와 길에 이어질 뿐이다.
사랑하는 이여 내가 무덤을 파고 살아서 돌아간다.
그대 마을 忘却의 漁油 등불을 꺼라.
밤은 모든 잠으로 죽음 노릇을 한다. 그러나
이 세상은 몇 번은 새 세상이 되리라.
오늘밤만 그대 자지 말고 기다려 달라.
저 언덕 두더지 들쥐들의 더운 피의 새벽까지
그대 슬픔 때문에 어이 잠이 오겠느냐.
무덤을 다 팠다. 여기서
겨울 달빛이 너무나 다하고 있다.
萬若 이 겨울이 봄 여름 다음을 그대로 다시 온다면
누가 키 큰 손님으로 고개를 찾겠느냐.
사랑하는 이여 내가 살아서 돌아간다.
그대는 흐르는 물처럼 의구하게 문에 열어라.
내 발이 海藻 밀린 자갈에 다쳐도 새벽까지는 다다르리라.
果 肉
1
마침내 빈 말수레들이 돌아간다
빈 수레라 해도
거기에는 내가 알 수 없는 것들이 실려 있다.
이상한 노릇이다 과일이 벌써벌써 익었다
그 캄캄한 살이 싱싱하게 아프리라
저 남쪽에서 小錨한 平圓이 겹겹이 사라진다
내 둘레에서 방금 사용한 單語들이 땅에 떨어진다.
그리고 일손을 놓은 처녀의 銀방울도 떨어진다
그녀의 입술은 또다시 위아래가 邂逅처럼 닫히리라
2
벗이 왔다 둘이 올 것을 하나는 죽었기 때문이다
그의 무덤을 여기까지 떠 올 까닭이 없다
여기는 벗 하나로도 충분한다
과일이 절로 떨어진다
그것이 감인지 사과인지 모른다
그렇다 마지막에 抽象의 感歎詞로 길이 끝난다
벗이여 더 告白하지 말아라
너무 많은 진실은 허황하구나
저녁 햇빛에 告白이 모여 告白을 태운다.
이제부터 나는 벗에게 과수원으로 인도한다
가을이 떠나간다
과일로 꽉 찬 과수원은 빈 과수원의 과거이다
과일 속의 살의 無知에 다다르고 싶다
그 삶의 암흑! 충실! 그리고 그 살 속의 씨앗!
國 道
지나왔다. 아무도 만난 일이 없다.
이따금 螢石빛 濕氣 속으로
젖은 개똥벌레를 만나고
먼바다에서 十二音의 배들이 죽어서 불빛이 된다.
그러나 그 불빛에 다가간 일이 없다.
차라리 잠든 세상에서 잠들지 않은 窃盜가 된다.
이 밤 세시와 네시 사이를
마시던 술잔이 그대로 놓여 있는 술집을 찾는다.
그리고 임자가 바뀐 改良種子의 밭을 지나서
이제 나는 찾았다. 온갖 絶交의 靜淑을
그리고 지나왔다. 아무도 만난 일이 없다.
밤 네시의 國道에는
여름철의 말 끝들이 남아 있다.
<까> <요> <다> <요>......
어둠 속에서 疑問待가 없어지고
전해지 뜻이 없어진 채 남아서 빛나고 있다.
지나왔다, 수레가 지나간 뒤
말오줌 자국이 적셔진 곳을.
그리하여 오래 사로잡힐 發光體를 발견했다.
나는 그것을 주워서 던졌다.
저 건너 언덕의 무엇에게 가까스로 命中했다.
바다가 내 몸의 흉터를 모조리 없애 버렸다
아직 새벽은 멀고 말 끝들이 남아 있다.
이윽고 바다가 죽은 漁夫들을 부른다.
새벽이다. <까> <요> <다> <요>......
나는 지친 모자를 벗어 于潮의 머리카락을 뿌린다.
새벽 배는 비어 있을 뿐
지나왔다. 배들이 죽었다.
나도 <까> <요> <다> <요>와 함께 사라지리라.
햇빛사냥
집집마다 新婦가 있다. 얼마나 기다렸느냐.
나는 제 길을 두고 멀리멀리 圓周를 돌아왔다.
늙은 말이 천둥소리를 미리 알 때
비로소 히뜩히뜩한 번개가 떨어진다.
아 이 세상은 너무나 오래되었다.
그리하여 햇빛이 천년 만에 산 너머에서 오고
이제 내가 왔다. 마을을 벗어나서
如意珠 양파밭을 넘어가면
그곳이다, 모든 햇빛이 오순도순 모여 있는 곳은.
아무리 그대와 내가 달음박질쳐도
겨우 이르는 곳은 좀더 못미치는 그곳이다.
新婦여 단 하나로 수많은 新婦여
눈 감아라 햇빛이다. 햇빛이다.
저 멀리에서부터 그대를 향해 오고 있는 햇빛이다
이곳에서 그대의 七百二萬 크샤나*의 순간들을
내 아우성의 一生에서 다 가져갔다
어느 나라에도 없다. 이 팽팽한 햇빛은 없다.
햇빛이여 햇빛과 하나가 된 新婦여
그대는 영영 시간 밖에서 빛난다.
어둠도 별도 다 벗어난 삶으로
빛나는 햇빛 新婦
마침내 나는 그대를 겨눠 畢生의 화살을 날려보냈다
*칠백이만 크샤나 : 24시간
下 直
가렵니다. 내가 무엇이기에 가지 않겠습니까.
그토록 빌었건만
겨울 바다는 가라앉을 줄 몰랐습니다
나는 한 줄기 인사를 겨우 마련하였습니다.
이제야 돌아서서 뒤에 있는 그대를 바라봅니다.
아니 그대가 장차 묻힐 곳을 바라봅니다.
그곳에는 이미 옛날 아이누사람도 묻혔습니다.
떠나는 사람을 한사코 말리지 마십시오.
저 비탈진 곳이 서로 고개를 내젓고 있습니다.
그대가 묻힌 뒤
내가 와서 낯선 백발의 손님이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어딘가 비슷할 뿐 그대를 영 잊어버렸을 때
바다는 개 짖는 소리로 가득하고
나는 겨울날 잠 없는 할아버지의 외투를 이어받을 것입니다.
十三夜
지난 가을 豊年의 乾草 냄새가 우렁차구나
쥐죽은 마을 어느 뒤안에
벗은 색시들 한 아름의 달무리 받는다.
그녀들은 뭔지뭔지 처음으로 가슴 넉넉한 어머니가 되고 싶으리라.
野菜밭 趙福成 박쥐야 아직 거기 있거라
온갖 벌레 목숨들 交替되었다.
달빛 불타오르는 한 잔의 水面 위에서
내가 본 것은 무엇이냐
비 그친 빗물소리에 처녀들이 놀란다.
오마!
오마!
오마싸라!
가자. 이 젖 넘치는 밤 풍경은 胎氣衝天이다.
아이 배어라
아이 배어라
먼 文盲 마을에서는 자꾸 불빛들이 꺼진다.
가자. 빗물소리 지나서
벗은 처녀 몸 푼 곳으로 가자.
섬의 보리밭에서
사나이여 함부로 누구를 사랑하지 말라
바다는 먼 出征의 길 짙푸르게 떠나가고
섬의 보리밭은 꿈 속에서만 가능한 歸還처럼 아득하다
이 세상 어디에도 끝은 없다
그 끝의 後房이 보리밭이다
보리밭 너머 바다여 사랑하지 말라
사나이여 함부로 사랑하지 말라
어릴 때에는 한 兵士로 다른 兵士와 다를 바 없이 숨었지만
이제 그대는 어디에도 숨을 데 없다
다 前進하라 다 보이며 前進하라
그리하여 戰線을 떠나 보리밭에 가라
아주 全軍이 떠나가 버리고
바람밖에 남아 있지 않은 보리밭의 幕舍에 가라
사나이여 너 혼자 울어 본 적이 있느냐
처음으로 처음으로 섬의 解散으로 울어라
思 春
1
아니다. 이웃마을 가사메산에 오르면
언제나 어떤 말소리들이 들리다가
내가 가면 그 소리 뚝 그치고 없다.
아무도 없다. 문득 흰 地震이 깔린다.
겨울 海松 사이사이로 나 자신조차 없다. 무서웠다.
2
보라, 저 우르르우르르 모여드는 鹽田 벌판을
내 귀 안에서 모든 소리가 죽었다.
그리하여 가사메산마저 온통 하얀 소금밭이다.
먼 끝에서 끝까지 이어진 葬禮行列 뒤로
봄이 오면 내 죽음에도 흰나비야 뒤따르라.
약속
都市를 떠나 길은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로 갈라지기도 한다.
어느 길로 접어들어도 잘못되지 않고 내가 갈 무덤은
天幕이 쳐진 채 바람으로 부풀며 나를 기다릴 것이다
외길이 되어도 외길 同行이 생기면 이야기는 언제나 이루어진다.
함께 가다가 헤어지게 되면 거기서 끊어진 이야기는 風景이 된다.
길 양쪽으로 어떤 遺家族과 같은 보리밭이 아코디온 바람을 일으키고
어느 길이나 길은 하나밖에 갈 수 없다.
이제 都市는 나에게 죽은 벗의 遺言처럼 한 번 더 명료하다.
저기다. 죽은 벗과 나의 약속이 살아 있는 곳이.
아니 벗의 무덤이 열려지듯이 나를 반기는 곳이.
메뚜기빛 헌 옷을 벗었다가 새로 입고
흡사 누구의 첫 남편인 양 마음이 설레이는구나.
저기다. 저 마을 세 번째 골목 집에는 내 벗의 眞理의 童貞이 숨어 있을 것이다.
나는 벗의 뜻과 함께 진리에 온몸 바쳐야 한다.
그리하여 도착하자마자 나의 시야에 마을은 擴大된다.
저녁 갈치 배들이 신새벽 밀물과 함께 돌아올 때까지
가장 溫順한 파도소리로 넉넉해지고
마을 뒤안에는 반드시 묵은 술이 묻혀 있을 것이다.
파도소리가 영원무궁한 富로 들려오고 마을 언덕 玄武巖 바위는 취한다.
벗의 자그마한 무덤도 취하여 파도소리를 그냥 바람소리인 줄 안다.
약속은 약속한 자가 죽은 뒤에도 살아 있다.
약속이야말로 죽은 뒤의 역사로 이어지는 삶이다.
마을은 일 때문에 텅 비어서 어린 것들까지도 밭고 바다고 나갔다.
이제 나는 도착했다. 인사나 기도 없이도 나는 이 마을의 진리를 깨닫는다.
그리하여 죽은 벗과의 약속 때문에 난도 얼마쯤 살다가
어이할 수 없이 거룩한 마을 언덕 벗의 무덤 곁에 묻혀야 한다.
夏季學校
십칠년전(一七年前) 오교실(五敎室)의 그 영원한 복도.
아베교장(校長)의 사나운 슬리퍼 소리.
창마다 넓은 마당이 펼쳐 있었다.
한 구석에
내가 몰래 묻은
개구리와 생일(生日)떡의 송장도 있으리라.
그리고 내 동무가 자귀로 끊은 도막 손가락도 있으리라.
이제 쇠털 공을 빼앗긴 슬픔은 갔다.
동무는 죽었고 나는 비를 맞으며 살아 있다.
십칠년전(一七年前) 하얀 이년생(二年生).
여름이 제일 두려웠다.
병후(病後)의 어머니 털을 보았다.
보리가 거둬지면
문둥이는 떠난다.
빈 밭으로 울면서 달아났다.
화재(火災) 속에서 무너지는 우리 집.
트래흠의 여름.
내 고치가 차일을 치고 팬티를 세 개나 입었다.
여름이 제일 두려웠다.
새 집의 담을 넘은 도둑놈.
한낮의 텅 빈 뜰에 퍼붓는 소나기.
나자레노·예스스.
그 뒤의 성난 매미소리들.
건넌 마을 모깃불,
아아 일조(一條)의 수직(垂直)의 어둠.
나의 첫 내면(內面)은 학교(學校)였다.
`학교(學校)는 어쨌을까?'
`학교(學校)는 어쨌을까?'
저녁때 비가 왔다. 뱀이 자꾸 들킨다.
옥수수 가루 포대를 쓰고
빈 방학(放學)의 학교(學校)로 갔다.
바야흐로 울창한 진드기풀이 마당을 덮었다.
내 교실(敎室)의 구슬픈 거미줄.
문은 삐걱삐걱하며 겨우 열렸다.
낯선 공간(空間).
습자시간(習字時間)의 대표작(代表作)들.
내 동무의 공동묘지 그림.
그리고 붉은 해의 미개(未開)의 얼굴.
군가(軍歌)를 불렀던 원족지(遠足地) 가사메 바다의 그림.
하얗게 늙은 먼지속의 교탁(敎卓).
내 벌(罰) 받는 걸상.
방앗간과 일본(日本)사람이 목을 맨 떡갈나무가 멀리 보인다.
몇 번이고 닦아야 할 흐린 창(窓)으로……
문득 동무들의 작품(作品)이 두려웠다.
그들이 다 죽어서
저 글씨로
저 그림으로
저 바깥 풍경으로 부활(復活)한 것이 두려웠다.
`아악!'하고
문 위에 부딪쳤다.
내 떨리는 발등에 피방울이 떨어진다.
푸르른 피.
그때 나는 모든 것을 새로 탄생시켰다.
당직(當直) 요네여선생(女先生)의 가슴에 나는 박혀 있었다.
그네의 젖 설사똥 제린 냄새.
그네의 하늘 속 두 눈
그네의 왼쪽 눈
그네의 눈, 눈, 눈……
나는 양파 구근(球根)처럼 구을러서 흐느꼈다.
그네의 깊은 가슴 소리의 뭉클한 골짜기.
눈 부신 기쁨.
허리 타는 슬픔.
아아 흙을 파 먹는 외로움
`……요네 선생님!'
빈 학교전체(學校全體)가 퇴학(退學)이었다.
내가 그 품 안에서 죽거나 해일(海溢)에 떠나려 가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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