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영웅이자 신화의 주인공을 소환하고 그와 계약하여 그의 힘을
대신하는 자 카이사르가 앞으로 서서히 걸어나왔다.
- 뚜 벅! 뚜 벅! -
카이사르의 두 발이 바닥을 밟으면서 소리가 났고 그 발자국 소리만이
고요한 도심가의 정적을 가르며 퍼져나갔다.
카이사르의 등에서 펄럭이고 있던 은색의 외투가 바람에 펄럭였고 순금으로
색을 입힌 듯한 황금색 머리카락은 이리 저리 바람에 흩날리며 풍미를 더했다.
" 빙설무후!!! 오늘로써 네 삶의 종지부를 찍어주도록 해주겠다. 내 특별히
아량을 베풀어 유언을 남기는 걸 허락하겠다. 그래 어디 남길 말은 없는가?”
카이사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빙설무후의 얼굴에서 영혼마저 얼어버릴
듯한 극한의 한기가 꿈틀거리면서 사방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 건방진 꼬마놈아!! 네 놈이 정녕 나를 상대해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
하는 거냐? 네 놈의 그 오만함을 이 몸이 산산히 부숴주도록 하지.”
“ 훗!!
“ 세상을 조율하는 하늘의 신이시여!!! 신의 힘을 대행하는 자 빅토리아가
원하노니 이 주변을 세상과 격리해주소서!!! 천신결계법(天神結界朱法)!! ”
그녀의 주문이 끝나는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강한 퇴마력이 담긴 결계가 그녀를 중심으로 이 근방을 완벽하게 포위한 것
이다.
그녀의 결계는 하나의 거대한 원을 형성하며 빙설무후와 빙혼마녀가
있는 이 도시 전체를 모조리 에워쌓아 버렸다.
남자친구가 저리도 힘들게(?) 전투를 벌이고 있는 데 여자친구 된 입장에서
어찌 구경만 하고 있을 수 있으리오.
당연히 내조를 해야 하는 것이고 그 내조란 바로 그이를 적대시한 빙혼마녀
라는 계집을 소멸의 죄를 물어 영원히 환생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잔혹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자신은 이미 활빈천왕의 뜻을 거역하는 이는
그것이 설령 신이라고 할지라도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모든 판단의 기준은 활빈천왕의 결단이었고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천왕에게 해가 되는 일은 용납할 수 없었다.
냉혹한 천상의 아름다움을 지닌 꽃의 향기를 가졌으나 화가 났다 하면 천하의
카이사르도 어찌하지 못하는 여인이 바로 빅토리아였다.
빅토리아의 손에 들린 아홉 장의 구슬은 마치 생명이 있는 듯 꿈틀거렸고
그녀의 입에서 빠른 속도로 만마결계주의 주문이 흘러나왔다.
“ 하늘과 땅의 모든 신들의 상위에 존재하시는 창조주 카오스께서
우주를 여시고 하늘과 땅이 구분되니 자연의 흐름 속에 음양이 하나되리라!!
인간사의 명복을 주관하시는 대천신 아이리스님께서 만물의 명복을
주관하시고 해와 달과 별을 내리시니 만천하에 빛이 가득하고 생명의
소리가 울러퍼지리라!! 사대천신께서 사방위를 수호하시고 천사께서
모든 사악한 무리들을 제압하여 주시옵소서!!! 여러 천신들의 힘을 빌려
사악함을 멸하고 악마를 제압하려 하니 부디 도와주시옵소서!!!
천상신장결계술(天上神將結界術) 만마제압령(萬魔制壓靈)!! ”
그녀의 손에서 아홉 장의 구슬이 저마다 각자 위치를 향해 날아가더니
곧 허공에 딱 멈추어 선 채 오색찬란한 광휘를 발하였다.
천지간의 모든 마귀를 제압하여 가두어버린다는 최강의 결계마법이었다.
이는 천상신(天上神)을 대표하는 신장(神將)들의 힘을 빌려 병을 물리
치고 잡귀들을 멸하는 등 온갖 부정한 것들을 범접하지 못하게
하는 만마를 굴복시키는 결계를 펼치는 것이었다.
그녀가 손에 들고 있는 아홉 개의 마법 구슬은 빛(光), 어둠(暗),
천(天), 지(地), 불(火), 물(水), 바람(風), 뇌전(雷電) 산천초목(山川草木)의
기운이 깃든 구신구(九神毬)였다.
‘ 뭐지? 이 어마어마한 마력의 파동은 도저히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야!!! 이..이럴 수가!!! ’
빙혼마녀는 무언가 주변의 공기가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마력의 사용이 자유롭지 못하고 뭔가 전신을 압박하고 있는 듯 사지가
무거워서 평소의 재빠른 속도를 내기 힘겨웠다.
빙혼마녀는 자신의 상대 대마도사가 마법을 부린 것으로 판단하고는
차디찬 냉기가 흐르는 눈빛으로 빅토리아를 째려보았다.
- 고오오오오오!!!!!!!!!! -
순간 엄청난 한기가 비수처럼 빅토리아의 전신을 파고들었으나 그녀는
눈썹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명색이 대마도사인데 중간게의 악당 따위에게 겁먹을 수는 없는
것이다.
빙혼마녀의 입에서 얼음장처럼 차가운 일갈이 터져나왔다.
“ 자!! 네 년의 사지를 얼음조각으로 만들어버리고 말겠어. 어서
뎜벼봐. 마법사 계집아!! ”
“ 제아무리 속세의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어리석은 악녀라지만
입버릇이 참 보기 안 좋네요. 그대의 그릇된 살심(殺心)과 마기
(魔氣)를 없애드리지요. ”
빙혼마녀의 욕설은 심성이 고운 빅토리아가 듣기에 심히 거북스럽고
불쾌한 이야기였지만 괜히 긴 세월동안 마법학를 닦은 것이 아니다.
신의 경지 9 클래스에 얼마 전 진입한 그녀에게 저 정도의 험담은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일으키기 못했고 오히려 관세음보살처럼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사악한 마음을 씻어내고 수인을 맺으며
감화시키는 정화주문를 외웠다.
일반적인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사대속성마법, 신성마법. 암흑마법.
정령마법이 아닌 고대마법들을 주특기로 사용하는 빅토리아였다.
“ 영혼에 물든 사악함이여!!! 사라지거라!!! ”
그녀의 주문이 끝나는 순간 창공에서 청명한 가을하늘처럼
푸르름을 머금은 빛이 벼락처럼 내리치면서 빙혼마녀의 영혼을
정화하려 했으나 빙혼마녀는 기합을 내지르며 마력을 폭발시켜
저항했다.
“ 건방지구나!!! 마법사 네 년이 나를 감화 시키려 드는 것이냐?
흥!! 이런 정화 주문으로는 이 빙혼마녀님을 어찌 할 수 없어,‘
“ 더 이상 죄를 범하지 마세요. 업보가 쌓이면 쌓일수록 고통 받는
것은 당신의 영혼이 될 겁니다. 빙혼마녀님.”
“ 흥!! 언제까지 그따위 소리를 지껄일 수 있는 지 두고 보겠다..”
“ 어리석은 영혼이여!!! 한 번만 다시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간단명료한
진리를 거부하고 나락으로 떨어지려 하는군요! ”
빙혼마녀에게서는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강한 마력이 분출되어 정화
마법의 기운을 방어했다.
- 콰르르르릉!!!! -
빙혼마녀의 두 눈이 시뻘건 화염처럼 붉은 빛의 안광을 폭사키셨고
빅토리아는 포기하지 않고 정화주문보다 강한 정화의 힘을 지닌 절대정화
마법을 구동하기 시작했다.
“ 사악함에 물든 영혼이여!!! 모든 업보를 씻어낼 지어다. 절대정화!!”
빅토리아가 가볍게 손가락을 굽혔다 튕기자 그 방향으로
백색의 신성력(神誠力)이 성스러운 힘을 가득 담고 화살처럼 허공을 갈랐다.
- 쏴아아아아앙!!!!ー
조금 전 정화주문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강력한 정화의 힘이 담긴
일격이었다. 그러나 이미 거대한 마력으로 영혼이 타락해버린 마인에게
감화(感化)나 정화(正化)를 바라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증명이라고 하듯
오히려 더 강력한 마력을 발산하고 있었고 90 % 에 가까운 마력을 모두
끌어내어 집채만한 빙룡승천(氷龍昇天)을 준비하자 거대한 한 마리의
빙룡이 극한의 한기를 끝없이 내뿜으며 무섭게 꿈틀거렸다.
- 크르르르르르르릉!!!!!!! -
온 몸이 얼음으로 만들어져 있고 눈으로 용체(龍體)를 감싸고 있으며
입에서는 하나의 세상 전체를 얼려버릴 빙기(氷氣)가 가득했다.
정확하게 적중한다면 제아무리 천신의 능력을 가진 빅토리아 라고 해도
얼음이 되어버려 산산히 깨져버릴 것이 분명한 그런 위력을 가진 빙룡이었다.
하지만 빅토리아는 제비뽑기로 하늘의 힘을 부여받는 대마도사 성천마후
(聖天魔后), 간단하게 마후 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다.
신급 마법에 능통하다는 대마도사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빙혼마녀는
알지 못했다.
빅토리아의 입에서 신성력이 가득 담긴 일갈이 산천초목을 벌벌 떨게
만드는 범의 울음소리처럼 쩌렁쩌렁하게 퍼져나갔다.
“ 임 병 투 자 개 진 열 재 전 (臨兵鬪者皆陣列在前)!!! ”
빅토리아가 맺은 아홉 개의 수인과 함께 그녀가 지니고 있던
만마제압성검(萬魔制壓聖劍)으로 불리는 아홉 자루의 성검이
허공으로 튀쳐나와 빅토리아를 중심축으로 원을 그리며 맴돌았다.
매서운 기세로 다가오는 빙룡에 맞서 아홉 개의 성검이
번쩍 하며 창공을 가로질렀다.
그녀가 지닌 신성력의 특성에 맞게 뱀의 송곳니처럼 날카로운 기운
이 서린 구자인술과 무엇이든 얼려버리는 냉기(冷氣)를 지닌
빙룡승천의 격돌이었다.
용의 숨통을 끊어버리겠다는 듯 돌진하는 아홉 개의 섬광과
함께 날아간 성검들이 빙룡의 몸통을 관통하였고 곧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 콰아아아아아앙!!!!!!!!!!!!!!!!! -
가히 경천동지할 대폭발이 아닐 수 없었다.
하늘과 땅이 뒤집어지고 바다가 갈라지며 산이 무너지고
모든 동식물들이 두려움에 휩싸일 만한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이런 폭발이 만약 지구에서 일어났다면 수만명이 대량으로 목숨을
잃을 만한 대형 사고였으나 이 곳은 제 2 의 공간이었기에 그런
끔찍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공간을 제 3 차원으로 분리하여 또다른 공간을 만들어내는
공간창조술법은 고난이도 마법으로 천인의 경지에 도달한 자라고 해도
수년 간 수행을 해야 할 만큼 어려운 주술이었다.
물론 빅토리아는 반신(半神)의 반열에 오른 자들 중에서도 최상위층에
존재하는 인물들이기에 손바닥뒤집기보다 쉬운 일이었지만 말이다.
빙룡이 아무런 위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허무한 최후를 맞이하자
빙혼마녀가 열불이 솟구치며 날뛴 것은 당연지사였다.
빙혼마녀는 매서운 한기를 담아 태산조차 얼려버리는 극한의 한기를
뿜어냈다.
순식간에 대지는 물론이고 공기마저 얼리는 무서운 한기는 선인이
아니라면 일초도 견딜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위력을 갖고 있었다.
- 휘이이이잉!!!!!!!! -
어디론가 향하는 바람의 울음소리가 여명이 밝아오는 새벽의 찬 공기를
타고 부드럽게 울려퍼진다.
" 이번에아말로 끝장을 내주겠다. ”
빙혼마녀의 분노가 가득 내포된 고함은 하늘조차 떨게 만드는
가공할 마력이 순식간에 고요하던 대기를 찢어발기며 엄청난 한기를
퍼뜨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에선 당장이라도 숨이 멎을 법한 지독한 한기가 끝도 없이
뿜어져 나와 사방에 뿌연 안개를 드리우게 만들었다.
그러나 안개가 자신을 중심으로 사방에 드리우건 말건 조금도 관심
없다는 듯 냉혹한 눈길로 태산도 단숨에 얼려버릴 한기를 내뿜고 있었다.
- 쏴아아아아!!!!! -
깊고 깊은 바다의 물처럼 엄청난 양의 한기가 빙혼마녀에게서 솟아나왔다.
- 쩌저저저적!!!! -
빙혼마녀의 주변에 대기와 그녀가 두 발로 딛고 서 있는 대지가 빠르게
엄습하는 한기에 기이한 음향과 함께 일제히 얼어붙기 시작한다.
- 쩌저저저정!!!! -
그리곤 모두 얼어버렸다.
빙혼마녀가 숨을 들이마시고 내딛는다.
" 하아!!! 하아!!! "
그러자 빙혼마녀의 코에서 뿜어져 나온 숨결이 빠르게 얼어붙어 빙정이
되어 바닥에 힘없이 떨어진다.
- 타다닥!! 탁! -
뿐만이 아니다. 그녀가 가볍게 주먹을 내지르면 우우웅 하는 파공음이
들려오면서 대기가 밀려나고 빙혼마녀의 권력(拳力)에 의해 파생된
권경은 순식간에 상대의 모든 것을 얼려버린다.
심지어는 영혼마저도 말이다.
아무런 미동도 없이 눈을 지그시 감고 있던 빙혼마녀가 나지막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 빙폭시(氷爆矢), 빙검(氷劍), 빙창(氷槍), ”
말을 마치면서 빙혼마녀의 주변에는 셀 수도 없을 만큼의 많은 수의 얼음화살과
얼음검, 얼음창이 한기를 퍼뜨리며 그 위용을 드러냈고 빙혼마녀의 오른손에서는
한기를 머금은 채 소용돌이처럼 회전하는 풍운비상한장(風雲飛上寒掌)의 장력
이 사방을 가득 메우며 빅토리아를 향해 밀려들어왔으며 풍호빙천장(風虎氷天掌)
의 장력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빅토리아는 속으로 적절한 대처방안을 떠올려보았다.
‘ 빙폭시, 빙검, 빙창은 프로텍션(protection)으로 방어할 수 있다. 그러나
풍운비상장의 패도적인 공격인 막을 수 없어, 그렇다면 얼음과 상극인 불의
기운을 사용해야겠군. 그렇다면 화염계 최강의 공격 마법 지옥의 불꽃
헬파이어를 이용해서 막아야겠어.’
빅토리아는 재빠르게 상급 방어마법 프로텍션을 펼치고 양손을 연달아
휘두르자 그 순간 백색의 광채가 뻗어나와 철벽을 만들었고 곧이어 프로텍션과
충돌한 빙폭시. 빙검, 빙창은 하나도 남지 않고 깨끗하게 소멸되었다.
- 화르르르르륵!!!!!!! -
의지만으로 자연계에 퍼져 있던 화염의 마나를 끌어모으는 빅토리아의
전신에서 태양보다 뜨거운 열기가 솟구치기 시작하면서 천지가 모조리
타버릴 것 같은 극열의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 저 사악한 마녀를 무(無)로 돌려보낼 업화(業火)를 허락하소서!!!
지옥에서 타오르는 멸화(滅火)의 불꽃이여!!! 그대의 권능을 저에게
허락하여 사악한 자들을 멸하고 세상에 평온을 바라니 잠시만
그대의 힘을 빌려다오. 나의 앞을 가로막은 어리석은 자의 부정한
기운이여!! 흔적도 없이 다 타버려거라!! 헬파이어!!! ”
지옥에서 타오르는 업화의 힘을 빌린 헬파이어를 소환하는
주문을 외우며 수인을 맺자 빅토리아의 양 손에서는 자그마한
태양을 쥐고 있는 듯한 엄청난 열기를 내뿜는 순백 색의 화염이
매서운 기세로 타올랐다.
지옥에서만 타오른다는 대상을 완전히 무(無)로 만들기 전까지는
절대로 끌 수 없고 물을 부어도 더 잘 탄다는 신들의 영혼마저
태워버린다는 헬파이어의 백색의 화염이 넘실거렸다.
지옥의 염화를 손에서 뿜어내는 빅토리아과 극성의 한기를 지닌
장력을 일으킨 빙혼마녀가 마침내 서로 충돌하였다.
- 콰르르르르르르릉!!!!!! 퍼퍼퍼퍼퍼퍼펑!!!!!!! 콰과과과과과광!!!!!!1 -
귀청이 찢어지고 심령이 약한 자는 영혼이 파멸할 것 같은 굉음이
연거푸 대기를 때렸고 대기는 고통을 견디다 못하고 울부짖으며 진동을
일으켰다.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순백 색의 화염 헬파이어가 풍운비상한장력의
냉기를 한 줌의 물로 만들려 하면 헬파이어와 호랑이의 형상을 한
풍호빙천장력을 수중기로 바꾸어 증발시켰다.
천하에서 가장 뜨겁다는 불(火)과 무엇이든 얼린다는 얼음(氷)의 사활을
건 승부였다.
빙혼마녀는 불과 얼음중에 누가 승자가 되었는 지 궁금하여 눈을 떼지
않고 결과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빅토리아는 불이 이기던 얼음이 이기던 관심이 없었다.
하루빨리 빙혼마녀를 처지하고 사랑하는 오빠를 돕고 싶을 마음뿐이었다.
그래서 빅토리아는 작은 지방도시 하나를 잿더미로 만들 수 있는 폭발력을
자랑하는 마법 천살폭멸법(天殺爆滅法)과 퇴마(退魔)와 항마(降魔)의
기운이 서린 용의 형상을 하고 있는 지팡이(杖) 금룡항마장(禽龍降魔杖)을
꺼내들고 뇌전(雷電)을 불러오는 벽력천왕법(霹靂天王法)의 수인을 맺으며
전격계 마법을 펼쳤다.
“ 천하의 모든 악한 자들을 멸하는 하늘의 칼날이여!!! 지금 여기에 온갖
악행을 일삼는 타락한 자들이 죄를 범하고 있사오니 저의 손을 빌어
저들에게 응징의 심판을 내릴 것을 원합니다. 사악함을 찢어발기는 뇌전의
분노여!!! 사악을 멸하는 순백의 뇌전이여!!!”
- 우르르르르!!! 파지지지직!!!!! -
천둥과 함께 휘몰아치는 새하얀 뇌전 한 가닥이 매서운 속도로
금룡항마장에 깃들었고 지팡이는 하나의 뇌전으로 변했다.
시퍼런 뇌전을 손에 쥔 빅토리아의 입가에 화사한 미소가 어렷다.
빙혼마녀는 재빠르게 방어를 위해 자신이 낼 수 있는 모든 마력을
사용해 소드 마스터의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해도 파괴할 수 없는
극빙초극파천방호벽(極氷超克破破天防護壁)을 사용하여 자신을
보호하였다.
- 쩌저저저저저정!!!!!!!!!!!!!! -
맹렬한 기세로 푸른 빛을 일으키는 뇌전이 그야말로 한 줄기의 번개가
되어 허공을 사정없이 찢어발기며 뇌전 계열 궁극의 마법 극뢰파천무
(極雷破天武)를 가볍게 능가하는 거대한 뇌력(雷力)이 섬광처럼 날아들었
다.
- 파지지지지지지지직!!!!!!!! -
단숨에 한 줌의 재로 만들어버릴 것 같은 위력을 지닌 뇌전의 일격은
정말로 눈깜짝할 사이에 빙혼마녀와의 거리를 좁히고 대폭발을 일으키며
작렬하였다.
- 꽈아아아아아앙!!!!!!!! -
이 세상이 파멸의 순간을 맞이하는 순간이 도래한 것일까!!
핵폭탄이라도 터진 듯 땅거죽을 뒤엎고 대기를 무참하게 찢어버린 폭음과
함께 발생한 대폭발의 참상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무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금빛 용이 모든 악귀를 소멸시키고 마를 멸한다는 금룡항마장의 항마력과
하나가 된 세상의 모든 귀신들을 제압한다는 뇌력(雷力)이 철철 넘치는 뇌전이
그 가공하다 못해 전율스럽기까지 한 위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지구보다 수백 배는 더 넓은 이 공간이 잘게 찢겨져 있었고 매캐한 냄새를
풍기면서 코끝을 찌르고 있었으며 차마 공격을 피하지 못한 빙혼마녀는
파스스스 라는 소리를 내며 거미줄을 그리며 균열을 일으키고 있었다.
허나 그 때문에 빙혼마녀가 지금 움직이거나 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마 살기만으로 상대를 죽일 수 있다면 빅토리아는 수천만번 죽었을 듯
하늘을 찌르는 살기가 빙혼마녀의 두 눈빛에 담겨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이마에는 천지간의 모든 존재를 파멸시키는 폭발력을
지닌 최강의 공격력과 살상력을 자랑하는 마법 천살폭멸법(天殺爆滅法)의
주문이 새겨져 있었다.
천살폭멸법은 본래 존재하지 않던 절대마법이었으나 빅토리아가 2 년 전
창안하고 창작해낸 것으로 드래곤라도 소멸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
무서운 위력의 대마법이었다.
빛과 어둠조차 집어삼키는 끝없는 무저갱의 세계 혼돈의 기운을 가진
마신의 능력으로도 힘든 마법이 이것이었다.
사실 이 천살폭멸법을 처음부터 사용했다면 빅토리아는 손쉽게 빙혼마녀를
제압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는 자들도 있겠으나 그녀는 그리 하지
않았다. 비록 대마도사라지만 전투를 즐기는 그녀의 본성은 쉽게
사리지는 것이 아니었다.
빅토리아는 밤하늘의 달빛처럼 차디찬 눈빛으로 무덤덤하게 빙혼마녀를
바라보며 해맑은 표정과 솜사탐처럼 부드럽고 사탕처럼 달콤하게 말했다.
그것은 다름아닌 빙혼마녀에 대한 사형 선고였다.
승자의 아량인지 빅토리아는 빙혼마녀의 머리를 강아지 쓰다듬는 것처럼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입을 열었는 데 그 결과는 전혀 부드럽지 않았다.
“ 잠시동안이지만 즐거웠어요. 나에게 수년만에 전투를 통한 이 희열과 적을
말살할 때의 쾌감을 폐부 깊숙이 느낄 수 있게 해주시다니 너무 감사해서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호호호호!!! 그럼 이만 안녕히 가시고 그대의 존재를
영원히 세상에서 지워드릴게요. 그럼 폭 쉬시기를 간절히 기원할게요.
폭멸(爆滅)!!! ”
- 꽈아아아앙!!!!!!!! -
한 차례의 엄청난 폭음과 함께 일어난 폭발속에 더 이상 빙혼마녀의
존재는 찾아볼 수 없었고 빙혼마녀는 영혼마저 환생할 수 없게 완전히
세상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유(有)에서 무(無)로 돌아간 것이다.
영혼의 소멸은 생사를 관장하는 죽음의 신이라도 손댈 수 없는 금기의
영역이었으나 세상에서 단 한 사람 삶과 죽음을 초월하여 천신의 힘을
사용하는 성천마후 빅토리아이라면 가능했다.
“ 이제 끝났네. 그럼 남친께서는 뭐하고 계시나 구경이나 해볼까? “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한 빅토리아가 과도하게 소모된 마나와
신성력을 빠르게 회복시키며 저만치서 벌어지고 있는 결투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물론 그녀는 자신의 부군 카이사르의 승리를 추호도 믿어의심치 않았다.
빅토리아가 지켜보는 가운데 카이사르는 전신을 엄습하는 냉기(冷氣)를 초월하여
영혼 깊숙한 곳까지 파고드는 한기(寒氣)에 경악을 아니할 수 없었다.
조금 전 자신을 향해 휘몰아치던 강픙빙장(强風氷掌)은 가볍게 주먹으로
권력을 내뿜어 소멸시킬 수 있었으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갑자기 빙설무후의 전신에서 태산같은 중압감과 영혼조차 얼려버릴 극한의
한기가 사정없이 카이사르의 몸을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헬리오스의 정령력덕분에 한서불침(寒暑不侵)의 신체를 이룩하여 추위와
더위의 영향을 받지 않는 몸이 되어버렸건만 그런 자신조차 추위를 느끼게
한다는 것은 상대의 마력이 이미 신급(神級)에 도달했다는 것과 일맥상통했다.
비록 완전한 봉인을 풀지는 않았다고는 해도 지금 카이사르의 무력은
지구상의 핵무기와 대등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 자신이 움찔 할만한 마력을 지닌 악당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는 지 카이사르는 호기심이 치밀어 참지 못하고 물었다.
“ 오호!!! 제법 잔재주를 부릴 줄 아는구나, 빙설무후라고 했지!!
얼음의 황제. 멋있어. 근데 빙설무후 너는 도대체 어디서 굴러먹던 자이길래
빛의 지배자 헬리오스의 계약자인 나 카이사르조차 추위를 느낄 수 있는
거지? 난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니 유언이라 생각하고 속시원하게
털어놔봐라!! 싫어도 내가 너의 기억을 모조리 읽어낼 수도 있으니 숨길
생각따윈 집이치우는 게 좋을 게야.”
“ 뭐 좋아!! 너도 소문을 들어 알겠지만 빙설무후라고 불리는 나는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 귀족들이 지니가던 도로에 과일을 쏟았다는 이유만
으로 죽임을 당하셨고 나는 시창가로 팔려가게 되었어. 그러나 귀족새끼
들에게 복수를 하겠단 일념하에 목숨을 걸고 도주를 하게 되었지.
그러던 중 나처럼 불우한 운명을 지닌 자들이 제법 많다는 것과 그들이
암흑가에 스며들어 거대한 조직망을 형성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
그들이 바로 암흑가를 지배하고 있는 사대조직 중 단일세력으로 최강
의 자리에 있는 흑천빙궁(黑天氷宮)이 바로 그것이지. 우리 십대마인들 중
힘없는 평민들이나 약자들을 구타하거나 죽인 자들도 부지기수지만
흑천빙궁 소속인 나는 약자들의 심정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절대로
평민들은 건들지 않고 귀족들 중에서도 악질들만 골라서 죽여버렸지.
아무튼 그런 회의 회장이 바로 나의 양부(養父)이시지!!
사람들은 빙마(黑帝)라고도 한다. 삼마삼후사괴 중 삼마 중 한 분이셔!
그리고 난 지엄하신 궁주님의 명을 받고 이 대륙에 세력을 넓히기 위해
파견나온 빙설무후(氷雪武后) 흑설공주(黑雪公主) 로렌(Lauren)이라고 해.
네 놈이 죽기 전에 내 전후사정을 아는 것이 원이라면 못 들어줄
것도 없어. 잘 듣도록 해라!! ”
무슨 속셈인지 쉽게 허락한 빙설무후 로렌의 입에서 그간의 사정이
하나둘씩 흘러나왔다.
아버지의 품을 벗어나 정들었던 빙궁을 뒤로 한 채 낯선 세상으로
도망쳐올 수밖에 없었던 로렌의 파란만장한 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캐서린, 에일린. 빅토리아와 함께 늘 알렉산더 대제를 바라보고
사랑해주었던 또다른 여인 흑천빙후(黑天氷后) 로렌!!!
처음에는 적으로 만났다가 나중에는 주군과 수하의 관계이자
연인이 되어 알렉산더의 든든한 반려자가 되었다고 하니 인연이라는
것은 참으로 심오하고 진정한 깊이를 알 수 없는 하늘의 안배인 것이다.
얽히고설킨 운명의 실타래가 복잡하게 꼬이고 꼬여서 또 하나의 강한
인연의 끈을 만들어갔다.
그리하여 먼 훗날 알렉산더 대제를 섬겼던 총 서른 명의 부인들 중
가장 그 권세가 대단했던 십대황후(十大皇后) 중 네 번째 부인이 된다.
그녀가 흑천빙궁에서 세상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마땅히 빙궁을
이끌 후계자가 없어서였다.
흑천빙궁의 궁주 흑천빙마(黑天氷魔)는 자신의 수양딸이 빙궁을 이끌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적절한 사윗감을 물색하기 위해 출궁시킨 것이었다.
헌데 빙궁에서부터 그녀를 따르던 두 제자들과 함께 세상구경을
하다가 귀족들의 행패를 목도하고는 분기를 참지 못해 수많은 귀족
들 중 죽어마땅한 자들만 색출하여 모조리 도륙을 내버려 활동한 지
5 년도 되지 않아 구대마인에 한 명이 추가되면서 빙설무후 라고
불리우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녀를 따르는 두 여인은 제각기 백설마녀, 빙혼마녀가
된 것이고 말이다.
로렌은 자신의 모든 사정을 카이사르에게 밝힌 후 그의 여인으로
보이는 빅토리아와 에일린을 바라보며 이번엔 당신들이 이야기를
해야 할 차례라는 눈빛을 보냈다.
허나 카이사르가 이끄는 활빈당의 임무는 극비리에 속한 것이기에
믿을 수 있는 자가 아니라면 결코 발설할 수 없었다.
카이사르는 강렬한 눈빛으로 로렌을 바라보며 말했다.
“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너의
명예와 목숨을 걸고 약조할 수 있겠는 가? ”
“물론이다. 난 그대에게 내 목숨을 걸기로 다짐했으니 그대에 관한
그 어떠한 이야기도 그대의 허락없이 말하지 않을 것을 약조하겠다.”
로렌의 흔들림 없는 눈동자를 발견한 카이사르는 그녀가 진심임을
느낄 수 있었고 결국 카이사르. 아니 알렉산더가 왜 이 곳에 오게
되었는 지에 관한 그 모든 사정을 하나도 숨김없이 설명해주었다.
점점 이야기가 진행되어갈수록 로렌의 얼굴은 점차 새하얗게
질려갔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 에..에일린씨가 그 유명한 검선? 그리고 성천마후와 대제국의
태자와 활빈당? 지금 이 말이 모두 사실이야? ”
“ 황족의 명예를 걸고 전부 사실이다. ”
카이사르의 음성에 담긴 진실성에 로렌은 승복해버렸다.
폭풍검선(爆風劍仙)과 성천마후(聖天魔后).
검술과 마법의 극의를 이루어 20 대의 나이로 초인(超人)의 반열
에 올라 인간이되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 반신(伴神)의 경지에
도달한 에일린과 빅토리아 두 여인의 별호다.
간단하게 검선과 마후로도 불리는 이들의 명호를 듣는 순간
로렌의 가슴은 수백 자루의 비수가 박힌 듯 날카로운 통증이
밀려들었고 무거운 망치로 머리를 내려친 듯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전설로 전해지는 대륙의 빛나는 12 인의
절대자로 구성된 십이대고수(十二大高手) 일성이선이존삼왕사공
(一聖二仙二尊三王四公)중에 이선(二仙)에 속해 있는 푹퐁검선
에일린은 3 년 전에 불현듯 모습을 드러내어 악인들을 처단했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삼마삼후사괴(三魔三后四怪) 중에 마후
빅토리아가 악덕 귀족들을 무참히 죽여 지명수배가 되어 십대마인에
포함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를 보호하며 당시 온갖 폐악을
저지르던 혈마신교(血魔神敎)를 주춧돌 하나 남기지 않고 깡그리
멸망시켜버렸다.
혈마신교의 세력이 너무나 강하여 십대왕국은 엄두도 못내고
사대제국들도 자국의 손실을 생각하여 손을 쓰지 못하고 있을 때
두 사람이 자신의 뜻에 동조하는 검사와 마법사들을 모집하고
수련시켜 고작 일천의 병력으로 혈마신교로 쳐들어가 오백만에
달하던 물리치고 교주 혈마의 목을 베었다.
이후 백성들이 두 사람을 추앙하여 십대마인의 일원이기는
하지만 빅토리아를 우러러 성천(聖天)이라는 별호를 덧붙여
성천마후로 칭송했다.
사실 십대마인의 대부분은 권력을 지닌 자들에게 당한 민초들이
분기를 참지 못하고 영주를 살해하거나 성에 불을 지르고는 해서
지명수배가 된 자들이 많았고 그런 십대미인들을 귀족들은 눈에
불을 키고 찾으려 했지만 백성들은 그들을 오히려 숨겨주고 도와
주었다.
백성들은 폭풍처럼 적들을 산산조각내버린 에일린을 폭풍검선으로
높이며 십일대고수에 포함시켜 십이대고수로 늘려버렸다.
에일린이 태상제국 시리우스 가문의 대공녀였기 때문에 혈마신교를
이용해서 백성들의 성금을 착취하던 귀족들은 피눈물을 삼키며
그녀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허나 아무 배경도 없는 빅토리아는 여전히 태상제국을 제외한 국가
들이 수배령을 풀지 않았다. 다만 너무 강력한 무력을 지닌 대마도사
라서 건들지 못할 뿐이다.
사대제국의 황제들은 물론이고 고위 귀족들이 자신들의 휘하로
거느리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기울이지만 모두 거절하고 엄청난
억만금과 부귀영화를 준다고 해도 마다하고 혈마신교를 쳐부순
일로 백성들에게 활빈당으로 불리는 이들과 세상에서 종적을
감춘 두 사람이 태상제국 황제 네드란 비하무트와 같은 편이된 것이다.
처음엔 일천 명에 불과했지만 황제와 류시안 공작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대륙 각지에서 모집된 고수들이 무려 사천명이 되었다.
그리하여 현재 오천명이나 되는 활빈수호당이 탄생한 것이다.
그 활빈당을 이끄는 대단한 존재에게 로렌이 감히 덤벼들었던 것이다.
토끼의 수가 아무리 많아봐야 호랑이 하나를 당하지 못하는 것처럼
자신과 그의 실력차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로렌은 대륙의 모든 백성들이 선망하고 존경하는 활빈당의 당수에
대한 존경심이 절로 생겼지만 반면 지독한 두려움과 공포를 느껴야만 했다.
로렌은 평소의 그 긍지높은 자존심은 어디가 치워버렸는 지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인 채 머리를 조아렸다.
비록 나이는 상대가 어렸지만 권력과 신분, 지위와 명성, 돈, 무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나이보다는 명성과 무력이 더 우선시되기 때문이었다.
“ 소..송구합니다. 태자 전하께서 이 곳에 왕림하여 계신 것을 이 미천한
소녀가 알았다면 감히 공격하진 못했을 겁니다요. 용서해주십시오.”
공손한 그녀의 태도에 카이사르는 분노한 표정을 지우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바꾸었다.
허나 특유의 살벌한 눈빛은 거두지 않고 있었다.
“ 다음부턴 조심하는 게 좋을 겁니다. 하면 이만 물러가세요.”
로렌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자신을 대하는 카이사르의 무덤덤한 어조 속에서 시뻘건 혀를
날름거리며 먹잇감의 숨통을 일격에 물어뜯는 독사의 잔인함을
읽을 수 있었다.
그녀는 수백년만에 모처럼 느껴보는 상대에 대한 공포감에
온 몸이 사사나무 떨 듯이 떨리는 것을 애써 감추며 고개를
조아렸다.
“ 소녀는 전하와 평생을 함께 하고 싶사옵니다. 제 몸과 마음을
전하께 바칠 것이니 부디 소녀의 간곡한 청을 뿌리치지 마시소서.”
로렌의 갑작스런 말에 카이사르는 물론이고 두 여인도 몹시
당황했지만 차후 황제가 될 사내가 여러 부인을 거느리는 것은
흠이 되지 않았기에 모두 동의했다.
“ 저는 찬성이에요. 북천빙궁을 품에 거둔다면 전하의 행보에
큰 도움이 될 거에요. 또한 저 아이의 심성이 나쁘지 않으니
저희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을 거에요.”
모든 상황을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에일린은 그렇게
말했고 빅토리아는 순수함을 지닌 소녀답게 방긋 웃으며 말했다.
“ 와아!!! 그럼 저 이쁜 언니랑 같이 사는 거야? 좋아!! 좋아!!”
두 여인의 너무나도 선한 마음씀씀이에 감동한 카이사르가
로렌에게 명했다.
“ 그리하시오!! 그리고 흑천빙궁의 무리들과 흑천빙마 궁주에게 전하라!!
이 카이사르와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한 여인 에일린과 빅토리아를
투기하지 말고 친자매처럼 지내도록 하시오.”
“ 그리 전하겠사옵니다. 태자전하!! ”
“ 그리고 앞으로는 전하 라고 부르지 말고 다르게 불러라.
내 정체가 태자 라는 것을 만천하에 떠들고 다닐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다.”
로렌은 그의 말에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묘안이 떠오른 듯
화색이 도는 표정으로 앞으로 천하를 벌벌 떨게 하고 수대에
걸쳐 신화가 되고 전설로 전해지는 어마어마한 별호를 하나
거론했다.
“ 정 그러시다면 어차피 장차 천하의 군주가 되실 고귀하신 분
이시자 조금 전 소녀를 상대하실 때 금빛 광휘가 옥체를 휘감
으셨으니 광휘의 제왕으로 칭하겠나이다. ”
“ 알겠다. 그리 하라. ”
“ 알겠사옵니다. 광휘의 제왕님.”
이리하여 세상 사람들은 활빈당수를 광휘의 제왕이라 부루게
된 것이다.
손짓 한번으로 하늘을 부수고 땅을 뒤집으니 가히 파천(破天)의
신위를 지닌 존재.
처음에는 그를 시기하고 폄하하려는 자들에 의해 광휘무사라고도
불렸으나 머지않아 광휘의 제왕으로 세상을 주유하였다.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알렉산더 황제를 보필하였으나 훗날
세븐 스타라고 불리게 될 일곱 호걸들은 아직 한자리에 모이지
않았다.
그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날 세상은 빛의 전설을 경외하게 될
것이다.
카이사르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푸른 하늘을 바라보았다.
절세미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뺘어난 미색을 갖춘
여인이 한 명도 아니고 무려 세 명이나 자신을 남편으로 삼겠
다고 한다.
그도 남자였으니 자신을 사랑하는 여인들에게 이별의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 모두 함께 하기로 했다.
이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이 아버지와 어머니에 이어서
세 명이 추가되었다.
설령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녀들을 핍박하려 한다면 세상과
싸워서라도 그녀들을 지켜줄 생각이었다.
카이사르가 이렇게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을 때 태상제국
황궁에서는 더러운 음모가 진행되고 있었다.
훗날 역사가들에 의해 제국황후사사사건이라 기록되어지는 대사건이
벌어지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알렉산더의 영혼을 흡수하고 그의 육체와 일체가 된
빛의 정령왕 헬리오스에 의해 대륙 최고의 평가를 받는 알렉산더
대제(大帝)가 펼치는 애민정치(愛民政治)가 시작된다는 것을
예고하는 시발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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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거는 판타지랑무협이 이리저리 엉키고엉킨거같음~!!! 퓨전에퓨전~!!!
잘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