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흐리기는 아웃포커싱? 보케?
주제를 살리기 위해 배경을 흐리게 뭉개려고 하는 데 쓰는 용어로 ‘배경 흐리게 하기’를 ‘배경흐리기’ 또는 아웃포커싱(out focusing), 보케(Bokeh)라는 낱말들을 많이 쓴다.
오늘은 이 보케, 뽀케, 삔뽀케, 보카시, 아웃포커스, 아웃포커싱, 빛망울, 빛갈림...
등으로 쓰는 용어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2D783F5F3E245525)
먼저
아웃포커싱(out focusing) 용어에 대해서 누리틀을 찾아보면 나무위키 등 백과사전에
“콩글리쉬로 아웃포커싱이라는 용어 자체는 사실 한국에서만 쓰는 용어이다. 영어권에서는 shallow depth of field(얕은 피사계 심도) 줄여서 shallow DOF, shallow focus, 혹은 bokeh 등의 용어를 적당히 바꿔가며 사용한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아웃포커싱(배경 흐림 기법)과 가장 가까운 의미로는 shallow focus가 맞고, 아웃포커싱 촬영으로 흐려진 배경이나 빛망울은 bokeh라고 부른다. 아웃포커싱에 해당하는 영어라고 흔히 일컬어지는 'out of focus'는 말 그대로 '초점이 (전체적으로) 맞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아울러 배경을 흐리게 촬영하거나 그런 행위는 비격식적으로 blow(ing) out the background 라고 표현한다.
보케(Bokeh)= 일본어 惚ける(흐려지다)에서 온 용어인데 영미권에서도 흔히 쓰는 용어이다.”
대충 이런 설명들이 나온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8C073D5F3E243B32)
과거 사진관에서도 눈을 감았거나 안 좋은 표정에 대비해 한번 더 찍어두는 것을 ‘니마이(二枚, にまい)한다’라고 했고,
'초점 흐리게하기(out of focus)'라는 영어를 일본인들이 '삔 뽀께(시킨다)', '보카시(한다)'라고 쓰던 것을 한국에서 사진을 찍고 암실 작업하면서 그대로 답습했는데
뜻있는 선배 사진사들은 니마이(二枚, にまい)를 ‘두장찍기’, ‘여벌찍기’로 순화해서 썼고,
보카시(暈し, ぼかし)를 ‘초점흐리기’, ‘흐림효과’로, 보케(ぼけ)를 ‘빛망울’, ‘흐림효과’, 또는 ‘빛갈림’이라고도 사용했었다.
사실 사진업계 뿐만 아니라 공사 현장이나 기계 기술 등의 용어는 거의가 일제강점기 영향으로 일본식 용어였는데 아직도 그러한 잔재들은 많이 남아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BF7F335F3E247B29)
과거 일본은 고대로부터 중국에서 우리나라를 통해서만 전해지는 선진문물을 받아들였었다. 그러던 차에 1543년에 포르투갈인을 태운 중국 선박이 일본 규슈 다네가시마에 표착한 것을 계기로 서구와 일본의 교역이 시작되어 포르투갈이 전해 준 조총 제조로 급기야 1592년에는 조선을 침공하는 임진왜란도 일으켰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532B3D5F3E249833)
그러나 이후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 家康)의 에도시대(江戸時代, 1603~1868년) 까지도 조선에서 보내지는 조선통신사를 목말라하던 시기가 이어졌었다.
그러던 것이 메이지유신(明治維新) 때 서양으로부터 빠르게 받아들인 기술 문명들은 우리나라보다 앞서게 되었다. 그리고 일제강점기에 기계 기술이나 공사 현장의 용어들은 우리말 우리글 말살정책과 맞물려서 자연스럽게 우리들에게까지 전해진 일제의 잔재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EDCD415F3E24BA29)
보통 보케(Bokeh)와 아웃 포커싱은 동일하게
‘초점이 맞지 않아서 흐리게 찍히는 부분’을 뜻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초점이 맞지 않는 부분이 렌즈의 특성과 조리개의 조임에 따라서 빛이나 반사빛을 받아 비누방울 모양의 망울이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형상을 앞에서 말했듯이 ‘빛망울’ 또는 ‘빛갈림’이라 하였고, 영어를 조합해서 버블보케(Bubble Bokeh)라고도 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E67E375F3E24D82A)
이후 이러한 일본식 조어(造語)인 보케(Bokeh)라는 명칭은 세계적으로 그 쓰임이 인정되어 현대의 일부 영어사전에서도 ‘Bokeh=The term comes from the Japanese word boke(이 용어는 일본어 boke에서 유래되었다)’라고 적고 있으니... ㅠㅠ
이는 녹음 반주를 뜻하는 가라오케(空オケ, からオケ)란 말이 가라(空 から)= 가짜, 헛것이라는 뜻의 일본말에다가 영어인 orchestra(오케스트라)를 합해서 만든 ‘가짜오케스트라’란 일본식 조어로 이젠 세계화가 된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가라오케는 일본이 발명하고 작명도 했으나 녹음반주기는 우리나라 제품들이 세계를 석권하고 있다는 점.
우리나라는 본시 중국의 문물을 받아들이긴 했으되 삼국시대 이전에도 이두 문자 등으로 한자로 글을 적더라도 우리 말법에 맞게 뜻을 새겨서 사용했었고 우리 식으로 바꾸어서 썼었다. 도자기나 종이 등의 문물 역시 중국에서 배웠으되 그들을 능가하는 우리만의 도자기와 고급 한지를 만들었고 이들 글과 문화는 일본에도 전수해 주었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5CDD385F3E24F624)
그러하던 것이 일제강점기의 슬픈 과거사 가운데서 우리말 우리글 말살 정책을 폈던 일제에 길든 채 또는 식민사관 교육 후 깊은 생각 없이 우리말과 우리글이 있음에도 그 시대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말이 씨가 된다’는 말 그대로 말은 씨앗이고 인류 역사 이래로 소통을 위해 쌓이고 축적되어온 각각의 낱말들 그 자체에는 삼라만상의 본질도 철학도 모두가 그 속에 담겨있는 것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E43A3A5F3E252329)
겨레말은 그 겨레의 혼이고 나라의 뿌리요 밑거름이라서 광복 초기만 해도 말본(國語), 셈본(數學) 등으로 쓰면서 우리말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러다가 이마저도 한문말로 바꾸고 학술용어, 법률용어 등에서도 일제의 잔재와 함께 우리말이 아닌 빌려온 말(일본식 한자 등)과 들온말(외래어)을 앞다퉈서 쓰다 보니 갈수록 우리말은 그 개념과 뜻이 흐릿해져 가고 있음이 참으로 안타깝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79FA395F3E254E28)
오늘날 거기에 더해 국적도 없는 신조어의 남발은 일제의 우리말 우리글 말살 정책에 맞서 옥고를 치르고 목숨까지도 버리신 선인들께 참으로 죄스러울 따름이다.
※ 조선통신사는 일본 정부의 요청으로 조선 왕실에서 일본에 보낸 외교사절단이다. 조선 통신사는 임진왜란 이전에 6차례 파견되었고, 임진왜란 이후에도 1607년부터 1811년에 이르기까지 12차례에 걸쳐 일본으로 파견되었다.
그러던 것이 일본이 서구와 교역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면서부터 통신사의 파견이 끊겼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8CE7405F3E257426)
<사진나라 조병현>
첫댓글 그렇군요
용어의 정리 유용하네여~~
일본식 용어가 귀에 거슬려서...
이론공부 톡톡히 합니다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