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문학기행
2013. 7. 26. A7: 30분 인천연안여객터미널 약속을 위해 출발하려는데 전화가 온다. 이명옥 부군이신 이용태 회장
님이 아침 식사 시간을 할애해 여객터미널까지 태워다 준다는, 나로서는 아침의 바쁜 시간 30여 분을 벌었다. (며느리
가 연수로 부재중이다) 운전을 하면서 신호대기 때마다 간편하게 아침 식사를 하는 분의 옆 얼굴을 자꾸 훔쳐보게 된다. 수
없이 하는 말이지만 오늘도 하게 되는 말, 색시가 예쁘면 처가의 말뚝에 절을 한다는 속담이 딱 맞기 때문이다.
시간에 맞추어 여객터미널에 도착하니 선생님과 대표님이 차(茶)를 나누고 계신다. 대표님께 인사를 드리자마자 일어나
신다. "잘 다녀와" 대표님의 말씀에 우리 선생님 손을 흔들며 명쾌한 음성으로 답례의 인사를 하더니 벌떡 일어나신다.
대표님을 모시고 갈 기사가 있는 곳까지 배웅을 하겠다는 선생님, 얼마나 애교스러운지 두 분의 다정다감한 모습이 주위를
환히 밝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
우리는 8시 출항인 '데모크라시 5호' 쾌속선에 올라 좌석번호대로 앉고 보니 빈자리가 많았다. 선생님은 바닥보다
높은 가장 명당자리를 택하신다, 창 밖의 바다는 안개로 멀리 보이지 않아 창가이건 좌석의 가운데건 마음대로 자
리를 옮길 수 있어 먹고 마시고(생강차가 정말 굳) 이야기꽃을 피우다 한 잠자고 나니 소청도 대청도 곧 백령도에
도착이라는 안내방송(11시 55분 도착)이다.
용기포 여객터미널에서 민박 집주인을 만나 안내받은 곳은 사곳로 180-23 이름 하여 '해 뜨는 민박' = '백령 콘도
(민박)' 101호, 우백호 좌청룡이 아니라 右사곳교회 左사곳냉면, 민박집보다 교회와 냉면집이 백령도에서는 유명하
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짐을 풀고 사곳 냉면집에서 냉면을 먹기로 했는데 물냉면과 반냉(물냉면과 비빔냉면의 중
간)으로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방금 뽑아서 삶아 낸 면이 특별한 맛으로 입맛을 돋웠다.
민박집 주인이 점심 후 2시부터 투어는 시작할 것이라더니 정확하게 시간을 맞추어 "모두 나오세요." 외친다.
여성미와 남성미가 반반인 민박집 사장인 중년의 여인, 15인승 봉고에 민박 손님 11명을 태우고 운전하면서 설명
하고 이름있는 장소마다 주차해 놓고 여행 가이드 역할을 나무랄 데 없이 한다. 관광과를 나온 석학사 못지않게
안내와 설명을 잘한다. 자기 말로는 중학교 졸업장을 돈이 없어 찾지 못했다는데 그런 진솔한 말이 더욱 친밀감
을 갖게 한다. 입담까지 좋아서 사람을 즐겁게 해 주는 재주가 있다. 백령도 지도의 반은 오늘 투어를 하고 반은
내일 할 것이라며 진촌리 심청각, 고봉포포구의 사자바위, 사항포포구와 통일기념비, 봉고차에서 내렸다가 승차
를 거듭하면서 연화리까지 돌아 두무진포구에서 유람선 예약이 4시30분이라며 시간을 맞추어 유람선 5호에 오르
게 한다.
백령도에서 두무진 유람선 투어가 시작된다. 햇살이 얼마나 뜨거운지 몸이 타는 것 같이 따가운데 사람까지 만원
이어서 부채로 햇살을 가렸다가 부채질을 했다가 관광하기에 바쁘고 설명 듣기에 바쁘다. 선생님은 침착하게 관광
을 하시며 사진을 담으시고 명옥이는 덥다고 유람선 후미로 나갔는데 사람이 많아서 설 자리가 없었다 한다. 백령도
의 지리나 역사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으려 했으나 고려 충신 <이대기>라는 사람이 백령도의 두무진을 가리켜 '늙
은 신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표현을 했다고 한다. 그 정도로 절경을 자랑한다는 두무진, 웅장하고 다양한 기암괴석
이 아름답게 펼쳐져 서해의 해금강이라고들 한다는, 사실 백령도는 우리나라 서해의 최북단 섬으로 북한과 가깝게
마주 보고 있으나 신비로운 풍광에 그 실감을 하지 못하고 즐거운 가슴이 뛴다.
55분의 역사적인 유람선 투어를 마치고 즐비하게 늘어선 횟집에 들었다. 인천시옹진군백령면두문진 이라는 주소
의 '강원횟집' 유람선 투어를 같이한 민박집의 일행과 같이 저녁 메뉴를 고르는데 우럭과 광어 회에 가리비 성게를 포
함해 1인당 30.000원 저녁을 주문해 놓고 두무진의 올레길(왕복 30분)을 걷는다. 이름 모를 작은 풀꽃들이 아주 예뻐
서 애처로워 보이는면서도 신비로울 정도의 기쁨을 나누어 주고 있다. 주홍빛 나리꽃과 노란색 원추리 꽃이 흐드러지
게 피어 저녁나절을 더욱 화려한 빛으로 장식한다. 숲의 싱그러운 내음 또한 소리 없는 대화를 이어가게 한다.
우리는 시장기를 느끼며 준비해 놓은 식탁에 둘러앉고 선생님은 계속 회의 질감이 좋다고 음식에 대해 만족해하신
다. 주인은 삶아 낸 소라는 인심 좋게 자꾸 내 온다. 맥주를 곁들여 맛있는 음식에 배 불리고 잠자리를 향하는 길, 봉고
안에서 보게되는 일몰은 자꾸 되돌아보게 한다. 정말 마음을 붉게 물들이는 문학기행 첫날이다.
2013. 7. 27(토요일)
아침 일찍 잠이 깨어 밖에 나오니 울타리도 없는 민박집 주차장인 마당을 건넌 가에는 호박 덩굴이 깔렸고 그
다음에는 토마토와 오이덩쿨이 줄따라 키를 높이고 그 너머에는 옥수수가 싱싱하게 자라 꽃을 피우고 그 너머 좁은 길
하나 사이를 두고 대나무 숲이 울창하다. 그 푸른 것들이 키대로 나란한 순서의 풍광이 정말 좋은 하루를 열게 한다.
어제저녁에 예약해 놓았다는 밥집을 민박 주인이 데려다 준다. 녹두와 기장이 섞인 뜨거운 밥에 된장국, 오밀조밀
나물과 볶음 찬과 조려 낸 생선, 등이 7.000원이다.
아침을 먹고 9시가 되자 "모두 나오세요." 민박 주인이 외친다. 민박 집에 투숙한 일행이 같이 투어를 시작한다. 사곳
천연비행장, 중화동교회, 용트림 바위, 천안합 위령탑, 침몰한 천안함인수 한 장소, 연봉 바위(창 바위), 콩돌해안,
등을 수없이 봉고차 문을 여닫고 점심시간, 안내받은 곳은 짠지 떡과 메밀칼국수를 잘 한다는...
선생님은 음식점들이 교동보다 훨씬 깨끗하다 하신다. 음식도 강화보다 맛이 있다하신다. 점심을 먹고 민박에 도착
하니 어둡던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시간은 두시 반이다.
우리는 잠시 휴식을 취하고 정전60주년의 <백령바다에서 부르는 평화의 노래> 행사장을 6시까지 가기로 한다.
행사장을 5시 30분에 도착해 보니 백령성당 옆 십자가의 길 기도처가 빙 둘러선 광장이다. 조명시설이 좋은 무대에
서는 음악 소리 함께 축하공연1 리허설 중이다.
백령도 부녀회에서 준비했다는 저녁, 야외에서 먹는 음식이 맛깔스러웠다. 특히 백령도의 별미라는 소라무침, 맛이
좋다. 그런데 저녁 먹는 장소에서 명옥이는 초등남자 동창을 만났는데 헉! 인천미술협회 회장이란다. 막걸리 탓 만은 아
니라고 하고 싶은 초등동창들의 언행이 유쾌 통쾌하여 주위를 즐겁게 만든다. 특히 이명옥의 잘 아는 척, 잘 모르는 척
의 미소는 값으로 치르면 고가임을 밝히고 싶다.
행사 시작은 7시, 여유로운 시간을 서성일 때 붉은 수국 무더기를 보고 건너가니 수녀원 현관 앞이다. 사진도 찍고 주위를 둘러보는 동안 군인이 운전하는 버스가 계속 손님을 실어나른다. 그 버스들 가운데 인천시청이라고 쓴 2대의 버스를 보니 그리 반가울 수가 없다. 넓은 광장에 준비해 놓은 의자에는 사람들이 꽉 차게 앉았다. 사회자의 소개에 송영길 인천시장의 인사말이 시작되는 박수소리 요란하다. 행사의 프로그램으로 다음을 대신.
이렇게 문학기행 2일째를 마치고 잠자리로 zzzzzzzzzz
2013. 7. 28(일요일)
어제저녁의 행사가 끝나니 선생님의 왕 펜이며 연인이라 자처하는 잘 생긴 남성이 아침 일찍 민
박으로 찾아와 선생님을 면회, 선생님은 우리가 방에서 외출 준비하는 동안 마당 평상에서 장시간
대화를 나누는 모습으로 우리 모두의 하루가 시작한다.
역시 민박 여장부님이 오늘도 맛있는 밥집으로 데려다 주고 데려오고 우리로 하여금 고마움을 갖
게 한다. 오늘은 미술 전시회장을 둘러서 13시 배를 타야 한다. 선생님의 보디가드를 자처하는 남성
이 이미 와 있는데 봉고 한 대가 민박집 앞에 선다. 안에서 건장한 남성들(죄송! 룰륭한 작가님들)이
도착해서 선생님을 태우니 우리는 자동으로 선생님 뒤를 쫓아 봉고에 실렸다.
정전 60주년을 맞아 이루어지는 행사 중의 하나인 미술 전시회는 60명의 작가가 참석했다고 한다.
이 60명의 작품을 우리는 시간이 없어 반도 못 보았지만 이번 여행을 문학기행이라 명명하는 것에
부족함이 없다. 정말 훌륭한 인재들을 직접 만나고 그들의 그림에 담긴 뜻을 들을 수 있어 감명이 깊
다. 또한 그들의 생각을 생의 철학까지는 아니더라도 깊이 있는 사상을 들을 수 있어 감사하다.
전시장을 반도 안되게 둘러보았지만 역시 선생님께서 아끼는 예술인들의 작품이 정말 감명을 준다.
13개 전시회장 중에서 '대피소3-5호'의 작품에는 미술협회 최병국 회장의 작품에서부터 홍성웅, 이종구. 이인. 작가의 작품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나의 문외한[門外漢]을 무릅쓰고 감히 거론한다.
백령도에서 이루어진 이처럼 큰 행사를 대표님이 계신 곳에서 주최를 했기에 전시장 배치 현황을 올린다.
우리 선생님을 존경하는 분들이 아일랜드캐슬에서 점심대접을 한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나니 우리를 선착장까지...... 선착장에서도 선생님에게 존경의 뜻을 담아 인사하는 사람, 전화번호를 입력하는 사람,선생님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아서 보기 좋았다. 아침에는 안개가 짙어서 인천행 출항이 안 될까 내심 걱정했는데 무사하게 잘 와서 기쁘다.
갈 때보다 올 때는 시간상으로 늦어 5시 30분에 인천 도착, 선생님은 강화 장거리 요금을 깎아서 택시로 출발하시고 우리는 집을 향해 33번 버스에 오른다. 이박삼일의 문학기행 고생을 각오했는데 생각외로 편안하게, 즐겁게 잘 다녀 올 수 있어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우리의 만년 총무 명옥에게도 감사하다. 함께하지 못한 우리 문학반 친구들을 생각하며 보낸 이박삼일이지만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다가 8월에 만나기를 기다리면서 이상으로 문학기행 후기를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