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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안전과 제대로 된 돌봄교실을 만들기 위하여
잠시 돌봄교실을 떠나려 합니다!!!
먼저 교장선생님 이하 학교 구성원들께 이 편지를 드리는 손이 떨리고, 한 없이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지만 부디 저희들을 학교의 한 구성원이라는 애정 어린 마음으로 이 글을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먼저 초등돌봄교실의 현황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초등돌봄교실은 2004년 도입된 이래, 2016년 현재 전국적으로 5,998개 초등학교에서 11,920실, 초등학생 24만여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참여 학부모의 95.7%가 만족한다고 평가받고 있는 제도입니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먹고 살지 못하는 치열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그나마 학부모님들의 근심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는 제도였기에 교실이 늘어나고, 확대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이러한 초등돌봄교실에도 문제가 많이 있었답니다.
앞만 보고 달려야 그나마 아이들 교육이라도 시키고, 집이라도 한 칸 장만할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세월호 참사는 온 국민들을 충격으로 몰아 넣었고,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은 침몰해 가는 세월호를 보면서 분통을 터뜨리고, 눈물을 삼켜야만 했습니다. 그 이후 교육 현장에서 제기된 화두는 첫째도 마지막도 “안전”이었습니다. 오죽하면 강원도교육청의 민병희교육감님께서도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각종 정책을 내어 놓았겠습니까?
하지만 현재 강원도교육청 산하 초등돌봄교실은 그렇게 안전하지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 초등돌봄교실의 초등돌봄전담사의 근무 시간은 낮 12시부터 오후5시까지로서 12시가 조금 넘으면 돌봄교실을 오는 아이들을 케어하고 돌보는 업무가 바로 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부와 강원도교육청 및 학교는 초등돌봄전담사에게 나이스 업무 및 행정업무를 하도록 지침을 내렸다가 여의치 않자 1년 유예를 하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학교에서 많은 혼란이 있었던 것이지요.
아시다시피 초등학교 저 학년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조금만 집중을 하지 않아도 소위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 다반사고 또 학부모님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 현실에서 나이스와 각종 공문업무등을 하기가 무리였던 것입니다.
둘째로는 초등돌봄교실의 운영 주체 문제입니다.
저희는 돌봄교실의 예,결산 업무와 각종 공문서 및 나이스 업무등을 초등돌봄전담사가 직접 맡아서 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래야만 모든 것을 책임지는 돌봄교실을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초등돌봄전담사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혹여나 선생님들의 권한을 뺏는 것이 아닌지 오해를 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이는 수업에 집중을 해야 하는 선생님들과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교무행정사 선생님들의 업무를 경감하는 데 있어서도 일조를 하는 일이기도 하는 것이라고 판단을 하였습니다.
셋째 강원도교육청은 우리 초등돌봄전담사들에게 이제는 더 이상 “열정 페이” 강요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우리 초등돌봄전담사들은 돌봄교실의 교육활동 준비와 일부 학교에서의 공문서 처리, 아이들의 간식을 위한 시장 조사등의 업무를 근무시간 외에 다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 것이 소위 근로기준법 상 “시간 외 근로 수당”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았던 바보였습니다.
아이들을 돌보고 함께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흐뭇한 생각을 가지는 것은 교육자로서 당연한 보람이지만 초등돌봄전담사도 생활인이고 노동자이기에, 학교 생활이 즐거울 때 우리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올바른 교육활동이 이루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강원도교육청은 지난 몇 년간의 초등돌봄전담사의 시간외 근로를 눈감고 못 본 척 외면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부모들은 돌봄 전담사들의 근무시간 외 아침 또는 저녁에 수시로 전화나 문자를 하여 돌봄 전담사와 소통을 통해 학교 민원과 돌봄교실에 오는 아이들의 상태와 돌봄 내용을 파악하고자 하였으며, 이에 대해서 학부모 써비스 차원에서도 성실하게 임하였습니다.
저희 초등돌봄전담사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지난 수 년간 수십 차례의
면담과 교섭, 2017년 6개월이 넘도록 매일 아침 선전전과 3차례의 집회등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 보았지만 강원도교육청은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있습니다.
저희 초등돌봄전담사 325명은 9월 4일(월)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합니다.
아이들을 두고서 잠시 떠나는 발걸음이 너무나 무거워서 몇 날 며칠을 뒤척이며 고민하고 번민의 날들을 지세웠으며, 이 글을 드리는 지금 이 순간도 마음이 떨러기만 합니다.
하지만 돌봄교실의 안전, 책임있는 돌봄교실 운영, 올바른 교육 활동, 돌봄 써비스를 위해서라도 곪아 터질 것은 터져서 세상밖으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진정 죄송스러움을 무릅쓰고 행동에 나서고자 합니다.
부디 이 글을 읽어주시는 교장선생님 이하 학교 구성원들의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파업이 종료되고 돌봄교실을 다시 들어설 때 진정 아이들을 위하고, 학교 구성원들과 화목한 초등돌봄전담사가 되겠다는 것을 약속드리며, 이 글을 끝까지 읽어 주심에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17년 8월 29일
강원지역 초등돌봄전담사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