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만에 은사님을 찾았다. 내 학창 시절과 청년 시절에 가장 존경했던 교회 선생님이다. 몇 년을 사방팔방으로 수소문하여 고령에 영구임대아파트에 계신 소식을 듣고 뵈러 온 것이다. 같이 간 남펀은 몸이 불편한 선생님이 불편할까 봐 혼자 올라가란다. 털리는 손으로 현관문을 열자 호탕한 웃음소리가 나를 반긴다. 전해 들은 말과 너무 달라 안도의 슴을 내쉬며 선생님을 자리에 앉혔다.
"죄송합니다."
너무도 무심했던 나 자신을 자책하며 고개를 숙여 한마디 건넸다.
,다 그렇지.뭐 우리 모두 참 힘들게 살았제. 이제 좀 숨을 돌리지 언제 여유가 있었나?,
하신다. 전화번호가 엇어서 연락 못했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하면서 그동안 안부를 물었다. 지난 몇해 동안에 요양병원을 몇번 들라커린 모양이다.
잠시 후에 남편이 올라와 우리 오리능이백숙 집에 갔다.이른 저녁 시간이라 식당은 한산했다.백숙을 기다리면서 문득 선생님 집에서 자주 먹었던 카레라이스가 생각났다.
~선생님 그때 선생님 집에서 먹던 카레라이스 맛을 잊을 수가 없어요.~
~응 그 카레, 사실은 내가 좋아했던 사람이 카레를 무척 좋아했어.~
~ 그래서 돈이 생기면 카레라이스를 만들었지. 언제 오시든지 먹고 가시게.~
나는 눈치없이 퍼먹은 카레라이스가 생각나 얼굴이 화끈거렸다, 항상 예쁜 레이스가 달린 예쁜 방석을
예쁘다면서 조달대던 내가 생각나서.
선생님이 고백한 그분은 선생님이 여고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다 늦은 나이에 야간 대학을 다닐 때 은사님이란다. 선생님보다 열 세살 많았고 겉으로 보기에
잘생긴 그분과 땅딸한 선생님이 아무리 어울려 다녀도아무도 두사람이 로맨스를 상상하는 일은 없었다. 심지어는 매주 선생님 집을 번질나게 들락거리는 우리들도 선생님이
~나 그분 좋아해.~
해도 그냥 웃어 버리고 말았다.
~근데 왜 결혼 안하셨어요?~
~그분이 내게 옃번 청혼했지.. 근데 그분은 나를 사랑하지 않았어.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말을 이미 들어 버린거야. 지나가는 말처럼 비오는 날 나에게 얘기했는데 말하는 그분 목소리의 떨림으로 알아버렸어. 그때 내가 그분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우린결혼해서 그냥저냥 살수 있었을 거야. 결혼해 사랑을 구걸하다 집착할까봐 무서워서.~
오리능이백숙은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다. 평소고기늘싫어하는 선생님이 계속 드시면서 봇물이 터진 것처럼
얘기를 그치 줄을 모르신다. 남편이 카페로 우리를 옮겨주고는 피해 주었다. 우리 선생님이 좋아했던 남은
음악다방 사장이었단다. 매일 일 마치고 그곳을 가서
몇 년을 말한마디 못 하고 말았다. 대학강사 월급으로는 그녀를 행복하게 해 줄 자신이 없어 포기하고 만 것이다.
그말을 들으며 숨이 멎는 것 같았다. 해바라기 같은
내 스승님의 사랑도 사랑이지만, 스승님의 그분의 순정이 더 가슴 아팠다.
~그분이 아직도 살아 계시나요?~
~아니 돌아가셨어.~
~우연히 요양병원에 계신다는 소문을 듣고 갔더니
이미 말문을 닫고 줄줄이 호수에 의지해 계셨어. 의식이 없는 그분 손을 잡아 드렸드니 임종 앞 둔 분의 손이 아니라 할 정도로 힘을 줘 잡다가 놓더구나.~
~ 선생님 후회 안하세요? 청혼 거절한거요.~
~후회 안 해. 돌아가시기 전에 뵌 게 20년 만이야.
두번이나 청혼했지. 내가 거절하자 몹시 상심한 듯 했어. 몇년 뒤 다른 사람을 사귄다는 소문이 들리고 배신 당한 얘기도 들었어. 그리고 죽 소식을 모르고 살다가 요양병원에서 만난 거야.~
카페 밖에 는 벌써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밖에 있는 남편을 걱정하며 더어둡기 전에 가라고 하신다. 집에 돌아온 우리 부부는 그대로 골아 떨어졌다. 다음날 아침부터 분주하게 보내고 점심 식사 후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다. 전화기 너머 선생님의 목소리가 젊은 그때의 선생님이 돌아온 것 같았다..
~나는 어제 한잠도 못 잤어.~
~어제 많이 힘드셨나요?~
~아니아니 너무 행복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어.~
몸이 편찮으신 선생님을 너무 흥분하게 하는게 좋지는 안 되는데 생각이되면서도 ~모처럼의 기분 좋은 흥분은 괜찮을 거야.~
언제나 호탕하게 웃으시며 우리를 잘 거둬 주시던 선생님의 삶 속에 피어나던 로맨스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유모차를 밀지 않으면 멏 발작도 걸을 수 없는스승님의 가슴 속에서라도 그 사랑 영원히 간직하시기를 소망해 본다.
첫댓글 아직도 꿈 많은 소녀 감성이 남아있네요. 선생님을 만나 정담을 나눌 수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은데...
선생님 찾이 뵙는 용기 칭찬합니다
저는 보고싶은 선생님 있어도
아직 살아계시는지...
연락처도 모르고
그냥 맘만 가지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