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항산 통천협 팔천협곡
통천협 입구에서 값싼 비옷을 샀다. 키 작은 전동카를 타고 통천협곡
허리능선쯤에서 내렸다. 수렴동을 지나 천하호구와 신귀호에는 온통
깎아지른 절벽으로 물이 가득차고 하늘이 아슬아슬하게 보인다. 통천
폭포의 거센 물줄기를 거슬러 통천동굴을 지나면 케이블카를 타고 선
인봉까지 이동한다. 문천석으로 가는 산길은 귀신이나 걸었을 것 같이
으슬으슬한 벼랑위의 스산한 산길이다.비내리는 선인교에서 통천협의
산귀신을 만나고 산안개로 자욱한 선인봉에 오르면 오금이 저려 더 이
상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슬그머니 돌아선다.
태항산은 어디를 가나 전동카를 타고 이동하는데 태항산 대협곡의
도화곡 역시 빵차에서 내려 한 시간을 걷는다. 협곡을 끼고 절벽을 오
르는데 저 아래의 황룡담 호수가 얼마나 맑은지 몸을 던지고 싶은 충
동에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았다.
도화동촌에서 고가대의 능선은 치악산 높이에 버금가는 1,200 미터
의 고지대로 저녁이 되면서 비바람이 거세진다. 굳은 날씨도 관광의
일부라고는 하지만 집 나와 개고생이요, 고역이다.
햇살이 맑은 셋째 날이다. 올봄부터 문을 연 팔천협을 찾았다. 바위
협곡 사이의 호수를 보트로 이동하는데 계곡으로 팔뚝만한 산천어가
유영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산꼭대기에서 케이블키를 탔는데
무려 30분을 넘게 이동한다. 이산 저산이 연결되고 케이블카가 구름
속에서 사라지고 다시 안개속에 묻히기를 반복하는 몽환의 풍경이다.
1,500 미터의 산 정상에는 옥황상제를 모신 팔각의 삼층누각이 있
었다. 천하절경 태항산에서 칭따오맥주로 정상주를 마셨다.
태항산에도 가을빛이 완연하다. 그러나 감탄이 절로 나는 우리나라
의 가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설악의 당단풍이나 화살나무빛의
핏빛 단풍도 없고 내장산의 은은한 가을빛도 아니다. 태항산의 가을
은 그저 누리끼리할 뿐이다. 그런데도 황산을 오르고 장가계 능선을
찾고 베이징의 만리장성을 만나는 이유는 뭘까? 중국이 보이기 때문
이라고 말하면 욕먹을까 싶지만 . . .
올봄에 장가계를 시작으로 여름에는 치앙마이, 라오스, 미안마를
아우르는 골든트라이앵글을 다녀왔다. 그리고 4박5일의 태항산 산
행으로 올해의 해외산행을 마무리한다.
다음 달에는 세 번씩이나 오르고도 백록담을 보지 못한 아쉬움으로
밤하늘에 별이 보이는 돔나이트에서 처음 본 여인과 밤을 지새웠던
여한을 풀기위해서라도 한라산을 오르리라.
여행이란 다리가 떨릴 때가 아니라 가슴이 떨릴 때 떠나는 것이라
고 했던가. 내년에는 몰불랑을 가리라.
2016. 10. 18 글쓴이 한 필 수
첫댓글 너무 멋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