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을 하다보면 한우 축사주변에 목화꽃이 피어있는 경우를 자주 발견한다. 수입산 사료에 섞여 들어온 GMO목화씨다. 목화는 옛날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는 작물이라 어른들이 좋아한다. 군것질거리가 없던 시절 꽃이지고 파란 다래가 맺히면 달큰한 맛에 이끌려 맛을 보다 동네 할머니에게 혼났던 기억이 난다. 요즘도 토종 목화를 심고 계신 분들이 있는데 이유를 물으면 손자들 교육용이라고 말씀하신다. 이제 솜을 틀어 무언가를 만들 기운이 없지만 손주들 베넷저고리를 직접 만들어 입혔다면서 손주들 놀러오면 그 이야기 들려줄 요량으로 심으신 것이다. 문익점이 붓통에 숨겨 들여온 목화 이야기는 유명하다. 중국은 여전히 종자에 관해서는 강대국으로 자국의 유전자원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이런 정책이 유목민과 각축을 벌이는 중앙유라시아 역사를 만들어 왔다. 돌궐, 몽골 등 중앙유라시아 패권을 노리던 유목민은 농경민을 보급부대와 후방생산 노예로 확보해야했다. 하지만 식습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아 이들 농경민을 먹여 살릴 농사까지 지어야 했으니 이들이 먹던 종자도 전리품의 주 대상이었다. 전쟁에 승리하면 패전국에 요구하는 것은 노예와 그들을 먹일 종자였다. 이런 숱한 전란을 통해 서로를 경계하여 대륙의 길은 닫히고 해양으로 진출한 서구의 문명이 세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남북회담을 통해 다시 대륙의 길이 열린다면, 중앙유라시아 대륙을 먹여살린 종자의 길도 열려서 4대 문명권에서 출발한 종자가 현지의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여 토착화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GMO에 맞선 강력한 대항마 토종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의 토종종자 교류에 힘쓰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