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 사암 찾아 108 배 올리기 [274]양산 백운암[059]

[항아리]

불기 2559년 02월 20일 1양산 영축산 통도사 산내 암자 백운암

평소에 달리는 길이라면 네다섯 시간이면 너끈하거늘 설날이라 그러한지

밀리고 밀려 여섯 시간을 넘어 일곱 시간을 넘보게 잡아먹고 있다.

그나마 해거름에 도착하여 늘어지게 잠을 청하고는

해우소 한쪽에서 흘러나오는 차가운 물로 얼굴을 씻고 머리를 감으니

바람이 불어와 얼얼하게 만들어 놓는다.

싸늘한 새벽바람을 맞으며 백운암으로 오르는 길을 찾아 걷다가

길을 잘못 들었나 싶어 예불을 마치고 부산하게 걸어가는 어느 보살에게 물으니

개울을 건너가서 올라가라 일러준다.

의구심을 가지고 개울을 가로질러 놓인 다리를 건너 몇 걸음 걷다 보니

저만치에서 스님 한 분이 지나가기에 부리나케 쫓아가서

백운암 가는 길을 다시 여쭈니 건너온 개울을 다시 건너라 하신다.

합장을 올리고는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백운암에는 “뭐 하러 가냐?” 물으시기에

백팔 배를 올리러 간다고 하니 좋은 일 하신다면서

아침 공양을 하고 가라 붙잡으신다.

따뜻함이 가슴으로 밀려들어오는 것을 추스르며 길이 바빠서

그냥 가야겠다고 말씀드리고는 부산하게 발걸음을 움직인다.

걷고 또 걸어 산을 오르는 오르막길에 들어서서

흐르는 땀을 훔치니 길이 가팔라진다.

아침은 밝았으나 해는 떠오르지 않는데 개가 짖어대는 소리가 울림이 되어

들리는 것을 보니 백운암이 가까이에 있는가 보다.

정겹게 들리던 짖는 소리가 소요하다고 할 때쯤 백운암 일주문 문턱을 넘어

요사채를 바라보니 누군가가 문틈으로 내다보고 있다가

눈이 마주치니 문을 열고 나온다.

백팔 배를 올리러 왔다하니 법당을 알려 주기에 잠시 숨을 돌리며

올라온 길을 무의미하게 내려 보고는 법당 안으로 들어선다.

좌복을 내리고 부처님 전에 삼배를 올리고는

백팔 염주를 펼쳐 들고 일 배를 올린다.

서서히 땀이 흘러 방울이 되어 좌복 위에 자국을 남길 때쯤

백팔 배를 마치고 전각을 돌아 삼배를 올리고 마당으로 내려서니

요사채 마루턱에 걸쳐 앉은 스님 한 분이

여느 거사와 담소를 즐기고 있다.

곁에 다가가서 합장을 올리니 놀러 다니는 것도 마다하고

마누라와 애들도 떼어 놓고 정초부터 절을 찾아 백팔 배를 올리러 다니니

제 좋은 맛에 어쩔 수 없다 하신다.

머리를 깎아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승가에 법도가 있으니

그걸 지키며 사는 것 또한 속박이니 저러고 다닌다 하시기에 진땀이 흐른다.

보통의 사람들은 큰 절인 통도사는 들려도 산 위에 있는 백운암은

있는가 보다하고는 올라오지 않는데 올라오느라고 수고 했다 하시며

온 김에 유래나 듣고 가라 하신다.

백운암은 경허 대선사와 그의 제자이신 만공 스님이 득도를 이루고

오계 송을 암송한 곳이라 일러 주신다.

만공 스님이 수발을 들던 경허 대선사께서 백운암으로

수도 정진을 떠나시고는 어느 날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셨기에,

그곳이 궁금해진 만공 스님이 찾아오셨다가

득도를 이룬 대선사께서 계셨던 곳에서

또 다시 득도를 이루셨다 알려 주신다.

우리 불교의 허리 역할을 하시는 경허 대선사께서

득도 하신 자리를 바라보니

요사채 문 앞에 죽비를 걸어 놓고 석불을 모셔 놓았다.

다소곳이 서서 항아리는 경허 대선사와 만공 스님이

득도를 이룬 자리에 모셔진 부처님 전에 합장을 올리고는

영축산 꼭대기로 발걸음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