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22일 대구 참사랑산악회와 서울팀이 합동으로 우정 11주년을 기념하는 비계산, 우두산 산행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대구와 서울의 15인(차수근, 박금선, 차성섭, 나경숙, 박상훈, 최미예, 김칠곤, 조순희, 박영홍, 기경환, 임상택, 성봉현, 주성기, 우명길, 이규성)이 참석하였습니다.(불교대학 수학중인 권재형님은 만찬장에서 합류)
서울역에서 6시 35분 KTX를 타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10여년을 월요일 새벽이면 늘 울산으로 가던 길이라 역으로 가는 길이 낯설지가 않습니다. 서울역에서 역사건물을 내려가 4번 플랫폼에서 반갑게 성봉현님을 만났습니다. 좌석에 안착하고 잠시 눈을 붙이려는데, 6시 50분, 열차가 광명역에 도착하여 시인이 탑승하여 반갑게 해후, 3인의 대구행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범솥말님은 대전역에서 합류했습니다.
옆자리 시인과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다 보니 기차는 어느 새 동대구역에 도착했습니다. 역까지 마중 나온 대구의 반가운 님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나니 우리는 모두 합해서 15인이 되었습니다. 일행은 늘 타던 미니버스에 타고 합천쪽으로 움직였습니다. 고속도로에 들어선 우리는 논공휴게소에서 내려서 아침식사를 했습니다.(9시 10분-30분) 아침식사는 정성스레 마련해 온 밥과 반찬들을 비벼서 만든 비빔밥인데 된장찌게에 곁들여서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준비하신 분들, 여성회원님들, 고맙습니다.)
식사후 버스는 다시 고속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가다가 가조인터체인지를 나가서 10시 25분경 산행들머리인 “도리”에 우리를 내려주었습니다. 산행은 임도를 따라 시작되었는데 빗방울이 내비쳐 우비를 입거나 우산을 꺼내 비에 대비한 후 비탈길을 올라갔습니다.
처음 고도 400m 정도에서 시작한 산행길은 임도를 지나 숲길로 접어든 후에는 고도가 1,000m가 넘을 때까지 계속해서 가파른 비탈길로 되어 있었는데 이 오르막길은 정상까지 거의 같은 모습으로 급한 경사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도리"에서 비계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은 제법 힘이 들었습니다. 힘들게 올라 첫번째 정상석에 도착했습니다. 합천군에서 세운 정상석(1,125.7m라고 새김)이 있는 봉우리인데, 그곳이 제1봉인가 했더니 아니었고, 바로 뒷 봉우리가 9m가 더 높은 1,136m로 정상이었습니다.(여기엔 거창군에서 정상석 설치)
두개의 정상을 거치며 모여서 사진을 찍고 휴식하다가 거창군의 진짜 정상에 후미가 다 도착하여 오후 1시경 점심식사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정상 옆에 평평한 공터가 있고 벤치까지 있어 그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참사랑님들이 대구에서 갖가지 산해진미를 넉넉히 준비해 왔기에 맛있게 점심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특히 막걸리에 문어 숙회를 포식하였습니다.(그날 여러분이 준비해 왔던 음식에 관해서는 사진을 2장 남겼습니다. 아래쪽의 사진 참조)
식사후 산행의 효율을 위해 그룹을 둘로 나누기로 하여, 우두산까지 갔다가 주차장으로 가서 원래 계획한대로 전체 구간을 뛸 사람들(A팀)과, 마장재까지만 가서 우두산으로는 안 가고 좌측으로 탈출하여 주차장으로 내려갈 사람들(B팀)의 둘로 나누었습니다. 그랬더니 A팀에 9인, B팀에 6인이 지원하게 되었고 그전 날에도 산에 갔던 저는 무리하지 않고 산을 음미하며 내려가기로 하고 B팀에 남았습니다.
갈길이 먼 A팀이 급히 떠난 후 B팀은 느긋하게 뒤를 따라 마장재를 향했습니다. 쉬운 길로 간다는 마음에 방심하였던지 여성 두분이 길을 잘못 들어 잠시 혼란을 겪기도 했지만 곧 합쳐져서, B팀은 여유있게 산을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천천히 내려오다가 조팝나무가 군락을 이룬 곳을 지나고 헬기장을 지나 야트막한 언덕에 오르니 철쭉동산이었습니다. 아직 덜 핀 철쭉이 넓게 퍼져서 자라며 꽃 필 때를 기다리고 있었고 철쭉 언덕 밑이 바로 좌측으로 90도 꺾어야 하는 마장재였습니다. 주차장까지 1.6km를 가는 길에서 저는 여유를 갖고 시냇물에서 탁족도 할 수 있었고 주차장에 도착하니 오후 5시가 안 되었습니다.
오후 6시쯤 우두산까지 섭렵한 A조도 주차장에 도착하였기에 버스는 서둘러서 대구를 향했습니다. 대구까지의 고속도로는 뻥 뚫려서 1시간도 채 안 되어 연회가 열릴 샤브샤브집에 쉽게 도착하였습니다.
멀리 서울에서 왔다는 이유로 상석을 배당받은 후 친구들과 잔을 기울일 찰라, 새로 참사랑산악회 회장에 취임한 수근님의 인사와 건배권유가 있었습니다. 그후 잔이 채워지고 마시다가 여러사람들의 건배사가 계속되었습니다. 저는 소맥으로 첫 잔을 시작한 후에는 주로 맥주를 마셨고 간간히 권주하는 친구들이 주는 소주잔을 입안으로 털어 넣었습니다. 붉고 흰 두 가지 샤브샤브 국물 속에서 익혀 나오는 야채와 고기는 맛이 훌륭해서 좋은 술안주가 되어 주었기에 술의 소비를 재촉하였습니다.
자리가 무르익었을 때 쯤 원광대 사이버대학에서 원불교학을 공부하는 재형님이 중간고사(?)를 치르고 합류하여 분위기를 더욱 달구었는데, 마침 이 날이 경환님의 생일이었기에 케익을 가지고 나타났습니다.(총무님도 따로 케익을 주문하여 케익이 두 개나 되었습니다.) 케익 위의 촛불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전등불은 끈 채 생일축하 노래가 울려 퍼졌고 경환님은 엄숙한 얼굴로 촛불을 불어서 껐습니다.(다시 한번, 생일을 축하합니다!)
동대구역에서 밤 9시 12분에 떠나는 열차를 타야하는 안타까움에 시간은 더 급하게 흐르는데 상택님이 술을 권하는 속도도 더욱 빨라지고 분위기는 더욱 초조해 집니다. 이제 자세가 흐트러질 시간이 되었는데 이미 8시 40분이 넘었고 마지막 잔을 부딪칩니다. ‘올드 랭사인!’ 12시간 정도 같이 한 하루였지만 시간이 너무 짧았습니다. 산으로 타고 갔던 미니버스에 올라 동대구역으로 급히 갔습니다. 미예씨와 순희씨, 재형님, 상택님과 칠곤님(또 어느 분? 제가 취해 있어 정확히 기억 못했네요.)이 동대구역 플랫폼에서 서울의 4인방을 배웅해 주었습니다. 거듭되는 악수와 인사말! 기차가 떠나면서 습기로 흐려진 유리창 밖으로 친구들의 흐릿한 모습이 멀어져 가는데, 무심한 KTX-산천 420호 열차는 북으로 북으로 달려갔습니다.
[후기 - 더 하고 싶은 말]
그날, 부슬비가 간헐적으로 내리는 중에 하늘은 잔뜩 흐려져 있었습니다. 아주 크고도 높은 비계산은 깊은 비밀을 지닌 듯 안개 속에 숨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걷는 산길 주변의 풀과 나무들은 단비 속에서 물기를 머금고 생동감으로 빛나며 그 자태를 들어내 보였습니다. 우선 핑크 빛의 진달래가 길섶마다 활짝 피어서 나그네의 눈을 즐겁게 해 주며 반겨주었습니다. 산 아래 쪽에선 철쭉이 여기저기 몇 송이씩 드문드문 피었지만 나머지 아직 피지 않은 철쭉은 수만수천의 꽃봉오리로 맺힌 채 개화할 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많은 봉오리들이 곧 요염한 꽃잎을 펼쳐 산객을 유혹할 날이 가까워 보였습니다. 가다보니 조팝나무에 하얀 꽃이 피어있는데, 현호색, 노랑제비꽃, 붓꽃 등의 키가 작은 꽃들도 덩달아 피어서 봄을 구가하고 있어 지나가는 산객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하였습니다.
정상을 조금 지나 산봉우리 두개를 수평으로 잇는 다리를 건너면서 아래쪽을 살펴보니 발아래 경치가 안개에 싸여 다리 옆의 바위절벽만 보일 뿐 다리 아래쪽은 오리무중으로 내가 심연 위에 떠있는 듯한 착시현상에 약간의 공포심마저 일었습니다. 안개가 걷히면 더 나은 경치가 들어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이렇게 만들어진 안개 속의 경치를 즐기면서, 제 생각도 몽상의 구름 속으로 들어가 마음껏 상상력을 펼쳤습니다.
2016년 2월, 학교에서 은퇴를 한 후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났습니다. 시간강사로 강의를 이어가는 중에 중국어와 중국문학을 배운다고 방송통신대 중문과에 입학했더니 하마부인이 덜컥 병을 얻어 그 병에서 반쯤 건져 내느라 중문과엔 휴학, 강의는 한 학기만 하고 그만두었지요. 그럭저럭 하마부인도 병세에서 회복되어 저는 중문과에 복학하였는데 3학년에 편입했었기에 4개 학기가 끝나는 이번 1학기만 다니면 졸업입니다. 이번 학기에 스터디의 후배들이 한자를 가르쳐 달라고 해서 한 주에 한 번씩 기초한자 과목의 강의를 해주는 중인데, 중문과 졸업후엔 일어과 -> 영문과로 편입하여 공부해 보고 싶고 여력이 되면 불어과에도 도전하고 싶습니다.
앞날의 계획이라는 것이 공부를 더 해 본다는 것이지만 다른 욕심으론 더 많은 고산을 가보는 일이 남아 있습니다. 다행히 작년 10월말에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마쳤고 올 3월초엔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의 키나발루산에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올해 11월엔 더 높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에 도전할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운무에 휩싸인 비계산의 숲속을 걸으며 제 마음은 제 인생의 앞길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았습니다. 갈 길이 멉니다. 공부와 산행 외에도 한번 써 본다던 산악소설의 마스터피스(명작)는 언제 쓸 것이며 고산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이 푸짐한 살은 언제 뺄 것인가요? 그래도 마음속으로 할 일 들에 대해 정리에 정리를 거듭하고 보니 다행히도 조금은 안개가 옅어 지는 것 같았습니다.
인생의 목표달성이 욕심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부단한 노력과 실천이 수반되어야 하겠지요. 또한 좋은 벗들이 있어 응원을 해주면 더 멀리 더 높이 갈 수가 있습니다. 모처럼 대구에 와서 참사랑 친구들과 거창의 비계산(우두산)을 산행하며, 또한 산행을 마치고 즐겁게 대화하고 한잔 술을 나누어 마시는 동안, 제 앞의 안개가 많이 걷히고 길이 트여 목표가 분명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참사랑 친구들, 고맙습니다.
산행궤적과 사진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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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우리 앞에 나타난 정상석인데, 합천군에 있는 어느 산악회에서 세운 것으로 쓰여 있는데 해발이 1,125.7m라고 써 있어 제2봉의 정상석인 것 같습니다. 인근의 다음 봉우리에 세워진 정상석이 진짜 정상석(해발 1,136m로 표기됨)으로 거창군에서 세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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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로 나타난 정상석인데, 거창군에서 2008년 1월 1일 합천군보다 먼저 세운 것으로 보여지고 해발이 1,136m라고 써 있어서 이곳이 진정한 정상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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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에서 공수된 산해진미가 두개의 벤취위에 모였습니다. 무임승차한 저도 배불리 먹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하게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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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편으로 계속됩니다.
첫댓글 선배님의 무한 열정에 박수를 보샙니다
만학의 열공도 부족하셔서
안나푸르나, 키나발루산 등정ㆍ 에베레스트 캠프 등정예정 ᆢ꼭 성공하시길. 기원합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를 몸소 보여 주시네요. 한마디로 선배님 짱ᆢ
산행기도 넘 잘 읽 고 갑니다
사모님 완쾌.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